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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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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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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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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331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2)

DUMMY

“다만 거슬리는 것은 생사인데.......”


“위자를 비롯해 위정자들을 배출하는 각 가문의 입장은 어떻지요?”


“그들이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지. 어린 것들 위에 늙은이가 서도 거슬리는 법이지만, 늙은 것들 위에 어린 게 서도 거슬리긴 마찬가지 아닌가? 거기에 이번 맹주를 비롯한 일을 통해 팽을 당한 과거의 선례가 남아있지. 실상 내가 팽을 당하였으나 그런 나는 연주의 대변자이니, 정작 이번 합종군을 통해 나를 비롯한 이들의 얻은 게 뭔가?”


유익의 질문은 결국 뼈가 있는 거절의 의사이자 팽을 당한 자신들의 과거를 들먹이는 장막의 답변으로 돌아왔고, 이에 유익 또한 동의를 표한 것은 장막의 밝힌 대로 그의 위치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합종군의 보급을 담당했던 위자와 권문생과 같은 부호들과 유력가의 이들이 장막의 뒤를 받혔으나, 그간 합종군에 재물을 대느라 적지 않은 출혈이 있었고, 또 당장에 백성들과 도적들이 난립하는 와중에 가문에 속한 농장과 사업장을 지켜야 하니 당장에 이들이 빈 곳간을 채워내는 것에는 나름의 시간이 필요했으니 이러한 시국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소제 유변의 생환을 반긴다?


어불성설이 되는 것이다. 해서 살아있다면 또다시 진나라에 반기를 들겠다 있는 자들의 것을 징발하고 그들의 사병을 비롯한 가병까지 취해 멋대로 전쟁을 일으켜 되지도 않을 동한의 꿈을, 한조의 복귀를 운운할 것이 빤한 일이었다.


결국, 얻는 건 없고 위험은 감수해야 하며 일평생도 모자라 길게는 수백 년의 세월 가문 내에 쌓인 모든 것들을 헌납해야 한다는 소린데, 어느 미친놈이 그리 한 차례 뜯긴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그도 모자라 뒤통수를 맞았으면서도 또다시 소제 유변에게 제 것을 헌납하겠다고 나설까?


“허면, 개봉에 자리한 이들 또한 그 입장은 같을 것이옵니다.”


자발적 충성도 실망에 의해 씻겨나간 마음 위로는 자라날 수 없는 법이요, 그 관계는 군신 간의 예의처럼 상호의존적이면서도 서로에게 득이 되어야 유지가 되며 그 입지가 같아야 서로 동조되는 것.


그리고 이는


“조 맹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겠지.”


결국 무언의 일을 벌이기에 앞서 그 마지막으로 입장을 확인하게 되는 수순의 절차였다.


“그래도 놈은 믿을 수 있어.”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이건 간에 한조를 비롯한 동한의 천자를 두고 조 맹덕과 다툴 일은 없다는 것.


적어도 십수 년의 세월을 함께해온 친우요, 그 의리는 지금껏 단 한 순간도 깨어진 적은 없다는 것.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그 관계조차 돌아보게 만들 정도로 그가 크게 자라난 세력이라는 것.


그도 모자라 장막의 심간을 더 거슬리게 하는 것은, 이를 통해 뒤집힌 관계와 그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현 정국에 자리한 자신의 한심스러운 처지라는 것.


“하오나 방심은 금물이옵니다.”


“알아, 나도 그 뻑적지근한 풍문에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니까.”


그럼에도 유익의 경계에 동의를 표하며 인상을 찌푸린 장막의 표정은 쉬이 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조조는 가히 권토중래, 금의환향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으니 소위 30만에 달한다는 그 소문만으로도 가히 주변을 격동시킬 청주병의 존재였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는 도적의 토벌을 비롯한 포로의 수용 문제와 치안의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 청주의 사회상이 담겨 있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주는 조조에게 엄청난 양의 식량을 건넸다.


그렇다면 이것이 뭘 의미하느냐?


“청주의 식량 지원을 받은 조조가 황건적의 포로들을 굳이 제 휘하 사병으로 집어넣었으면서도 ‘청주병’이라는 이름을 넣었습니다. 이는 청주와 알게 모를 연줄. 아니, 어쩌면 정기적인 소통의 창구이자 외교 및 교섭의 창구를 마련하고 이미 관련 사안을 협의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를테면?”


“당장에 서주의 북상에 대한 걱정이 우선일 테니 서주가 북상하면 청주병들로 하여금 도움을 준다거나 서주를 대신 때려주는 형태의 군사원조가 우선이겠지요, 멀리 본다면 난립과 혼란을 끝내고 정돈된 하북의 남하를 걱정하는 상황에 대비한 상호 동맹입니다.”


“하긴 황하 하나를 두고 이 연주가 청주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 하북이지. 해서, 이를 동맹으로 삼겠다?”


