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되어 이계로

신이되어 이계로 -239.어르신-(내용추가)

달시와 도로시를 데리고 시즈 왕국으로 돌아온 은성은 곧장 저택에 있는 지하연무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앤드류 공작과 토마스 그리고 유리스가 각각 개인훈련을 하고 있었다.

“주군 다녀오셨습니까?”

유리스가 은성을 발견하곤 그에게 손짓했다.

은성이 그의 손짓에 화답하며 말했다.

“데니안 왕자는..?”

함께 연무장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데니안 왕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은성의 물음에 유리스가 그에게 보고했다.

“그는 볼튼왕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주군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하시면서...”

“흐음.. 혹시 그가 소피아 공주에게 용서를 받고 돌아간 건가?”

은성의 질문에 유리스가 대답했다.

“데니안 왕자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면서 소피아 공주에게 사죄하더군요? 소피아 공주님도 그를 용서해 주었고요.”

데니안 왕자가 그녀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하니 은성도 더 이상 데니안 왕자를 처벌할 생각은 없었다.

“잘 된 일이군? 그럼 데이비드 공작도 함께 볼튼 왕국으로 돌아간 건가?”

은성은 그도 데니안 왕자와 함께 볼튼 왕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맞습니다. 데이비드 공작도 데니안 왕자와 함께 볼튼왕국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보이더군요?”

“그렇겠지. 볼튼 왕국의 2왕자인 동생이 다크에게 몸을 빼앗긴 신세가 되어 버렸으니 당연히 발걸음이 무거울 수 밖에...”

“사실 저도 줄리안 왕자의 얼굴을 보면서 다크님이라고 말하기가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유리스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네.”

앤드류 공작이었다.

“괜히 나 때문에 검술 연습을 방해받았나 보군?”

은성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앤드류 공작은 이미 검을 검집에 넣은 후였다.

평소 시간대보다 검술훈련을 일찍 끝마친거였다.

“아닐세. 요즘엔 검술이 더 이상 진전이 없는 것 같아서 오늘 훈련은 이만 끝낼 생각이었네.”

“그럼 비무를 한번해보는건 어떻겠나?”

은성이 비무를 하자고 말하자 앤드류 공작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은성이 자신과 비무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훈련효과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나야 좋지. 자네가 상대해준다면야 나또한 마음껏 공격할 수 있으니..”

하지만 은성이 그와 직접 비무를 한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내가 아니라.. 바로 이 분일세.”

유리스가 은성의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들은 누구입니까?”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자들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노파와 커다란 후드를 깊숙이 눌러쓴 것도 모자라 신체마저 독특한 옷으로 가려서 입은 누군가가 아까부터 멀뚱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 분은 앤드류 공작과 비무를 해보고 싶다고 하길래 데려온 자야.”

은성이 리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

리치를 바라보던 유리스의 시선이 자연스레 마녀에게로 향했다.

“옆에 있는 여성분은 그를 따라온 가족이고...”

은성은 도로시를 달시의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은성의 말에 앤드류 공작이 로브를 쓴 누군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와 비무를 해 보고 싶다고..?”

은성이 소개해 준 자라면 분명 그 또한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라고 여겼다.

그러했기에 앤드류 공작은 후드사이로 그의 얼굴을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끝내 그의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은성이 리치대신 앤드류 공작에게 말했다.

“그러고 싶다고 하더군..”

“그럼 이쪽은 그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신가?”

앤드류 공작이 도로시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가 그만큼 늙었기에 어림짐작으로 물은 것이었다.

“아니.. 그녀는 그의 딸이라고 볼 수 있지. 그가 그녀를 어릴때부터 키웠으니까..”

“으응..?! 그럼 나더러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과 비무를 하란 얘긴가?”

한눈에 보아도 오랜 세월을 살았을 듯 보이는 노파의 아버지와 비무를 하라는 말에 앤드류 공작이 내키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리치가 걱정말라는 듯 화답했다.

“내가 자네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는것은 인정하지만 자네에게 쉬이 질 정도로 쇠약하지는 않았으니 걱정 붙들어 매시게..”

유리스도 후드를 쓰고 있는 그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늙은이라 여기며 그를 걱정해 주었다.

“어르신.. 자칫 어디 한군데 부러지기라도 하시면 낫기도 힘드실겁니다.”

“걱정말게나.. 여태껏 뼈마디가 탈골된 적은 있어도 부러져 본 적은 없으니까..”

리치가 걱정말라는대도 유리스의 걱정은 더욱 깊어만 갔다.

“그래도 자칫 피멍이라도 들면 쉽게 낫지도 않으실 겁니다.”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 내가 피멍이 들어본 적이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하구나? 그러니 그런 걱정은 애초에 할 필요도 없다.”

리치가 된 이후 피멍은커녕 핏방울 한번 흘린적이 없는 달시였다.

애초에 뼈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차라리 저와 비무를 해 보시는게 어떻습니까? 제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저 또한 소드마스터이니 충분히 상대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너같은 피라미 녀석과는 상대하는것도 귀찮을 것 같구나? 누가 2인자인지 겨루는 자리이니 너는 빠져 있거라.”

적극적인 유리스의 만류가 귀찮다는 듯 리치가 툭 내뱉은 말이었다.

그가 행여나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유리스는 리치의 대답을 들은 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있었다.

“...”

유리스가 할말을 잃자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은성이 말했다.

“이 분은 9클래스급의 마법을 익히신 분이세요. 검술로 치면 그랜드 소드마스터 급의 실력자라고 할수 있죠.”

그가 대마법사라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리치를 향했다.

“저..정말인가요?”

앤드류 공작이 리치를 향해 물었다.

“사실이네.. 그러니 자네와 비무를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흐음.. 좋습니다.”

앤드류 공작이 승낙했다.

“잘 생각했어. 그럼 일단 자리를 옮길까? 여긴 비좁을 것 같으니..”

은성의 물음에 앤드류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게 좋겠군? 자칫 잘못하면 지하연무장이 무너질지도 모르니..."

결국 은성은 리치와 앤드류 공작을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하아.. 왜 난 빼놓고 가는거야? 혼자만 재미보려고.."

다크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은성이 사라진 방향쪽으로 텔레포트를 시전하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예로부터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중에 제일은 싸움구경이라는 말이 있었다.

'누가 이기는지는 봐야 할 것 아냐? 치사하게 혼자만 구경하려고 하다니..'

제일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수 없었던 다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