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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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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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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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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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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머리(10)

DUMMY

단 일격이다.


각염이 여상히 내뻗은 주먹 끝에서 뻗어나온 권격 기파. 해일처럼 밀려오던 매화난만의 검기를 그대로 찢어버렸다. 변초, 허초.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수백장에 달하는 꽃잎은 전부 일격에 산산이 부서져 가루처럼 흩날리다 이내 허공으로 녹아 사라졌으니까.


“무슨 권격이......?”


백연마저 당황해 중얼거렸다.


처음 보는 권법이었다. 아니, 권법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권격을 내친 손을 펼치며 기를 그러모으는 것이 그랬다. 권장법, 달리 말하면 수법(手法).


그 안에 깃든 묘리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눈에 담는 순간 깨달았다. 불도 무문의 이해 없이는 엿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권.


“우조천답지(右朝天踏地). 이어 좌배산운장(左排山運掌)이외다.”


그 사이 각염이 나직이 뇌까리며 전진 보법을 밟는다. 어느 순간 뻗어낸 좌장에 일권의 여파를 휘감은채로.


그 기세가 한없이 강맹했다. 그러나 백연은 각염의 동작보다 그가 한 말에 관심을 주었다. 생전, 아니 전생을 통틀어도 처음 듣는 무학의 명칭. 그러나 무학에 담긴 깊이가 느껴진다. 그가 모르는 소림 무공중에 저러한 것이 있었던가.


그때였다.


“저것, 달마십팔수(達磨十八手)인 것 같네요. 소림이 소실한 무공을 복원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는데.”


청율이 중얼거렸다. 그 말에 백연이 되물었다.


“복원이라 했습니까?”

“네. 숭산의 절벽에 남은 유명한 무흔(武痕)이 있는데 달마 대사께서 남기신 것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지금의 방장께서 젊으셨을 적 그것을 보고 소실된 달마십팔수를 복원했다고 들었네요. 그 때문에 당시의 무림이 발칵 뒤집혔다고.”

“달마의 무학을 복원......?”

“신승이시니까요. 그런데 저리 전수할 수 있을만큼 완성되었을 줄이야.”


소림의 무학 뿌리가 더 깊어지고 있네요-하고 덧붙이는 목소리에 감탄이 새겨져 있었다. 백연 또한 그 말을 귀담아 들으며 경기장에 시선을 던졌다.


‘달마의 무흔이라니 대체.’


상승무공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움직임 하나 하나에 정중동의 묘리가 깃들어 있다. 그 형세가 한없이 느리고 둔해 보이지만 거산이 움직이는 것 마냥 압도적이다.


피할 수 없는 일격. 속도를 대가로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부여했다. 소림의 금강부동신법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일까.


‘저리 제한된 투로로도 완벽한 일격을 엮어낼 수 있다니.’


보자마자 머리가 빠르게 굴러간다. 저것을 어찌 받아쳐야 할까. 정면에서 힘으로 겨루는 것은 어렵다. 부처님 손바닥에 짓눌려 죽고 싶은게 아니라면.


어쩌면 보신경 절학으로 파훼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림의 보신경을 봉쇄해버리면 저 달마십팔수도 힘을 쓰지 못할테니.


‘보법 기파로 사방을 붙들어, 영역을 구축해 금강부동신법의 이동 묘리를 묶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


백연은 마치 자신이 경기장 위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유성의 눈앞으로 짓쳐오는 막대한 기파의 장법. 직전 내지른 매화검법마저 일권에 파훼되었다. 새로이 검격 경파를 짜내 방어초를 펼칠 시간은.


‘부족해.’


설사 시간내에 방어초를 펼친다 해도 막기 어려운 일격. 게다가 화산의 검은 그런 방어에 특화된 검법이 아니다. 종남파의 천하삼십육검이라면 몰라도.


‘차라리 전력으로 검을 전개해, 베어버리는게......’


그때였다. 문득 백연의 머릿속에 이상한 감각이 스쳤다. 그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뭐지?’


찰나지간의 고민 끝에 백연은 빠르게 결론에 도달했다.


전력. 그래. 저건 애초에 유성의 전력이 아니었다.


‘이 자식. 자하신공은 엿바꿔먹은......?’


그 순간이었다.


달마십팔수의 앞에 선 유성의 몸에서 흐린 빛이 일었다. 별안간 소년의 가슴을 중심으로 반으로 나뉜 기파가 너울지듯 일렁였는데, 그 기운에는 색(色)이 깃들어 있었다.