“현 하북엔 제 주린 배를 채우지 못해 야망이 흘러넘치는 이들 투성입니다. 굶주림만큼 충족되지 못한 그 야망이 채움을 위한 난립은 이미 각자도생의 장을 열다 못해 여러 이들의 충돌을 불러일으켰으니 당장에 공손찬의 의제라는 핑계 하에 유비를 쫓아낸 원소와, 유주에서 기적을 낳은 유우를 제 힘으로 밀어낸 공손찬 등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이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못해 위협적일 지경입니다.”


“거기에 예서 멀지 않은 하동 땅 인근에는 여 봉선이 있지만, 그거야 당장에 우리가 아닌 진국이 신경 써야 할 일이요. 보다 거슬리는 것은 역시.......”


“같은 청주의 소속으로 멋대로 합종군을 배신하고 이런 일을 벌인 유비가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놈이 문제야. 만일 그놈이 청주와의 외교적 창구를 쥐고 있는 조조와 별도의 협상을 벌이면, 이쪽의 입지가 줄어들어.”


“그러나 당장에 청주 또한 동한의 천자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거기다 천자를 넘겨받는 것에도 그 순서가 있는 법이니 아닌 말로 항렬만큼 중한 게 없지 않겠습니까?”


딴에 모사와 책사는 아니었지만 반대로 백성을 위하기에 그 옳음에 집착하기에 한조와 선을 그은 유익의 조언은 실로 유익했다.


“결국 개봉이 이를 받을 수밖에 없다? 허면 남은 것은 역시 생사로군.”


“바삐 움직이셔야 할 겝니다. 뭐, 소인이 동방과도 같은 모사는 아니나 적어도 이 연주 땅에 보고받는 민심의 범주는 적어도 위정자들이 한데 뭉친 파당의 당익과 당위와도 교섭하기 힘들 정도로 어그러져 있으니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되려 유익하지 않음일지도 모르겠다.


그 유익한 조언은 자신의 친우를 믿지 말라는 내면의 의구심과 우려에 바람을 집어넣고 있었으니까.


“민의가 반하면 그 절반의 민의는 결국 조 맹덕의 손에 들어가겠지? 그리고 그리되면.......”


“맹주 어른. 아니, 신릉군의 위치마저 흔들리게 되실 겁니다.”


“........”


“주공. 아무리 조 맹덕과의 교분과 협력이 당장에 중한 사안이라고 한들......”


“무슨 소린지 알고 있네. 나도 알아! 허나 그렇다고, 이 지금껏 함께 달려오다 못해 모든 것을 함께 계획한 이와 멋대로 거리를 두고 남마냥 대할 수도 없는 일이야! 그리고 위국을 세우기 위해선 더더욱 놈의 도움이 필요해. 아닌 말로, 놈과 나는 서로 잘하는 것을 서로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을 쥐고 있는 처지야!”


“허면, 차라리 따로 유비를 만나시지요. 하여 놈이 조 맹덕을 만나기 이전에 그 속내를 떠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해서 놈이 조 맹덕과 손을 잡으면?”


“우리는 진류왕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만, 그땐 반대로 그게 문제가 됩니다.”


“하긴 자신들을 비참한 밑바닥으로 끌어내려 희생시킨 천자와 동한을 거부하겠다는 목소리가 그칠 일이 없겠지.”


“송구하오나 이에 대한 해결책이라곤 결국, 저들의 출신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과 왕조에 대한 미움이 지금껏 자신들을 괴롭힌 도적 출신들에 대한 미움만큼 큰가?”


“지금껏 황건적이고 홍건적이고 두건을 뒤집어쓴 이들에게 시달린 진류입니다. 그러한 이들이 이제 막 손을 씻었다고 곧바로 옳은 이들로 비춰지진 않지요. 무엇보다 동한의 황제가 저지른 악정을 바탕으로 한 인간사냥, 인신매매를 비롯한 노예 무역로의 개척은 다름이 아닌 조조의 손에 이루어진 일이니 지금껏 진류를 괴롭힌 도적뿐 아니라 조조의 행보 그 자체를 원흉으로 지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와의 충돌을 피하시려면 그조차도 천자의 어명에 의한 일이라 치부하면 되겠지만, 그리되면......”


“천자를 비롯한 진류왕과 손잡을 가능성은 요원해지겠지요. 또한 더 이상의 팔주는 존재치 않을 것입니다.”


“하긴 도적의 발호 이전에 백성의 삶이 뿌리 뽑히는데 일조한 것이, 그 시대상을 바꿔낸 것이 작금의 동한과 천자이니, 그에 따른 여파가 골칫거리겠지.”


결국,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대비 끝에 자신의 입지와 세를 비롯한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선 조조의 세력에 흠집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그래서 사람에게 중한 것이 출신이요, 태생이자, 과거라 하지 않던가? 그리 발목이 잡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지.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현 위나라조차 온전히 세우지 못한 장막에게 홀로서기를 권유하는 일이자 먼 훗날의 조조와 결별하기 위한 첫 단추를 꾀는 일이었다.


“이거 개봉에 자리한 진류왕께서만 동요하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군그래. 그래, 대저 저 어기의 펄럭임이 뭐기에, 천자의 생사를 둔 고락이 뭐기에, 이리도 내 심간을 뒤흔들다 못해 이리 나마저 흔들리게 하는지. 저 빌어먹을 놈의 돗자리 장수가 내 앞에 펼쳐놓은 저 거대한 펄럭임이 뭐라고......., 쯧.”


