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갈상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전지전능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제갈상사
작품등록일 :
2017.11.23 15:35
최근연재일 :
2017.12.22 08:0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45,701
추천수 :
5,291
글자수 :
222,480

작성
17.12.20 08:00
조회
4,681
추천
145
글자
18쪽

관광 (2)

DUMMY

일환으로부터 300m 정도 떨어진 거리.

초목 사이에 은신한 채, 저격소총의 스코프 렌즈에 눈을 갖다 댄 저격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이게 뭔?”


그럴 만도 하다.

분명 성공적인 저격이었다. 총알은 확실히 목표물의 미간에 명중했다.

그런데 죽지 않는다.

툭툭-.

무슨 먼지 털어내듯이 총알을 털어내는 일환을 본 저격수의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아니, 이게 무슨-.”


아무리 헌터들이 최전선에서 괴수들과 싸우는 미친 초인들이라지만.

그들도 인간인 이상, 미간에 총알이 박히고 멀쩡히 살아남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 저 인간은 살아남았다. 아니, 그냥 아예 멀쩡하다.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찰깍-.

저격수는 볼트를 잡아당긴 뒤 다시 재장전을 하였다.


‘한 번 더 쏴보면 알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윤태주의 명령을 기다리던 그때.

탕-!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



탕-! 탕-! 탕-!

직후, 총성은 정확히 세 번 더 울려 퍼졌다.

날아간 총알은 아주 정확히 다른 세 명의 저격수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들은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설마 같은 편이 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테니까.


“으, 으으···!”


찰깍-.

일환의 <기아스>에 사로잡힌 첫 번째 저격수는 침음하면서도, 그 손은 착실히 볼트를 당겨 탄피를 배출시키고 있었다.

자기 손으로 직접 같은 팀원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당혹감이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과 몸은 제멋대로 움직인다.


-다른 놈을 쏴라.


일환의 명령을 들은 순간, 거부할 수 없는 강제성이 자신을 지배한 것이다.


[뭐야! 너 이게 지금 뭐하는 개짓거리야, 이 새끼야!]


무전에선 작금의 상황을 목도한 윤태주가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첫 번째 저격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대체 무슨 스킬에 당했는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의 통제성을 잃어버리는 감각에 휩싸인다는 건 굉장히 끔찍한 기분일 테니.


“으, 으아···!”


저격수가 눈물을 흘리며 무너져 내렸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저격수는 전멸. 어쨌든 <기아스>가 내건 명령은 이로써 끝이다.

명령을 완수했으니 스킬의 강제성에선 벗어났지만, 그 미칠 듯한 절망감에선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내려온.

동아줄 같은 한 마디.


“자살해라.”


100m 바깥.

그들이 죽였어야 할 목표물, 일환이 성량을 크게 내어, 그렇게 말한 것이다.


“······.”


이번에도 역시, 그 한 마디는 <기아스>의 효력을 머금고 있었다.

저격수는 말없이 라이플의 총구를 자신의 얼굴이 있는 쪽으로 돌린 뒤.

슥-.

입을 벌리고.

그 안에 총구를 밀어 넣었다.


[야, 야 이 새끼야! 야! 야!]


윤태주의 다급한 무전이 이어졌다.


[야 이 너 대체 뭐하는 새-.]


저격수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



살랑-. 마지막 총성이 울려 퍼지자, 풀숲이 가볍게 한 번 흔들렸다.


“······.”


들려온 총성은 다섯 발.

민소하의 말에 따르면 저격수는 다섯 명이라고 했으니, 총성이 다섯 번 들려왔다는 건 전멸했음을 뜻하리라.


‘···찝찝한데.’


다른 게 아니라.

비록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렸다고는 하나, 어쨌든 살인이란 걸 했으니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아니. 약한 마음 품지 말자.’


이전에 조유성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건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선택의 여지가 어디 있는가.

지금은 일단 할 일을 하자.


‘내가 보기엔 이놈들은 어디까지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놈들이야. 배후는 따로 있어.’


일환은 바닥에 엎어져서 기절한 민소하를 내려다보았다.

보통, 배후에 있는 놈들은 이런 위험한 게이트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는 법이다.

우선은 민소하를 추궁해 그 배후의 정체를 알아내기로 했다.


“음, 어디···.”


게거품을 물고 있는 민소하를 깨우기 위해, 일환은 그녀의 상태창을 소환했다.

띠링!


