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26 18:15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1,542,485
추천수 :
30,771
글자수 :
2,261,828

작성
24.03.06 18:10
조회
2,315
추천
66
글자
17쪽

용의 머리(3)

DUMMY

※※※



날이 흘렀다. 비무제전 본선의 엿새째 되는 날.


전체로 따지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할것이다. 오늘 이후로는 여덟명의 무인들만 이 자리에 남을 수 있기에.


더 이상 여러 경기가 동시에 치뤄지는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시선과 이목도 집중되었다.


여기까지 온 이들의 이름은 이제 모르는 이가 더 드물었다.


“곤륜의 청율이 오늘 제갈천과 붙던가?”

“거참 상냥해 보이는 무인이던데. 곱상하게 생겨가지곤.”

“비슷한 인상끼리 붙는구먼. 누가 보면 문사(文士)인줄 알겠더니, 싸움은 그리 호쾌하지 않은가.”

“누가 이길련지?”

“여기까지 오면 모르지. 그래도 나는 제갈세가의 면이 있으니 소가주에 한푼 걸겠네.”


전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무인이라 해도 그랬다. 알려져 있는 무인이라면 한층 더 이름을 날리는 계기가 되었다.


“검봉(劍鳳) 공손월의 실력이 더욱 무르익었더군. 이제는 후기지수의 궤를 벗어나고 있는게 아닌지.”

“공손가의 홍복이외다.”

“헌데 이번 상대가 그 백화 아니오? 이건 재미있겠구려.”

“으음. 본래라면 검봉쪽이 이기리라 예측하겠소만, 백화가 지금까지 상대한 이름들이 만만찮소.”


사내가 이름을 줄줄 읊는다.


“본선만 봐도 설중매, 화선봉, 산동창협이오.”

“그 셋과 검봉을 비교하면 검봉이 근소하게나마 우위가 아니겠소?”

“흐음. 본인은 그중에는 설중매 진려가 제일 강한 것 같소만......”


제각기 이어지는 갑론을박. 허나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뇌룡 악예린의 무위에 관한 이야기.


“......후기지수가 아니오.”

“일전 비무제전의 검룡이 보여줬던 무위는 확실히 넘었소. 지금 다시 붙으면 결과가 어찌 될련지 모르겠소이다.”

“이번 상대가 독룡이었나?”

“뇌룡이 이기겠지.”


칠룡간의 대결임에도, 당소하의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비룡 모위진을 상대로 악예린이 보여주었던 창격이.


이제는 감탄을 넘어 경외심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산동 일대의 사마외도를 격살하고 다니며 민생을 안정시킨 그녀의 행보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행위였으나, 그것이 거의 영웅담에 가까운 이야기로 부풀려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악예린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 나오고 있으면 끼어드는 이름들도 있었다.


검룡 유성과 암화 백연. 그리고 투전승 각염까지도.


그리 사람들의 입에 무림의 미래를 이끌 인재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정작 그 장본인들은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때쯤 그들은 다른 일로 바쁜 까닭이었다.


“이리 그 창격을 마주하는건 반년만인가?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군.”


경기장 위였다.


널찍한 소매를 늘어뜨린 당소하가 태연한 시선으로 반대편의 악예린을 응시했다. 던지는 어조가 한없이 가벼웠다. 그 말투에 악예린이 살풋 미소를 짓는다.


“그랬죠. 당신은 저와 대련을 해주지 않겠다고 했고.”

“그날 대련을 해서 힘을 빼놨으면 우리 둘다 죽었다. 내가 현명했지.”

“글쎄요.”


용봉지회가 습격받던 날의 일을 입에 담는 당소하. 그에 악예린이 고개를 기울이며 웃음을 흘렸다.


“더 만전이었다고 보는걸요.”

“독 뿌리는데 대련해서 준비하고 말고가 어딨나.”

“음.”


스릉.


걸쳐든 창을 쥔 악예린이 당소하를 향해 그것을 겨누었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만독을 마음껏 펼치셔도 좋습니다.”

“정말 죽고 싶어서? 객석이야 신승께서 보호해주신다지만.”

“이제는 감당할 수 있을 듯 싶으니 하는 말입니다.”

