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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물망초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되어 이계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안녕물망초
작품등록일 :
2020.05.15 16:01
최근연재일 :
2021.09.17 20:07
연재수 :
411 회
조회수 :
151,345
추천수 :
1,768
글자수 :
1,842,031

작성
20.12.16 21:56
조회
196
추천
1
글자
20쪽

신이되어 이계로 -238.마녀 도로시-

DUMMY

마녀가 사는 곳은 아주 외딴 오지에 위치한 낡고 초라한 집이였다.

그녀 또한 홀로 그곳에서 오래 살아왔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산세가 험하디 험한 곳에 위치한 집이었기에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림자의 숲’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은 어김없이 그곳을 방문하였고 마녀는 그들에게 늘 ‘그림자의 숲’에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쯧쯧.. 벌써 손님이 온 모양이군..?”


이제는 노파가 되어버린 마녀가 혀를 차며 탄식했다.

이곳을 찾는 자들은 모두 ‘그림자의 숲’에 가길 원하던 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태껏 그곳에서 빠져나온 자들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녀는 속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그림자의 숲’에 대한 위치를 알려줘야만 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으므로...

자그마한 탄식을 내뱉은 그녀가 밖으로 향해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이군..?”


리치가 그녀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치를 본 마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눈가에 눈물을 한가득 머금기 시작했다.

애써 눈물을 참아낸 그녀가 그에게 한마디를 툭 내뱉듯 말했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오셨네요?”


그 둘이 헤어진 이후 2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리치가 일찍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녀는 리치가 일찍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그림자의 숲’에서 벗어나 자신과 재회할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영영 그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기에...


“이들 덕분에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소. 늦어서 미안하구려..”


리치가 은성과 다크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사과했다.

마녀는 그들을 한껏 경계하며 리치에게 물었다.


“이들은 누구죠?”


“이쪽은 은성이라는 인간이고.. 그리고 이쪽은 마왕 다크라고 하오.”


리치가 그들을 소개하자 마녀가 깜짝 놀라며 리치에게 되물었다.


“마..마왕이라고요?”


그녀가 놀랄 만도 했다.

마왕이 중간계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한편으로는 리치가 그곳에서 빠져 나올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만약 그가 정말로 마왕이라면 충분히 그곳에서 리치를 데리고 빠져나올 능력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나도 처음엔 그가 마왕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였지만 그와 몇마디 얘기를 주고받은 후에는 그가 마왕이라는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소. 믿기 힘들겠지만 그는 마왕이 확실하오.”


리치가 차분한 어조로 그녀에게 다크가 마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어필했다.

잠시 후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마녀가 다크를 향해 넙죽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감사드려요. 영영 그를 못보는 줄 알았거든요.”


그녀가 갑작스럽게 고마움을 표하자 다크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하.. 내가 한게 뭐가 있다고 그러시오?”


실제로 그곳에서 리치를 구해내는 일에 있어서 다크가 한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했기에 다크는 사실을 말한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크가 의외로 겸손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인 은성이 그곳에서 리치를 구해내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호호호.. 그래도 고마운건 고마운거죠. 덕분에 그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잖아요.”


결국 다크가 한마디를 더 하려는 찰나.. 은성이 먼저 그녀에게 얘기했다.


“어차피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그러니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요.”


“해야할 일을 했다니요?”


그녀가 은성에게 물었다.


“난 단지 당신에게 묻고 싶은게 있어서 그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 뿐이에요.”


“제게 묻고 싶은게 있다고요?”


은성이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


“달시가 말하길 당신이 리치가 있는 ‘그림자의 숲’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고 하던데..?”


“맞아요. 하지만 전 그들에게 그곳의 위치만 알려줄 뿐이에요. 직접 그들을 그곳으로 안내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림자의 숲’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말인가요?”


은성의 물음에 마녀는 손가락 하나를 치켜 세우며 대답했다.


“아니요. 딱 한번 ‘그림자의 숲’ 입구까지 간 적이 있었어요.”


그녀가 ‘그림자의 숲’ 위치를 알고 있는 이유였다.


“그곳엔 뭐하러 간 거죠?”


은성의 질문에 마녀가 오히려 그에게 되물었다.


“제가 그곳에 갈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눈치를 챈 은성이 중얼거렸다.


“그렇군? 당신도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지길 원했나 보군요?”


“그래요. 그 당시에 전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으니...”


“그 당시라면..?”


“200여년전이요. 그때 전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그림자의 숲’에 들어갈 생각을 했었죠.”


“도대체 200여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요?”


“제가 세상에 미련을 버린 이유 말인가요?”


“그렇소.”


은성의 물음에 그녀가 과거를 회상하듯 얘기를 시작했다.


