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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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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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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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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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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약선객(3)

DUMMY

확연히 느껴졌다. 제갈천의 음성에 깃든 여러 감정을 알아챈 백연이 잠시 그를 응시했다.


‘어째서?’


가문에서 겉도는 인물이라 들었다. 때문에 제갈명의 이름을 언급했을때 불쾌해 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는 예상했다.


헌데 지금 제갈천의 태도는 그것과도 조금 달랐다.


그의 눈과 음성에 서린것은 명백한 적대감. 그것도 백연 자신을 향하는 적대감이다. 정확히 약선객 제갈명을 입에 담는 순간부터 일어난 반응이다.


결코 가문에서 겉도는 이를 향해 보일 태도가 아니었다.


‘외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도 되는것만 같은 반응이야.’


제갈명이 가문 직계였나? 그럴리는 없을 것인데. 이상한 반응을 머리에 새기며 백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약선객을 찾는 이유라면 다른게 없지 않겠습니까?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치료, 치료. 그렇겠군요. 다들 그런 이유로 찾으니 말입니다. 한번 들어봅시다. 대체 누가 얼마나 대단한 병증을 앓고 있길래 약선객을 찾는 것인지요?”


백연은 고민을 했다. 구음절맥은 희귀한 병증이다. 여기서 구음절맥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다는 것을 언급했을때 제갈세가에서 욕심을 내지 않을까.


‘미미한 가능성이다만.’


음기를 취하려 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잠시 고민을 하던 백연은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절맥증 환자가 있습니다.”


선택권이 그다지 없다. 약선객의 행방을 아는 이는 몇 없을 것이고, 눈앞의 사람은 그 정보를 가장 확실히 알고 있을 사람이기에.


그러나 의도적으로 구음절맥이라는 것은 숨겼다. 단순한 절맥증도 희귀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구음절맥만큼은 아니니까.


이번에는 제갈천의 반응이 좀 달랐다.


“......절맥증?”


반문하는 음성이 조금 풀려 있었다. 놀람이 섞여있는 듯도 했다. 그가 백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그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저는 아닙니다. 환자는 무인도 아닌 소녀인데, 상당히 위중한 상태라 한시빨리 진찰이 필요합니다. 다른 의원을 찾아갈까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빠른 시일 내에 절맥증을 치료할 만큼 실력있는 의원을 찾는 것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약선객을 입에 담았군요. 그대가 어떻게 명이를 아는지는 의문이지만.”


한풀 누그러진 목소리다. 붓을 내려놓은 그가 손을 매만졌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명이가 그대를 위해 움직일 이유는 없지요. 제가 그의 행방을 알려주는 것도 그렇고.”


적대감은 옅어졌으나 여전히 탐탁치 않은 행색이다. 그의 모습에 백연이 머리를 쓸었다.


“이곳까지 동행하긴 했나보군요.”

“......”


제갈천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백연은 가만히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이곳에 제갈명이 와 있다는 것을 알아챈 이상 제갈천이 입을 닫아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샅샅이 뒤지고 다니면 될 일이다.


“그 무슨......”

“안되면 안된다 했겠지요. 무당산에서 양양까지의 거리가 좀 있는데. 위중한 절맥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빠르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행방을 알려주지 않겠다 하시는 걸 보면 적어도 이곳에는 와 있다는 소리로 보이는데.”


제갈세가의 본가가 자리하고 있는 호북성 양양. 무당산에서 엄청 멀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한나절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니다. 위중한 환자를 살피러 오가기에는 먼 거리. 만일 이곳에 제갈명이 없었다면 제갈천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했겠지.


하지만 저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소리고,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 제갈명이 있다는 것이다.


“알려주지 않으시겠다면 상관 없습니다. 약선객은 제가 따로 만나보도록 하지요.”

“......명이가 그리 쉽게 움직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건 보면 알겠지요.”

“혹여나 위협하거나 할 생각이라면......!”


제갈천의 기세가 일순 날카롭게 일었다. 그러나 백연은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제가 사마외도의 무뢰배도 아니고 무슨. 약선객과는 이전에 친분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곤 해도 말하면 한번쯤은 들어보긴 하겠지요.”