* * *


푸르르르흥-


“소식 들으셨습니까?”


그리고 이는 비단 진류에서 조금 더 멀리, 개봉에서는 보다 멀리 떨어진 태산 인근에 자리한 조조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특히나 개봉의 동요와 더불어 고 며칠 사이로 전해지는 진류의 발 빠른 후속 대처와 관련한 사안들까지, 어느 것 하나 조조에게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 그런 그가 이제와 발목이 묶인 이곳에서 알게 모를 조바심을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요, 반응이라 할 수 있었다.


“정욱은? 이거 너무 시간을 잡아먹는 것 아닌가?”


“뭐 주공께서 아시다시피.......”


“쯧, 포가인가?”


“아이, 거 예로부터 태산에 큰 인물이 난다 하지 않았습니까? 또한 그러한 이를 배출한 가문이 보통의 내력을 지닌 것이 아니요, 그 일대를 다스리는 토호로서의 입지 또한 대단한바, 그 귀추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 형국이겠지요. 또한 포신, 포도 형제야 원체 이름이 알려져 있으며 그 능력은 과거 황건적과 연주자사 유대의 충돌 등을 통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뭐, 딴에 그런 조조의 옆에서 정욱의 소식을 전하는 하후돈이야 이미 이전에 정욱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그와 얼추 뜻을 공유하기도 했고 또 조조의 가까운 친족이며 공정한 일 처리와 내부단속에 능력을 보이니 이러한 옹호가 가능했다.


“일대에 그만한 가문이 없긴 한 게야?”


“포홍 하나만으로도 전국적으로 그 명성이 알려진 가문입니다. 뭐, 작금의 악명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일대에는 그 이전부터 쌓여온 명성의 무게가 높겠지요.”


“그래서 놈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왔겠지.”


“예, 명문의 턱이 좀 높겠습니까만은 그게 또.......”


“내가 놈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딴에 처접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해 그 자식마저 노예로 팔어 먹을 정도의 가문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데?”


“그게, 현 가주를 비롯한 원로 세대의 이들이 조금 문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누구? 포신, 포도 형제를 비롯해 포홍을 낳은 아비 세대들?”


“예, 특히나 그중에서 포홍을 낳은 어미와 더불어 그 집안 어른들과 아이들도 모자라 아랫것들의 따돌림까지 꽤 심했던 모양인데........,”


“대충 봐도 알겠더군. 첩실의 자식은 훗날 천하를 놀라게 할 장수이니 활발하지, 그 어미 신분마저 천하지 딱 봐도 격 떨어진다 거슬리는 꼴을 빙자해 아예 집안 식구들, 식솔들 전체가 조리돌림을 했겠지. 그 와중에 제 어미 지키려고 덤벼보겠다 개겨보겠다 어린 것이 별 짓을 다 했을 거고, 그리 꺾이지 않고 고개를 들며 반기를 드는 어린 것 복날 개 패듯이 잡았을 거야. 질책도 모자라 회초리와 몽둥이로 잡았겠지.”


“어?”


“그 주인들 하는 걸 보고 따라 배운 아랫것들조차 더러운 주인들의 습속을 닮았을 것이고, 그런 주인에게 동조해야 더 어여쁨을 받으니까. 또 그놈이 혼나면 혼날수록 자신들의 혼날 일이 줄어들고 설사 어디 가서 사고를 쳐서 혼나도 다 그놈 탓마냥 유일하게 미워할 수 있는 그놈만 미워했겠지. 제 주인이 더 화가 난 탓은 또 어디에선가 그놈이 사고를 쳤기 때문일 것이니 그놈 때문에 열받은 주인이 나를 더 혼냈다, 고로 그놈 때문에 이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면서. 윗대가리들, 그 집안 것들이 물고 뜯으라고 내어준 것과 다름이 없는 그 어린놈과 그 어미 연이어 물어뜯었겠지.”


“어랍쇼?”


“다 먹고 남은 뼈다구, 냄새나는 옷가지, 주인이 던져주는 먹이 받아먹고 사는 개들 앞에 던져주는 것과 다를 바 없겠지. 딴에 주인을 따라한답시고 물어도 보고 저들끼리 뜯어도 보고 가지고 놀다 발로 차고 땅에 묻어버리기도 하고 이내 질리면 흔들어 찢거나 던져 넝마와 다를 바 없는 찌꺼기를 만들어놓는 게지. 그 하나면 모두가 행복해. 그 하나 괴롭히는 것으로 모두가 만족한단 말이지.”


“아니, 아만 형? 아니지. 주공께서는 그걸 어찌 그리 잘........”


