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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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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작성
21.11.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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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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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9쪽

324화 – 진왕 포홍은 소패왕을 앞세운 손오의 건국을 허락했다

DUMMY

“여긴.........”


허저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손씨의 깃발이 펄럭이는 익숙한 막사의 앞이었다.


“포홍, 네놈이 이곳엔 잘도 왔구나! 내 조금 전의 굴욕은........!”


“시끄러워. 따라 들어오기나 해.”


때마침 인기척에 튀어나온 손견이 포홍을 알아보고 달려들었으나 이내 가벼이 이를 피해낸 포홍이 되려 손견의 귀를 잡아당기며 그를 막사 안으로 이끌었다.


펄럭-


“아아악! 이놈이 기집애도 아니고 남의 귀를! 아아!”


“소........, 손 공!”


“아, 아니 이게......”


포홍에게 귀가 붙들려 끌려오는 손견의 모습은 그간 손견을 호종해온 이들에게 있어 가히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동탁에게 당한 굴욕이야 이미 왕의 자리에 오른 포홍에게 수그리지 않았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귀를 잡아당기는 와중에 투닥이는 이 모습은 실로 그 의미가 남다른 것이었는데, 이를 달리 말하면 량주에서 함께 구르던 시절의 친분이 거짓이 아님을 뜻하는 바이기도 했다.


“오셨습니까?”


“뭐야? 기세 좋던 손가의 꼬맹이는? 이놈, 아들내미는 어디 갔어?”


그래도 일단 손님맞이는 해야겠기에 자리에서 일어난 주유가 예를 표하며 포홍을 맞이했는데 정작 포홍은 그런 주유 대신 손책을 찾고 있었다.


“이 자식이, 갑자기 남의 아들은 왜 찾......, 야야야! 귀 떨어진다, 귀 떨어져!”


“시끄러워, 이것도 네 아들놈이니까 신경 써주는 거지. 다른 놈 자식이었으면, 국물도 없었어.”


“아이, 진짜! 뭔 소리야, 그게!”


펄럭-


“아버지?”


“왔네, 싹수가 제법 보이는 호랑이 새끼. 아, 물수리 새낀가?”


그 와중에 이쪽의 손을 뿌리친 손견 또한 그 내용을 짐작지 못해 흥분한 듯 보였는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때마침 손책이 막사의 장막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어수선한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본의 아니게 상석에 자리한 포홍의 눈길을 받아야 했던 손책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옆에 자리한 손견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저, 송구하오나 이게 무슨........”


그러나 손견 또한 들은 바가 없으니, 뒷머리를 긁적이다 결국 포홍을 향해 대신 이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옛정에 기대고자 온 것은 아닐 테고, 대체 무슨 꿍꿍이야?”


“이봐, 아저씨. 말은 바로 해야지. 강자인 내게 기대겠다고 여태껏 저 주 공근이 그리 머리를 굴렸는데, 이제와 아닌 척한다고 달라지나?”


“이게 진짜 왕 되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예전에 너 나한테 이렇게 함부로 못 했어.”


“그러니까, 내가 왜 함부로 안 했지? 그때 그냥 콱 죽여버릴 걸 그랬나?”


“이 새끼가 진짜.......!”


그 와중에 별것 아닌 기 싸움이 벌어졌는데, 예상과는 별개로 상석에 앉아있는 이쪽의 엉덩이가 들썩이기 이전에 허저의 거대한 체구가 손견의 앞을 가로막았다.


우뚝-


“폐하의 앞입니다. 무례를 삼가시지요.”


“어......., 그래, 너. 태산만큼 거대한 호랭이 같은 놈. 별명이 호치라지? 내가 네놈 기억하고 있다, 너도 내가 남긴 상처를 기억할 게야.”


“송구하오나 제압을 명 받은 상황에, 주공과 과거 친분이 있는 분이라 손속에 제약을 두었을 뿐이니 그 찰나에 상흔 하나 내셨다고 소장보다 강하신 줄 아신다면 곤란합니다.”


“하......, 호랭이 새끼나, 이리 새끼나, 이 진나라 개새끼들이 쌍으로 아주........”


“흐하하하하하!”


“..............”


그래도 기특한 것이 딴에 손견에게 상처를 입어 기가 죽었을 법 한데도, 되려 이를 멋들어지게 되돌려주니, 그리 나선 허저 덕에 손견의 뿔난 꼴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다.