민소하

[1차 능력치 (표기 단위 : %)]

체력 : 52


[상태이상]

[기절]


체력이 좀 깎여 있긴 하지만, 일일이 원래대로 되돌려 주는 자비를 베풀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제정신으로 되돌리기만 하면 되니까.


“상태이상 삭제.”


[기절]

[지정하신 상태이상을 삭제하시겠습니까? Y/N]


일환은 Y를 눌렀다.

그러자-.


“-허억!”


기절해 있던 민소하가 숨을 토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작업에 착수할 시간이다.


“이봐.”

“···히익?!”


일환은 몸을 숙여 한 마디 건네자, 민소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너, 너. 어,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을 수 있는 거야?”

“됐고.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저격수! 저격수들이 분명 너를 죽였을 텐데!”

“죽이기 전에 죽였지.”

“······.”


민소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얼음장처럼 굳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일환이 물었다.


“너도 그놈들 뒤를 따라가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

“······.”


민소하는 잔뜩 얼어버린 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배후에 누가 있는 거지?”

“그, 게···.”


민소하는 대답을 망설였다.

분명 죽여 버릴 수도 있다는 협박을 들었을 텐데도 망설이다니.

그녀의 충성심이 그토록 뛰어나다는 증거일까?

하지만 아니었다.


[-! -!]


어렴풋이 들려오는, 노이즈가 잔뜩 낀 누군가의 목소리.


“어허···.”


일환은 조용히 민소하의 머리칼 뒤로 손을 뻗었다.

무언가가 잡혔다.

뭔가 하고 봤더니, 귀에 매다는 아주 작은 통신기였다.

일환이 그 통신기를 귀에 꽂았다.


[말하지 마! 차라리 혀 깨물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놈이 묻는 말에는 일절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말라고! 알겠어?]


통신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어떤 남성의 절박한 외침.

지금 자신이 통신하고 있는 대상이 일환이라는 사실을, 그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일환은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모르겠는데.”

[뭐-! ···응? 어.]


얼이 빠진 상대편.

통신기 너머에서 아주 잠깐 정적이 스쳤다.

일환은 <기아스> 스킬을 발동시킨 뒤, 다시 말했다.


“네가 누구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솔직히 불어라.”

[지랄. 내가 왜?]


뚝-.

그 소심한 욕설 한 마디를 끝으로, 통신은 완전히 두절되었다.


“···역시 이런 방법으로는 스킬이 안 먹히나. 아쉽게 됐네, 쩝.”


상대방이 명령어를 듣고 말고를 떠나서, 반경 100m 안에 있지 않으면 무조건 말짱 도루묵인 모양이다.


“그래도 쉽게 갈 방법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일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통신기를 종잇장 구기듯이 구겨버렸다.

어차피 저놈에 대한 정보는 민소하에게서 캐내면 되니까.


“네놈들의 리더가 누군지. 이름하고 소속명. 그리고 그놈들이 주둔하는 곳까지 전부 불어.”

“유, 윤태주. <호방>이란 길드의 팀장이고. 길드 본부는 봉천동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야.”

“···컨테이너 박스?”


<기아스> 덕에 술술 흘러나오는 민소하의 진술을 듣고, 일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방>이라면 꽤 작지 않은 규모의 길드인 걸로 아는데. 본부가 고작 컨테이너 박스라니.

아예 마천루 하나를 통째로 빌렸던 드래고니악과 너무 비교된다.


“뭐. 일단 알겠어. 어디 보자, 그리고···. 너희들의 목적은 뭐지?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그, 그거···.”


민소하는 턱짓으로 일환의 손목을 가리켰다.

팔찌.

바로 <판도라>를.


“······.”


어이가 없었던 나머지, 일환은 고개를 푹- 숙였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판도라도 어이가 없던 건 마찬가지다.


<이래서 인기가 너무 많아도 곤란하구먼. 왜 다들 하나 같이 소녀를 탐내는 건가?>

“그러게. 자기들 앞가림이나 잘 하지, 왜 남의 물건에 눈독을 들인담.”


다음부터는 끼고 다니지 말고, 다른 이들이 못 보도록 주머니에 넣고 다니자고 결심했다.

그때. 일환이 갑자기 혼잣말 하는 걸로 보였던 민소하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누, 누구랑 말하는 거야?”

“······.”


일환은 그녀의 말을 대충 무시하고,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이로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부 파악했다.


‘가서 모조리 족쳐야지.’


그러기 위해선.


‘일단 여기에서 나가자.’


위험도는 청색.