루주가 제갈명이 백연 자신에게 흥미를 가졌다고 했다. 선란을 잔뜩 맡긴 사람이니 뭐라도 들어보려고는 하겠지.


그의 말에 제갈천이 잔뜩 얼굴을 구겼다. 고민에 빠진듯 입술을 깨무는 제갈천의 모습.


그때였다.


타다다닥-!


바깥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문이 쾅 하고 열렸다.


“천 오라버니!”

“혜아야?”


제갈천이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백연이 뒤를 돌아보았다.


갑작스레 방 안에 들어닥친 사람은 한 소녀였다. 제갈천이랑 언뜻 비슷한 부분이 있긴하나, 상당히 다른 외양을 지닌 소녀. 오똑한 콧대와 살풋 올라간 눈꼬리가 활달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땋아놓은 머리칼을 따라서는 반짝이는 작은 장신구들이 걸려 있었다.


그 화려함이 지나칠 법도 했지만, 고운 머리칼과 소녀의 뛰어난 미모에 힘입어 머리카락 위로 뿌려진 별가루 같은 분위기를 엮어내었다.


키는 백연의 턱 언저리에나 올까 싶었으나 그리 작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동시에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기파는 그녀의 무공 수위가 상당하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동생인가 보군.’


제갈가주의 슬하에 소가주를 제외하고도 여식이 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쪽이 어린쪽인 모양. 한껏 예쁨을 받고 자란 막내딸 같은 분위기가 풍겨온다.


“암화가 왔다면서요! 왜 말을 안하고......어라?”


잔뜩 신난 목소리로 외치던 소녀의 음성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백연을 인지한 그녀의 눈이 점차 휘둥그레 커진다. 그제서야 백연의 존재를 인지한 듯이.


“암, 암......”

“곤륜파의 백연입니다. 반갑군요.”


소녀를 마주한 백연이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소녀는 입을 달싹거릴 뿐 답을 하지 못했다. 그에 입을 연것은 제갈천이었다.


“미안하군요. 이리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일러뒀는데.”

“괜찮습니다.”

“이 녀석은 제갈혜라고 합니다. 가문의 막둥이지요. 혜아야. 너도 인사드려라.”

“암화......”

“혜아야.”


나직하게 깔리는 제갈천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듯 화들짝 고개를 저은 제갈혜가 살풋 머리를 숙였다.


“죄송해요! 제갈혜라고 합니다. 세간에서는 화선봉(華扇鳳)이라 불려요.”


말하며 고개를 들어 생긋 웃는다. 요요한 웃음기가 삽시간에 당황했던 표정을 지우고 얼굴에 스며든다. 그 행색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백연은 가만히 미소로 응대했다.


“화선봉이라 하면, 구봉(九鳳)의 일익이시군요.”


칠룡 구봉. 후기지수중 그 무위로 이름이 드높은 무인 일곱을 남녀 구분없이 모아놓은 것이 칠룡이라면, 구봉은 조금 달랐다.


종합적인 무위, 미모, 그리고 위세를 합쳐 무림에 이름을 새기는 아홉 후기지수. 전부 여인의 이름만이 올라가 있다.


하나같이 뛰어난 미모로 이름을 날린다고.


물론 그 유명세가 하필이면 뇌룡이라는 미색과 무위 모두 압도적인 인물 때문에 조금 빛이 바래는 감이 없잖아 있었으나, 그럼에도 구봉은 호사가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저를 아셨나보군요?”


삽시간에 눈을 반짝거리는 것이 어지간히 활달한 사람이었다. 무어라 답하기도 어려워 웃음으로 갈음하자 제갈천이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


“혜아야. 어째서 온것이냐. 이리 경거망동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을텐데.”

“죄송해요. 하지만 암화가 왔다고 들으니 참을 수가 없어서......”


말하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다. 그에 제갈천이 머리를 짚었다. 보아하니 이런 일이 한두번 있었던게 아닌 모양.


“인사는 나눴으니 이만 나가 있거라. 암화와 할 이야기가 남았단다.”

“저도 들으면 안될까요?”

“그건......”


