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관해(外)
신에 관해(外)
불가지론은 인간의 논리적 한계일 뿐이다. 고로 실제로는 유신론과 무신론 중 어느 한 쪽이 맞을 것이다.
무신론이 맞다면 모든 것은 어차피 허무로 갈 것이고 잃을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용기 내서 살 수 있고, 유신론이 맞아서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은 신이 합당하게 심판하실 것이니 용기 내서 살 수 있다.
이 블로그의 '종교와 영성' 게시판을 좀 읽으신 분이 만약 있다면, 그는 신이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무한세계론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신이 없을 것 같지가 않고, 이는 집합론의 창시자 칸토어가 '절대적 무한 너머에 신이 있을 것을 확신한다'고 한 바대로이다.
만약 창조주가 계시다면 세상은 그가 수많은 의식들이 자신들 각자 자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장이고 그렇게 자유를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 자율성과 다양성과 악을 허용한 것이며 신은 결국 모든 것을 합당하게 심판할 것이다. 따라서 신께 감사해야 한다. 그때 범사에 감사할 수 있고 겸양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바라는 바는 이마누엘 칸트가 잘 정리해두었다고 본다.
물론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 입각해 신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살아야 할 일이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인식은 최소한 불안한 내 마음에 일말의 안도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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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복음 13:34에 있는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예수의 최종 계명이다. 성경 연구자에 따르면, 그 뜻은 차별 없이 끝까지 먼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최상의 게임 이론이라는 팃포탯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서로 협력만 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즉 예수의 최종 계명은 현실적 입장에서 봐도 매우 중요한 지혜다.
물론 지키기 어렵고 관철시키기 힘들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고 너무나 많은 악의와 적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난 이를 지키고 산다는 진실되지 않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이비 교주로 행세할 것이라면 이 블로그에 내 약점을 많이 써놓았겠는가? 난 다만 본인 앞가림도 거의 불가능한 그런 인간일 뿐인 것을, 이를 이런 글 쓰면서 숨긴다면 정직하지 않다.
아무튼 예수의 최종 계명은 차가운 현실 논리로만 생각해도 매우 좋은 말일 뿐더러, '선한 절대자를 부정할 방법이 없다'는 논리적인 불가지론 관점에서 볼 때 만약 신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방책일 밖에 없을 것이다.
영생불멸하는 늙고 사악한 강대한 군주가 만약 미래에 탄생한다면, 이는 그의 단 하나의 리스크가 신의 존재라는 걸 의미하므로 플라톤의 사상과 파스칼의 내기를 최소한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최종 악마가 된다면 그것은 다만 자신에게 영원한 단조로운 삶이라는 형벌을 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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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만 따지면, 매순간 세포 속 분자가 순환하면서 들어 오고 빠져 나가기 때문에 매순간 죽는 것으로 인체엔 실체랄 것이 없고 인체는 마치 강(江, river)과도 같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모든 것은 확률적으로만 존재한다. 인체는 결코 모든 상실을 고통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다. 세포 속에 분자가 빠져나가서 배설되는 건 보통 고통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그 또한 인체의 상실이다.
그것이 과학이 말하는 바다. 모든 것은 무의미하고 덧없고 허무하다. 인간 본인조차 그렇게 잃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미래를 논하는가. 이것이 바로 무신론이고 유물론이고 허무주의다. 자신조차 허무이고 공허라는 것 그것이 그같은 사상이다.
미래에 베팅한다는 것은, 미래엔 불확실하여 자신이 약해질 수도 있으니 사회를 강하게 만들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복지를 증강시킨다는 것에도 있다. 자신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같이 자연스럽게 성장과 복지를 둘 다 추구하게 되는 것이나, 애초에 인간은 미래가 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상술한 것처럼 정밀하게 생각하지 못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인간은 어차피 죽으니 미래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산다.
그렇기에 종교적 마인드 혹은 영성적 마인드를 가져야만, 모든 현상 너머에 배후의 절대자가 있어 합당하게 모든 것을 심판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논파할 수 없다는 플라톤적이고 불가지론적인 생각을 해야, 미래에 베팅이라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단 미래의 나도 나라는 생각을 해야 하고, 사후세계의 나도 나라는 생각을 해야, 미래에 베팅을 할 수가 있다.
그렇기에 무신론의 창궐은 심대한 문제이다.
물론 미래에 모든 존재와 사건을 부활시킬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의 등장을 뜻하는 오메가 포인트는 상술한 과학적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순환시키다가 정확하게 조건을 맞춰서 부활시키면 된다는 식이고, 빅프리즈&빅립 상태에서도 빅크런치 상태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라 추정된다. 그러나 오메가 포인트는 그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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