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파라크는 한참 동안을 풀리지 않는 물음표 가득한 꿈속에서 헤매다가,
결국 답을 찾는 걸 포기한 채 분노 가득한 얼굴로 먼 하늘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쳇! 고약한 늙은이 같으니...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어린 양도 그렇고...
그나저나 분명히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인데...’
긴 한숨을 내쉰 후 주머니 깊숙이 손을 찔러 담배를 찾았다.
라이터의 긴 불을 초점 없이 바라보다 힘겹게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찰나 누군가의 외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위대한 영도자시여!”
나오자마자 소리가 들린 것은,
짐작건대 누군가 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악도부 장관이 불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나저나 대관절 무슨 일 인가?
이렇게까지 멀리까지 오다니... "
파라크는 의아한 눈빛으로 앞에 있는 사내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여기가 금지구역이란 것을 잊은 겐가?
그 누구라도 이곳에 함부로 찾아오면 안 된다는 것을 자네가 제일 잘 알지 않나?
자네가 이렇게 조심성 없이 이곳을 불쑥불쑥 찾아오면,
혹시라도 원수가 나의 계획을 눈치챌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파라크는 차가운 눈빛으로 앞에 서있는 사내를 쏘아보았다.
“죄송합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악도부 장관 렛스네이크가 훤히 드러난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치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
대체 무슨 일이 길래 이렇게 호들갑이야?
혹여 어린 양이 돌아오기라도 했나?”
파라크는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올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게 말입니다...
하솔에 있는 네스트의 실험체들이 아무래도 탈주한 것 같습니다.”
“......”
파라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아무런 말없이 한동안 우뚝 서서 화석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영도자님!
모든 것이 제 무능한 부하들 탓입니다.
그들의 영혼을 송두리째 없애 주세요.
흑흑흑.”
렛스네이크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며 애걸했다.
파라크는 앞에 엎드린 렛스네이크를 노려보고는, 두 개의 귀 같은 돌기가 양옆으로 퍼지면서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는데 잘 되었군.
아뷔소스로 떨어져라!”
그 말과 함께 렛스네이크를 한 입에 꿀꺽 삼키고서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소화를 시키고 난 후 파라크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담뱃불에 기다란 불꽃을 갖다 대자, 검퍼런 연기가 금세 주변을 드리웠다.
숨이 막힐 듯한 연기의 장막 속에서 그는 다시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참고)
무저갱 [ 無低坑 , Abyss(아뷔소스) ]
'바닥이 없이 깊은 구덩이'란 뜻으로(눅8:31, 계9:11),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을 말한다.
일명 '스올'(음부), '지옥'이라고도 한다.(롬10:7).
불순종의 영들 곧 사탄과 그의 부하들이 들어갈 영원한 형벌 장소이다(마25:41, 계20:1,3).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작가의말
천 년이 차매 사탄이 그 옥에서 놓여
나와서 땅의 사방 백성 곧 곡과 마곡을 미혹하고 모아 싸움을 붙이리니 그 수가 바다의 모래 같으리라 (계 20:7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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