붉고 푸르고 노란 기운이 섞이며 연분홍빛 그림자를 드리우고, 나아가 푸르스름하면서도 불그레 물든 자색 여명을 엮어낸다. 그 형태가 한없이 다채롭다.


자하신공(紫霞神功).


완숙해졌다. 그리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저벅.


숨쉬듯이 자하신공을 태연하게 일으키더니 별다른 준비 동작도 없이 두 걸음을 내딛어 각염의 손바닥 앞으로 향한다. 일련의 동작이 마치 혼자만 다른 시간에 사는 듯 보일 정도였다.


“이 검(劍)......친우 녀석이 숨기고 있는게 있어보여 저도 아껴놓으려 했습니다만.”


뒷말을 생략한 유성이 아쉬운 듯 미소를 흘렸다. 상대가 녹록치 않음을 인정하듯이.


그에 전진 장법을 내뻗던 각염이 광소를 터트렸다.


“보여주시오, 시주-!”

“그럼.”


두 무인이 동시에 뇌까렸다. 그와 함께 이제는 흡사 폭풍마냥 거대해진 달마십팔수의 장법 기파가 유성의 신형을 덮쳤고.


화아아아악!


그 여파로 별안간 일어난 돌풍이 막 사방으로 쉴새없이 질주하며 뻗어나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서걱.


시야가 반으로 나뉘었다.


돌연 경기장이 조용해졌는데, 여태껏 기파를 그러모으던 장법이 어느 순간 뚝 끊겨버린 까닭이었다. 대기를 진동시키며 압도적인 기도를 발산하던 각염의 기운이 마치 촛불마냥 훅 꺼져버렸기에.


동시에 각염의 몸 주변으로 흐릿한 자색 노을이 구름 안개마냥 흩어져 허공을 채운다. 경기장 위에 또 하나의 지평선을 그어낸 것 마냥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꽃 향기가......?”


그때쯤 허공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달큰한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봄날의 매화 꽃잎이 이 자리에 현현하기라도 한듯이.


쿠웅.


직후 각염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그제서야 이제껏 각염의 몸에 가려 있던 유성의 모습이 백연의 눈에도 들어왔다.


“......뭐야.”


백연이 중얼거렸다.


“언제 저렇게.”


검룡 유성. 눈썹을 가벼이 내리깐채로 검을 횡격 자세로 쥐고 있다. 여상히 뻗어낸 검격은 심장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마치 그곳을 기점으로 세상을 반으로 갈라버리기라도 할 듯이.


중단전 부근에서부터 자색 빛망울이 너울지며 유성의 몸을 감싸고 흐른다.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기파는 소년의 몸을 덮는 것을 넘어 주변 대기를 물들이며 작은 노을을 지상에 현현시켰다.


그 형태, 일전에도 본적이 있다. 유성의 자하신공을 직접 본 경험은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백연이 눈을 깜빡이는 순간, 유성이 가벼이 손목을 비틀었고.


화악-!


노을이 출렁였다.


물결처럼 흐르던 기파가 그대로 유성의 검을 감싸며 유형화된 검날을 형성했다. 흡사 검신 전체를 노을로 담금질해낸 양.


검기(劍氣).


아니었다.


“자하강기(紫霞罡氣).”


굵직한 각염의 목소리가 나직이 뇌까렸고, 그 음성은 한없이 조용해진 경기장 전체에 닿았다.


“시주의 검은 경이롭구려.”


침묵 속에서 유성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그것이 백연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올곧은 눈빛이 백연을 담으며 부드럽게 휘어졌고.


“졌소. 참으로 많이 배웠소이다.”


각염이 패배를 선언했다.



※※※



강기공(罡氣功).


달리 경지에 이르렀다는 표상이기도 했다. 그 형태와 구조가 기막을 펼치는 것에서 한참 넘어섬에.


다르게 보면 검룡의 경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한 예시로 일전 신강에서 청화단주와 붙었을때의 유성은 완패. 버텨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모르겠네. 변수가 워낙 많다.’


전체적인 힘의 우위는 당연히 청화단주다. 하지만 검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곧 대부분의 방어를 무위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소리. 하물며 그 검강의 근원이 자하신공에 있음에야.


‘살초를 우겨넣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알 수 없다. 실제로 백연도 그런 방식으로 청화단주를 상대로 승리했으니까.


이전에도 공공연히 이대제자를 건너뛰고 일대제자들의 배분과 비교되던 유성이었지만, 이제는 정말로 그래 보였다. 어디가서 후기지수라고 하면 면박을 받지 않을련지.