“제가 아주 어린시절이었어요. ‘신들의 전쟁’이 끝난 직후 사람들은 대대적으로 마녀사냥에 앞장섰어요.”


“마녀사냥이요?”


“그래요. 그 당시 사람들은 마녀를 두려워했죠.”


“왜죠..?”


“마녀들이 요상한 주술로 마족들을 중간계로 소환을 했기 때문에 ‘신들의 전쟁’이 발발했다는 이상한 소문이 떠돈 이후부터였어요. 그때부터 사람들은 마녀사냥이라는 명목하에 저희 마녀들을 발견하는 족족 처형을 시키곤 했거든요.”


“그게 사실인가요? 마녀들이 마족들을 소환했다는 소문이..?”


은성의 물음에 그녀가 반발했다.


“천만에요! 마녀들은 단지 마법과 주술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에요. 또한 아무리 뛰어난 마녀라고 할지라도 마족들을 소환할 수 있는 주술은 없어요. 누군가의 근거없는 말이 불씨가 되어 사람들이 마녀를 두려워하게 된 결과였죠. 그러했기에 전 어릴때부터 늘 도망다녀야만 했고요.”


사람들은 또다시 마족들이 강림할 것을 두려워하며 마녀사냥에 나섰던 것이었다.

마녀가 마족들을 소환한다는 근거는 없었지만 이미 마족들에 대한 공포심에 가득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은 아무런 죄없는 마녀들을 잡아 공개처형하기에 바빴다.

마녀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마족들이 이 세상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서 말이다.


“그 당시 당신의 나이가 몇 살이었길래..?”


은성이 의문을 가지고 물었다.

‘신들의 전쟁’이 끝난지 벌써 300년이나 흘렀기 때문이었다.


“‘신들의 전쟁’이 끝난후 5년이 지난 뒤였으니까 아마 전 그 당시 3살이었을 거에요.”


마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3살이라고요? 그럼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마녀였단 얘긴가요?”


“아니요. 그 당시엔 전 마녀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태어날때부터 마법과 주술을 사용할 수 있겠어요?”


그녀가 웃는 얼굴로 은성에게 말했다.


“그런데 왜..?”


왜 도망쳤냐는 은성의 질문에 그녀가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전 그 당시 마녀의 딸이었으니까요. 저희 어머니가 마녀였죠. 사람들은 마녀뿐 아니라 마녀의 가족들도 함께 처형시켰거든요.”


“그럼 당신은 마녀가 아니란 말인가요?”


“아니요. 그 이후에 저도 마녀가 되었어요.”


“그 이후에 마녀가 되었다고요? 굳이 그럴 필요가..?”


은성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사람들이 마녀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데도 그녀가 마녀가 된 이유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알고 싶었어요. 마녀가 되면 정말로 마족들을 소환할 수 있는건지...”


그녀의 대답에 은성의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갔다.


“왜죠..?”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저희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방법은...”


“당신의 어머니도 결국 안타까운 일을 당한 모양이군요?”


“그래요. 사람들은 어머니뿐만이 아니라 제 가족들을 모두 죽였어요. 그 당시 가족들 중 유일하게 저만 누군가에 의해 간신히 살아서 도망칠 수 있었어요. 저를 구해준 그 분은 제게 은인과도 같은 분이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어머니의 누명을 벗겨드렸나요?”


은성이 물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아니요. 제가 마녀가 된 이후 깨닫게 되었어요. 마녀는 절대로 마족들을 소환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제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제 말을 믿으려 하지 않더군요?”


은성이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겠죠. 당신 또한 마녀가 되었으니..”


“그래요. 멍청하게도 제가 쓸데없는 짓을 하고 만 거죠. 마녀의 말을 믿을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다고...”


그녀는 스스로 마녀가 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누명을 풀어주지도 못한채 그녀 또한 사람들에게 마녀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해 이곳에 홀로 숨어 지내는 거군요?”


“물론 그 이유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곳은 제가 마녀가 되기 훨씬 전부터 살던 곳이었어요. 세상은 넓지만 돌이켜보니 제가 가야할 곳은 이곳밖에 없더군요?”


“이곳이 그나마 안전하기 때문에..?”


은성이 물었다.

마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전 단지 제 은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돌아온 것 뿐이에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저를 믿어주던 분이었으니...”


은성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물었다.


“설마 그분이..?”


“맞아요. 바로 달시님이 제 은인이에요. 그가 어린 저를 처형당할 위기에서 구해주신 분이거든요.”


은성이 의외라는 듯 리치를 쳐다보았다.

리치가 그런 선행을 베풀 거라곤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리치가 헛기침을 하며 말문을 열었다.


“커험.. 난 그 당시 마녀들이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을 구하려고 했을 뿐이었소.”


