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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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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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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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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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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본선(6)

DUMMY

※※※



남궁유진은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그가 입을 열 자리가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은 이들은 정파 무림을 이끄는 자들. 그의 부친이었다면 몰라도 그가 함부로 무언가를 논하기는 어려웠다. 아직 그의 검은 창궁의 끝자락에도 제대로 닿지 못한 까닭에.


대신 소년은 듣고 생각했다.


“우선은 앞의 두 논제부터 이야기하고 가는게 좋겠구려. 따로 떼어놓고 논하기 어려운 것들이니.”


손을 모으고 앉은 천견이 입을 열었다.


“우호법의 귀환이 사실로 판명되었소. 신강 일대의 마을을 불태우며 힘을 축적하는 도중이라고 하더구려. 그가 펼치는 염혈신공의 특징은 다들 잘 아리라고 믿으니 생략하겠소.”

“그자가 살아남았단 말이오?”


진령선자가 물었다. 천견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검성이 직접 확인한 것이니 확실하오.”

“검제께서 한 손을 잘라버린 외팔이 아니오. 그러고도 마교에서 살아남았다는......”

“십년 전의 무위를 회복한 것은 물론이고, 더 강해졌을 가능성도 높다 하더이다.”


좌중의 얼굴이 미미하게 찌푸려진다. 여기 앉은 이들 대부분이 우호법의 위험성을 잘 알았다. 그가 돌아왔다는 것은 곧 마교의 힘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교주 아래 온전한 세 호법은 말 그대로 교주의 의지를 관철하는 검(劍)이기에.


“전성기의 우호법......가히 인세의 재앙이오. 검제께서 만전을 기하고도 수일 넘게 싸워서 격퇴시킨 대적(大敵)이거늘. 더 강해졌다 하면.”

“하지만 검제께서도 더 강해지셨습니다. 근래 현천의 위세가 감숙을 덮고도 남아 흐를 정도라 하더군요. 우호법 정도는 충분히 압제하실 수 있지 않으실련지.”


금정신니가 말을 거들었다. 하지만 천견은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검제의 검끝이 더욱 날카로워진 것은 사실이외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큰 것을 잃었소. 서제동왕(西帝東王)......중원을 떠받치던 기둥중 하나가 북방으로 사라졌으니.”


좌중의 시선이 일제히 움직인다. 한순간 남궁유진에게 쏟아지는 시선의 무게가 무지막지했다. 그저 그를 슬쩍 쳐다본 것일 뿐임에도.


남궁유진은 문득 실감했다.


검왕 남궁산이 짊어지고 있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던 것인지.


‘천주(天柱).’


남궁유진이 머릿속으로 뇌까리는 사이, 좌중의 눈은 다시 천견에게로 향했다.


“검제께 전부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오. 십여년 전 검제께서 우호법을 일대일로 상대해 끝없이 전투를 벌일 수 있었던 까닭은 검왕을 비롯한 무인들이 균형추를 맞춰주고 있었기 때문. 이제는 검제가 우호법에게 발목을 잡혀서는 아니 되는 상황이라 하겠소.”

“그 검이 내리누르고 있는 것이 너무 많소이다. 당장 청해부터 감숙을 비롯한 중원 서편의 사마외도의 수가 한둘이 아닌것을.”


청운진인이 덧붙였다.


“근래에는 패흑련주(覇黑聯主)가 폐관을 마치고 다시 나왔다는 소식도 들렸소.”

“괴력난신이 또 하나......”

“그렇더라도 사도 육진은 서로 견제하지 않습니까? 하오문이 건재한 이상 패흑련도 쉬이 거동하지는 못할겁니다.”

“허나 패흑련주가 돌아온 이상 하오문도 문주의 힘이 있어야 균형이 맞소. 하오문주는 언제나 다음 행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니 배제하고 생각하는게 옳겠지.”


툭툭 내던지는 말에 중원의 거물들의 이름이 오간다. 남궁유진의 귀에는 설화속 괴력난신들로만 들리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지독히 현실적이었다. 당장 그의 눈앞에 앉은 선극과 신승이 그런 위인들이었으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겠소. 지금의 검제는 우호법을 압제하는 것이 불가(不可). 만에 하나 마교가 준동하거나, 중원 무림에 소요전을 시도할 경우 좌우호법을 어찌할지가 문제가 되겠구려.”


대호법과 교주는 가정에 넣지 않는다. 간단한 이유였다. 그들이 움직이면 그것이 곧 정마대전이었으니까. 그리되면 더 이상 질서를 지키는 일의 문제가 아니었다.


