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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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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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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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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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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약선객(4)

DUMMY

휘오오오!


귓가를 따라 스치는 바람 소리가 거칠었다. 거친 암벽의 표면이 시야 바깥으로 휙휙 지나쳐간다. 백연은 낙하하며 눈가에 기파를 일으켰다.


화악.


삽시간에 시야 풍경이 바뀌며 감각이 예리하게 곤두섰다. 자령안을 일으킨 소년이 허공에서 몸을 뒤틀었다.


‘깊다. 내려가는 도중에 속도를 줄여야 해.’


어느새 여휘를 뽑아든 그가 검을 역수로 쥐고 주변을 가늠했다.


본래라면 이런 무식한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망설이는 편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떨어져 죽을 생각도 없었고.


“후.”


백연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찰나지간 허공에서 휘릭 회전하면서였다. 역수로 쥔 여휘검을 따라 태청신공의 뇌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희게 물든 벼락이 절벽면의 돌틈을 파고 들어가기까지가 한순간이었다.


카가가가가각!


돌틈에 틀어박힌 검신이 낭창하게 휘어지며 자유로이 떨어지던 소년의 몸에 제동을 걸었다. 여휘가 아닌 평범한 검이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일. 그럼에도 완전히 멈추지는 못했다.


주욱 내려가다 벽을 한번 박차며 검을 다시 뽑아내고, 그대로 낙하하다 검을 돌틈에 꽂아넣어 속도를 줄이기를 반복. 이어지는 묘기같은 걸음이 재빨랐다. 수직으로 솟은 돌벽을 따라 검을 그으며 달려내려가는 것이 그랬다.


무당파 제운종은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이라도 무리없이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하던가.


‘이 정도면 비슷한거 아닌가?’


내려가는건 자신이 더 빠를지도 몰랐다.


그냥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반쯤은 농이었으나, 반은 진심이었다. 용형보와 운연동공의 공능. 신체가 더없이 가벼웠다. 지금 벽을 박차며 달려내려가는 과정이 마치 평지에서 질주하는 양 느껴질 정도로.


검신 하나를 지지대 삼아 암벽을 내달리는 것이 이리 쉬운 일이었나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이상했다. 운연동공으로 몸이 가벼워지는 것은 처음부터 느낀 공능이었으나, 그것을 이런 식으로 움직임에까지 엮어낼 수 있게 된 것은 신강에서의 일 이후였다.


풍백 이신.


바람을 휘감은 초월자의 무공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상황이 상황이었던 탓에 더 자세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이겠지.


‘다시 만나면 좋으련만.’


어디로 갔는지 알기 어렵다. 신강을 빠져나온 이후 이신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우호법과 끝까지 싸워 승부를 내었을까.


하지만 백연은 그 싸움이 끝장을 보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죽었다면 이미 중원 무림 전역에 소문이 퍼졌을테니까.


검성이 죽었다면 마교가 자랑하듯 떠벌렸을테고, 우호법이 죽었다면 마교의 무인들이 신강 전역을 새까맣게 뒤덮었겠지.


따라서 검성은 살아있다 여기는 것이 알맞다. 그럴만한 실력자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백연은 알지 못했다. 장문인께 물어보면 뭐라도 아실까.


‘돌아가면 한번 여쭤봐야겠다.’


타악!


생각을 갈무리한 백연의 걸음이 바닥에 내려섰다. 한참을 산양마냥 돌벽을 타고 내려오던 소년의 아래 처음으로 비좁은 바닥이 나타난 것이다.


“후우.”


그가 착지한 곳은 암벽 표면에서 약간 튀어나온 땅이었다. 잔도(棧道)마냥 한발짝만 잘못 디뎌도 수천길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질만한 장소였는데, 인위적으로 조성된 길은 아닌듯 보였다.


앞뒤로 긴 공간이 이어져 있긴 하나 한쪽은 시야 끝쪽에서 뚝 끊어져 있고, 한쪽은 절벽 한켠으로 이어지다 어느 구멍의 앞에서 멈춰 사라졌다.


처음부터 사람이 만든 길이라 보기엔 지나치게 투박했다. 하지만 동시에 돌바닥이 거칠지 않았다.


‘표면이 닳아있다.’


사람이 만든 길은 아닐지라도, 이곳이 사람이 오갔던 곳이라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는 이야기.