“그래, 나도 원 본초도 어린 시절과 젊은 날엔 늘 반쪽짜리였거든, 모친이 천하든, 환관의 자식이든, 뭐든 저들에게는 그 채우지 못할 흠결 하나만으로 낙인을 찍어. 그리고 그 낙인은 이내 가지고 놀아도 좋고 양껏 우롱해도 좋을 증표지. 여기다 분풀이를 해라, 여기 똥오줌을 싸라 표식만 지어놓으면 사람 새끼, 짐승 새끼, 오만 새끼 다 와서 제 오만 더러운 것 다 싸지르고 가는 게지. 뭐, 남에 집 넘나들며 그리 집안에 못난 놈 소리 듣는 놈들 꼬라지도 여럿 본 적도 있고.”


“하오나 본초 그리고 주공께선 적어도 무시 받기 힘든 가문이라는 뒷배가 있었지 않사옵니까? 거기다 그놈들에게 당한 거 갚아준다고 사고친 것만 따져봐도......”


“쯧, 가족이라고 이럴 때만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그래, 그래서 그나마 그 저열한 협잡질을 크게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야 뒷배도 있고 그나마 자랐을 적의 이야기고, 그에 비해서 놈은? 아무런 뒷배도 없는 그 어릴 적의 놈은 과연 어떠했을까?”


“.........”


“제 아비나 할아비라도 데리고 와서 이겨먹지 않으면 이가 갈릴 일이다. 뼛속까지 새겨질 원한이지. 한데 놈은 그 집안 전체가 그러했을 게야. 그리고 그 집안 자체가 그러했다는 말은 반대로 그런 놈과 놈의 어미를 챙겨야 할 아비가 되려 이를 방관했단 소리니, 되려 이는 원수의 가문에 놓인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지. 지랄맞게도, 살았겠지. 하루하루 매양 사람 죽일 생각 밖에 하고 살지 않았을 게야.”


“어째 포가가 괴물을 만들었다는 소리로 들립니다만.......”


“맞지, 놈들이 키워낸 괴물이니까. 해서 이리 권토중래 했다면, 해서 내가 만일 그런 포홍이 되었다면 나는 당장에 20만 대병중 못해도 15만 정도는 예까지 밀어버렸겠지. 가문이고 족혈이고 토호고 나발이고 인근에 자리한 거슬리는 것들 모조리 죽여버렸을 게야. 6촌이고 8촌이고 더 나아가 10촌까지, 그 일족과 연계된 이들까지, 아랫것들까지 모조리 찾아서 몰살시켜도 내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래, 그렇다면 더 많은 피를 원했겠지.”


하지만 그 옹호는 이내, 포홍에 대한 동질감으로 뒤바뀌었고 그 동질감은 이내 그보다 더한 조조의 잔인함으로 뒤바뀌었다.


찰나의 몰입일지언정 서슬 퍼런 눈빛 아래 슬그머니 칼자루를 쥐는 그의 몸놀림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필경 살기가 맞았다.


“역시, 거 보통 성정은 아니시라니까.”


“스승을 모독한 이를 죽인 우리 집안의 누구만 할까?”


“에이, 되었수다. 아니지, 그래도 이제는 명백히 주종관계인데 자꾸 실수하게 되네. 되었습니다.”


“괜찮네. 사적인 자리에서까지 공적인 직위 따지고 들 필요는 없으니. 그보다도 그런 놈이 아직도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어. 암만 짐승이어도 머리가 비상하지, 과연 이게 무엇을 뜻하는 걸까? 당장에 사냥해도 모자랄 판에 씻기지 않을 명분마저 자리한 마당에 대저 왜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그걸 생각해 봐.”


그러나 그 살기조차 되려 가벼운 의문으로 되돌린 조조는 마치 답을 알고 있다는 듯 그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그 답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하후돈을 자극했다.


“아니, 생각해보라 하셔도......., 그야 뭐, 당장에 상황이 앞에 30만 후방에 30만이니, 어?”


“해서 답은?”


“이야......, 기가 막히게도 명분이란 답이 나오는데 이게 틀린 것은 아니겠지요? 자세한 것은 몰라도 천륜을 져버린 집안을 향한 징치, 어미를 비롯해 내쳐진 제 운명에 대한 복수까지 더한다면야 언제든 여유가 되면 전쟁을 시작하기 부족함이 없으니, 이거 하날 배웠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이마저도 억누를 정도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났다 해야 할지. 설마 그도 아니면, 놈들이 벌써 이 근처에 와 있기라도 한 겁니까?”


“글쎄? 그 설레발에 대한 답은 아까 들은 대로 미친 듯이 동요하고 있는 개봉과 진류의 상황으로 대신하도록 하지.”


“빌어먹을, 어중이떠중이 30만으로 뭘 어쩌자고. 에휴, 내 명도 참 짧지. 어떻게 딴에 주공, 아니 우리 아만 형 위해서 이 한목숨 내놓고 충성하면 원수라도 갚아주시려나?”


“하하하! 충(忠)이라면 또 모르지, 허나 짐승이라도 알고 지키는 것이 효(孝)이자, 복수이니, 실로 잘 컸어. 잘 큰 짐승이지. 그리고 우리는 그런 짐승을 코앞에 두고 있어, 놈이 유비 놈을 따라 저 울창한 숲속에 숨어 있는지 아니면 아직도 죽은 노신의 유산에서 웅크리고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가 예서 되도록 상황을 빨리 정리해야 함은 확실하지.”