“좌호법은.......”


천견이 말끝을 흐린다. 좌우호법의 힘은 무지막지한 것이었다. 전대 좌호법이 선극에 의해 격살된 뒤에도 그랬다. 당대 좌호법과 우호법. 둘 모두 재해라 불릴만한 괴물들. 가벼이 상대할 수 없다. 이 자리의 누구라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때 별안간 천독의 음성이 굴러 떨어지는 가을 낙엽마냥 좌중의 귓가를 쓸어내렸다.


“내가 맡지.”

“당가주 그대가? 괜찮겠소?”


여러 의미가 함축된 천견의 반문이었다. 허나 천독은 턱을 비스듬히 괸 채로 초췌한 시선을 늘어뜨릴 뿐이었다.


“대안이 있나? 신창(神槍)은 산동에서 북방 군문에 협조해 오랑캐들을 압제해야 할테고, 검제는 앞서 말했듯 불가. 용두방주와 천견 그대들은 우리의 발과 눈인데 그리 써먹을수는 없는 노릇이니.”

“......”

“나 아니면 운하(雲霞) 뿐이다. 나머지는 십년정도 처박혀 폐관이라도 하고 오는게 더 도움이 되겠지.”

“당가주.”


짐짓 불편한 듯 몇몇 장문인들의 헛기침이 들렸다. 그러나 누군가가 천독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당가주의 말이 맞다. 초월의 위를 뛰어넘지 못한 사람들은 짐덩어리에 불과하지.”

“네놈도 포함이다. 팽월.”

“쯧......안다.”


금강야차 팽월이 입매를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반박하지는 않는다. 그의 당가주에 대한 호오와 별개로 초월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무인들이 좌우호법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 천독의 말이 옳았다.


그에 천견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그리 알겠소. 좌호법은 천독이-”

“우호법은 제가 맡을게요.”


늙수그레한 음성 위로 서일화의 산뜻한 목소리가 잔잔히 섞여든다.


“검신께서 그리 해주신다면 감사할 일이구려.”

“정세가 더 혼란해지면 섬서를 아이들에게 맡기고 서편으로 걸음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겠네요. 그리되면 종남 장문께 잘 부탁을 드려야 할련지.”

“걱정 마시오. 검신.”


진령선자가 고개를 까딱였다.


평시 자주 반목하는 화산과 종남이나 이런 문제에서도 그러지는 않는다. 장문인들간의 회합인 까닭이기도 했다.


그리 우호법에 관한 이야기가 일단락 되었다. 남궁유진은 쉼없이 머릿속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만 해도 바빴다. 중원 정세를 놓고 논하는 지고한 이들의 언행.


소가주로써 이러한 교육은 받았으나, 그것을 적용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소년은 하염없이 귀담아 듣고있을 뿐이었다.


“다음은 검제가 비무제전에 부재한 까닭이오. 이 역시 제갈세가주가 설명해주리다.”


선극의 말이 흐르고.


“어제 안법의 공능으로 감숙을 들여다보았소. 하늘이 검더군.”


천견이 현천(玄天)을 입에 담았다. 좌중의 안색이 미미하게 굳어든다. 그 사이 남궁유진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현천은 북녘 하늘을 뜻하기도 하는데. 그 아래 있을 부친께서는 지금쯤 강녕하실까.


“사도 무림이 준동하고 있는 모양이었소. 끝없이 늘어선 무림인들이 공동산을 누비다가 일거에 전멸. 그 수가 기백명에 달했소이다.”

“그들의 소속과 정체는 확인했소?”

“불명(不明).”

“모든 것으로 상정해야 옳겠구려. 마도 무문이 아니라는 확증은?”

“검은 하늘이 펼쳐졌음에도 고통스러워 하는 기색이 없었소.”


혼원일기공과 더불어 공동파를 상징하는 내공심법. 천뢰복마신공(天伏魔神功)의 마기를 압제하는 능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검제의 검은 하늘 아래에 서면 마공(魔功)을 익힌 자들은 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실제로 그 설명 하나에 모두 납득하는 기색이었다.


“이해했소.”

“그래서 우호법의 이야기에 검제의 여력이 없다고 한 것이었구려.”

“맞소. 서편 일대를 홀로 압제하고 있는 까닭에.”


천견이 말했고, 모두 수긍했다. 그로써 검제에 관한 이야기가 끝났다.


남은것은 보다 직접적인 문제였다.