“아서라. 백년......아니, 십년은 일러.”


무심하게 툭 던지는 어조에 가벼운 농이 담겨 있다. 그것을 알아챈 악예린이 눈매를 휘었다. 그러나 이윽고 그녀가 다시 걱정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비도술로만 싸울 계획인가요?”

“그래.”

“그건......”

“왜, 못미덥나?”

“당신의 절기는 독공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면 말이지요.”


악예린의 시선이 무거워졌다. 그녀가 한층 진지해진 얼굴로 당소하를 응시했다.


“저는 당신의 절기를 상대하고 싶습니다. 만독을 펼치지 않은 당신을 상대로 이겨봤자 반쪽짜리 승리니까요.”

“벌써 이긴다고 확신하나.”

“......이전까지와 다를바가 없다면 그렇습니다. 당신의 비도술 성취 또한 낮지는 않지만, 독공을 다루는 무인이 비도와 암기를 쥐고 저를 쓰러뜨리면 아버님을 뵐 면목이 없겠죠.”

“뭐, 네 녀석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안다만.”


휘릭.


가벼운 손짓이었다. 어느 순간 소매 속에서 튀어나온 비도 여섯 자루가 당소하의 손끝에 걸려들었다. 묵빛의 예리한 비도를 쥔 당소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 최선을 받아보고 싶다면, 이게 내 최선이다.”

“그렇군요.”


악예린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 또한 당소하가 허언이나 기만을 입에 담는 사람이 아님은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그녀가 요청했음에도 저리 나온다면, 정말로 만독을 쓰지 않고 보여줄 것이 있다는 소리.


그렇다고 하면 악예린이 그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것이 없었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눈앞의 청년을 상대하면 될 뿐이다.


“잘 부탁한다. 나도 확인할게 있으니.”

“당연하죠. 칠룡은 언제나 서로를 시금석으로 삼아왔는걸요. 이제와서 새삼스레.”


당소하와 악예린이 서로를 향해 가벼운 눈웃음을 던지고 난 직후.


키이잉-


별다른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찰나지간 두 무인의 사이의 대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한순간 발출된 진기의 파동.


화아아아악!


한없이 묵직하면서도 표홀한 당가의 이중적인 신공기파와 악가 묵천암뢰신공의 진기가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두 기파의 반발로 일어난 거대한 돌풍이 주변을 강렬하게 휩쓸고.


피이이잇!


찰나지간 당소하의 신형이 사라졌다. 직후 악예린의 시야 사방 여섯군데에서 별안간 묵빛 선율이 발출.


당소하가 즐겨쓰는 암기술, 비뢰회선표(飛雷廻旋鏢)가 여태껏 본 적 없는 형태로 돌변해 악예린의 급소를 노리고 쏘아진다. 하나 하나에 담긴 공력이 심후했는데, 그것을 어디서 쏘아낸지조차 알아내기 어려웠다.


그 보신경이 한없이 표홀한 탓에.


그러나 악예린은 단 한순간의 당황도 없이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떴고.


어느 순간 안법 구결로 빛나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창을 여상히 치켜올렸다.


그와 함께 악예림의 신형이 문득 허상처럼 후퇴. 간합을 반보 벌리는 후퇴 보법과 동시에, 커다란 장창을 나뭇가지마냥 대충 원형으로 가벼이 휘두른다.


그럼에도.


빈틈이 없었다. 커다란 원형을 그린 창이 한순간 여섯 줄기의 비도 궤적중 넷과 얽혀들었고.


쩌저저정!


묵빛 비도가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튕겨나가기를 한순간. 나머지 두 자루의 궤적이 그녀의 사선 두곳을 점하며 짓쳐들고 있었는데, 악예린은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파앙!


직후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후퇴했던 악예린의 신형이 급가속하며 전진. 이미 간극에 접어든 그녀의 흑단목 같은 머리칼이 장포와 함께 길쭉한 선을 그리며 펄럭였다. 그와 동시에 비도의 궤적을 파고들어 진각을 내리찍으며 창을 회수해 내치기까지가 전부 한동작이었다.


콰앙!


