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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86,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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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5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1.1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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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추천
11
글자
22쪽

341화 - 이 나라 제일의 장사치들을 앞세운 다섯 번째 세력까지 모든 세력이 결집을 마쳤다

DUMMY

“그나저나 어검은 대체 왜 달라는 거야?”


우뚝-


결국 발 빠른 판단 속에 두손 두발을 다 들기로 결정한 장패는 이것으로 희지재와의 만남을 끝내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상황에 뜬금이 없는 어검을 찾아가는 행위가 필경 목적 있으리라 여겼으니, 그 호기심이 쉬이 풀리지 않아 그만 나서는 그를 붙잡는 질문을 건네고야 말았다.


“어차피 그쪽에겐 있으나 마나 한 것도 모자라 그 목을 옥죄는 족쇄와 같은 물건인데 너무 관심을 가지시는 것 아닌지요?”


“그러니까, 하는 말 아니야. 이게 이 순간에 그리 필요한 건가 해서.”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만, 그저 협상에 쓰일 패 중에서 하나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군. 좋아, 알겠어. 허면 잘 가져가. 그래도 제법 잘 드는 놈이었는데, 에잇, 쯧.”


부족하나마 평생을 휘둘러 온 구겸창만큼은 아니어도 딴에 허리춤에 채워두며 든든함을 느꼈을 보검이 사라지니 당연하게 여겼을 것의 빈자리가 남긴 허전함이 커지는 듯했다.


푸른 빛이 도는 검신에 날 끝이 아주 날카로운 것이 과연 어검이다 싶었으나 제게 내려진 이상 자신의 검이었으니 그 애병이라고 나름의 이름까지 붙여두고 아껴 쓰며 재미를 보았던 과거가 못내 아쉬움을 붙들고 늘어졌다.


뭐, 본디 사람 마음이란 게 뒷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이러한 변화를 모르지 않을 희지재였으니, 딴에 손아귀에 들어온 어검의 손잡이를 슬쩍 당겨 그 속에 자리한 푸른 빛의 날카로운 직도를 살폈다.


“확실히 보통 예기는 아니지요. 혹, 애병이셨습니까?”


“천자가 패용했던 어검을 내려받았으니 일평생의 자랑이었지. 근데, 그보다는 당장에 그 천자의 총애 뒷배 삼아서 멋대로 설칠 수 있는 게 더 좋았어. 칼잡이가 제일 답답할 때가 주변 눈치 보면서 칼 휘둘려야 할 때인데, 이로 말미암아 딴에 내 앞에 으스대던 제후니 군벌이니 딴에 유학을 배워서 그런지 뭐가 그리 안 되고 따져야 하는 게 많은지, 쯧. 그래도 내 이 어검을 받고 나서는 그 지랄 하는 놈들 그 아가리 싹 다물고 내가 하는 짓에 토 달지 않으니까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 뭐, 당시의 천자도 내게 그걸 바랬던 모양이고, 해서 그러한 뜻에서 이름도 붙였지. 뭐, 생김새도 그렇고.”


거기에 희지재 또한 나름의 호기심이 생긴 모양인지 붙임성 있는 질문을 건네왔다.


“그 이름, 어찌 됩니까?”


“청공검(靑釭劍), 푸른 살촉이란 뜻이지. 뭐 풀밭에 박힌 화살 보고 생각난 거긴 한데, 아닌 말로 그 잘난 유학을 배운 놈들이 맨날 사시사철 푸르른 어쩌고 저쩌고 하잖아? 당시 천자가 그놈들에게 경고라도 하고팠던 모양이야. 당시 위명 빼고 그 출신으로는 별 것 아닌 내게 어검까지 내려줬을 정도니까.”


“청(靑)은 푸르다는 뜻도 있지만, 고요하고 잠잠하다는 뜻도 있지요. 그리 화살을 쏘아 세파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우거진 녹음과 수목을 조용히 시킨다는 의미가 있을 터이니, 확실히 주변 눈치나 살피며 입만 산 이들에 대한 확고한 경고의 의미가 느껴지긴 합니다. 그도 아니면 백성을 민초라 부르니, 직접적으로 백성들에게 해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서렸다 볼 수도 있겠지요.”