과거부터 매화검수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었던 놈이다. 어쩌면 지금은 그들 사이에서도 천월진인과 동수, 그 이상을 이룰지도.


‘더 강한가?’


결과적으로 소림제일기재인 각염이 전력을 펼치고도 완패했다. 끝까지 유성은 전력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느낀 감상이었다.


한동안 다음대 배분에는 화산이 구파의 머리에 오를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지 않을까.


그만큼 자하강기는 충격적인 무공이었고, 유성의 자하신공은 완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검법.’


매화검법의 초식이었는데, 백연은 들은적이 있었다.


마지막 초식인 매화만리향(梅花萬里香)에 대해서.


그마저도 전부 펼치지 않은 편린에 불과했지만 이미 유성이 거기까지 성취를 이뤄냈다는 사실만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강해졌네, 많이.”


백연이 중얼거렸다. 곁에 앉아있던 소홍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엄청.”

“전에 신강......아니, 거기서 놈들하고 싸웠을때.”

“응.”

“그때하고 비교하면 벽을 하나 뚫은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게. 하지만.”


소홍이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말했다.


“그건 모두 그래.”

“하긴, 이제는 사형들도 어디가서 당당히 어깨 펴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니까.”

“그건 틀려.”

“음? 자신감을 가져. 소홍 사형 정도면......”

“무인이면.”


소홍이 손을 뻗었다. 그 손끝이 가리키고 것은 막 경기장 위에서 맹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두 무인이었다.


“저 정도는 되야지.”

“......욕심이 엄청 많은데?”


백연이 픽 웃었다.


욕심이 넘친다 할만 했다. 지금 소홍이 가리킨 두 사람은 현월검룡 연화와 소가주 제갈천이었으니까.


쩌저저저정!


허공에 불티가 튀어오른다. 제갈천이 신묘한 보신경으로 거리를 벌리며 손에 든 부채를 펄럭이는 것과 동시에 사방에서 흰 문자가 떠오른다. 직후 자연지기가 급작스레 휘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진법을 형성.


“쇄형진(鎖形鎖).”


카가가각!


거대한 사슬같은 형태의 기운이 흐릿한 형상을 그려내며 연화에게 쇄도했다.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꼬아지며 그녀의 몸을 휘감고 바닥에 처박기까지가 찰나.


“잔재주를!”


그러나 연화는 오래 붙들려 있지 않았다. 강렬한 외침과 함께 묶여있는 상태에서도 바닥을 구르듯 회전하며 기파를 일으킨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검이 한없이 짙은 묵빛 기운을 머금었다.


쩌정!


검신이 사슬을 스치는 순간 진법이 산산조각나며 그대로 파훼. 자유로워진 운신으로 섬전처럼 도약해 제갈천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그에 맞선 제갈천은 어느 순간 뽑아든 연검(軟劍)을 채찍마냥 휘둘러 검로를 휘감고.


“그리 날뛰면 곤란합니다.”


잠깐이나마 연화의 움직임을 봉쇄. 그녀와 얼굴을 맞댄채로 한손에 든 부채를 여상히 휘두른다.


파아아아앙!


백운만락선의 기파가 거대한 돌풍이 되어 경기장 위를 휩쓸었다. 그 자체로도 강대한 파괴력을 지닌 천하일절의 선법.


하지만 백운만락선으로는 연화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잠깐이지만 불어닥친 선법 기파에 연화의 적갈색 머리칼이 줄기줄기 흩날렸다. 뒤편으로 뻗어나가는 장포에는 언뜻 언뜻 검은 기파가 부풀어 오르며 선법 여파를 흩어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제갈천의 선법은 연화의 호신기를 뚫어내지 못했다.


허나 제갈천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백운만락선의 공능은 그런 것이 주가 아니기에.


후욱.


진각을 내딛음과 함께 소매를 휘두른다.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제갈천의 옷소매에서 불현듯 검고 희며 투명한 세 개의 구슬이 튀어나왔다. 그것이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것도 잠시.


“일월성신(日月星辰).”


파스스스-


제갈천의 중얼거림과 함께 구슬이 즉각 녹아내리듯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법보다.’


그것이 진귀한 기운을 담아 만들어진 무구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직후 제갈천이 연검으로 연화의 검격을 다시금 흘려내며 부채를 펼쳤고, 다음 순간.