백색의 마굴도 원 샷 원 킬로 끝냈으니 청색쯤이야. 1분 컷으로 주파하자고 일환은 생각했다.


<주인. 플라즈마 세이버로 변신할까?>

“아니. 고작 청색 게이트 하나 깨는데 EX급 무기를 쓰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그러면 맨 손으로 해결할 셈인가?>

“그것도 좀···. 내 손이 더러워지니까···. 그냥 알아서 적당한 걸로 변신해줘. 한 번 쓰고 버려도 무방한 놈이어도 좋고.”

<흠···. 알겠네.>


그렇게 말한 판도라는 입자 단위로 분해되며, 무기 하나를 생성해냈다.

이윽고 일환의 손에 잡힌 건, 날이 잘 갈린 손도끼였다.


“···진짜 한 번 쓰고 버려도 무방한 놈이네.”


감정 스킬을 발동할 필요도 없다.

아이템의 등급이 등급이라 그런지, 형상 기억 슈트도 반응이 없다.

딱히 손도끼랑 호응할 만한 세트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은 탓이겠지.


“가볼까.”

“저, 저기···.”


그때.

뒤에서 민소하가 소심하게 말을 걸어왔다.


“저, 저는 이제 어떡하죠?”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이거 웃긴 여자네.”


사지로 내몬 주제에 이제 와서 어떡하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궁색해지지 않은가.

일환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고 판단하며 길을 나섰다.


“알아서 해.”



***



-끼이익! 끼이익!


참으로 정글이라는 게이트의 지형 구조에 어울리는 몬스터들이었다.

위험도 – 청색 : 켈름 몽키

온몸에 파란색 털이 빳빳하게 뻗은 유인원들.

그들이 노랗게 물든 어금니를 내세우며 일환을 향해 달려 들었다.

하지만-.


“어딜 새끼가!”


당연히 일환에게는 상대조차도 되지 않는다.

그냥 아무렇게나 손도끼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몬스터들이 떨어져 나갔다.

어딜 노리고 얼마만큼 힘을 줘야 효과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을까.

어떤 스킬을 써야 이런 일 대 다수라는 불리한 조건을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바꿀 수 있을까.

-따위의 고민은 자신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그냥.

휙-.


-우키이익?!


콰직-!

눈에 보이는 놈들, 달려드는 놈들. 그놈들에게 닥치는 대로 휘두른다.

맞기만 하면 무조건 한 방.

일환이 휘두르는 손도끼에 가격 당한 켈름 몽키들이 선혈을 흩뿌리며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


그런 그를 조용히 따르며, 민소하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걸 느꼈다.


‘시, 시발. 왠지 건드리면 안 될 놈을 건드린 것 같은데.’


아무리 청색 게이트라지만, 저런 초라한 손도끼 하나로 몬스터를 파리 잡듯이 도륙하다니.

눈앞에서 벌어지는 무쌍난무을 바라보며 그녀는 확신했다.

자신의 길드, <호방>은 넘으면 안 될 선을 넘었다고.

그때였다.


-키에에에엑!

“꺄앗···?!”


민소하의 바로 옆에 있던 풀숲에서, 켈름 몽키 무리가 일제히 튀어나와 그녀를 덮쳤다.


-키에에엑! 키이이이익!


생김새답게, 녀석들은 원시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바닥에 쓰러진 민소하를 향해 집단 린치를 가하기 시작한 것.

퍽-! 퍽-!

민소하가 두들겨 맞으며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


“사, 살려주세요!”

“싫어.”


구조신호가 날아왔지만 일환은 쿨하게 무시했다.

심지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죽든 말던 자신이 알 바가 아니니까.


-키이익!


눈앞에 있는 나머지 한 마리의 머리까지 쪼개버린 뒤. 일환은 마저 제 갈 길을 걸었다.


“살려주- 악! 사, 살려주세요! 저 진짜 이러다- 아악!”


뒤에선 여전히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확실히 저러다 곧 진짜로 맞아 죽겠지. 허나 다시 말하지만 그게 일환이 알 바는 아니다.


“잠깐.”


우뚝-. 일환의 발걸음이 멈췄다.


“···쟤가 죽으면, 그놈들 있는 곳까지 길안내는 누가 해?”


생각해보니 그랬다.

뭐 대충 봉천동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라고 들었긴 했는데.

어디 봉천동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가 한 둘인가.


“······.”


일환은 몸을 뒤로 돌렸다.

원숭이 몇 놈들에게 둘러싸인 채 발길질, 주먹질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비명을 지르는 민소하가 보였다.