그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다 못해 호방한 웃음을 보여 막사 안이 쩌렁쩌렁 울리긴 했지만, 그조차도 왕의 자리에 걸맞은 위압감을 드러내게 되는 것 같아 즐거웠다.


“놈, 이젠 아주 왕이 되었구나.”


되려 이에 짓눌린 듯 기가 죽어 보이는 이들의 불편함과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손견의 반응이 실로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줬으니, 이로써 자신의 열등감이 남아있던 과거 또한 아주 쉽게 정리가 되는 모양새였다.


“보통 왕이 아니야, 이 천하에 제일가는 진국을 다스리는 왕이지.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황제에 버금가는 제왕으로서 저들의 인정과 복종을 받았다.”


“흥, 힘 앞에 수그리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 힘에 수그리신 너는 그런 저치들을 욕할 양심은 있고?”


“이게 진짜 이 씨, 야! 아닌 말로, 내가 이를 알았어? 내가 어? 얼마나 충성을 다해, 한조를 위하고....., 량주에서부터 냄새나는 초원바닥 구르면서, 지금까지 그 개고생을......., 이 개자식아!”


“그래, 그래. 너나 나나 고생 참 많았어. 피비린내 나고 권력의 구린내 찍어 바른 오만 똥통 오물통 안 가리고 다 굴렀지. 그러니까 하는 말 아니야? 그리 고생했으니까 이제는 보상 받아야지.”


“............”


“야, 문대야. 아닌 말로, 네 자식이 항우 닮아서 소패왕이라며? 임마, 자식새끼가 왕인데 애비라고 뭐 그에 비견될 허명이나 자리라도 하나 가지고 있어야지. 그래야 어디 가서 면이 서지. 뭐, 허울뿐인 이름은 아니라고 우리 측에서 알아주는 용장인 화웅의 얼굴에 제법 칼질한 모양인데, 뭐, 그 정도면 남방에서 놀던 허풍치고는 얼추 인정해 줄 수도 있고. 뭐라든 가업을 세워놔야 네 아들이 물려받기도 좋지 않겠냐?”


“크흠, 됐고. 대체 내 아들 데려다가 할 말이 뭔데?”


그렇게 자식을 추켜세워주는 방식을 통해 손견을 다루니 꽤 일이 쉽게 풀렸다.


물론, 손책이야 때아닌 자신의 이름이 호명됨에 따라 얼추 긴장하는 눈치였지만, 정작 이것이 천하 재편의 일환이요, 가까운 앞날을 함께 하기 위한 상호조율의 자리임을 알아챈 주유가 저리 그 눈을 번뜩이고 있었으니 세세한 설명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자리까지 모두를 이끈 공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 우선 주유를 칭찬하고 그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편할 터.


“아닌 듯 해도, 주 공근, 저 어린 것이 판을 제대로 깔았지. 고로 아조와 손가는 이제 손을 잡은 사이가 되었다. 맞지?”


“그야, 뭐 부정할 수야 없겠지.”


“이를 통해 원가의 그늘도 떨쳐냈고.”


“참이냐?”


그 와중에 손견이 다시금 주유에게 이를 되물으니 주유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가의 밑에서 독립은 요원합니다. 한의 그늘이 있을 적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그 장막을 모조리 걷어낸 지금, 굳이 한조의 명가를 자처하는 그들의 인맥과 영향력에 기댈 이유가 없지요.”


“설명 잘하네. 자, 그럼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이제 개나 소나 전국인 걸 모두 알고 있는 마당에 각자가 나라를 세우겠다 필경 말들이 많이 나올 거란 말이지.”


“네가 바라던 것 아니었나?”


“바라던 것은 맞으나 이를 빙자해 급속도로 몸집을 불릴 이들의 등장은 사절이지. 근데 벌써 이 관동에 그럴만한 것들이 생겨났어. 당장에 합종군의 대미를 장식하며 모두를 규합시킨 서주가 그러하고, 그 이전에 관동에서 제일가는 세력인 원가가 이끄는 예주가 그러하지. 뭐, 진류왕을 옹립시킨 연주도 있긴 하지만, 당장에 이쪽과 국경을 맞대다 못해 혼란스러운 하북의 움직임에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으니, 거기는 얼추 발이 묶였다고 봐야 해. 그리고 형주야 알다시피 반으로 쪼개졌으니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


“결국, 예주 원가와 서주가 제일 우려스럽다는 게로군.”