쿠구구궁-


경기장 위로 거대한 진동이 스쳤다. 그와 함께였다. 검로를 펼쳐내던 연화의 동작이 분절된것마냥 뚝뚝 끊어지며 느려지더니 갑자기 굳어버렸다. 뒤이어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과 함께 자욱한 운무(雲霧)가 발현.


삽시간에 경기장 전체를 뒤덮으며 모든 사람의 시야를 일거에 가려버렸다.


‘평범한 운무가 아니야. 진기를 조밀하게 엮어낸건가.’


백연이 손을 뻗었다. 가벼우면서도 짙은 진기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직전 제갈천이 던져올린 법보가 무엇이었는지 몰라도 꽤나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었던 모양.


‘공능은 지정한 대상의 움직임 봉쇄? 아니면 감각 혼란? 그것도 아니면......’


백연이 술법진을 호기심 가득한 기분으로 분석하고 있는 사이 안개 속에서는 나직한 청년의 음성만이 깔렸다.


[사상풍운진(四象風雲陳)입니다. 현월. 그대의 검은 이것마저 지워낼 수 있을련지.]


사방에서 음성이 흐른다. 고요한 적막을 채우는 목소리는 이제 어디에서 오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자령안으로 감각을 돋우면 알 수 있을까. 잠시 그런 고민을 하던 백연이 막 내공을 일으키려던 그때.


그그극.


무언가 비틀리는 듯한 소음이었다. 바윗덩이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는데, 한없이 묵직했다.


이어 안개 사이로 짧은 호흡 소리가 흘러나왔다.


“천 선배. 강하네요.”


스윽.


옷자락이 스치는 듯한 소리가 일었다. 혹은 얇은 종이 위로 먹을 잔뜩 머금은 붓이 지나가는 것만 같기도 했다.


그리고 직후.


“하지만 저도 놀고만 있던건 아니라서.”


후우욱-


한순간 기감이 뒤틀렸다. 문득 알아챘을때 시야를 채우고 있는 것은 한없이 검게 물든 허공이었다. 검이 뻗어나가는 길마다 묵빛 광채가 덧그려지며 투명해야 할 대기를 색으로 채워낸다.


빛살 한점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검은 하늘로.


이어 눈앞의 흑색이 파도처럼 한차례 크게 출렁였고.


쩌어어어엉!


시야를 가리고 있던 운무가 한순간에 걷어지며 눈앞이 확 트였다. 그 앞에는 제갈천의 목에 검을 겨눈 연화가 태연한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골치 아픈 술법진......다음에는 안걸리게 주의해야겠네요.”

“현천복마검법(玄天伏魔劍法)입니까. 범위가 터무니없군요.”

“아직 티끌일 뿐이에요. 조금만 더 성취가 낮았어도 술법진을 파훼하지 못했을텐데. 경기는......”

“사상풍운진이 파훼당한 이상 더 보여줄 것이 없습니다. 가문의 보배를 써버릴 것이 아닌 생각에야.”


제갈천이 옅은 한숨과 함께 손을 들어올렸다.


“제가 졌습니다. 현월.”


그 모습을 보며 백연이 볼을 긁적였다.


뭘 보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자령안을 일으켰다면 술법진의 구조도 엿볼 수 있었을까. 범위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복마검법처럼 넓은 영역을 일검에 쪼개지 않는다면 파훼하기 어려운 술법무공으로 보였는데.


‘하령한테 물어봐야지.’


백연이 생각했다.


그렇게 세번째 경기까지 끝이 났다. 이제 오늘 남은 것은 한 경기.


사형들이 급격히 소란스러워졌다. 부산스레 움직이는 사람들. 정작 경기를 치르는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긴장하고 있는 듯 보일 정도였다.


검을 휘두를 사람은 언제나와 같은 태연한 얼굴로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설향 사저.”


백연이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준비됐어?”

“응.”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허리춤의 검파를 쥐는 손아귀가 단단했다.


“준비 끝났어.”

“그럼 내려갈까?”


백연이 손을 내밀자 설향이 그것을 붙잡고 일어났다. 그런 그녀를 보며 백연이 싱긋 웃었다.


그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설향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 백연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 자신이 직접 수련을 시켰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 노력에 마침표를 찍을 자리가 왔다.


“가자, 뇌룡을 만나러.”


악예린에게 일검을 먹여줄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3월 15일 금요일은 휴재입니다. 다음편들은 특별히 개인적으로 글을 더 다듬고 싶은 부분이 있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부득이하게 휴재를 결정했습니다. 또한 언제나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그럼 16일 토요일 저녁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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