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음성 들리니 (13)
“아저씨!”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진영이가 어느새 내 뒤로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꼭 드려야 될 말씀이 있어요.”
“뭔데?
음... 내가 맞혀볼까?
곧 있으면 북쪽 마을에 도착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지?”
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알았냐고?
우리 앞에 있는 이리들이 하는 말을 환희가 듣고 나한테 말해줬거든.”
진영이의 기뻐하는 얼굴을 기대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진영이는 몹시 초조한 얼굴로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가시면 안 돼요.”
“뭐라고?”
진영이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다시 한번 물었다.
진영이는 내 옆으로 다가와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가시면 안. 된. 다. 고. 요!”
“어딜?
설마 네가 사는 마을?”
큰 소리로 되묻자, 진영이는 당황하며 두 번째 손가락으로 입 가운데를 가렸다.
“대체 왜...?”
“지금 여기서 자세히 설명 하긴 무리에요.
절 믿으시죠?”
“그럼!
당연하지.”
진영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마을 입구에서 우측 방향을 보면 숲이 보일 거예요.
마을로 들어가지 말고 그곳으로 도망치세요.
절대 뒤를 돌아보시면 안 돼요.”
“그럼 저 이리떼들은?”
난 손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리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몰아낼게요.”
“네가?
어떻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입구가 코앞이에요.
어서 도망치세요.
어서!”
진영이의 간절한 부탁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기에, 난 영문도 모른 채 아이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날 따라와!
오른쪽 숲으로 들어갈 거야!”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내 말에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두 정신 차리고 날 따라와!”
주변이 떠나갈 정도의 큰 소리로 재차 외치자, 그제야 아이들이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순간, 제일 뒤에 있던 진영이와 눈이 마주쳤다.
진영이는 이제 됐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런 진영이의 미소를 뒤로한 채 앞만 보고 달렸다.
사방에서 이리떼들의 살기에 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리떼들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잠시 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우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꺅!”
뒤에 처진 아이들은 다가오는 이리떼를 보자, 기겁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정신 차리고 앞만 보고 달려!
절대 뒤를 돌아 보지 마!”
아이들을 보며 소리 지르던 그때, 새하얀 뱀이 이리떼의 앞을 막아섰다.
난 그 뱀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도망치는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다들 어서 뛰어!
멈추면 우린 다 죽어!”
아이들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숨을 헐떡대며 달리던 그 순간, 눈처럼 하얀 뱀의 슬픈 눈빛이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이리와 뱀이 싸우는 그 순간이 몹시 궁금했지만, 너무 무서운 나머지 감히 뒤돌아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허겁지겁 달리다 보니 어느새 우리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숲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 작가의말
주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내가 두려움을 네 사방에서 네게 오게 하리니 너희 각 사람이 앞으로 쫓겨 나갈 것이요 도망하는 자들을 모을 자가 없으리라 (렘 49:5)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