제갈천이 말끝을 흐리는 사이, 백연이 입을 열었다.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약선객 제갈명을 만나야 할 일이 있는데, 행방을 몰라 소가주께 물어보려 이리 왔습니다. 혹 화선봉은 무언가 알고 계시는 것이 있으신지 궁금하군요.”

“암화.”


제갈천이 미간을 좁혔다. 백연이 여상한 시선으로 그를 돌아보자 소가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혜아에게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가주께서 말씀해주실 생각이 없으신 듯 하니 제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야지요.”

“......독룡 당소하가 그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법도 하군요.”


헛웃음을 흘리는 제갈천이다.


“그렇다곤 해도 너무 입을 막 놀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무렇게나 놀리는건 아닙니다.”


제갈천의 경고에 백연의 목소리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가 제갈천의 눈을 마주쳤다.


“아직은 시간이 좀 있으나 약선객을 만나지 못하면 진정으로 목숨이 위험한 환자입니다.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

“소가주도 그리 반응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저도 약선객을 반드시 만나야 합니다.”


백연은 결코 석려려를 죽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때였다.


“저, 천 오라버니?”


제갈혜가 조심스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금 암화가 명이 오라버니를 찾는거에요?”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그냥 알려주면 되잖아요. 들어보니까 다른 사람들 같은 이유로 찾아온 모양도 아닌데.”

“......혜아야, 사람을 쉬이 믿으면 안된다.”

“오라버니! 그게 면전에 대고 할 소리에요? 매번 나한테 자중하라더니.”


볼을 부풀린 제갈혜가 백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보인 제갈혜가 입을 열었다.


“천 오라버니 말은 흘려들어요. 대신 제가 알려드릴테니까.”

“제갈혜!”

“명이 오라버니는 지금 무당산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약초를 찾아 영산을 누비는 모양인데, 이건 우리 말고 아무도 모르니까 함부로 발설하면 안돼요?”


제갈혜가 장난스레 눈을 찡긋거렸다. 그에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무당산을 돌아다니고 있다고요?”


약초를 찾으러? 무당파의 도인들이 관리하는 이 산맥을?


“네. 워낙 넓어서 찾기는 어렵겠지만, 아마 서쪽으로 갔을거에요. 걸음이 빠른 편은 아니니까 한나절 내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찾아봐요.”


제갈혜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백연이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제갈명. 내키는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더니 어지간히 미친 인간이었나보다.


그도 그럴게 제정신이 달린 사람이라면 무당산에서 약초를 찾겠다고 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니까. 무당산에 영험한 풀들이 많을 가능성은 높지만, 동시에 이곳은 무당파의 본산이다. 온갖 봉우리와 하천을 비롯한 산맥 전체가 소중히 관리되고 있을 것인데 겁없이 그런곳에 발을 들이다니.


그래도 우선은 행방을 알았다. 지체할 필요 없이 바로 찾으러 가면 될 일이다.


“감사합니다.”


제갈혜에게 감사를 표하자 그녀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명이 오라버니랑 이야기가 잘 풀려서 환자분이 쾌차하셨으면 좋겠네요.”

“소저께 빚을 졌군요.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비, 빚이라뇨! 갚을 필요는......아니, 정 그러면 비무제전 기간동안 가끔 방문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갈혜.”


제갈천의 음성이 나직하게 깔렸다. 움찔한 제갈혜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윽고 제갈천이 백연을 쳐다보았다. 잠시 머뭇거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를 제지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명이에게 과한 요구를 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좋겠군요.”

“과한 요구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절맥증의 치료 외에는 일절 부탁할 것이 없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제갈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백연이 가벼이 인사를 마치고 몸을 돌렸다.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보며 제갈천이 깊은 한숨을 뱉었다.


암화가 자신의 말을 어길 사람이라 생각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였다. 잠시동안 암화가 떠난 자리를 응시하던 제갈천이 입을 열었다.


“제갈혜.”

“......앗?”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가려던 제갈혜가 걸음을 딱 멈췄다. 제갈천을 바라본 그녀가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변명했다.


