참 아름다워라

주 하나님의 큰 뜻 (9)

사위(四圍)가 어둠에 잠겼다.

메말라버린 거대 나무 앞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백마 앞으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갔다.

백마는 인기척 소리에 놀라며 그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곧장 땅에 엎드리며 등을 내주었다.

그 사람은 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의 등에 훌쩍 올라탔다.

그리곤 옛 성터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달빛에 반사된 옛 성터는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드려내려는 듯, 한없이 투명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는 눈처럼 새하얀 말위에서 부서진 성곽을 향해 외쳤다.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영원히 기뻐하며 즐거워할지니라.

보라!

내가 이곳을 즐거운 성으로 창조하며 그 백성을 기쁨으로 삼고, 내가 이곳을 즐거워하며 나의 백성을 기뻐하리니...

우는소리와 부르짖는 소리가 그 가운데에서 다시는 들리지 아니할 것이며, 거기는 날 수가 많지 못하여 죽는 어린이와 수한이 차지 못한 노인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그들이 가옥을 건축하고 그 안에 살겠고 포도나무를 심고 열매를 먹을 것이며,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겠고 그들이 말을 마치기 전에 내가 들을 것이며,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며 뱀은 흙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니 나의 성산에서는 해함도 없겠고 상함도 없으리라.”

그 사람의 말에 누군가가 한껏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한 사람 같기도, 무수히 많은 사람 같기도 하였다.

그 존재는 그림자처럼 지독한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에 그 존재는 떨려오는 감격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몸을 푸르르 떨었다.

그 존재가 떨 때마다 땅이 괴성을 내며 진동했다.

그의 희미한 미소가 달빛에 다시 비치자, 그 존재는 땅에 바짝 엎드렸다.

그러자 땅이 또다시 꿈틀거렸다.

“너희 마른 뼈들아, 내 말을 들을지어다!

내가 생기를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

너희 위에 힘줄을 두르고 살을 입히고 가죽으로 덮고 너희 속에 생기를 넣으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

그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뼈가 움직이며 이 뼈, 저 뼈가 들어맞아 뼈들이 서로 연결되더니, 이내 그 뼈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그 위에 가죽이 덮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땅속에서 시체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에서 보았던 영혼 없는 시체들처럼 흉측해 보였다.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그들은, 간절한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존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눈앞에 있는 사람이 하늘을 바라보며 강한 음성으로 외쳤다.

“생기야!

사방에서 불어와서 이 죽음을 당한 자들을 살아나게 하라!”

그 사람의 말에 하얀 입김 같은 것이 그들에게 들어가자, 그들이 다시 살아나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어난 자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눈으로는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달빛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몸을 오므렸다가 펴는 모습이 마치 기이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땅속에 오랫동안 묻혀있던 시체들이 살아있는 인간의 형상이 되자,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그가 있는 곳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는 다가오는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처럼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될지니, 이는 육체로는 사람으로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을 따라 살게 하려 함이라.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를 연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히 여기지 말고,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활한 존재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기로 예비하신 이에게 사실대로 고하고자 합니다.

우리들은 죄인입니다.

죄를 지어 이렇게 벌을 받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오니, 우리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그들은 곧장 땅에 엎드려 부르짖었다.

그러자 그들의 어둠이 점점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환한 달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는 그들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라.

하나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살았느니라.”

“아멘!”

그림자의 아멘 소리에 대지가 흔들렸다.

그림자는 어느새 그림자라고 불리는 것이 무색할 만큼 검은 부분이 옅어져 있었다.

“아버지께서 죽은 자들을 일으켜 살리심 같이 아들도 자기가 원하는 자들을 살리느니라!”

“아멘!

아멘!”

“내가 온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함이 아니요, 세상을 구원하려 함이로라!”

“아멘!

아멘!

아멘!”

그들의 대답과 함께 대지가 흔들렸다.

한참 동안 땅이 미친 듯이 진동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천사가 내려와 돌 위에 앉아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그 천사의 형상은 마치 번개 같았고, 그 옷은 눈같이 희어 보였다.

천사의 모습 뒤로 땅속에서 일어난 사람들이 보였는데, 그 수가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았다.

대충 어림짐작으로도 칠천 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모든 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두 손을 들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의 찬송 소리에 하늘이 화답하듯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 하늘에는 하나님의 성전이 보였다.

성전 안에 하나님의 언약궤가 있었고, 그 주변에 번개와 음성들과 우레와 지진과 큰 우박이 있었다.

그 형언할 수 없는 광경 속에서 다시 살아난 자들이 대오를 갖추며 그 사람 앞에 섰다.

그 사람은 그들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고난을 받을 것과 죽은 자 가운데서 먼저 다시 살아난 것.

이 모든 일은 믿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 빛을 전하라 하신 아버지의 뜻임을 믿습니다.”

그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그의 앞에 동시에 엎드렸다.

그는 그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죽은 자들이 하나님의 아들의 음성을 들을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듣는 자는 살아나리라!

잠자는 자여, 깨어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라!

아버지의 영광이 너희에게 비추이리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일어난 자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들의 대답이 끝나자, 천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팔을 불었다.

그러자 그들의 모습이 점차 변형되기 시작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던 시체의 모습에서 하얀 세마포를 입은 의인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이는 육체로는 사람으로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을 따라 살게 될 것이로다.

그날에 모든 자가 구원을 받겠고, 동시에 아버지의 의라는 이름을 얻으리라!”

그의 말씀에 무릎 꿇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활짝 웃었다.

동시에 모든 곳에서 즐거워하는 소리, 기뻐하는 소리, 신랑의 소리, 신부의 소리와 및 만군의 여호와께 감사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호와는 선하시니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리로다!”

“여호와의 성전에 감사하라!”

그들은 더 큰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며 주 여호와를 높이고 있었다.

작가의말

죽은 자의 부활도 그와 같으니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욕된 것으로 심고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약한 것으로 심고 강한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육의 몸으로 심고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나니 육의 몸이 있은즉 또 영의 몸도 있느니라
첫 사람은 땅에서 났으니 흙에 속한 자이거니와 둘째 사람은 하늘에서 나셨느니라
우리가 흙에 속한 자의 형상을 입은 것 같이 또한 하늘에 속한 이의 형상을 입으리라 (고전 15:42~44, 47,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