그러나 이내 그 무서움조차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질 포홍의 집요함으로 뒤바뀌었으니 이내 머리가 쑤시기 시작한 하후돈은 이내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 한숨과 더불어 자신들에게 닥쳐올 먼 미래의 현실을 체감했다.


“후우, 이거 재수 옴 붙었군요. 허면 지금이라도 정욱을 찾아가서 가문을 설득하는 일을 멈추라 할까요? 아니면 어떻게 진나라에 대신 포가의 이들 잡아다 모조리 목이라도 바쳐야 사는 겁니까?”


“되었어. 정욱도 이를 알아, 허니 알아서 그 윗놈들 정리하겠지. 어차피 근방의 토호의 복속을 위해서도 우리가 피를 봐야 해. 피 묻은 칼 들고 주변을 정리해야 백성도 관료도 토호도 말을 듣는 법이야.”


“하오나 기왕지사 집어삼킨 태산군이라면 적어도 포신, 포도를 비롯한 여러 가문의 중역들은 적어도 온전히 흡수해야........”


“그것도 정욱이 알아서 할 게야. 도적과 반란을 비롯해 도망치는 유민들, 폭도가 되어 미쳐 날뛰는 백성들을 제대로 된 군대도 없는 제놈들이 어찌 제어할 텐가? 제놈들도 이제 커져 버린 포홍 놈, 마냥 외면하고 살지 못해. 또 이제와 제 집안이 길러낸 짐승이 한조를 멸망시킬 마귀가 되었음을 모르는 이가 없어. 살려면 알아서 정리하든가 이쪽에 의해 정리되든가 손을 내밀어야지. 그에 비해 이쪽은 도적을 치워내다 못해 백성들에게 악행을 저지른 이들을 징치하며 세력을 넓혀나가는 것 그 하나만으로 민심의 지지를 받는다.”


“역시 토호를 다스리기 가장 좋은 명분은 그 토호의 아래 지배받는 백성이 제일이지요.”


“거기에 여차하면 인질이지. 여차하면 붙잡아 협상도 가능하긴 하고 또 포홍을 상대하기 위해 가문의 악명을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강요할 수도 있어. 결국 그 집안의 안위를 보장받으려면 뭐라도 이쪽에 지불해야 해.”


“에이, 암만 그래도 제 집안 어른들 목을 자르거나 감방에 잡아넣겠다는 겁박을 듣고 저들이 좋아할 리가.......”


“있습니다.”


“어이구, 깜짝이야!”


그 와중에 돌연 자신의 머리를 덮는 시커먼 그림자에 놀란 하후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른 체형이라고 한들, 기다란 장신의 사내였던 정욱 정도 되어야 하후돈의 머리를 덮을 수 있었으니 이러한 정욱의 등장은 이미 포가와의 협상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결과는?”


“원로 스물에 가주를 비롯한 위 직급 열둘 그리고 원하면 본가 내에 기거하던 아랫것들 4백여 명까지 가문을 위한 희생이 가능하도록 결과를 잡았습니다. 가문의 인사들은 모조리 가택에 연금되어 있으며 포홍을 비롯해 그간 악행을 떨친 아랫것들은 아예 따로 세워둔 옥사에 감금까지 되어있더군요.”


“.........”


“미쳐도 당당히 미쳤군. 아니, 어느 미친놈이 제 집안 뒤집어엎으면서 그 미친 짓을 해?”


“포신이 직접 요청했습니다. 아니, 이미 정리가 끝나있었지요.”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리고 그러한 협상의 결과는 소위 이를 듣고 있는 이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하후돈의 경우, 아예 제 집안 식구를 팔아먹는다는 말이 쉬이 이해가 되질 않은 눈치였는데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뒤이어진 정욱의 답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순장의 전통이 밝혀진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사안이라 하나 그와 별개로 인신매매, 앵속으로 인한 중독도 모자라 여러 부정 어린 사업의 확충과 노역을 그 부친 대에 많이 벌려놓은 모양입니다. 그 속에서 죽어 나간 이들이 한둘도 아니요, 그 와중에 당장에 군입이요, 가르쳐도 말을 안 듣는다고 여겨진 어린 것들을 다시 노예로 팔아치웠으니 민심이 좋을 리 만무하지요. 잠시 포도의 말을 빌리자면, 그리 노예로 팔려 간 이들 중 문중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자라날 또다른 포홍들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을 느끼기에 인근에 백성을 향한 죄악을 더는 두고 볼 수 없기에 가문의 부정을 바로잡고자 일어섰다 하였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긴 한가?”