“아, 그렇지.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스르응-


“거기에 생김새 또한 그러한 것이 푸른 빛의 검날이 날카로우면서도 칼끝을 향해 일점처럼 모여드니 잘 제련된 화살촉과도 닮았지요. 길지 않은 검날에 어지간한 갑주를 꿰뚫기도 좋고 얇은 천과 가죽 따위 베어내기도 좋은 검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서 슬쩍 당긴 손잡이가 끝까지 당겨지니 그제야 온전한 검신을 드러낸 청공검은 가히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사납지 않은 소위 무게감 있는 정갈한 예기를 뿜어냈다.


“크, 붓잡이가 의외로 칼맛을 아네?”


“세상의 평정을 위해 나온 이가 도산검림의 천하를 두려워해서야 되겠습니까?”


“크으, 낭만 좋고.”


어째서인지 날이 선 문사와도 같은 희지재의 모습과 어울리는 것이 실로 그 그림이 오묘하달까? 그 와중에 자신이 사람 하난 잘 보았다는 듯 그런 희지재를 마음에 들어한 장패의 칭찬 또한 이어졌다.


“허면, 이만 물러나 보도록 하지요.”


“그냥 가면 아쉬우니까 나중에 좋은 칼이라도 구해다 주면 안 될까?”


“이런 말씀을 드려 송구합니다만, 이미 가지고 계신 애병 또한 보통이 아닙니다. 보통의 창자루는 탄성을 지니지 못하고 창날 또한 그리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니 작금의 장군을 상징하는 애병은 그 하나로 족할 겝니다.”


“미친놈, 기방에서 비단 감정하는 놈들도 아니고 눈 하나는 왜 이렇게 좋아?”


“허면 진짜 가보도록 하지요.”


“가라, 가. 에휴, 내게도 저런 놈 하나 있었으면 나도 이러고 살진 않았을 걸.”


그렇게 서로 간에 눈도장도 찍었겠다 툴툴대는 와중에 멀어지는 희지재를 아쉬운 듯 바라보던 장패는 이내 그 헛된 욕심을 내려놓은 채, 기지개와 더불어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도, 이거면 뭐, 나름 면은 세웠네. 진나라에 찍힐 일도 없고, 단양병들의 체면도 세워줬고, 거기에 돌아가서 내 세력 키우기도 좋으니......, 천자요, 미안하지만 이 판에 나도 좀 껴야겠수다.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으니, 창 한 자루 어떻게든 그 몸뚱이에 쑤셔 넣어야 그래야 나도 살고 모두가 만족하지 않겠소?”


* * *


“청공이라.......”


한편 그런 장패에게서 멀어진 희지재는 품에 자리한 어검을 눈여겨보며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정욱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예, 어검 말입니까?’


‘그래, 어검. 그게 필요해.’


‘아니, 이미 천자의 값어치가 내려갈 대로 내려간 마당에 어검은 왜......’


‘하늘의 계승을 정당화할 수 있지, 좋든 싫든 이 반쪽짜리 관동에 속하는 동한의 후계자를 자처하려면 그래도 전임자를 계승했다는 증표가 필요해. 아닌 말로, 한은 미쳤다고 진나라의 전국옥새를 넘겨받았겠나? 그럴 거면 새로 파서 만들었지.’


‘그걸로 안리왕(진류왕) 전하를 통제하실 생각이시로군요. 협상에 쓰기 좋은 패가 될 겁니다.’


‘그게 아니면 주공의 또다른 보검이 되던가.’


‘..........!’


‘유 현덕의 제 돗자리 장수라고 아주 하늘을 우습게 알고 일을 벌였어. 그러나 정작 그보다 더 귀한 물품이 저자 한구석에 딸려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니, 그놈은 필경 이를 눈치채지 못해. 어검과 태산, 옥새가 없어진 지금 이 두 가지야말로 이 관동 천하의 유일무이한 적법한 지배자를 내세우고 임명할 수 있는 천권을 지닌 게지. 그러나 나는 주공을 위왕으로 만들어드리기로 약속했어. 결국 유씨는 거쳐 가는 과정에 불과하니 내 의천을 만들어드린 것도 당장에 그 어검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를 방비하기 위한 자구책일세.’


‘진 선생은 이에 동의한답니까?’


‘동의하지 않으면?’


실로 무서우면서도 믿음직스러운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정욱이 추진했던 일에 어디 실패가 있던가?