내리찍은 진각의 여파에 휩쓸린 비도가 그대로 비틀려 바닥에 처박히고, 악예린의 창격이 허공을 꿰뚫었다.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악예린의 창이 꿰뚫은 순간, 녹빛 옷자락이 소멸하듯 터져나왔다. 그와 함께 경기장 위를 표홀이 누비던 당소하의 신형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길다란 장포 끝자락이 찢겨나간 채였다.


“눈이 좋아졌군.”

“당신은 몸놀림이 더 날렵해졌습니다만.”


서로의 변한점을 여상히 짚어낸다. 자연스레 다음 초식을 전개하면서였다.


표홀히 움직이다 불현듯 땅에 뚝 떨어진 당소하가 소매를 크게 펄럭이기를 한차례. 찰나지간 소매를 타고 검은 암기 다발이 구름처럼 뻗어나온다. 그때쯤 악예린은 창을 역수로 쥐곤 바닥에 널브러진 비도 하나를 가볍게 차올려 낚아채는 중이었다.


키이잉-


악예린의 손에 쥐어진 한자루의 비도에 일순 시린 화광이 깃들었고, 삽시간에 뻗어나온 기파가 하나의 길쭉한 단창(短槍)의 형상을 자아낸다. 그것을 본 당소하의 눈썹이 꿈틀거린 것도 잠시.


악예린의 손이 휘둘러졌다.


“......!”


소리에 앞서 빛살이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당소하는 내치던 암기술을 그대로 버리며 몸을 뒤틀었다. 추뢰신법의 묘리로 반보 빠르게 사선으로 회피한 순간 투창술의 기파가 그의 머리칼 사이를 벼락처럼 꿰뚫었고.


“이러면 머리칼을 잘라야......”


불평섞인 음성으로 회전한 당소하가 어느새 그의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장창을 향해 비도 두자루를 쏘아내었다.


쩌엉!


얽혀드는 무공들. 한순간 비도가 수십이 넘는 궤적을 그려내며 다채롭게 악예린의 주변을 파고들기를 반복한다. 그것을 전부 여상히 받아치며 내리찍는 악예린. 한없이 예리한 당소하의 연격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궤적도 악예린의 옷자락 하나 스치지 못한다.


신묘한 보신경으로 창격을 회피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일. 정면으로 악예린과 충돌해 단숨에 제압당한 모위진보다는 훨씬 잘 버텨내고 있었지만 결국 당소하의 몸에도 점차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슨 남의 비도로 투창술을 쓰나. 이러다가 나뭇가지로도 창격을 보여주겠어.”

“무(武)의 기본이지 않습니까. 모든것을 이용하는 것은.”


쩌저저정!


엇갈려 쥔 비도로 창격을 간신히 막아낸 당소하가 잇새로 웃음을 흘렸다.


“너도 많이 바뀌었군.”

“본게 있으니까요.”


워낙에 인상적이었어야 말이에요-하며 중얼거리는 악예린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의 뇌리에 깃든 소년. 지금도 이 전투를 보고 있을 터였다. 그의 눈에는 어찌 보일까.


쩌정! 쩌엉! 쩌저정!


투로가 찰나지간 수십갈래로 얽혀들었다. 허공에 벼락처럼 불티가 솟아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비도와 창격이 마주치는 궤적마다 짙은 파문이 수십개가 터져나오며 대기를 바르르 떨게 만든다. 발경력 여파가 파도치듯 이어지는데, 끊어질 생각을 하질 않는다.


그렇게 이어진 합이 수십.


한참동안 이어지던 공방은 돌연 비도 한자루를 발출하고 뒤로 훌쩍 물러난 당소하의 움직임에 의해 끊어졌다.


“더럽게 강해졌군.”


퉤.


가볍게 핏물을 뱉어내는 당소하의 모습이 성하지 못했다. 쉼없이 몰아치는 공방 속에서 창격을 전부 회피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가 비도를 직접 쥐고 창격을 막아낼때마다 악예린의 진기가 속을 진탕 뒤집어놨기에.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악예린이 천천히 창을 치켜든다.


“괜찮은가요?”

“멀쩡하다. 네가 봐준덕에.”