“···끅. 으윽-.”


의식을 잃기 일보직전인지, 그녀는 이제 살려달라는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그녀가 비명횡사하기 전에, 일환은 켈름 몽키들을 향해 손도끼를 휘둘렀다.

동작을 큰, 단 한 번의 횡 베기.

그거면 충분했다.

콰지직-!

예기를 머금은 손도끼의 날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녀석들의 목을 몸통에서 분리시켰다.

잘려진 단면으로부터 피가 솟아올랐다. 직후 녀석들의 목 없는 몸이 동시에 쓰러졌다.


“으, 으으···.”


그제야 한 시름 놓게 된 민소하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가, 감사합니-.”

“너 살리려고 한 짓 아니니까.”


일환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멱살을 잡아당긴 뒤, 밀쳤다.

앞장을 서라는 의미다.


“안내해. 그 봉천동에 있다는 너희들 본부까지.”

“······.”


민소하는 호송 당하는 죄인이 된 심정으로 게이트 안을 걸어갔다.

게이트의 끝에 다다르자, 마침내 게이트 키퍼에 해당하는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험도 – 청색 : 자이언트 켈름 몽키


“···히익!”


앞장을 서고 있던 참이라 제일 먼저 녀석과 마주하게 돼버린 민소하가 비명을 질렀지만.

휙- 콰직!

뒤에서 날아온 손도끼가 켈름 몽키의 미간 정중앙에 꽂혔다.


-······.


침묵.

얄궂게도 녀석은 키에엑, 따위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일환은 가볍게 한 마디 했다.


“게이트 클리어.”

“······.”


이쯤 되니 진짜 몬스터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다.



***



게이트를 뚫고 나온 뒤, 일환은 민소하의 안내에 따라 봉천동으로 향했다.

장소는 을씨년스런 폐건물이 세워진, 어느 공사 구역이었다.

거기에, 예의 아까 그녀가 말했던 컨테이너 건물이 있었다.


“여기야?”

“네, 네···.”


민소하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그, 제가 할 일은 끝난 것 같으니. 전 이만 여기서-.”


은근슬쩍 빠져나가려던 민소하의 뒷목을.

탁-.

일환이 붙잡았다.


“안내해.”

“아, 안내했잖아요! 여기가 저희 본부라고요!”

“너희들 보스가 있는 곳까지.”

“······.”

“안내해.”


긴 말이 필요 없다.

지금의 일환은 한 시라도 빨리 그 보스라는 놈을 족치고 싶었다.

민소하는 하는 수 없이, 터덜터덜 컨테이너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아무리 봐도 상위권 길드가 사용할 법한 본부가 아니야.’


당장 크기만 해도. 열 평이 채 안 되어 보인다.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일환은 민소하가 열어준 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


안에는 사무용 책상 몇 대만이 놓여있을 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망친 걸까?


‘그럴 리가 없지.’


일환은 눈을 감고, 조용히 ‘감지’ 스킬을 발동시켰다.

주변에 있는 마나의 흐름을 잡아내는 소서러 계열의 기본 스킬.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기운’만 캐치하는 스킬이라. 정확히 상대방이 어디에 있고, 누군지 까지는 알지 못한다. 대충 이쯤에 있겠다 싶은 가이드만 제시할 뿐.

하지만, 극도로 발달된 일환의 마나는 일반적인 감지 스킬의 성능을 아득히 초월하게 해주었다.


‘바닥 아래쪽.’


위치는 물론.


‘숫자는··· 72명.’


정확한 머릿수까지 파악했다.


‘역시 이딴 컨테이너 박스가 진짜 본부일 리가 없지.’


컨테이너 박스는 어디까지나 위장용인 모양이다.


“72명이라. 팀원들 숫자만 보면 드래고니악보다 많은데?”

“네? 그게 무슨-.”

“응?”

“···저희들은 다 합쳐도, 50명이 채 안 될 텐데요?”

“······?”


민소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50명이 안 된다고?”


그런데 감지 스킬은 아래쪽에 72명이 있다고 말하는 중이다.

어디 다른 길드들한테서 지원군이라도 부른 걸까?


“뭐, 됐고. 아래층으로 가는 비밀 통로 같은 게 있지?”

“그, 그렇긴 한데···.”

“안내해.”

“······.”


오늘만 해도 ‘안내해’라는 말만 열 번은 넘게 들은 것 같다.

민소하는 고분고분하게 그의 명령을 따랐다.

컨테이너 내부의 어느 벽면.