‘이곳으로 지나갔나?’


납검한 백연이 감각을 다듬었다. 위편에서 들렸던 메아리치던 목소리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조용해졌다. 지쳐서 멈췄는지, 아니면 신변에 변고가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힘을 아끼려 쉬고 있는 것일 수 있으니 확인해볼 필요성이 있었다.


“어디보자, 놈이 어떻게 했더라.”


백연이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머릿속에서 한 무공의 기파를 떠올리면서였다. 광대한 범위에 진동 여파를 일으키는 팽가의 도법. 건곤연환탈백도. 음공과 비슷한 공능이 있는 도법의 기파를 재차 떠올리며 역산했다.


“전부 따올 필요는 없고.”


필요한 것은 증폭. 도신 내에서 진동을 울리고 그것의 기파를 허공에 붙들어 매었다가 다시 도신에 충돌시키는 식으로 소리를 압축하는 기예였던 것으로 안다. 원리뿐이라면 이 자리에서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흐읍.


숨을 한껏 들이쉬며 기파를 일으켰다. 목 안쪽에 작은 진동을 일으키면서였다. 찰나지간 일어난 소년의 맑은 음성이 입안에 갇힌채로 연쇄적인 증폭이 일고.


작은 입이 열리는 순간.


[거 기 있 습 니 까!]


쩌어어엉!


포탄같은 목소리가 휘몰아치며 터져나왔다. 백연 자신도 흠칫 놀라 물러설만큼 거대한 목소리가 허공에 연이은 파문을 일으키며 협곡 사이로 퍼져나갔다. 돌벽을 타고 위에서부터 흙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찰나지간 귀가 아릴만큼 먹먹힌 굉음. 육합전성같은 기예가 아님에도 그 소리가 너무 거대해 사방을 진동시킨다.


[있 습 니 까......]

[습 니 까......]

[니까......]


연이은 메아리가 그 음성을 더욱 멀리 퍼나른다. 협곡 벽 사이로 퍼져나가는 음성이 맑은 구슬처럼 바람에 실려 천천히 흩어진다.


“흠흠.”


목을 가다듬어 상태가 괜찮은 것을 확인한 백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까지 효과가 즉각적이리라곤 생각 못했다. 건곤연환탈백도의 진동을 모방했는데, 그 성능이 예상보다 배는 뛰어났던 모양.


“조금만 더 길게 증폭시켰으면 음공이나 다름없었겠네.”


정말 그랬다면 백연 스스로의 귀도 무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앞으로 소리를 지를때는 귀를 보호해놓고 해야겠다는 사실을 새겨놓은 소년이 눈을 감았다.


잠시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답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메아리도 완전히 잦아들 무렵.


“......입니다! 이곳이에요!”


멀지 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연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정말로 가까웠던 탓이었다.


뚝 끊긴 잔도 저편. 그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음성이었다. 소년이 재빨리 잔도의 끝부분을 향해 달렸다.


“괜찮으십니까? 어디인지......”

“이곳, 오른편입니다!”


끝에 다다른 백연이 몸을 반쯤 내밀고 아래를 쳐다보았다. 그 아래, 천길 낭떠러지 옆으로 군데군데 튀어나온 공간이 자리했다. 벽면에 살풋씩 튀어나온 사람 하나 서 있기도 어려울 공간들. 개중에서 그나마 가장 큰 바위 틈새 위에는 한그루 자그마한 나무가 자라나온 모습이다.


그리고, 바로 그 나무의 가지 위에 한 남자가 위태롭게 엎드려 매달려 있었다.


“아, 아하하. 드디어!”


남자가 슬쩍 고개를 들어 백연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웃었다. 그러나 그 작은 동작에 가지가 낭창 휘청이자 남자는 황급히 원래의 자세로 돌아갔다.


대체 어쩌다 저기에 이르렀는지 모를 일이었다. 미간을 좁힌 백연이 주변을 살폈다.


“줄을 내려드리면 되겠습니까?”

“예! 저편에 타고 내려온 줄이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묶어뒀는데 끊어져서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지라. 좀 던져주실 수 있겠습니까?”


남자의 말대로였다. 절벽 한켠에 단단히 박아넣은 금정(金鉦:쇠못)에 매인 굵은 밧줄이 보였다. 끄트머리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매여 있었는데, 남자의 손이 닿는 거리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줄을 타고 내려갔다가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줄이 가버린 모양.