“......봐준것은.”


반면 처음 경기를 시작할때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는 악예린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당소하가 코웃음을 흘렸다.


“빨리 끝내고 싶었으면 암천화광창의 절초를 날렸겠지. 모위진을 잡아먹은 초식을 내치면, 나도 한번은 몰라도 두번은 못막는다. 너도 알고 있을텐데.”

“당신도 아직 아닌가요. 만천(滿天).”

“......그래보이나?”


서로의 절초를 가볍게 언급한 순간이었다. 당소하가 핏물섞인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군.”


찰나였다.


문득 사방이 조용해졌다.


어느 순간 침묵이 깔렸는데, 지금까지 쉼없이 충돌하던 두 무인의 기파가 별안간 사그라든 까닭이었다.


‘아니.’


악예린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사라진 기파는 당소하의 것 뿐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처음과 다를바 없이 기운을 펼치고 있었다. 허면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던 당소하의 내공진기는 어디로 갔는가.


콰아아아-


돌연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순간 경기장 위를 비추던 햇살이 사라진 것을 눈치채는 것도 잠시. 사방을 뒤덮은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의 머리 위를 유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악예린이 일언반구 없이 창을 쥐며 기파를 끌어올렸고.


“받아봐라. 내 최선이다.”


당소하가 가벼이 손을 내리긋는 순간이었다.


고요히 사방을 뒤덮은 만천의 꽃비가 악예린을 향해 폭풍처럼 휘몰아쳤고, 그와 동시에 시린 화광이 지저부터 창공을 향해 비상하듯 솟구쳤다.


쩌저저저저정!


우렛소리가 대낮을 물들였다. 암기로 이루어진 하늘을 벼락이 꿰뚫은 여파이기도 했다. 직후 포탄같은 파문이 연신 휘몰아쳤고, 자욱한 분진이 회전하며 사방을 뒤덮었다.


화아악.


그렇게 일어난 분진마저 진기 파동에 실려 바람처럼 흩어지기를 반복. 어느 순간 경기장을 가득 채운 짙은 모랫바람으로 인해 가려진 시야 너머로 옅은 음성이 들려온다.


“당신.”


여전히 처음과 같이 담담한 악예린의 음성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욱한 분진이 서서히 내려앉았을 때쯤,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홀로 선 여창사였다.


창을 비스듬히 쥔채로 꿇어앉은 당소하를 내려다보는 형상.


승패가 명백했다.


경기 내내 그러했듯, 우세를 가져갔던 악예린이 변수없이 승리를 쟁취했다. 당소하의 의표를 찌른 만천 일격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칠룡을 상대로 한 뇌룡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적어도 사람들의 눈에는 그리 보였다.


와아아아아-!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함성 속에서 악예린은 당소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만신창이가 된 당소하를 눈에 담았다.


“방금 그 일격......”

“말했잖나. 최선이라고.”

“미완입니까?”


당소하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악예린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변했군요. 왜 만천으로 상대하고자 했는지 이제 이해했습니다.”

“친우가 건네준 선물을 버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백연은 제 친우기도 합니다만.”

“누가 아니랬나? 내게 선물을 주었다 한것이지.”


꿇어앉은 당소하가 지친 표정으로 손을 쥐었다 폈다. 직전 그가 펼친 만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의념의 전개였다. 그것을 받아낸 악예린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곧바로 백연을 언급하는 것이 그러했다.


그녀 또한 백연이 선보인 만천을 눈앞에서 보았었으니까.


“부럽군요.”

“이긴건 네 녀석이다만.”

“당신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부럽습니다. 그 선물도.”

“욕심은 많아서.”


중얼거린 당소하가 그대로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하늘을 쳐다본 그가 한숨을 뱉었다.


“졌다.”

“......제가 이겼는데 진 기분이군요.”


중얼거린 악예린이 당소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소하가 펼친 만천 속에 새겨진 의념에서 악예린은 완성하고는 한없이 거리가 먼 구결을 읽어냈다. 아직 기초에 불과한 어설픈 절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담긴 가능성이 엿보였다.


방금 하늘을 뒤덮었던 만천은 암기만을 이용해서 엮어낸 것이 아니었으니까.