“저희가 청주로 파견된 이후로도 아직 격멸되지 않은 도적의 무리들과 폭도들의 난동으로 말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미 태산에 스며든 산적들을 비롯해 홍건적, 황건적 가릴 것 없이 습격도 몇 차례 받은 듯 보이고 그 사이 가병들도 여럿 죽어 나간 모양인데, 이를 수습한 것이 포신, 포도 형제를 비롯한 이들이었지요. 가문의 악행을 스스로 정화하고 백성의 앞에 가솔들을 비롯한 아랫것들을 핍박한 이들을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처형했다고 합니다. 또한 노예들의 명단을 불태워 해방시켜주고 앵속을 태우며 창고에 쌓인 곡식까지 풀었다 합니다. 그도 모자라 가병들을 움직여 고을의 사내들과 함께 주변 촌락을 지키는 것으로 이들에게 그간의 악명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민심을 얻었는데, 그 방법이 어찌나 유용하던지 현 상황에서 가장 먼저 도적과 폭도를 비롯한 민중들에게 시달리지 않은 가문이 되었습니다.”


정욱의 이어진 설명에 조조 또한 상황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애초에 상재도, 이재도 없이 그저 문 하나로 이름난 가문이 난세의 늘그막에 욕심을 부려 수탈의 흐름에 기생했으니 가문의 선명마저 뒤덮을 그 악명이 폭발하는 시점이 왔겠지. 다만 그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다들 제 아비와 같은 항렬임에도, 스스로 칼을 뽑아 가문의 어른들에게까지 칼을 겨눴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군. 하지만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개봉의 일도 모자라 그에 덩달아 동요하는 진류의 일과 비슷해.”


그러나 그 끄덕임 속에서도 조조는 작금의 포가에서 벌어진 일이 조금 전 보고 받은 진류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나 더 쉽지. 더 극적이고.”


그리고 그것이 저 진류의 자리한 이들에겐 적어도 이곳의 이들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냄을 인지했다.


백성에게 선명으로 알려진 팔주라는 위명, 퍼내고 퍼내도 부족함 없는 재산, 드넓은 인맥과 더불어 그에 줄을 대고 있는 여러 이름난 가문과 위정자들, 그리고 그러한 이들의 악명을 연이어 씻어주며 순식간에 민심까지 벌어들이는 행보까지.


그 발 빠른 대처는 이내 개봉에까지 손을 뻗칠 것이며 그렇다는 것은 이쪽이 도착하기도 전에 개봉을 비롯한 진류왕, 그도 아니라면 천자의 신변을 낚아챈 유비와 별개의 협상의 자리를 만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주공, 장막은 보통 사내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옆에서 읽어낸 정욱의 한마디는 그 불씨를 키워낼 바람이자 부채질과 같이 조조의 심간 속에 자리한 우려의 불씨를 키워냈다.


“나도 알고 있어. 허나 우리는 당장에 그 입지가 같지.”


그러나 이를 억지로 찍어누른 것은 다름이 아닌 조조 자신이었다.


“주공.”


“우리는 황건적들을 토벌하며 식량과 청주병을 얻었지, 그러나 그중 제일 귀한 것은 바로, 청주 조당과의 연줄이야. 교섭이 가능하고 고조되는 위협과 별개로 각 세력들이 정리된 이후, 남하할 하북에 대한 공통의 우려를 표출했고, 그에 따른 도움과 더불어 서주, 예주 등의 팽창에 대한 공통의 대응을 약속했지. 그러나 어디 그 시간이 우리에게 흘러만 갈까? 필경 우리가 청주에 줄을 대는 동안, 놈들도 포홍을 비롯한 서쪽의 이들과 교섭의 장을 마련했겠지. 아닌 말로, 놈이 진나라 것들과 협상해 위국의 안위를 보장받겠다고 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를 찾아온 등당 덕에 서주까지 끌어들인 듯 보이는 손가와도 얼추 연이 닿았다는 것이야. 놈이 다른 수를 쓰더라도 그때 대응하면........”


“그러나 결국 서주는 관동을 놓고 충돌할 이들이며 손가는 이미 전력을 이끌고 형남으로 내려갔습니다. 결국 인사치레에 불과한 외교는 당장에 써먹지 못하고 훗날을 기대할 두 개의 패에 불과하니 이 판에 올려둘 수가 없지요. 그렇다고 당장에 도적에 불과한 이들을 정리하여 얻어낸 민심이 오래가는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이 근방을 수호하던 유대가 황건적에게 작살난 이후, 이곳에 지방관들을 비롯한 군벌들과 여러 가문들은 애초에 제 다스리는 권역의 백성을 제대로 수호하지 못했고, 황건적을 비롯한 도적들에게 노출된 백성들은 구원자를 기다렸지요. 마침 이 근방을 지나친 것이 우리요, 토벌을 끝낸 뒤 돌아와서 남은 뒤처리와 치안의 수습을 비롯한 피해복구까지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태생이 도적인 청주병인 이들을 곱게 봐줄 이들조차 없었을 것이옵니다. 그에 비해 진류와 그 인근은 어떻습니까?”


“쯧.”


그러나 그리 억누른 불씨에 또다시 바람이 불었다.


이에 대한 우려, 아니 노골적인 간섭이요, 가르침과 같은 정욱의 주장에 조조는 결국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부유하고 부강한 만큼 자신들에게 벌어진 문제를 해결할 저력이 있어 그 민심을 잃지 않는 게지요. 알만한 사실을 다 알고 계시는 대도 미적거리는 것은, 대저 무엇에 대한 믿음이요, 우려인 것입니까?”