“그렇다면 이제 어제의 사건에 대해서 논해보도록 하겠소.”


좌중이 침묵을 지키는 아래, 선극의 가벼운 음성이 무게를 담고 떨어졌다. 한없이 바람결 같은 시선이 한쪽을 향한다. 여태껏 조용히 앉아있던 도홍을 향해서였다.


“소장주 양휘겸이 죽은 일. 장문인의 생각을 듣고 싶소.”

“제가 무어라 논할 것이 있습니까?”


도홍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


“비무제전 도중의 사망사고입니다. 책임 여부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 행위에 명백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지요.”


담담한 음성으로 끼어든 것은 금정신니였다. 그녀가 도홍을 응시하며 덧붙였다.


“과거 비무제전이 열리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규칙을 악용하는 이들이 있었지요. 그 이후로 비무제전에서 일어나는 사망사고를 전부 방치하지는 않습니다. 가령 가문의 세력 다툼이라거나.”


말하며 당가주를 슬쩍 쳐다본다. 천독은 여상한 시선으로 되받아칠 뿐이었다. 곁에서 중얼거리는 청운진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양가장주 또한 강하게 항의하더이다. 그냥 모산파의 승리로 매듭지을 수 있었는데 어찌하여 죽음으로 끝을 보아야 했냐고.”

“우습군요.”


답하는 도홍의 음성.


남궁유진은 그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입가에 삐딱한 웃음을 걸고 있는 모산의 장문이다. 젊은 청년의 눈매가 활처럼 휘어든다.


“한없이 실전에 가까운 비무. 그것이 비무제전이 추구하는 바 아닙니까? 본질을 잊어서는 안되는 일이지요. 그리 추궁하겠다 하면 우선적으로 암화의 일부터 입에 담아야 하는 것을.”


남궁유진이 미간을 좁혔다. 소년은 곧장 입을 열어 반박하려고 했으나 앞서 깔리는 음성이 있었다.


“재밌군.”


천독이었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좌중을 응시했다. 그에 도홍이 생긋 웃으며 답했다.


“암화가 당진천의 무공을 앗아간 일. 지금 당진천은 무공을 사용하기는 커녕 거동도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압니다. 맞습니까?”

“맞다.”

“무인에게 그것이 죽음과 크게 다를바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애초에 암화는 끝까지 갔다 하면 당진천의 목을 날렸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천독?”

“그랬겠지.”


순순히 수긍한다. 이어서 덧붙이는 천독의 음성이 무감했다.


“허나 당진천은 살기를 택했다. 그래서 살아남은 것이지.”

“양휘겸은 그러지 않았을 뿐입니다. 분명 소장주는 승복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일격의 절초를 준비해 날렸지요. 그 결과가 스스로의 죽음이었을 뿐.”


좌중의 사이에서 가벼운 언쟁이 이어졌다. 제각기 낮은 음성으로 한마디씩을 덧붙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한가지로 의견이 수렴되었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사고에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면, 이번 사망 사고는 특별히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절초를 날린 쪽이 양휘겸인 까닭이기도 했다. 도홍의 말대로 승복할 기회가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소장주 쪽이었으니까.


그 사이에서 남궁유진은 묘한 불편함을 느끼며 한숨을 삼켰다. 수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을 맴돌았으나 입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토의가 끝나고, 옥청각을 나설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웃고 있는 도홍의 모습이었다.



※※※



“어째서......”


소년의 혼잣말이 허공에 닿았다. 늦은 밤. 옥청각을 나선 직후의 남궁유진이었다. 의문이 머리를 가득 채우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답답한 심정이 가득했다.


백연에게 물어봐야 할까. 그는 무엇이라도 다 알고 있을것만 같은데.


“하아.”


그때였다.


귓가를 스치는 기척이 커다랬다. 빠르게 뒤를 돌아보자 성큼성큼 걸어오는 녹빛 장포의 무인이 눈에 들어왔다.


“......당가주님.”

“음? 남궁가주.”


깔리는 시선이 무감했다. 잠시 소년을 훑듯이 내려다보던 그가 툭 내뱉었다.


“당당해져라.”

“예?”

“창궁의 검은 세상을 오시하는 일검이다.”


그리 말하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기려는 천독. 그때 남궁유진이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새까만 시선이 뒤를 돌아보았다.


“무엇이지.”


마음속을 스치는 물음이 많았다. 하지만 남궁유진은 그것을 전부 입에 담지 않았다. 그가 물어야 하는 질문은 가벼워서는 안되었다. 남궁가주로써 알아야 할것.


