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 빛난 별 (3)
“벌써 해가 지고 있어.
아무래도 오늘은 이 근처에서 야영을 해야 할 것 같아.
이곳은 바닥이 평평하고 바로 뒤에 경사진 바위도 있으니 뒤 쪽에서 사나운 맹수들이 침입할 수 없을 거야.
그러니 이곳에 임시로 야영지를 만들자.
땅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와 야자수 잎을 모아 지붕을 만들고 바닥에 깔면 급한 대로 오늘 쉴 거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거야.
일단 하명이가 시영이와 함께 근처를 둘러보고 나무에 달린 과일이나 땅에 떨어져 있는 코코넛 열매를 구해올래?
우직이는 내가 야영지 만드는 것을 좀 도와주고...
그리고 진영이는 예천이와 함께 근처에 마실 물을 구할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난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사실은 금세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질 거라는 거야.
그러니 다들 지체하지 말고 빨리 돌아와야 돼.”
아이들은 모두 내 지시에 흔쾌히 따라주었다.
아이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 뒤에 우직이와 함께 나뭇가지와 야자수 잎을 주우러 숲속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바닥에 꽤 많은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었고 돌로 쳐서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의 높이만큼 자란 야자수 잎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
우직이와 함께 그중 두꺼운 나뭇가지를 주워 기둥을 만들었고 칡덩굴로 매듭을 만들어 나무 사이를 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야자수 잎을 덮어 아늑한 집을 완성했다.
해냈다는 기분에 우직이를 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때마침 하명이와 시영이도 코코넛 열매를 듬뿍 가져왔고 진영이와 예천이도 마실 물이 근처에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알려왔다.
우리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코코넛 열매를 맛있게 먹고 있는 데 갑자기 하늘이 떠는 것처럼 상하로 흔들리더니, 이내 달과 별이 뿜어내던 빛이 급격하게 흐려지며 온 천지가 어두워졌다.
주변이 온통 캄캄한 흑암이 되어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어둠에 다들 무서운 마음이 들었는지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꼭 붙잡았다.
나 또한 불현듯 엄습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옆에 있는 아이의 손을 힘껏 부여잡았다.
하지만 옆 사람의 떨림에 나도 모르게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 듯이 떨려왔다.
온몸이 떨려옴과 동시에 심장박동 소리도 점점 커져 옆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지경이었다.
순간 손아귀에 너무 힘이 들어갔는지,
“악! 선생님 아파요!”
갑자기 하명이가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잡았던 손을 놓았다.
“하명아. 미안해.
너무 긴장이 돼서...”
그때 시영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하늘 좀 보세요!”
시영이의 말을 듣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하늘 끝에서 별들이 마치 바람에 설익은 열매가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한참을 무리 지어 떨어지더니 마지막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별이 횃불처럼 타오르며 땅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잠시 후 쿵 소리와 함께 하늘을 수놓은 별의 향연도 끝이 나버렸다.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에 넋을 잃고 그 자리에 한참을 서있는데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저 별이 떨어진 곳으로 서둘러 가야 해.
저곳에는 분명히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야.”
중얼거리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얘들아!
우리 저 별이 떨어진 곳으로 가보자.
그곳엔 분명히 우리가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누군가가 있을 거야.”
내 말이 끝나자 시영이가 대답했다.
“선생님, 누가 있다고요?”
“우리를 도와줄 사람.”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뭐? 너희들이 그랬잖아.
별이 떨어진 곳에 가면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옆에서 듣고 있던 하명이가 말을 거들었다.
“그래! 나도 들은 것 같아.
저곳엔 분명히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야.
여기에서 봐도 저쪽은 환한 불빛이 가득한 반면 이곳은 온통 암흑천지잖아.
저 빛을 따라가자.
뭐가 있어도 있을 거 같아.”
하명이의 말에 시영이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안 돼!
지금은 너무 늦었고 또 주변도 너무 어두워.
꼭 가야 한다면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자.”
하명이는 시영이의 말에 콧방귀를 뀌더니,
“혹시라도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다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칠 수도 있어.
여유 부리다가 딴 놈들이 먼저 채가면 네가 책임질 거야?
아무튼 난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손가락이나 빨며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정 기다리고 싶으면 너나 기다려.”
시영이는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선생님! 쟤 좀 어떻게 말려주세요.
밤에 이동하는 건 너무 위험한 데 왜 저렇게 고집을 피우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시죠?”
시영이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 또한 지금은 잠이나 잘 때가 아니고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당장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영아...
성경에도 보면 별은 상서로운 징조로 알려져 있어.
동방박사들도 별을 보며 예수님이 태어나신 마구간으로 갈 수 있었던 거야.
방금 떨어진 별도 하나님께서 표적을 보내 우리에게 알려주신 것일지도 모르잖니?”
“선생님...”
시영이는 내 말에 말끝을 흐리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없었다.
시영이의 마음이 상한 것 같았지만 지금 시영이를 달래줄 시간 따윈 없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분명했기에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선생님은 지금 당장 별이 떨어진 저곳으로 출발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갈 필요는 없으니 남을 사람은 여기에 남아.”
내 말이 끝나자마자 하명이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같이 가요! 선생님.”
하명이에 이어 예천이도 가겠다고 대답했다.
"저도 갈 거예요. 가서 동생을 꼭 찾을 거예요."
예천이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 옆에 서서 말했다.
“시영이는 안 갈 거니?”
내 물음에 시영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우직이는?”
우직이는 시영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조용히 대답했다.
“선생님. 전 이곳을 지킬게요.
시영이 혼자 여기에 남길 수는 없어요.”
우직이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우직이라면 이곳을 믿고 맡길 수도 있었다.
“그래, 우직아.
그럼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서 시영이와 진영이를 지켜줘.
금방 갔다 올 테니...”
"아무쪼록 어둠을 조심하세요.
저를 비롯한 여기 주민들도 어둠이 짙어지면 밖으로 안 나가요.
그만큼 이곳의 어둠은 사악하니까요."
진영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들을 보며 말했다.
난 걱정 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외쳤다.
"이제 출발하자!
가서 도움 줄 사람을 찾아보자!"
말을 끝냄과 동시에 우리들은 저 언덕 너머 빛이 비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작가의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직 잠시 동안 빛이 너희 중에 있으니 빛이 있을 동안에 다녀 어둠에 붙잡히지 않게 하라 어둠에 다니는 자는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하느니라 (요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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