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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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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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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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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용의 머리(8)

DUMMY

※※※



무당파의 제일기재. 청운룡 무영.


차기 장문인의 자리를 위해 무당파에서 온갖 노력을 들여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검룡이 검신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나, 현월이 검제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처럼.


즉, 그에게 무공을 가르쳐준 사람은 무당파의 장문인, 선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


당금 무림의 절대자다. 쉬이 아무에게나 자신의 깨달음을 가르칠까. 백연은 선극의 성정을 알지는 못했으나, 그가 알기로 그만한 괴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가르침을 이해할 재능에 목마른 자들.


반대로 말하면 궤를 넘어서는 재능들이 아니라고 하면 가르침을 받기는 커녕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소리다.


그런 까닭이었다. 무영의 검끝에서 검고 흰 상반된 기운이 동시에 뚝뚝 떨어지듯 흘러나와도 백연이 놀라지 않은것은.


“성취가 빠르군요.”

“알아보십니까?”

“양의신공(兩儀神功). 지니고 있는 무재(武才)와 별개로 성정과 맞지 않으면 배우는 것을 시도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들었는데 말입니다.”


그의 말에 무영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차분한 눈매가 백연을 담으며 웃음기를 머금었다.


“운이 좋게도 저한테는 잘 맞더군요. 마음을 둘로 나누는 것......소문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무당파의 절세신공. 화산의 자하신공마냥 익힌 사람의 무위를 다른 단계로 끌어올린다. 음양의 기운을 동시에 자유자재로 다루며 두가지 무공을 한번에 펼칠 수 있는 이의 검끝은 얼마나 날카로울 것인가.


‘특별할건 없다.’


백연이 생각했다.


양의신공이 절세의 신공이라 해도 그걸 잘 다뤄내어 파괴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선수는 제가 취하겠습니다. 암화에게 초격을 넘겨줬다가 당한 이들이 한둘이 아닌......”

“누가 준다고 했습니까?”


쩌억.


말과 동시였다. 백연의 발 아래 청강석에 옅은 금이 새겨졌다. 한순간 돌이 신음소리를 내며 가라앉았다. 눈치채기도 어려울만큼 약하게.


동시에 경기장 위를 따라 새하얀 빛줄기가 일었다. 소년의 발치에서 풀려나온 경파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대기를 짓눌렀다. 찰나지간 백연의 신형이 운무마냥 흐릿한 백색으로 이지러지고.


콰르르릉!


우렛소리가 뒤늦게 일어났다. 경기장 끝에서 끝까지. 백연이 서 있던 자리에서 시작한 백광은 무영이 있던 자리를 스쳐 그 옆으로 삼장 넘게 떨어진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여파로 자욱한 분진이 물결처럼 허공에 피어오른다.


“분명 피했......!”

“제운종의 단점. 상하운신에 비해 후퇴보법의 간합이 짧습니다.”


찰나지간 백연의 보법을 인지하고 후퇴보법을 딛은 무영. 그러나 그 순간 백연 또한 한걸음을 더 내딛어 따라붙었다. 먼저 읽은 것이었다.


무영의 속도 또한 놀라웠다. 백연이 따라붙은 순간 이미 눈을 안법 구결로 물들이며 좌장을 뻗어내고 있었으니까. 무당파 면장의 기파가 소용돌이치며 전진했다. 이보다 더 빠를 수 없는 반격이었다.


허나 허공을 물들이는 뇌기의 호선은 그보다 수배는 빨랐다.


오른손에 길게 쥔 여휘가 상단세 종격으로 허공을 갈랐다. 검신 전체를 휘감은 백광이 허공을 따라 꿈틀거리며 한줄기 벼락의 형상을 그려내었다. 수직으로 꺾어진 검로가 그대로 무영의 머리 위로 낙하하고.


쩌어엉!


그림처럼 크게 원을 그리며 회전한 송문고검이 검격을 막아섰다. 검신 전체를 따라 먹물처럼 검은 기운을 두른채였다. 분분히 튀어오르는 뇌기를 아귀처럼 먹어치우는 음기. 동시에 무영의 좌장이 희끗하게 물들었다. 아직 채 내뻗어지지 않은 면장의 기운이 그대로 전진. 백연의 복부를 정확하게 노리고 들어갔다.


파아아앙!


물결치는 소음이 터져나갔다. 백연의 몸이 한치도 뒤로 움직이지 않았음은 물론이었다. 무당제일기재의 면장을 정면으로 맞았음에도.