소년은 잠시간의 고민 끝에 고른 질문을 입에 담았다.


“......마교의 호법들. 지금 중원의 균형은 무너진 상태입니까?”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어째서입니까? 선극과 신승께서 계신것을. 두분께선 적극적으로 앞에 개입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좌우호법이 강대하다 한들 선극과 신승의 이름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그럼에도 두 무인은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의문이었다. 동시에 답답하기도 했다.


“두분의 무위가 바래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다.”


천독이 답했다. 어둠 아래 그의 입꼬리가 미미하게 움직인 듯도 했는데 확실하지는 않았다.


“재미있는 질문이군. 이유는 간단하다. 두 사람은 존재 자체로써 여럿을 억압하는 대마(大馬). 당금의 마교주와 혈교주를 비롯한 이들이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런?”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존재는 북경의......”


무언가를 덧붙이려던 천독이 입을 닫았다. 그의 시선이 남궁유진의 어깨 너머에 닿았다.


“서일화.”

“당무혁. 따로 보는것은 간만이네요.”


검신이었다. 하늘한 옷자락을 끌며 나타난 그녀가 두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남궁가주. 많이 자랐군요.”

“검신, 결례다.”

“아? 그러고보니 그렇군요. 죄송해요. 어릴적에도 뵈어서 익숙한 얼굴인지라. 그나저나 당신이 그리 예의를 챙기는 사람이었던......?”

“본론만 말하도록.”

“없어요. 가던 길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서.”


그녀가 손을 펼친다. 느릿하게 뻗어나오는 기파가 사방을 채우며 깔렸다.


“듣는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세요. 지금은 제가 막아놨지만.”


천독이 고개를 끄덕이곤 남궁유진에게 시선을 던졌다.


“대답이 되었나.”

“예.”

“그런 이유에서다. 그랬기에 정파 무림을 이끄는 실질적인 핵심은 서제동왕. 검제와 검왕 두 무인이었다.”


그 말에 남궁유진이 중얼거렸다.


“부친께서......?”

“그래. 허나 지금 검왕은 없고, 검제는 여력이 남지 않는다. 이제 중심이 명확하지 못하게 되었지.”


그리 말하며 천독이 옆으로 시선을 던진다. 그 자리에는 운하검신이 미소띈 얼굴로 서 있었다.


그녀를 보며 천독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너는......닿았군.”

“......음?”


당황한듯 눈을 깜빡이는 검신. 그러나 천독은 여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누군가는 검왕의 빈 자리를 차지해주어야 하겠지.”

“천견께서 계시지 않나요.”

“천견?”


천독이 입매를 비틀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외려 그 노인은 나와 닮았지.”

“......”

“시대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밀려 올라오는 파도가 거대하지. 고여버린 물이 수호하고 있던 백여년의 표면적인 평화가 깨지고 있다.”


그의 시선이 훑듯이 검신을 스쳤다.


“고금에 이름을 새길 기재들이 밀려와. 너는 그 가장 앞물결에 흐르는 파도중 하나다. 저기 늙은 망령들과는 다르게.”

“제가 그 정도로 어리지는......”

“네가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소리다. 뒤를 위해.”

“......”


답한 천독이 남궁유진을 응시했다. 이어서 툭 내던지는 말이 가벼웠다.


“검왕의 검을 새겨라. 그 검이 창궁에 닿았을때, 그는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었으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천독은 더 할 말이 없다는듯 몸을 돌리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 제멋대로 대화를 끝내버린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검신이 한숨을 뱉었다.


“여전하네요.”


남궁유진은 침묵으로 답했다.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눌러오는 검왕의 이름이 커다랬다. 너무나도.



※※※



이튿날이었다. 비무제전의 본선 첫주차가 마무리되고, 둘째주의 대진이 발표되는 날이기도 했다.


첫주차동안 일백 스물 여덟명의 무인을 탈락시키고, 이제 본선에 남은것은 나머지 일백 스물 여덟명의 무인.


이제는 대진을 매주 발표하는 일은 없다. 당일 결정된 대진에 따라, 승리하면 대진표의 같은 위치에서 승리한 이와 붙게되는 까닭. 때문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무연봉의 위에 사람이 가득 들어차고.


“......뭐야.”


백연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재미있네?”


소년이 웃었다.


그의 첫번째 대진.


곤륜파의 백연 옆에 나란히 자리잡은 이름이 바로, 모산파의 위연인 까닭이었다.


작가의말

지각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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