“명이 오라버니 위치 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아요. 암화가 나쁜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말하려는게 아니다. 방금 뭐? 비무제전 기간동안 방문을 해달라?”

“오라버니, 그게......”


침을 꿀꺽 삼킨 제갈혜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녀의 웃음도 통하지 않았다.


“얼굴 좀 반반하다 싶으면 아주 그냥. 저번에 검룡 사건때 내가 얼마나 고생을......”

“으아, 오라버니! 천 오라버니!”

“너는 가주님께서 돌아오시면 보자. 예선 기간동안은 밖으로 못 나갈줄 알아라.”

“그건 안돼요! 절대로!”

“어차피 할 일도 없지 않으냐? 연무장에 가서 수련하는 것도 아니고.”

“......곤륜파는 예선부터 치르잖아요!”


제갈천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이 맹랑한 동생이, 지금 암화의 예선 경기를 꼭 봐야겠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건가.


“너......”

“이만 가볼게요. 오라버니?”


후다닥 달려나가는 제갈혜의 뒷모습을 보며 제갈천이 의자에 내려앉았다. 착잡한 표정으로 정리하고 있던 서류들을 응시한 그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다.



※※※



파지지직!


소년의 걸음이 삽시간에 산비탈을 가로질렀다. 분분히 튀어오르는 뇌기를 휘감은 백연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나무 사이를 지나쳤다.


“여기도 없나.”


타닥.


산맥 서편의 한 봉우리에 올라선 백연이 중얼거렸다.


제갈혜가 알려준 방향의 산맥을 뒤지기 시작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드넓은 무당산의 곳곳을 살피고 있었는데, 그 넓이가 과연 엄청났다. 찾을 수 있을지 약간 의심이 될 정도로.


“......대체.”


무당파의 무인들이 감시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오랫동안 산을 뒤지는 것은 부담이다. 여기서 무당파 사람을 만나기라도 하면 굉장히 어색한 상황이 될 테니.


제갈명은 무슨 생각으로 이곳을 뒤지고 다니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약초를 찾는다곤 하지만, 굳이 이런곳에서 위험을 무릅써가며 그럴 이유가 없었다. 제갈세가가 원하는 영약을 구하지 못할 세가도 아니고. 약재를 발로 뛰어 구해야 할 만큼 궁핍하지도 않을 일인데.


만나면 물어보기라도 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저쪽으로 가봐야겠다.’


한동안 위에서 사방을 살핀 백연이 봉우리에서 가볍게 걸음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

“음?”


백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의 시야가 봉우리 너머에 가 닿았다. 그가 지금 올라와 있는 봉우리와 마주보고 있는 높다란 절벽.


깎아지른 듯한 지형이다. 봉우리와 절벽 사이로 깊숙한 협곡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비교적 완만한 편인 봉우리와 정반대로 절벽은 수직을 넘어 역으로 비스듬한 각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눈을 가늘게 뜬 백연이 기감을 곤두세웠다.


“......니까?......여기.......”

“무슨.”


소년이 미간을 좁혔다. 분명, 그의 귓가에 와 닿은것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헌데 그것이 들려오는 위치가 이상했다.


절벽 저편 아래.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부터 느릿하게 울려오는 음성이다. 협곡의 벽을 타고 위쪽까지 전해지는 모양으로 대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


“설마.”


백연이 중얼거렸다.


설마 저 목소리가 제갈명의 것은 아니겠지. 백연 자신조차도 이 절벽 아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러나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를 꽉 깨문 백연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 죽으면 안되는데.”


중얼거린 소년이 기파를 끌어올렸다. 빙 돌아 저편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멀다. 지금 당장 저 목소리의 주인이 위험해 처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이 제갈명이건 아니건, 우선은 찾고 봐야 했다.


“허공을 걷는 보법은 없나. 젠장.”


나직한 중얼거림과 동시에 소년이 그대로 보법을 펼쳤다. 찰나지간 일어난 용형보의 보법 기파가 소년의 신형을 섬전처럼 가속시켰다.


화아아악!


찰나지간 몸이 붕 날아오르는 듯한 감각이 백연의 몸을 감싸고.


직후 소년의 몸이 그대로 절벽 아래로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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