“그렇지. 본래는 형주가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조를 위해 일단 반으로 쪼개놓았고 그리 남은 반쪽인 유표가 다스리는 지역이야 장강 이남에 자리한 손가가 아조와 손을 잡으며 견제를 해줄 터이니 우리는 마음 편히 계한만 두들겨 패면 그만이야. 그래 여기까진 좋지. 실로 대등한 관계니까.”


그 와중에 관서를 포함한 관동의 절반에 해당하는 구역의 판도가 정리되었다.


포홍의 진나라와 남양의 유기 그리고 장사 인근을 다스리는 손가가 동맹이 되고 이에 대척점에선 계한과 유표가 다스리는 형북이 하나의 동맹이 되는 구도, 언뜻 보면 3대2라 이쪽이 유리해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2대2와 다를 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에 인구와 물산이 딸리다 못해 이민족들이 설치는 형남을 온전히 장악하지 못한 손가가 0.5, 그리고 형북에서 제일가는 군이라 할 수 있으나 정작 장강이라는 풍요를 갖지 못한 남양이 0.5인 것이니 결국 유기와 손견은 상호 협력의 모양새를 취할 것이다.


“문제는 이제 서쪽으로의 진출이 요원해진 원가지. 당장에 유표의 영역을 집어삼키고 형북으로 진출한다고 한들, 이는 결국 유기와 손가라는 송곳니를 품고 있는 아조의 아가리에 손을 집어넣는 꼴이고, 설사 유기를 친다고 한들, 원가를 원수로 여기고 있는 이들이 그 밑에 온전한 지배를 받을 리 만무하니 유표 좋은 일만 시켜줄 것이 빤하니까.”


그러나 실상 이리 변수라는 게 사라질 정도로 판도가 굳어지게 되면, 절로 그에 따른 변수 또한 줄어들어 그 주변에 자리한 세력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법이다.


“허나 아직 변수 하나가 남았지요.”


그래, 때마침 주유가 아주 적절한 때에 치고 들어왔으니, 이것마저 떨고 가면 완벽해지겠지.


“그래, 남았지. 그 마지막 원가가 서쪽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 다름이 아니라 가장 쉬운 압박이자 작금의 손가을 비롯한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가능성.”


“내가, 이 손견이 우려를 한다고?”


“아닌 말로, 원술 밑에서 사냥개 노릇한 시절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만일 놈이 네놈들을 비롯한 세력 전체를 흡수하려 하면? 친분과 우의를 과시하고 길을 내어달라던가, 밑에 자리한 교주를 정복하겠다던가, 무릉과 영릉 등지를 치겠다던가 하면 대놓고 이를 거절할 수 있나?”


“그건.......”


“장사는 장강의 최전방이지. 무릉 또한 최전방이긴 하지만, 형주 자사의 치소가 있는 곳이자 익주에서 가장 쉽게 손을 뻗을만한 곳이고, 밑으로 내려가 자리한 영릉, 계양은 실상 말뿐인 행정구역이지 거진 무릉만을 비롯한 형만들이 지천에 자리한 곳이니 제대로 된 통치구역으로 삼을 리 만무. 그 와중에 인구고 물산이고 부족함 없는 예주가 장사를 노린다면 이를 어찌 막으려고? 그 명분조차 은혜를 저버린 배신자에 대한 징치가 될 것인데, 세간에 쏟아지는 질타와 힐난은 또 어찌 감당하려고?”


“빌어먹을. 그건 당시에는 어쩔 수가 없었던.......”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너를 원술 휘하의 제일가는 수족으로 기억해. 그런 원가의 그림자 벗어나 보겠다고 끝까지 합종군 내에 남은 것은 잘 알겠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 그림자를 지우지는 못했지.”


“제기랄, 그래서 네놈들과 손을 잡은 것 아니냐!”


“그래, 그렇기에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는 게지.”


“뭐?”


“이봐, 문대. 이전에 나 또한 서원군을 이끌며 영제를 비롯한 건석 밑에서 사냥개 노릇 톡톡히 했던 사람이야. 물론, 사냥이 실패하여 구워 삶아질 사냥개가 될 뻔했지만,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았지.”