마신의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았던 리치는 그 당시엔 마족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중간계로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했기에 죄없이 죽어가는 마녀와 그들의 가족들을 못 본 척 외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혼자서 수많은 마녀와 그 가족들의 죽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간신히 수십명의 사람만을 구해낼 수 있었고 그 중에 한명이 바로 그녀였다.


“헌데 이상하군? 자네는 홀로 1년간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그 후 곧장 ‘그림자의 숲’에 갔다고 하지 않았나?”


다크가 리치를 향해 의문점을 제시했다.


“그랬지.”


“근데 어떻게 그녀가 당신이 ‘그림자의 숲’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 당시 3살이었을 그녀의 입장에서 볼때 리치가 그곳에 갔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는 말이었다.

3살때의 일을 아직까지 기억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곳은 나와 그녀가 함께 살던 공간이었소. 당시 세 살이던 어린 그녀를 두고 차마 혼자서 ‘그림자의 숲’에 발을 들일수는 없었으니까..”


리치가 처형 위기에서 구해낸 수많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고아였던 그녀를 한동안 보살펴 왔다는 말이었다.


“그럼 한동안은 마녀와 함께 이곳에서 살았다는 얘기군..? 곧바로 ‘그림자의 숲’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렇소. 그녀가 100살이 되었을 때 헤어졌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꽤 오랜 세월을 그녀와 같이 보낸 셈이지.”


자그마치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 살았다는 의미였다.


“그렇게나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았다고?”


설마 100년이나 함께 살았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다크가 의외라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이에 리치가 나직히 말했다.


“처음엔 단지 그녀가 홀로 생활할 수 있을 나이가 되면 그녀의 곁을 떠나려고 마음먹었소. 헌데 난 그럴 수 없었소.”


리치의 말을 이어 마녀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졸랐거든요. 마녀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그녀가 간절히 원했기에 리치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둘이서 함께 보냈던 것이었다.


“그녀가 딱 100살이 되던 해에 난 그녀가 마녀의 자격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그 날 이후 난 약속대로 그녀의 곁을 떠나 ‘그림자의 숲’에 가게 된 것이오.”


리치의 설명을 들은 은성이 그를 보며 말했다.


“이제보니 당신은 외톨이가 아니었군요?”


리치의 곁에는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성의 질문에 리치가 마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난 외톨이가 맞소. 그녀는 단지 나를 은인으로 생각하기에 나를 외면하지 못했을 뿐이오.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도 이미 내곁을 떠나고 없었을 테니..”


리치의 말을 들은 마녀가 영문을 몰라 그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달시님을 얼마나 존경하는데..?”


“훗..! 이제 사실대로 말해도 괜찮소. 당신 또한 나를 은근히 두려워하고 있지 않았소?”


“네? 제가 달시님을 두려워 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당신과 함께 생활하며 우연히 보았던 당신의 그 눈동자를 난 여태껏 잊은 적이 없었소. 나를 보며 불안에 떨던 당신의 그 눈동자를 말이오.”


리치의 모습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외모였다.

간혹 그녀가 보여준 흔들리던 눈동자를 그는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의 얘기를 듣던 마녀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흐흑.. 제가 불안했던 이유는 달시님이 두려워서가 아니에요.”


“그럼 왜..?”


“전 오히려 달시님이 제 곁을 떠나는게 두려웠을 뿐이에요. 달시님이 늘 제게 말씀하셨잖아요? 제가 마녀가 되면 그때가 헤어지는 날이 될 거라고...”


갑자기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자 리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당신도 마녀가 된 후 나를 미련없이 떠나보냈지 않았소? 헌데 왜 우는 것이오?”


“그건.. 그건 어쩔수 없었어요.”


“어쩔 수 없었다니..?”


“어머니의 무죄를 확인하려면 전 마녀가 되어야만 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마녀가 되기 싫었어요. 달시님과 헤어지는게 싫었거든요.”


그녀는 자신이 마녀가 되면 자신의 곁을 떠나겠다던 달시의 말을 한시도 잊은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마녀가 되기 싫었다고..? 난 당신이 마녀가 되었다며 좋아서 기뻐하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는데..?”


“당신에게 슬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밝은 척 했던 것 뿐이에요. 그리고 사실 전 그보다 훨씬 이전에 마녀가 되었어요. 다만 그 사실을 당신이 알게되면 저를 떠난다는 생각에 한동안 제 본 실력을 숨기며 살았었죠. 당신이 내 곁을 떠나는게 싫었으니까...”


결국 그녀는 마음속에 꼭꼭 숨겨 두었던 속마음을 모두 털어 놓았다.

자신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리치가 너무 놀란 나머지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그런..?!”


“전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마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다만 그 사실을 당신에게 알리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얼빠진 표정으로 말문이 막힌 리치를 대신해 은성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몇살 때 마녀가 된 거죠?”