반발은 있었을지언정 결과적으로 조조의 세가 지금에 이른 것에 거진 7할은 그의 공이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니, 수많은 이들이 그저 조조군 내에 제일가는 연장자라서 그를 따르는 것이 아니요, 그 확고한 믿음 속에 기강이 잡힌 자세로 그런 그를 보좌하고 있었다.


무장들마저 온전히 통솔할 수 있는 엄중한 기도는 사나운 장수들 앞에서조차 더 칼 같았고, 중간중간 그 마음이 나약해진 조조의 멱을 붙잡아 전체를 이끄는 것 또한 그의 몫이었다.


“그 말에 믿음이 서면서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은 정 선생께서 이를 운명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주공 또한 마찬가지고 말이옵니다.”


희지재 또한 이를 모르지 않으나, 정작 자신이 천거한 이는 그러한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재의 부족을 실감한 조조가 이를 받아들였고 정욱 또한 너무나도 과격한 자신과는 달리 조조에게 악명을 선사하지 않은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진궁을 그리 나쁘게 여기지는 않았다.


‘진나라는 벌써 일룡을 집어삼켰다 했던가?’


세간에 천재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모아놓고 보면 한 수레는 우습게 채우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잘난 것들이 어디 제 잘난 걸 꺾고 뜻대로 움직여주냐는 것이고, 이게 되지 않는 조직은 필경 내부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 말썽을 썩게 된다.


뭐, 진나라야 본디 엄중한 위계질서 속 자유로움이 살아있으며 동질성이 높은 이들을 우선적으로 집어삼키고 있고 자신들 또한 그 비슷한 질서와 위계를 정욱을 중심으로 세워 최적의 효율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진궁은 이에 기가 죽지 않는 사람이며 언제고 스스로를 되물어 그 의문 속에 답을 내어 스스로의 길을 찾고 길을 만들어는 사람, 그 스스로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곳에 서려는 사람.


“그는 기복이 있는 존재가 사람임을 알면서도 이를 크게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랴? 작금의 자신들의 주인인 조조야말로 그런 기복과 변덕의 자질을 품고 있고 그런 조조가 이끌어가는 세력조차 그 기복과 변덕, 즉 다채로운 모습의 변화와 그 다채로움 속 적응 덕에 이 자리까지 왔으니 때론 자신이 유지시켜야 할 가치가 홀대받는 모습을, 내팽개쳐지는 모습을 필경 보게 될 터였다.


“그 때문에 순가의 이들이 아직까지 출문을 거부한 채, 세상을 관망하며 살고 있는 것이겠지. 작금의 자신들의 지켜야 할 가치가 짓밟히고 내쳐지는 걸 본 이들이자, 그리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치가 정녕 옳은 가치인가에 대한 의문과 혼란마저 따랐을 터이니.”


조금 뜬금없다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순가의 이름이 세상에 한동안 잊혀진 것도 이유가 있었다.


세상 밖에 나와 활약을 하지 않은 채, 두문분출하니 그 연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날의 낙양 천하를 이끌던 순상의 죽음으로 인해 순가가 받은 충격은 가히 어마어마했던 것.


특히나 그 순상이 내어놓은 대동사상이 공위의 가르침이 한조와 갈라져 기존의 유학과 다른 줄기를 가지게 되면서부터 한조 내의 내분도 모자라 역도로 자라나면서부터 일이 틀어졌다.


그러나 그리 대동을 외치는 공위의 이들과 기존의 지배층에 해당하는 유교의 이들 간의 내전은 결국 한조의 자멸을 이끌었고 그 끝에 기존의 한이라는 이름과 그에 따른 그 모든 가치가 무너져내렸으니, 철저하게 차별과 핍박을 비롯한 구태의연한 악습과 수탈만이 그 한의 이름에 따라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명목뿐인 동한마저도 해체가 된 상황이며 그 끝에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 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용의 죽음을 기다리는 일뿐인데, 이것이 생각이 많은 이들에게 더한 혼란을 주는 모양이다.


그 어느 쪽도 최후는 죽음이거니와 이제와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남지 않을 마당에 가문의 큰 어른이었던 이의 죽음과 일생의 행보를 두고 지금까지 양립하는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반발과 우려가 있을까?