그 벽면에 부착된 어떤 버튼을 누르자.

쿠웅-.


“웃···!”


바닥이 한 차례 흔들리더니.

이내 엘리베이터처럼 아래쪽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게 아닌가.

할리우드 첩보영화에 나오는 비밀 본부처럼 말이다.


“···쓸데없이 멋지네.”


이런 쪽에 조금 로망이 있었던 일환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우웅-.

그렇게 한 10초 정도 내려갔을까?

쿵-. 완전히 아래로 바닥이 내려가자, 이내 밝고 거대한 지하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100평정도 되는 시설의 맨 끝에서부터 남성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려왔다.


“민소하 저 년이 순순히 우리 위치를 다 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지.”


윤태주.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의자에 앉아 일환을 맞이했다.

주변에는 같은 길드원들 마흔 명을 대동한 채로 말이다.

윤태주가 말했다.


“내가 웬만해선 조용히 죽이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넌 새끼야. 편히 죽을 기회를 놓쳤어. 숨구멍 붙은 채로 여길 빠져나가려는 생각은 꿈에도-.”

“좀 닥쳐봐.”


일환은 딱 한 마디로 윤태주의 말을 가로막았다.

심기를 자극 당한 윤태주가 말을 잇지 못한 채 입가를 씰룩거렸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지금 일환은 윤태주가 하는 말 따윈,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희들···.”


전지전능 스킬을 얻은 뒤.

일환은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눈앞의 상대방들한테 ‘질 것 같다’ 뭐 이런 종류의 위기감이 아니다.

그냥 상식을 가진 한 명의 인간으로써.

제정신이 아닌 놈들과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경계심.

그럴 만도 하다.


“너희들은 대체···.”


지하시설의 양 끝에는, 철창이 세워진 우리가 일렬로 쭉 배치되어 있었다.

그 우리 안에는.


-크르릉···.

-키이익···.


“너희들은 대체 뭐하는 새끼들이야.”



-게이트 안에 있어야 될 몬스터들이 사육장의 짐승처럼 갇혀 있었다.


작가의말

이전 편 네임드 게이트의 보상이 짜다는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1pt 당 20만원으로 수정했습니다...만. 적어도 이번 편 관련해서 상관이 없는 얘기네요 ^^;

항상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전지전능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공지입니다. +1 17.11.28 1,584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입니다. +7 17.11.28 9,396 0 -
31 관광 (3) +54 17.12.22 4,924 146 16쪽
» 관광 (2) +13 17.12.20 4,682 145 18쪽
29 관광 (1) +23 17.12.19 4,874 157 17쪽
28 힘 (4) +25 17.12.18 5,295 158 14쪽
27 힘 (3) +30 17.12.17 5,208 148 12쪽
26 힘 (2) +13 17.12.16 5,682 134 20쪽
25 힘 (1) +21 17.12.15 6,082 146 15쪽
24 완전체 (2) +27 17.12.14 6,250 165 15쪽
23 완전체 (1) +25 17.12.13 6,415 166 21쪽
22 랭크 갱신 (3) +15 17.12.12 6,443 154 17쪽
21 랭크 갱신 (2) +27 17.12.11 6,772 158 14쪽
20 랭크 갱신 (1) [수정] +15 17.12.10 6,971 158 15쪽
19 헌터의 신 (3) +18 17.12.09 6,945 182 16쪽
18 헌터의 신 (2) +17 17.12.08 7,280 173 22쪽
17 헌터의 신 (1) +11 17.12.07 7,412 167 19쪽
16 밸런스 붕괴 (4) +18 17.12.06 7,632 176 16쪽
15 밸런스 붕괴 (3) +29 17.12.05 7,719 162 20쪽
14 밸런스 붕괴 (2) +19 17.12.04 8,022 182 16쪽
13 밸런스 붕괴 (1) +20 17.12.03 8,675 153 18쪽
12 대형 루키 (2) +11 17.12.02 9,019 154 14쪽
11 대형 루키 (1) +16 17.12.01 9,171 162 16쪽
10 시험 (4) +22 17.11.30 9,212 168 16쪽
9 시험 (3) +22 17.11.29 9,205 184 14쪽
8 시험 (2) +18 17.11.28 9,505 175 15쪽
7 시험 (1) +25 17.11.27 10,077 186 17쪽
6 기적 (2) +25 17.11.26 10,330 193 17쪽
5 기적 (1) +32 17.11.25 10,587 206 16쪽
4 전지전능 (3) +19 17.11.24 10,922 20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