“기지?”


“오늘의 일 느끼는 게 없나?”


“오늘의 일?”


“서주에 대한 고변과 양주이옵니다, 손 공.”


그리고 역시나 제때 등장하는 주유의 이미 이쪽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주? 양주?”


“해결하지 못한 그 변수 하나를 떨쳐내기 위해 아예 그 시선을 돌려버리는 일이지.”


“대체 지금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게야?”


“서주의 위치는 제나라에 속한 듯 하면서도 초나라의 권역에 드는 그 중간에 자리하고 있사옵니다.”


“그런 서주가 남하하여 양주 쪽으로 진출을 한다고 생각해봐라. 초나라를 그리는 원술의 입장에서 이게 얼마나 거슬리는 일일지.”


“옳거니, 허면 그 시선을 돌린다는 말이렸다?”


“그래, 그러나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쉬이 시선이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 왜? 서주가 남하한다면서? 허면 원가의 이들도 자연스레 장강을 넘을 필요도 없이 국경을 마주한 양주에 신경을 쓰지 않겠나?”


“서주는 이미 양면 전선이야, 합종군에서 동한의 천자를 쥐고 나른 튄 유비 덕에 서주의 이들이 눈이 뒤집혀 청주의 이들을 두들겼고, 애초에 작금의 청주에서 제일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융은 뼛속까지 유자인 꼴통이니 그 둘이 조만간 으르렁거리는 건 시간 문제지. 이러한 제약을 모를 원술이 아니다.”


“당장에 서주의 압박에도 당장에 양주가 넘어가진 않을 테니, 온전히 그의 시선을 돌리기 어렵다?”


“정확하다. 무엇보다, 초는 묘족이란 형만을 바탕으로 한 문명과 질서의 의미를 품고 있으니 이에 대한 계승과 확고한 지배성의 확립은 기존의 자신들의 품은 성역이나 다름이 없는 형주로의 진출을 포기하기가 어렵지. 무엇보다 장강의 흐름을 위아래서 장악한다면, 추후 양주를 비롯한 장강 하류의 모든 지역이 원가에 귀속될 확률이 높아지니 벌써부터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제기랄, 허면 장사가 노려지는 것은 똑같다는 말 아니냐!”


“흥분을 가라앉히십시오, 손공. 하여 작금의 진왕께서 그런 원가의 초국 완성을 위한 형주 집착을 떨쳐낼 방도를 준비하신 것이옵니다. 또 이는 조만간 주공께서 왕위에 오르게 되실 행보와 연관이 있으며, 그 후계자인 백부의 명성을 떨치게 하는 일임과 동시에 멋대로 초국의 형성을 부르짖는 원가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요, 그들의 시선을 양주로 돌리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니, 이 하나의 묘수로 인하여 모든 것이 변화될 것이옵니다.”


“묘수?”


“그래, 해서 네 아들놈에게 공이라도 쌓을 기회를 던져주겠다는 게지.”


그렇게 주유와 이쪽의 시선이 모두 손책을 향했다.


이에 손견 또한 다시금 제 아들을 향해 시선을 건넬 수밖에 없었으니, 그리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은 손책은 그저 어색한 웃음과 더불어 뒷목을 긁적일 뿐이었다.


“이보시오, 소패왕.”


“예? 예! 진왕, 폐하!”


그러나 저 어색한 듯 보이는 어린 것이 이를 해내야 한다.


저 어린 것이 원 역사 속의 행보를 이어가 소패왕의 이름을 드높이고, 손오를 완성시켜야 이 관동에 균형과 견제가 뒤엉킨 안정이 찾아든다.


“이런, 아직 아해라 그런가? 의외로 귀엽단 말이지. 내 듣자 하니 전장에서는 가히 미쳐 날뛴다던데, 의외로 전쟁과 별개로 이성적 판단과 고찰은 가능하시겠소?”


“그럼, 누구 아들인데, 어? 당연히 전장에서 그 정도는 조율해야지.”


“여하튼 내 기회를 내려주고자 함인데, 그것이 아비를 위해 효도하는 길이자 손가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요, 무도한 원가의 확장을 견제하고자 함이며 더 나아가 서주의 남하마저도 막아낼 수 있는 길이라면 이에 따르시겠소?”


“어찌 이를 거부할 수 있겠나이까?”