그리 제 집안의 선조가 남겼다는 사상을 따르는 이들조차 저 황건적의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도적이 되어버린 추종자들을 이 땅에 남겼으니 과연 그 추악한 현실을 보고 이들이 느끼게 될 것은 무엇인가?


그나마 한가지라도 위안을 삼을 것이 있다면 적어도 책임과 의무를 비롯한 도덕과 윤리의 잣대에 있어서 그 규칙과 질서를 비롯한 사회통념에 있어서 무의식적이나마 이를 따르려 했던 이들이, 지키려 했던 이들이 다름이 아닌 백성이었다는 점이다.


딴에 입으로는 백날 천날 올곧은 가치를 부르짖어봤자 정작 백성에게 만인에게 타인에게 이를 설파하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그리 자신이 설파하는 그 작은 가치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니, 아니. 지킬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 모순이 백성을 역도로 몰았고, 무능한 행정처리에 의한 모순이 백성을 역도로 몰았으며, 그 와중에 자신들에 반한다고 멋대로 낙인을 찍어버린 집권 세력에 의해 이들이 역도로 몰린 것은 확실했다.


그저 우리에게 반한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선악과 죄가 성립되는 시대, 그리 집권한 이들의 그간 숨겨왔던 그 모든 추악함이 밝혀지며 그 속에 썩어 문드러진 것들에 의한 반발로 천하가 뒤집히는 시대, 그게 바로 작금을 살아가는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제 가문의 업을 짊어지고서라도 포가의 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세상에 포홍을 배출시킨 가문 또한 제 집안 어른들을 참하고 옥쇄하면서까지 세상 밖으로 나왔거늘, 그러한 죄도 없는 순가가 나오지 못할 연유는 또 뭔가? 그도 아니면, 설마 궁극적인 계도(啓導)라 여겼던 한의 수복과 천하가 더는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 그런 것이려나?”


한조의 이름 아래 천하의 혼란을 바로잡는다.


필경 이전까지의 이들이 그 속에 품고 살았을 가치관이요, 세계관이었다.


그러나 그리 한을 위해 이바지하고자 했던 제 집안의 큰 어른이 역도가 되어 옥에서 죽었고 그 회의감과 별개로 자신들과 부딪친 것이 바로 그 한의 이름값을 그대로 상통하는 유자들이었으니, 그 속에서 버림받은 선친을 목도한 가문의 이들이 느낀 것은 배신이요, 환멸이자, 분노이며 회고였을 터.


다가닥- 다가닥-


“희 공께선 어디에 계십니까! 공대 선생의 서찰을 지니고 왔습니다!”


사락-


그리고 자신의 앞을 찾아온 진궁의 전령으로 말미암아 그 사고를 잠시 덮어두기로 한 희지재는 이내 받아들인 서찰과 더불어 자신들이 당면한 현실을 펼쳐 들었다.