허나 백연이 서 있는 잔도 끄트머리에서도 줄이 손에 잘 닿지 않았다. 그의 덩치가 작아서는 아니었다. 한숨을 삼킨 백연이 기파를 끌어올렸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중얼거린 백연이 살풋 물러섰다가, 그대로 땅을 박찼다.


타닥!


소년의 걸음이 재빠르게 절벽면을 세차례 밟았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벽을 달리다시피 걸은 백연이 그대로 손아귀에 줄을 낚아챘다.


늘어져 있던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충분히 단단하군.’


그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백연이 재빠르게 팔뚝에 밧줄을 한바퀴 휘감고 그대로 벽면에 수직으로 섰다. 양 팔뚝에 밧줄을 감고는 천천히 벽에 서 남자 쪽으로 다가간 백연이 밧줄을 흔들었다.


“붙잡고 올라오실 수 있겠습니까?”

“엄, 그것이......”

“매달려만 있으시면 제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남자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오랜시간 이러고 있었더니 몸이 굳어서 안움직이는군요.”


백연이 옅은 한숨을 삼켰다.


“그럼 가만히 있으시죠.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팔에 밧줄을 한바퀴 더 비틀어 휘감은 백연이 전신에 내공을 끌어올렸다. 소년의 걸음이 재빠르게 절벽면을 밟고 내달렸다. 한달음에 나무의 위에 다다른 그가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흐읍.”


백연이 밧줄 끄트머리를 남자의 가슴께에 한바퀴 감고는 그대로 남자를 한팔로 안아들었다. 생각 외로 가벼운 무게였기에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내공까지 끌어올린 상태. 백연이 힘이 강하다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사람 한명 들어올리는 것 정도야 무리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남자를 짐짝마냥 껴안고 올라오기를 잠깐.


“흐아아아, 정말 죽다 살았군요. 이대로 눈을 감나 걱정했는데.”


잔도 위에 벌러덩 드러누운 남자가 생글생글 웃었다. 옆에 주저앉은 백연이 고개를 저었다.


“어쩌다가 거기까지 내려간겁니까?”

“이걸 구하러 갔습니다.”


말하며 남자가 꺼내든 것은 옅은 서기(瑞氣:상서로운 기운)이 감도는 금빛의 열매였다. 분명 열매같은 것이 열릴 시기가 아니었음에도.


“금령수(金靈樹)라는 나무에서 자라는 열매입니다. 본래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물건인데, 이곳에서 운 좋게 발견했지요.”

“영약입니까?”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무림인들은 대부분 이것을 내공 증진을 위한 영약으로 먹겠으나, 저는 조금 다르게 사용하지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다양한 갈래의 약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말하며 열매를 다시 품속에 소중히 집어넣는 모습. 백연은 그런 남자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의 몸에서는 옅은 약향이 흐르고 있었다. 손은 약초를 캐느라 그런지 몰라도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으나, 입고 있는 옷은 좋은 재질의 것이었다.


더해, 그의 얼굴.


질끈 틀어올려 묶은 머리칼과 눈매, 그리고 훤칠하지만 무인보다는 문사에 가까워 보이는 외양까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저 미소 때문에 곧바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미소를 지워내고 무심한 표정으로 바꿔준다면 분명 남자의 외양은 소가주 제갈천과 똑 닮은 모습이었다.


“약사셨군요.”

“의약사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의술에도 나름의 조예가 있는 편인지라.”

“그럼 당신이.”


백연이 남자를 쳐다보며 툭 물었다.


“약선객 제갈명입니까?”


남자가 백연을 빤히 바라보았다. 찰나지간 주변의 공기가 훅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생글생글 웃고 있던 남자의 얼굴에서 별안간 표정이 지워낸 듯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순간이나마 제갈천과 극히 똑같아진 얼굴.


외려 제갈천이 상냥하게 보인다 생각될 정도의 뒤바뀜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윽고 가벼이 어깨를 으쓱인 제갈명의 표정이 삽시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예, 맞습니다. 그런 그대는 아마 암화 백연이겠지요?”


백연이 미간을 좁혔다.


“그걸 어떻게......”

“당신의 외양에 대한 소문이 얼마나 자세하게 퍼졌는지 당신은 아마 모를겁니다. 물론 저는 하오문을 통해 들었기에 그대가 한번 환골탈태를 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알아차린 것은 아니고.”