“세세한 것은 그대가 자방이요, 지낭이라 품고 있는 주 공근에게 들으시오. 부족한 허명일지언정 내 소패왕이라는 이름에 무게를 실어주고 그대를 예우하는 것은 내 그대의 아비와 마찬가지로 그대에게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며 진정 내 친우의 아들이 호부견자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오.”


“가, 감읍하옵니다!”


“하여 명을 내리겠소. 소패왕, 그대는 병력과 물자가 정비되는 대로 장강 이남에 자리한 양주를 향해 동진하라. 하여 이를 정복하고 그 이름과 위세를 떨쳐 손오를 세울 기반을 마련하라.”


“...........!”


그러나 이를 입 밖으로 내는 것은 기어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간 손가의 독립을 꿈꾸는 이들의 입을 통해서가 아닌 포홍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으니, 이에 충격을 받은 손책을 비롯한 손가의 이들은 거진 대다수가 그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고 입이 떡 벌어진 채,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포홍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야! 포홍! 지금 무슨 말을........”


“왜 옛정을 생각해 내리는 선물인데, 못 받아먹겠더냐?”


“이 정신 나간 새끼가 진짜........”


“어차피 원가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하고 그 무게에 짓눌리면 네놈들은 죽어. 그 와중에 네놈들 살길하고, 체면을 비롯해서 그간 숨겨왔던 야욕을 충족시켜줄 판을, 네놈들만을 위한 천하 대계를 마련해주었는데 왜 그따위 말을 하지?”


“빌어먹을........, 고맙고 뭐 같아서 그런다.”


“고마우면 앞으로 잘해. 앞으로 짧은 시일 내에 손가랑 이쪽이랑 관계 틀어질 일은 없으니까.”


그 와중에 그나마 정신을 차린 손견이 이에 대하여 따져 물었으나 되려 조금 전의 옛정 운운한 비아냥을 이자까지 쳐서 돌려준 포홍은 그 안에 감동까지 첨가하여 이를 손견의 아가리에 쑤셔 넣었다.


그렇게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손견까지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오직 주유가 남아있을 뿐이었으니, 그는 조금은 혼란스러운 눈길로 이쪽을 향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이거 합종군 내에서 그 재기(才器)를 기린아의 표정이 왜 이럴까? 왜, 이쯤 되면 남들처럼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록 한 귀퉁이요, 일부일지언정 천하마저도 아주 우습게 허락하시니 가히 그 뜻과 그릇을 짐작하기 어려워서 쳐다봤사옵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세세한 단락은 알았습니다. 양주를 돕기 위해 출전이라 하였으니, 추후 원가가 이에 관심을 보이며 양주를 함께 치자고 한들, 그 도의와 신의 상 원가의 제안을 따르기 어렵다 거절하면 자연스레 원가와 결별할 수 있는 명분이 되지요. 양주의 구원요청이자 그에 따른 신의라는 그 명분을 통해 원가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과거를 씻어낼 수 있을뿐더러, 그 원가가 보는 앞에서 병력을 이끌고 장강 이남의 양주를 향해 동진하는 백부를 통해 빛나는 전공과 더불어 소패왕이란 명성을 널리 알리게 되면, 이는 자연스레 초국을 운운하는 원가의 행보를 견제가 되기까지 하니, 결국 원술은 한동안 양주를 둘러싼 동향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허나 여기서도 한 가지 조건이 따르옵니다. 백부는 최소한의 적은 병력으로 장강 이남의 양주를 정복하는 위업을 이뤄내야 하지요.”


“정확히 보았다. 하여 놈이 전설을 쌓아 올려야지. 적어도 초패왕의 후신임을 자처하려면 그에 따른 최소한의 자격은 공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할 터.”


“과연 백부 혼자서 이 과업을 짊어지는 것이 정녕 가능하시리라 여기십니까?”