[선생, 유 현덕이 장막과 접촉하여 정체 모를 마차들과 함께 개봉을 빠져나왔고, 장막이 이 소식을 전해온 뒤, 따로 사람을 보냈소. 그는 지금 개봉의 토착 호족인 정가의 가주 정태와 함께 있는데, 정작 부름을 받은 것은 개봉의 왕궁이니 이것으로 저들 간의 그림이 그려진 것이 확실해진 게요. 저들은 개봉을 취했소, 유비는 황실의 일원으로 그 마지막 충정을 다해 하늘을 모시고 예우하였음으로 이제 일족의 대우를 약속받아 온전한 유씨의 일원이 되었고, 진류왕은 자의가 아닌 민의에 의한 거절과는 별개로 진나라의 불가침과 관동천하의 계승자임을 주장할 황위의 유일무이한 계승자가 되겠지. 그가 피 묻은 면류관과 찢겨진 용포를 유품으로 받게 될 일도 그리 머지 않았소.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복수와 의지의 천명을 외치되, 한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이름을 앞에 두는 것을 허락했지. 하늘은 이를 ‘위한’이라 부를 것이나 이 땅의 이들은 이를 그저 ‘위’라 부를 것이라 했소. 알고 보니 장 맹탁과 주공 모두 이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표방했던 모양이요, 뭐 나야 선생의 천거로 이리 늦게 그에 몸을 담고 보니 이거 애초에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 있듯 돌아가는 듯 싶었소.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한 장.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의 존재를 알게 될 수 있었소, 이 모든 것의 흑막. 아니, 기존 관동의 질서마저 엎어버린 홍건적 난입의 뒷배, 진류왕에게 진나라의 침략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까지 확고하게 보증해줄 수 있는 인물의 존재를 알고 나니 실로 허탈하다 못해 허망하기 그지 없었소. 그래, 이쯤 되면 누구를 가리키는지 선생께서도 아실 게요. 현 진국의 국상, 예주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진왕 유총을 보좌하는 국상인 회계 사람 낙준이 아니라, 광활한 서토를 다스리며 과거 중상시 조절의 사위였던 현 진국왕의 장인인 바로 그 풍방 말이요. 그 별명이 오죽하면 여불위겠소? 아, 그제야 이 부족한 이의 눈에 세상이 보이니 실로 그 광경이 우스웠소이다. 유비가 좌판을 깔아 흥정을 원했지만, 정작 그 흥정을 하겠다 모여든 이들은 값을 높이 치는 게 아니라 제가 지닌 힘과 위세를 보여 이를 강탈코자 했소, 그 와중에 또다시 그 판을 뒤집으며 훼방을 놓은 이가 있으니, 애초에 그 물건을 깨부수겠다는 백성들, 홍건적과 함께 등장한 풍방이었던 게요. 결국 힘 없는 이가 깔아놓은 판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한시적인 것에 불과하니 말 그대로 언제든 뒤집히고 다시 정리해야 할 돗자리에 그치는 게고, 그 와중에 그 판을 멋대로 들쑤실 능력이 있는 이들은 이를 그 판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갈 수 있으며, 그 판을 뒤엎을 능력이 있는 자는 실로 장을 열고 닫을 능력을 지닌 이이니, 결국 유 현덕은 제가 깔아놓은 좌판에서 제가 올려놓은 상품을 찢고 나눠 모두에게 나눠주고 적정선의 이득만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소. 뭐, 정확히는 물건을 산 채로 팔 수 없게 만들겠다는 간섭자의 의지에 의한 강매이니, 그 물건의 값어치가 더 이상의 고점을 찍지 못하고 내리막을 걷게 된 게지.]


그렇게 두 장.


[참, 그리고 아까 마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소. 당연히 현 황제의 동생이시니 관동 천하의 계승자이자 유일무이한 하늘임을 천명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나 이미 포홍이 전국을 연 마당에 저 먼 하북과 장강 이남을 제하고도 필경 이에 반발하는 제후들이 관동에도 존재할 터. 고로 이를 확고히 하기 위해선 주변에 자리한 일족의 지지가 필요한데 진왕 유총이야 본래 충신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청주에 자리한 유비를 황족의 일원으로 끌어 올려준 것 또한 아마 이때를 대비한 측면에서의 포섭이 아닌가 싶었소. 뭐, 정확히는 그 유비와 주고 받은 것이겠지.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질 거요. 특히 원가가 다스리는 예주의 경우 자신의 세력권과 다를 바 없는 군 하나가 통째로 연주에 고개를 수그리는 꼴이 될 터이니, 그 심사가 언짢겠지. 그에 비해 청주는 별말 없이 넘어갈 것이나, 이것으로 관동 또한 남북으로 쪼개진 분열의 상황을 맞이 할 게요. 예주는 서주에 비견될 정도로 작아져 주변 눈치를 볼 테고, 그렇다고 한들 당장에 장강 이북으로 남하하여 세력의 확장을 노리는 서주 또한 당장에 힘을 합친 듯 보이는 청주와 연주를 비롯한 진국(진왕 유총의 영지)의 연대에 신경 쓰이는 움직임을 보이겠지. 겉으로 충성하는 듯 보이지만 청주는 또 토착민들과 외지인 간의 분열이 생길 터이고, 우리가 몸담은 연주 또한 이제는 개봉과 온전히 안리왕 전하를 틀어쥔 장막이냐 그도 아니면 태산을 비롯한 군권을 쥔 주공이냐의 2파전이 벌어지겠지. 모든 세력들이 불완전한 균형상태를 이뤄가고 있소. 그에 속하지 않은 소규모의 여러 제후와 군벌들 또한 알아서 눈치껏 움직이겠지. 이 관동에 진정한 전국이 드리워지는 게요, 더 이상의 동한은 없고, 그 속에 진나라도 더는 관동을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소위 우리만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는 게요.]