넓게 펼쳐진 손이 소년의 옷자락 사이 연홍빛 무복을 지그시 쳐올리는 순간. 회전하는 면장의 기파 아래 실처럼 이어진 별무리가 파도처럼 크게 출렁인 것이었다. 장법이 닿음과 동시에 그 부위부터 흐린 빛이 운무처럼 퍼졌다가 이내 투명해진다. 반탄력마저 흡수하는 호신기.


성라기단이었다.


그러나 무영의 동요는 없었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한손으로는 검은 기운을 두른 검을 크게 휘둘러 여휘를 밀어내고, 전진 보법을 밟으며 장법을 내친 손을 회수해 자연스레 무릎을 올려치며 각법을 내치기까지가 전부 한동작.


‘움직임이 독특하다.’


좌수와 우수의 동작이 따로 움직인다. 하나의 균형을 이루면서도 묘하게 비틀려 있었다. 검법을 펼치며 면장을 내뻗는게 동시였는데, 백연 또한 두가지 상반된 기운을 동시에 다루며 두가지 초식을 동시에 펼치는 짓은 해본적이 없었다.


검법을 내치고 곧바로 장법 구결을 새기거나, 적양공에 이어 현음공을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하나 이건 별개의 영역.


‘양의신공. 쓸모있어.’


신공 묘리를 그대로 익히기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흉내내는 정도라면 어떨까.


백연의 시선이 움직였다. 간극 속에서 허공을 따라 전진해오는 각법을 마주하면서였다. 어느새 무영의 신형은 경기장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백연에게 달라붙고 있었는데, 이 역시 제운종과 유운신법의 묘리였다.


“너무 가깝습니다.”


되는대로 중얼거리며 백연이 발을 들어올렸다. 가죽신의 앞코에 어느 순간 시린 뇌기가 휘감겼다. 발끝이 검의 첨단이라도 되는 양.


“조금 거리를 두는게......?”


콰앙!


내뱉는 것과 동시였다. 소년이 여상히 진각을 찍어내렸다. 한순간 모여든 뇌기가 벽력탄처럼 터져나가며 기파를 흩뿌렸다. 그 여파로 전진하던 제운종 기파가 한순간 뒤틀렸고.


‘이런 느낌으로.’


백연이 주먹을 쥐었다. 자연스레 펼쳐진 좌권우검(左拳右劍)이었다. 여태껏 끌어올리던 태청신공을 잠시 내려놓으며 하단전에 갇힌 두 기운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여휘의 검신에 매달려 있던 기운이 삽시간에 묵직하면서도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와 함께 소년의 왼팔을 타고 거친 화염이 나선을 그리며 휘감겼다.


그와 함께 백연이 두 걸음 앞으로 전진했다. 오른발을 반 보 뒤에, 왼발을 반 보 앞에.


비스듬히 선채로 검을 당긴다. 몸에 검을 붙이며 원을 그려낸다. 묵직한 수기로 펼치는 방어검초.


그 순간 무영은 이미 균형을 회복하곤 재차 면장과 검법을 내치고 있었다. 이번에는 서로 반대였다. 음기를 휘감은 면장이 그의 검을 휘감기 위해 전진했고, 희끗한 양기를 감은 송문고검이 하늘을 나는듯한 복잡한 공격 투로를 그려내며 사선에서 짓쳐 들어왔다.


그것을 응시하는 백연의 눈이 찰나지간 투명한 자색으로 물들었고.


소년이 무영의 검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거칠게 회전하는 불꽃의 나선 경파. 그와 동시에 면장을 향해 떨어지는 묵직한 수기의 검초.


창명류수검과 낙안권을 동시에 펼치면서였다.


쩌엉! 파아앙!


투로가 얽혀들었다. 한순간 검과 주먹, 손바닥과 검면이 마주치며 두 무인의 검로가 모조리 끊겼다. 권격 투로와 장법 궤적이 전진하지 못했음은 물론이었다.


그러나 명백히 당황한 기색을 내보인 것은 한명이었다.


“어찌!”


무영이 훌쩍 뒤로 몸을 날리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를 향해 따라붙으며 백연이 검을 내뻗었다.


“흉내내기일 뿐입니다.”

“그렇다곤 해도......!”

“그보다는 당신.”


백연이 입매를 비틀었다. 동시에 검신에서 피어오른 화염이 소년의 얼굴에 비스듬히 그림자를 드리웠다. 찰나지간 소년의 검이 꽃잎처럼 분열하며 무영을 향해 떨어졌다.


카가가각!


네차례의 검로가 허공을 그어냈다. 황급히 휘어진 송문고검이 검로를 갈라내는 것도 찰나. 백연의 주먹이 묵직한 파도를 휘감고 그대로 무영의 품을 파고들었다.