그래, 어째 이쪽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이상하다 했더라니, 그 눈빛 속에 담긴 혼란과 그에 대한 우려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포홍은 손가가 품은 역량의 한계와 이를 뛰어넘을 재기를 갖춘 주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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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353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1) 22.02.27 283 6 18쪽
353 352화 – 비로소 전국이었다 +4 22.02.26 386 6 22쪽
352 351화 – 그 어둠이 자리한 하늘 속 달과 별을 보며 인간은 방향을 잡아 나아갔으니 +2 22.02.23 252 5 24쪽
351 350화 – 그렇기에 어제의 붉은 해가 지는 것이며 푸른 하늘이 어둠에 잡아먹히는 것이다 +2 22.02.15 288 8 16쪽
350 349화 – 그럼에도 하늘의 그물은 촘촘하니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22.02.10 282 6 22쪽
349 348화 – 이 땅의 이들은 하늘의 그물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나 +2 22.02.09 266 7 20쪽
348 347화 – 그 붉은 짐승이 그 모든 족쇄를 풀고 하늘 앞에 선 그날 +2 22.02.09 257 5 21쪽
347 346화 – 그 속에서 기생하고 이 땅에서 번성해라 +2 22.01.31 315 6 20쪽
346 345화 – 세상 귀한 것과 천한 것의 가치가 뒤바뀌는 날엔 풍년이 든다 22.01.27 304 6 19쪽
345 344화 -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2 22.01.26 323 8 18쪽
344 343화 – 계몽(啓蒙) 그리고 계명(啓明) +2 22.01.24 304 7 25쪽
343 342화 – 하늘에서 내쳐진 붉은 짐승은 이 땅에 운명을 빙자한 저주의 족쇄를 남긴 채 다시금 하늘에 오른다 22.01.20 310 10 21쪽
342 341화 - 이 나라 제일의 장사치들을 앞세운 다섯 번째 세력까지 모든 세력이 결집을 마쳤다 +2 22.01.16 328 11 22쪽
341 340화 – 이 나라 제일의 장사치들을 앞세운 네 번째 세력의 결집 +3 22.01.13 329 9 20쪽
340 339화 - 두 번째, 세 번째 세력의 결집 22.01.12 318 6 16쪽
339 338화 - 첫 번째 세력의 결집 +2 22.01.07 342 9 19쪽
338 337화 – 용 내려오면 범 내려온다 22.01.04 349 12 19쪽
337 336화 – 망국의 백성이 자신이 살던 나라를 무너트린 이들에게 고하노니, 우리는 너희에 의해 범이 되고, 22.01.04 347 11 16쪽
336 335화 – 민초는, 백성은 어떠한 이를 거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갖는다 21.12.31 374 12 24쪽
335 334화 – 연주에서 불어닥친 바람은 다시금 예주의 화마를, 풍랑을 낳는다 +2 21.12.30 336 8 29쪽
334 333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3) 21.12.28 349 10 19쪽
333 332화 – 봉선(封禪), 욱(昱) 그리고 의천(倚天) +2 21.12.23 369 11 16쪽
332 331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2) 21.12.22 352 10 32쪽
331 330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1) +2 21.12.21 360 11 21쪽
330 329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4) +2 21.12.18 430 13 20쪽
329 328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3) +4 21.12.17 432 14 18쪽
328 327화 – 그러나 그 관대함에도 필수적인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2 21.12.03 475 10 21쪽
327 326화 – 그래서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로 관대해지기로 했다 +2 21.12.03 383 11 20쪽
326 325화 – 진왕 포홍은 관대한 제국을 꿈꾼다 +4 21.12.01 465 16 18쪽
» 324화 – 진왕 포홍은 소패왕을 앞세운 손오의 건국을 허락했다 21.11.30 418 9 19쪽
324 323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2) +2 21.11.28 389 11 16쪽
323 322화 - 대나무가 연꽃을 싫어하는 이유(2) 21.11.17 379 9 26쪽
322 321화 – 대나무가 연꽃을 싫어하는 이유(1) +2 21.11.17 363 10 30쪽
321 320화 – 그가 대나무를 싫어하는 이유 +2 21.11.12 392 13 14쪽
320 319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1) 21.11.11 367 10 15쪽
319 318화 – 붉은 황제가 도망치자 검은 제왕이 자리했다 21.11.09 387 9 15쪽
318 317화 – 천하대전의 종장, 난세의 효융 저리 가라 할 전국의 영웅이 싸지른 똥 +2 21.11.06 398 12 18쪽
317 316화 – 천하대전의 종장, 각자도생의 끝 21.11.03 366 11 17쪽
316 315화 – 천하대전의 종장, 용의 퇴장과 기린아의 도래 +8 21.10.30 432 11 16쪽
315 314화 – 붉은 용을 죽여라(2) +2 21.10.30 34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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