“완성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고맙군.”


악예린의 손을 잡고 일어난 당소하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남은 당가 무인의 비무제전 탈락.


뇌룡이 또다른 칠룡을 꺾은 순간이었다.



※※※



이어지는 경기에서 또 하나의 칠룡이 탈락했다.


“젠장. 졌다.”


핏물을 퉤 뱉은 팽악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앞에는 큼직한 금이 새겨진 거대한 도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 너머로 검을 늘어뜨린 유성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는 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팽악과 유성의 합이 교환되는 과정에서, 유성의 검초가 상식을 넘어선 것이 문제였을 뿐.


오호단문도와 매화검법의 끝없는 충돌 속에서 쌓인 진기의 여파로 인해 도가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간 것이었다.


부러 탈백도의 초식은 펼치지 않았는데, 그렇다 해도 명백한 실력의 차이가 났다. 유성 또한 자하신공을 전력으로 전개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청율은 소가주 제갈천을 상대로 술법무공을 한차례 파훼하는 것에 성공했으나, 이어지는 연격에 결국 패배. 이번에는 태청신공을 꺼내지 않았다. 유달리 전날부터 그에게 신신당부하던 백연의 말 때문이기도 했다.


자신이 태청신공의 여파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쓰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오전의 경기가 바람처럼 흘러 지나갔고.


사박.


가벼운 발걸음이 경기장 위에 올랐다. 백연이었다.


비스듬히 여휘를 뽑아든 소년이 상대를 향해 차분한 시선을 던졌다.


“소홍 사형.”


처음 그가 곤륜산에 오른 뒤, 거력부를 격살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그의 곁에서 조용히 일관되게 노력하던 소홍.


이리 빠른 시간 안에 여기까지 오리라고 백연조차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렀다.


과연 그 검끝에 사형이 무슨 의념을 담았는지. 그리고 그 마음속에 무엇을 품어냈는지.


“보여줘.”


이제 확인할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1 용의 머리(9) +8 24.03.13 2,138 62 14쪽
210 용의 머리(8) +10 24.03.12 2,231 62 16쪽
209 용의 머리(7) +8 24.03.11 2,234 59 13쪽
208 용의 머리(6) +8 24.03.09 2,400 60 15쪽
207 용의 머리(5) +7 24.03.08 2,329 65 16쪽
206 용의 머리(4) +7 24.03.07 2,338 66 18쪽
» 용의 머리(3) +7 24.03.06 2,316 66 17쪽
204 용의 머리(2) +7 24.03.05 2,404 70 14쪽
203 용의 머리 +7 24.03.04 2,512 67 16쪽
202 본선(10) +7 24.03.02 2,558 73 16쪽
201 본선(9) +6 24.03.01 2,351 69 16쪽
200 본선(8) +14 24.02.29 2,380 74 15쪽
199 본선(7) +9 24.02.28 2,341 70 15쪽
198 본선(6) +6 24.02.27 2,404 78 17쪽
197 본선(5) +7 24.02.26 2,409 72 14쪽
196 본선(4) +7 24.02.24 2,490 73 14쪽
195 본선(3) +6 24.02.23 2,536 74 15쪽
194 본선(2) +5 24.02.22 2,447 64 16쪽
193 본선 +5 24.02.21 2,475 73 16쪽
192 창염(蒼炎)(2) +6 24.02.20 2,475 72 16쪽
191 창염(蒼炎) +7 24.02.19 2,472 74 16쪽
190 만천(滿天)(4) +7 24.02.17 2,610 79 19쪽
189 만천(滿天)(3) +9 24.02.16 2,527 76 19쪽
188 만천(滿天)(2) +8 24.02.14 2,544 76 15쪽
187 만천(滿天) +6 24.02.13 2,525 71 15쪽
186 성장(13) +6 24.02.12 2,517 70 21쪽
185 성장(12) +6 24.02.10 2,649 73 21쪽
184 성장(11) +7 24.02.09 2,549 69 19쪽
183 성장(10) +6 24.02.08 2,515 72 15쪽
182 성장(9) +5 24.02.07 2,556 69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