그렇게 세 장.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정 선생의 존재를, 그가 보고 있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소. 그 관동의 중심이자 관동 천하의 모든 걸 결정짓고 주장할 수 있는 태산을 바탕으로 그 주변과 교분을 맺는, 범저의 원교근공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방책과 병락을 말이요. 실로 치졸할 거요, 난잡할 것이외다. 치밀한 기계와 암습을 비롯한 뇌물과 파당을 비롯한 위전이 뒤를 이을지도 모르오. 정치적 공작에 매장당한 이가 생길 것이고, 죄 없는 이가 죄와 함께 이 땅에 조용히 묻혀 진실을 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소. 어쩌면 누군가는 이를 면후심흑한 이들이 고개를 드는 시기라 부를 것이고 그 어느 때보다 내외를 규정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내외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라 부를지 모르겠소. 그래, 그럼에도 나는 이를 찬동했소. 적어도 죄 없는 이 하나 억울하게 죽는 게 그래도 죄 없는 이 수만, 수십 만이 죽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리고 이 이상 전란이 지속되면 애초에 이 관동에 남은 장정이 모조리 씨가 마를지도 모르니까. 앞으로의 이 땅에서 더 이상 10만이 넘는 이들이 전쟁을 벌이는 경우는 없을 게요. 못해도 근 10년간은 안정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이 땅의 모든 것이 뿌리뽑혀진 마당에 다들 제 기반 붙잡고 보다 적은 규모로 조직화 된 이들과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게 되겠지. 그래, 이것이 비록 내가 바라는 천하는 아닐지언정 선생이 왜 고심 끝에 나를 주공께 천거했는지 조금 알 것도 같았소. 때론 주공의 멱마저 틀어쥐고 그런 주공을 멋대로 하늘에 올려버릴 정 선생의 독주를 막아달란 것이겠지. 정 선생 또한 굳이 자신의 길이 아니어도 하늘에 오를 수만 있다면, 이쪽을 너그러이 봐주실 생각인 듯 보이고 말이요. 해서, 단 한 사람의 죽음만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자리를 만드는데 이 사람도 한 손을 보태기로 했소. 이 개봉(開封]에서 한조라는 이름으로 천하를 봉인한 낙인이, 그 마지막 잔재가 이제야 온전히 떼어지는 게요.]


그리고 마지막 네 장에 이르러 장문의 서찰이 기어코 끝을 맺었다.


모든 세력이 결집을 마친 채, 단 하나의 결말을 향한 방점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사락-


그와 더불어 그간의 길고 길었던 천하대전을 필두로 이들이 마주해온 현실 또한 온전히 접혀 그의 품으로 사라졌다.


“이 이야기도 여기서 끝이로군. 세상의 주인이되 주인공이 아닌 이의 이야기가 이리도 길어졌으니, 이다음으로 찾아올 이들의 이야기는 그다음 세상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주인공들에게 돌아갈 터.”


마치 책을 덮듯 그리 진궁의 서찰을 접어 품에 넣은 희지재는 마치 독자와 같은 심정으로 남겨진 여운을 정리한 채, 주인공이 되길 희망하는 이의 열망의 남은 모습으로 다른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언젠가는 우리가 그 중심에 서게 될 날이 오겠지. 지금은 이를 진국에게 양보하겠지만, 필경 세월이 흐르면 그 진국 또한 우리에게 양보할 날이 올 것이다.”


작가의말

무려 2편 반의 분량이 1편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댓글로 뼈를 맞았지만ㅠ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고 옳은 지적이며 독자의 피드백은 수용해야 하니 이를 최대한 압축 및 생략한 새로운 1편이 탄생했습니다.


하여 만들어진 잿더미 현실 독자님 댓글 헌정편, 엑스트라의 처우와 마음을 담은 소설 속 엑스트라 입장전달편, 피드백 수용편.