제갈명이 손을 뻗어 백연의 앞섶을 툭 건드렸다. 그 안에 들어있는 비단 주머니를 정확하게 찌르는 손길.


“제가 만든 약 냄새가 나는데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선란 영단 냄새가 난다고? 물론 약향이 좋은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이렇게 품에 넣고 다니는데 새어나올 정도는 아니다.


“그게 맡아집니까?”

“예. 당신의 향이 이것저것 뒤섞여 있어 처음에는 조금 긴가민가 했습니다만. 어디보자, 대체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산의 자소단을 섭취하신 듯도 하고. 그리고 이 투명한 건......”


제갈명이 눈을 크게 떴다.


“당가주를 만났나 봅니다? 굉장히 귀한 물건을 내주었군요. 피독단(避毒丹)이라.”


그가 백연을 보며 놀람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세상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천하에 몇 없을 재보를 벌써 몇개나 섭취한건지 모르겠군요.”

“피독단이라고 하는군요.”

“예. 당가 내부에서도 보물중에 보물로 취급하는 물건입니다. 독을 다루는 이들이라면 모두 꿈꾸고 또 경계하는 전설에 가까운 약인데, 단약과 주(酒)를 동시에 섭취하지 않으면 죽는 위험한 것이기도 하죠.”


아, 그러니까 그때 둘중 하나만 먼저 먹었다면 죽는 것이었군.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백연이 눈가를 꾹 눌렀다.


“헌데 그걸 다 어떻게 아십니까?”


백연이 진심으로 의아하게 물었다. 눈앞의 제갈명은 분명 뛰어난 무인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이자에게 무인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가 없다. 무공을 제대로 익혔기는 커녕, 근골, 축기량, 기도 전부 평범 이하였다.


은연중에 미약하게 흘러나오는 제갈세가 소청선공의 기파 외에는 일절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무림인보단 평범한 민초에 가깝다 봐도 좋은 사람.


그의 기운을 읽었을 리가 없다. 지고한 초월자들이 그의 몸에 무엇이 담겼는가 알아보는 것은 이해가 되나, 제갈명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그에 제갈명이 웃으며 자신의 코를 톡톡 두들겼다.


“제가 냄새를 좀 잘맡습니다.”

“......예?”


예상치 못한 답변. 그의 반문에 제갈명이 말을 이었다.


“타고난 것입니다. 천하 무림에 수없이 많은 체질들이 있다 하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후각으로 발현된 경우입니다. 약은 물론이요 독과 영약의 구성조차 한번 향을 맡으면 전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이라 해도 예외는 없고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입에 담으면서도 태연하다. 거짓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것 덕에 의원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별호도 생기고요.”


말하며 웃는다. 그리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여하간,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지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 전 그 목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쁘던지. 자칫 깜짝 놀라 나무에서 떨어질 뻔 하기도 했습니다만.”


하하 웃으며 주제를 돌렸다. 더 이상 스스로의 체질에 대해서 말을 꺼내고 싶지 않은 모양. 백연은 그에 맞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뭐 음공이라도 되는 겁니까? 당신이 쓴다는 무공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는데 그런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만.”


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음공이라 하면 음공인가. 조금 다듬으면 무공으로 쓸 수 있을법도 했다.


“뭐 창룡후(蒼龍吼)정도로 칭하면 되겠군요.”


간단히 답했다. 막 머리에 떠오른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장문인의 검은 운룡검, 그의 보법은 용형보이니. 또 운연공은 용의 호흡을 본떠 만들어졌다 했다. 목소리도 용이라 불러야 옳겠지.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제갈명이 웃었다. 자리에 앉은 그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위편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암화는 어떻게 이곳을 찾아온겁니까? 꼼짝없이 죽은줄 알았는데.”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예?”

“약선객 제갈명이 필요해서.”


백연이 제갈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가 미간을 좁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제갈명이 입을 열었다.


“이유가 뭡니까?”

“환자가 있습니다.”

“환자라 하면......”

“구음절맥(九陰絕脈)입니다. 상태가 꽤나 위중한데, 치료가 없으면 곧 죽습니다.”


숨기는 것 없이 상태를 공개했다. 백연이 제갈명을 쳐다보며 물었다.


“가능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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