“내 아는 이들 중에 장 맹탁만큼 신용이 있는 이가 누가 있나? 아닌 말로, 놈이 나를 비롯해서 저와 손잡은 다른 놈들은 배신한 적이 있기는 한가? 제가 먼저 버려지지 않는 한은 언제고 같이 가는 것이 놈의 생리야.”


“해서, 이 난세가 그를 가만히 두었습니까?”


“그건 아니지.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놈의 등 뒤에 칼을 꽂는 것도 우스울 그림이지. 아닌 말로, 이 연주 땅에 약속과 의를 지키는 신용과 명성으로 이름난 이가 그 말고, 그를 따르는 이들 말고 또 누가 있나? 그와 얽힌 세월 본초는 놈을 형마냥 모셨고 이는 나라고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 의는 깨진 적이 없다.”


“그에 대해서는 아직 드릴 말씀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그나마 조조가 손을 잡은 이들, 그리고 그와 친목을 다진 이들 중에 가장 변수가 적은 인물이 바로 장막이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고 함께 연주의 미래를 구성하였으며 한 몸으로 움직였고 그 친분을 거스르면 십수 년을 우습게 넘어갔으며 그 와중에 서로 간에 의가 상한 적도, 서로에게 실망을 시킨 전례도 없었다.


그 친분과 믿음이 두터운 것은 이미 원 역사에서도 증명이 되었고, 그 역사가 비틀린 이 자리에서조차 아직까지는 서로 갈라질 흠결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허나 이 급작스러운 변화 속에서도 장막은 여지껏 30만의 대병을 지니고 있는 주공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다. 아닌 말로, 유비군의 뒤를 쫓는 서주군의 뒤에 진나라의 추격대가 있을지 몰라 수백이 넘는 척후를 풀어헤친 이 난리통 속에서도 각기 진류와 개봉의 방비에만 신경을 쓸 뿐, 가장 확실한 방책이자 방비라 할 수 있는 청주병을 불러들이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의구심은 충분하지요. 이는 저들이 실상 진나라의 추격대가 딸려오지 않음을 알거나, 설사 그렇다고 한들 자신들만의 방식과 교섭으로 우선적인 일처리를 하고자 하는 바램이 있을 수 있는 여지와 가정을 남기옵니다.”


“도움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지, 앞서 놈들은 자신들이 진국과 교섭해 개국에 앞선 충돌을 피하고 안위를 보장받겠다고 했어.”


“예, 좋습니다. 필경 그리 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설사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들, 이러한 소식을 이쪽에 알리지 않은 것은 대저 무슨 연유입니까?”


“...........”


“현 상황이 이러하니, 그 변화가 급작스러우나 수습할 길이 보이니 안심을 해라. 아니면 혹시 모르니 병력을 이끌고 조금 가까이 와 있어라. 그도 아니면 의구심을 살수 있으니 병력을 숨겨 두어라, 찢던가 등 뭐라도 말을 전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아닌 말로, 벌써 며칠 째이옵니까? 이러한 소식을 어째서 우리가 풍문으로 나중에 접해야 하는 것이옵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지금에 이르러 서로가 서로를 더더욱 필요로 하는 순간에도 이미 커져버린 서로 간의 세력이, 그간 함께하지 않고 떨어져 지낸 세월이, 그 알게 모를 거리감이, 딴에 자신이 품은 수하들이, 이들의 관계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며 우려하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만큼이나 저쪽에 자리한 장막 또한 그럴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며 그 속에서 장막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였을지에 대한 걱정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기어코 나의 의구심이 담긴 시선을 내 친우를 향해 건네야 하나?”


“주공, 어기의 펄럭임입니다. 천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일이자 천하에 둘도 없는 돗자리가 펼쳐진 판이옵니다.”


“쯧, 빌어먹을 놈이 기어코 제 천직인 돗자리 장수가 되었음이야. 그래, 자네 말처럼 실로 모기 같은 작자야, 당장에 이 땅에 자리한 큼지막한 짐승들에게 신경 쓰기도 바쁜 와중에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피를 빨며 기생하고 앵앵거리며 존재감을 표출하지.”


“이제라도 소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신 것은 감사한 일이옵니다. 허나 당장에 중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장막이오니, 신의 조언을 그저 우려로 여기진 마옵소서.”


“왜 고작해야 버러지에 불과한 모기 새끼 언제든 때려잡을 수 있으니까?”


“그 또한 옳은 말씀이오나, 애초에 주공께서 친우라 부르는 그 장막이란 이름의 짐승 또한 주공을 향한 의구심의 시선을 건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현 위나라조차 온전히 세우지 못한 조조에게 홀로서기를 권유하는 일이자 먼 훗날의 장막과 결별하기 위한 첫 단추를 꾀는 일이었다.


“개봉이 동요하고 진류가 동요하더니 이제는 흔들림 없을 태산에 자리한 자네마저 동요하는가?”


“주공, 황상이옵니다. 어기이옵니다. 연주보다 거대한 돗자리가 이 연주 땅에 가라앉으며 돌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에 태산이라 하셨지요?”