어떻게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헌정하고 이만 물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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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351화 – 그 어둠이 자리한 하늘 속 달과 별을 보며 인간은 방향을 잡아 나아갔으니 +2 22.02.23 266 5 24쪽
351 350화 – 그렇기에 어제의 붉은 해가 지는 것이며 푸른 하늘이 어둠에 잡아먹히는 것이다 +2 22.02.15 297 8 16쪽
350 349화 – 그럼에도 하늘의 그물은 촘촘하니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22.02.10 294 6 22쪽
349 348화 – 이 땅의 이들은 하늘의 그물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나 +2 22.02.09 283 7 20쪽
348 347화 – 그 붉은 짐승이 그 모든 족쇄를 풀고 하늘 앞에 선 그날 +2 22.02.09 267 5 21쪽
347 346화 – 그 속에서 기생하고 이 땅에서 번성해라 +2 22.01.31 328 6 20쪽
346 345화 – 세상 귀한 것과 천한 것의 가치가 뒤바뀌는 날엔 풍년이 든다 22.01.27 313 6 19쪽
345 344화 -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2 22.01.26 332 8 18쪽
344 343화 – 계몽(啓蒙) 그리고 계명(啓明) +2 22.01.24 316 7 25쪽
343 342화 – 하늘에서 내쳐진 붉은 짐승은 이 땅에 운명을 빙자한 저주의 족쇄를 남긴 채 다시금 하늘에 오른다 22.01.20 322 10 21쪽
» 341화 - 이 나라 제일의 장사치들을 앞세운 다섯 번째 세력까지 모든 세력이 결집을 마쳤다 +2 22.01.16 344 11 22쪽
341 340화 – 이 나라 제일의 장사치들을 앞세운 네 번째 세력의 결집 +3 22.01.13 343 9 20쪽
340 339화 - 두 번째, 세 번째 세력의 결집 22.01.12 332 6 16쪽
339 338화 - 첫 번째 세력의 결집 +2 22.01.07 352 9 19쪽
338 337화 – 용 내려오면 범 내려온다 22.01.04 360 12 19쪽
337 336화 – 망국의 백성이 자신이 살던 나라를 무너트린 이들에게 고하노니, 우리는 너희에 의해 범이 되고, 22.01.04 358 11 16쪽
336 335화 – 민초는, 백성은 어떠한 이를 거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갖는다 21.12.31 385 12 24쪽
335 334화 – 연주에서 불어닥친 바람은 다시금 예주의 화마를, 풍랑을 낳는다 +2 21.12.30 346 8 29쪽
334 333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3) 21.12.28 361 10 19쪽
333 332화 – 봉선(封禪), 욱(昱) 그리고 의천(倚天) +2 21.12.23 378 11 16쪽
332 331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2) 21.12.22 364 10 32쪽
331 330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1) +2 21.12.21 370 11 21쪽
330 329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4) +2 21.12.18 444 13 20쪽
329 328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3) +4 21.12.17 441 14 18쪽
328 327화 – 그러나 그 관대함에도 필수적인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2 21.12.03 485 10 21쪽
327 326화 – 그래서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로 관대해지기로 했다 +2 21.12.03 392 11 20쪽
326 325화 – 진왕 포홍은 관대한 제국을 꿈꾼다 +4 21.12.01 475 16 18쪽
325 324화 – 진왕 포홍은 소패왕을 앞세운 손오의 건국을 허락했다 21.11.30 429 9 19쪽
324 323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2) +2 21.11.28 397 11 16쪽
323 322화 - 대나무가 연꽃을 싫어하는 이유(2) 21.11.17 388 9 26쪽
322 321화 – 대나무가 연꽃을 싫어하는 이유(1) +2 21.11.17 375 10 30쪽
321 320화 – 그가 대나무를 싫어하는 이유 +2 21.11.12 406 13 14쪽
320 319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1) 21.11.11 377 10 15쪽
319 318화 – 붉은 황제가 도망치자 검은 제왕이 자리했다 21.11.09 399 9 15쪽
318 317화 – 천하대전의 종장, 난세의 효융 저리 가라 할 전국의 영웅이 싸지른 똥 +2 21.11.06 409 12 18쪽
317 316화 – 천하대전의 종장, 각자도생의 끝 21.11.03 379 11 17쪽
316 315화 – 천하대전의 종장, 용의 퇴장과 기린아의 도래 +8 21.10.30 443 11 16쪽
315 314화 – 붉은 용을 죽여라(2) +2 21.10.30 360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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