퍼억!


묵직한 소음과 함께 무영의 신형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쿨럭......!”

“그것이 신공의 전부는 아닐텐데요.”

“......”

“단순히 두가지 기운을 끌어올리고, 두 초식을 동시에 펼치는 것 정도는 저도 흉내낼 수 있습니다. 감각의 문제니까요. 지극히 짧은 순간에 초식 구결을 새겨 펼쳐내면 그만.”


두 초식에 시간차를 거의 두지 않고 이어낸다. 동시에 펼치는 것과는 편차가 있으나 그 간극을 한없이 작게 줄인다. 백연 자신도 자령안을 극성으로 일으키고 간극에 진입한 상태에서나 가능한 기예지만, 그럼에도 흉내내기는 가능하다.


양의신공.


두가지 무공을 동시에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신공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것만으로 이런 위명을 떨치지는 못한다.


남은것이 당연히 있다.


“만약 그 검이 여기서 끝이라면, 제가 이깁니다.”

“후우. 양의신공을 흉내내는 것부터 말이 안된다 생각하지 않습니까? 만천 사건때 알아보긴 했지만.”

“형(形)을 따라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무공은 하나에서 시작해 모든것으로 뻗어나가 다시 하나로 돌아온다고 하니까요.”

“만류귀종(萬流歸宗)......”

“하지만 그 의념만큼은 본것만으로 똑같이 따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그것이 신공을 신공으로써 존재하게 하는 근원입니다.”


츠츠츳.


백연이 여휘를 비스듬히 늘어뜨렸다. 검신의 끝자락에 다시금 뇌기가 서리며 한없이 예리한 광채를 흘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말했던 무당의 검이 무엇인지 보여주시지요.”


그의 말에 무영이 고개를 살풋 숙였다. 흑갈색의 머리카락이 죽 흘러내렸다. 직후 그가 다시금 고개를 느릿하게 들어올렸을 때였다.


‘분위기가.’


한순간이었다. 따스하던 갈색 눈동자에 한없이 깊은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나직하게 내려 깔리는 것은 지독하게 예리한 살기. 백연조차 등골이 섬짓하게 만드는 기파가 몸을 짓누른다.


“......과거, 삼봉께서 한 제자를 받아들이셨습니다. 일, 월, 시 모두 천살성(天殺星)을 타고난 인물이었지요. 본래라면 혈겁을 일으켜 악귀나찰이 될 살성을 지녔었습니다만, 끊임없는 수련으로 스스로를 붙들었다고 합니다.”

“흥미롭군요.”

“그자가 도를 익히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바로 양의신공. 마음을 나눠 한쪽에 음을, 한쪽에 양을 채우고.”


말하는 것과 함께였다.


무영의 검이 느릿하게 허공을 따라 반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검끝을 따라 풀려나오는 기파가 붓이라도 된 양 허공에 기운을 새겨넣는다. 언뜻 연화의 복마검법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검고 흰 진기.


‘좀 더 근본적인 힘이다.’


음기가 가라앉고, 양기가 위로 오른다. 검로를 따라 하나의 완벽한 원형을 이뤄내면서였다.


“그로써 검을 펼쳐 스스로의 살성을 제어하기로 한겁니다. 피를 보고자 하는 충동을 이겨낼만큼 강력한 도문의 공부로써 말이지요.”

“......”

“모순적이지 않습니까? 살성을 억제하기 위해 검을 쥐고 휘두른다.”


모순적이다. 허나 동시에 이해가 된다. 마음을 둘로 나눈채 끊임없는 원을 그리고 그것을 벤다. 음양을 동시에 손아귀에 쥔 채로.


스스로의 마음을 붙드는 감옥인 것이다. 저 검이 그리는 원은.


하지만 동시에 그랬기에 무당의 검은, 그것을 상대하는 적들에게도 한없이 지고한 감옥이 되었기에.


“그리고 이것은 양의신공의 방향을 붙잡아주기 위해 삼봉께서 제자에게 만들어준 도문의 검법.”


기백년 전의 무학이다. 고금을 논할 지고한 무인이 그려낸 검법과, 그의 악성을 타고난 제자가 엮어낸 심법이 동시에 펼쳐진다.


‘태극혜검(太極慧劍).’


두가지 성질을 일검(一劍)에 동시에 담아내는 검법. 지금 이 순간도 그랬다. 자령안을 일으킨 소년의 눈에는 뚜렷이 보였다. 송문고검 안에 실린 음기와 양기가 끊임없이 반발하며 증폭하기를 반복. 서로를 붙들고 합쳐졌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원을 그린다.