“그러했지.”


그러나 아직 조조도 장막도 심지어는 진류왕과 유비도 크게 깨닫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주공만 이를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십니까? 아닌 말로 태산에서 행해지는 봉선(封禪)은 어떠한 의미를 갖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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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353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1) 22.02.27 283 6 18쪽
353 352화 – 비로소 전국이었다 +4 22.02.26 386 6 22쪽
352 351화 – 그 어둠이 자리한 하늘 속 달과 별을 보며 인간은 방향을 잡아 나아갔으니 +2 22.02.23 252 5 24쪽
351 350화 – 그렇기에 어제의 붉은 해가 지는 것이며 푸른 하늘이 어둠에 잡아먹히는 것이다 +2 22.02.15 288 8 16쪽
350 349화 – 그럼에도 하늘의 그물은 촘촘하니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22.02.10 282 6 22쪽
349 348화 – 이 땅의 이들은 하늘의 그물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나 +2 22.02.09 266 7 20쪽
348 347화 – 그 붉은 짐승이 그 모든 족쇄를 풀고 하늘 앞에 선 그날 +2 22.02.09 257 5 21쪽
347 346화 – 그 속에서 기생하고 이 땅에서 번성해라 +2 22.01.31 315 6 20쪽
346 345화 – 세상 귀한 것과 천한 것의 가치가 뒤바뀌는 날엔 풍년이 든다 22.01.27 304 6 19쪽
345 344화 -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2 22.01.26 322 8 18쪽
344 343화 – 계몽(啓蒙) 그리고 계명(啓明) +2 22.01.24 303 7 25쪽
343 342화 – 하늘에서 내쳐진 붉은 짐승은 이 땅에 운명을 빙자한 저주의 족쇄를 남긴 채 다시금 하늘에 오른다 22.01.20 310 10 21쪽
342 341화 - 이 나라 제일의 장사치들을 앞세운 다섯 번째 세력까지 모든 세력이 결집을 마쳤다 +2 22.01.16 328 11 22쪽
341 340화 – 이 나라 제일의 장사치들을 앞세운 네 번째 세력의 결집 +3 22.01.13 329 9 20쪽
340 339화 - 두 번째, 세 번째 세력의 결집 22.01.12 318 6 16쪽
339 338화 - 첫 번째 세력의 결집 +2 22.01.07 342 9 19쪽
338 337화 – 용 내려오면 범 내려온다 22.01.04 349 12 19쪽
337 336화 – 망국의 백성이 자신이 살던 나라를 무너트린 이들에게 고하노니, 우리는 너희에 의해 범이 되고, 22.01.04 347 11 16쪽
336 335화 – 민초는, 백성은 어떠한 이를 거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갖는다 21.12.31 374 12 24쪽
335 334화 – 연주에서 불어닥친 바람은 다시금 예주의 화마를, 풍랑을 낳는다 +2 21.12.30 336 8 29쪽
334 333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3) 21.12.28 349 10 19쪽
333 332화 – 봉선(封禪), 욱(昱) 그리고 의천(倚天) +2 21.12.23 369 11 16쪽
» 331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2) 21.12.22 352 10 32쪽
331 330화 – 유비가 펼친 거대한 돗자리의 펄럭임은 연주 땅에 동요의 바람을 일으켰다(1) +2 21.12.21 360 11 21쪽
330 329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4) +2 21.12.18 429 13 20쪽
329 328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3) +4 21.12.17 432 14 18쪽
328 327화 – 그러나 그 관대함에도 필수적인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2 21.12.03 475 10 21쪽
327 326화 – 그래서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로 관대해지기로 했다 +2 21.12.03 383 11 20쪽
326 325화 – 진왕 포홍은 관대한 제국을 꿈꾼다 +4 21.12.01 465 16 18쪽
325 324화 – 진왕 포홍은 소패왕을 앞세운 손오의 건국을 허락했다 21.11.30 417 9 19쪽
324 323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2) +2 21.11.28 389 11 16쪽
323 322화 - 대나무가 연꽃을 싫어하는 이유(2) 21.11.17 379 9 26쪽
322 321화 – 대나무가 연꽃을 싫어하는 이유(1) +2 21.11.17 363 10 30쪽
321 320화 – 그가 대나무를 싫어하는 이유 +2 21.11.12 392 13 14쪽
320 319화 - 황제와 제왕의 차이, 그 어긋남의 본질(1) 21.11.11 367 10 15쪽
319 318화 – 붉은 황제가 도망치자 검은 제왕이 자리했다 21.11.09 387 9 15쪽
318 317화 – 천하대전의 종장, 난세의 효융 저리 가라 할 전국의 영웅이 싸지른 똥 +2 21.11.06 398 12 18쪽
317 316화 – 천하대전의 종장, 각자도생의 끝 21.11.03 366 11 17쪽
316 315화 – 천하대전의 종장, 용의 퇴장과 기린아의 도래 +8 21.10.30 432 11 16쪽
315 314화 – 붉은 용을 죽여라(2) +2 21.10.30 349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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