은성의 물음에도 그녀는 리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일흔아홉의 나이에 마녀가 되었어요. 하지만 당신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에 차마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었어요.”


그제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리치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그럼 20년이나 날 속였다는 얘기요?”


그녀가 리치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제가 마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당신은 미련없이 제 곁을 떠날 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의 말을 들은 리치가 너털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허.. 허허..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여태껏 그녀가 은연중 자신을 두려워한다고만 생각했지.. 자신이 떠난다는 것에 대하여 불안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200년을 훌쩍 넘긴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200년전에 헤어진 이후 ‘그림자의 숲’에서 다시 재회했다는 얘긴가요?”


은성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요. 그 후로 우린 실제로 만난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하던데..? 어떻게 서로 통신을 주고 받았던 거죠?”


은성이 의문을 표하자 그녀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림자의 숲’에 발을 들이기 전 마지막으로 그에게 통신을 시도했었어요. 혹시라도 그가 살아있다면 제 연락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요. 다행히 그는 제 연락을 받았고요.”


그녀의 설명을 듣던 리치가 계속해서 은성에게 말했다.


“그때 내가 ‘그림자의 숲’엔 절대로 발을 들이지 말라고 그녀에게 당부했지. 언젠간 꼭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겠다는 거짓말과 함께 말이야. 헌데 내가 그 거짓말을 지켜 버렸군? 허허..”


자신이 그곳에서 빠져나올거란 사실을 예상 못했던 리치였다.

리치의 설명을 그녀가 다시 이어서 말했다.


“그 이후 저희 둘은 서로 통신을 주고받으며 200년동안 안부를 묻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된 거고요.”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은성이 혼잣말로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럼 리치가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단 말이군?”


그의 중얼거림을 리치가 용케도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그렇지. 내가 외톨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난 죽지 않을거야.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말야. 게다가 어차피 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신세라는걸 확실히 깨달았고...”


하지만 그는 은성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가 널 살린 것이다. 네 녀석이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으니 조금더 지켜볼 수 밖에...’


은성은 여태껏 리치를 만나면 그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가 존재하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마신이 강림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리치는 중간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매개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를 직접 만나고 경험해 본 지금은 그를 굳이 죽여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가 그렇게 나쁜 자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했기에 은성은 리치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리치를 죽여야할지 말아야할지 결정한 은성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시즈 왕국으로 돌아가는게 좋겠군..?”


은성의 말에 리치가 물었다.


“시즈 왕국..? 그런곳이 있었나?”


“내가 사는 곳이다. 네가 만나고 싶어하던 앤드류 공작도 그곳에 있고 말이야.”


“하하.. 그렇군? 그럼 약속대로 날 그곳으로 데려가 주게.”


리치의 부탁이 끝나기 무섭게 마녀가 부탁했다.


“저..저도요. 달시님이 가는 곳이라면 저도 따라가겠어요.”


그녀는 더 이상 리치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의 이름을 여태 모르고 있었군요?”


은성의 물음에 그녀가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전 도로시에요. 달시님께서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죠.”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은성이 리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로시라..? 좋은 이름을 지어주었군?”


리치가 무언가 대답하려는 찰나.. 그들이 빛무리와 함께 그곳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은성이 그들과 함께 순간이동으로 시즈왕국으로 향한 것이다.

시즈왕국으로 향하는 은성의 머릿속엔 아직 한가지 의문이 남아있었다.


‘리치도 마녀도 아니라면 몬스터들은 누구의 명령에 의해 움직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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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신이되어 이계로 -249.황제의 종- +1 20.12.27 22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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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신이되어 이계로 -246.심검1-(내용추가) +1 20.12.24 209 2 7쪽
246 신이되어 이계로 -245.소드 엠페러3- 20.12.23 193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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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신이되어 이계로 -243.소드 엠페러1- 20.12.21 209 2 7쪽
243 신이되어 이계로 -242.누가 우위일까3-(수정) +1 20.12.20 197 1 8쪽
242 신이되어 이계로 -241.누가 우위일까2-(수정) 20.12.19 198 2 8쪽
241 신이되어 이계로 -240.누가 우위일까?1- 20.12.18 210 2 11쪽
240 신이되어 이계로 -239.어르신-(내용추가) 20.12.17 194 2 7쪽
» 신이되어 이계로 -238.마녀 도로시- 20.12.16 197 1 20쪽
238 신이되어 이계로 -237.그들의 대화2-(부분추가) 20.12.15 190 1 8쪽
237 신이되어 이계로 -236.그들의 대화1- +1 20.12.14 202 1 8쪽
236 신이되어 이계로 -235.벽-(내용추가) 20.12.13 204 1 10쪽
235 신이되어 이계로 -234.투시- 20.12.12 19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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