검의 반절은 희끄무레한 기파가 물결처럼 번졌고, 반절은 검은 기파가 끈적하게 가라앉는다. 반으로 나뉜 검에서 제각기의 기운이 뻗어나오며 허공을 따라 회전. 그로써 하나의 검로를 엮어낸다.


‘공방일체의 검법.’


상대의 절기를 부드럽게 방어하고, 자신의 검으로 강맹하게 짓누른다.


그 안에 담긴 묘리와 형태가 한없이 복잡했다. 구결이 대체 어떻게 이뤄졌는지 감조차 오지 않을 정도로.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정상이라 볼 수 있었다. 태극혜검의 구결은 두권의 비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던가. 양의 검로를 다루는 비급과, 음의 검로를 다루는 비급이라고.


하나의 검이 두가지 검법으로 이뤄진 격이다. 양의신공이 없다면 익히는 것은 물론이요 이해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신공절학.


“무당의 검입니다. 암화.”


무영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여전히 비스듬히 서 있는 백연을 향해 검로를 천천히 내뻗으면서였다.


“받아보십시오.”


후욱.


일거에 소리가 사라졌다. 무영이 검을 치켜든 순간이었다. 검끝에 매달린 태극이 물결처럼 번지며 사방 허공을 뒤덮었다. 삽시간에 구름처럼 부풀은 검로가 백연을 넘어 두 사람의 머리위 전체를 덮어낸다.


그것을 보며 백연이 검을 여상히 치켜들었다. 눈앞에 짓쳐오는 태극의 검기에도 소년은 태연했다. 믿는 구석이 있는듯이.


시야를 덮은 희고 검은 거대한 태극. 이 안이라면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본래는 친우들을 위해 아껴놓으려 했는데, 이리 보여주셨으니.”


한번쯤은 괜찮겠지-하며 중얼거린 백연이 검파를 비틀어 쥐었다.


그 순간, 소년의 움직임이 분절된 듯 이동했다. 문득 알아차렸을때 여휘의 검끝은 좌하단에 내려와 있었고, 백연은 금방이라도 발검을 할듯이 몸을 반쯤 숙인 채였다.


발치에서 스치는 기파가 강대했다. 보법과 검법의 일체. 용형보 기파가 줄기줄기 풀려나온 순간 백연의 신형은 이미 한줄기 뇌광으로 화해 있었다.


직후 태극이 백연을 향해 그대로 낙하했고.


소년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



먼저 그들의 눈에 새겨진 것은 하얀 선이었다. 좌중의 모든 시선에 새겨진 금.


지저부터 창공까지 누군가 새하얀 선을 그어낸 듯 했는데, 그 형태가 한없이 느릿하게 일렁인다.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하며 눈을 한번 깜빡이고 넘어갈 만큼.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검로임을 알아본 이들이 몇몇 있었다. 허나 그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허공을 갈라낸 선은 곧 사라졌고.


직후.


콰르르르르릉!


돌연 좌중이 움찔할 만큼 거대한 뇌성(雷聲)이 한차례 울렸다. 동시에 사방을 가득 덮어내던 태극의 중앙이 급작스레 소멸. 한순간에 음양의 기운이 쩍 갈라지더니 봄날에 눈 녹듯이 허공으로 흩어진 기파가 그대로 사라진다.


“......저게 뭐요?”

“태극검이 어찌?”

“왜 사라졌지? 누가 이긴게요?”


혼란스러운 목소리들이 사방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정작 그 가운데 선 두 검객은 조용했다. 서로를 등지고 있었는데, 백연은 검을 올려긋고, 무영은 내려그은 형세였다.


그렇게 있기를 잠깐.


“허, 허, 하.”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영에게서였다. 그가 얼빠진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느새 가벼이 납검하고 있는 백연을 응시한 그가 입을 열었다.


“뭡니까? 그건.”

“곤륜파의 검이지요.”


백연이 고개를 기울이며 싱긋 웃었다.


“무당의 검을 본 답례입니다.”

“그런.”


입을 벌렸다 닫은 무영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가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본래 그런 검을 쓴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지금까지는 그랬지요.”

“......하하, 당신은.”


무언가 말을 하려듯 입을 떼던 그가 한숨을 뱉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당신을 조금이나마 시기했었습니다. 지금보니 그럴 대상도 아니었군요.”

“아하......?”

“제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그 연유에 대해서는 당신도 곧 알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 검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도 사라지는군요. 당신은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기에.”


스륵.


송문고검을 납검한 무영이 포권을 취했다. 그새 양의신공을 거뒀는지 평소대로 온화하고 침착한 분위기로 돌아온 그가 씁쓸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제가,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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