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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상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전지전능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제갈상사
작품등록일 :
2017.11.23 15:35
최근연재일 :
2017.12.22 08: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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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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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2,480

작성
17.12.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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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글자
20쪽

힘 (2)

DUMMY

“···누구십니까?”


얼마 전 벌어졌던 위험도 백색 게이트 붕괴의 주범, <대성>.

그 팀의 유일한 생존자, 강현수가 그렇게 물어왔다.


‘세상 참 좁군.’


도둑 꼬맹이의 친형이 설마 강현수일 줄은.


‘뭐. 아무렴 어때.’


그가 누구였든지 간에, 일환은 자신의 용건만 해결하면 될 문제다.


“아, 그쪽이 강현수 씨군요. 다른 게 아니라, 그쪽 동생이 제- 응?”


강민호를 앞세우고 몇 마디 하려 했더니,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했더니, 강민호는 일환의 등 뒤에 숨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친형의 낯을 볼 자신이 없었던 탓이리라.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얼른 나와, 인마.”

“아, 아! 잠깐!”


일환이 강민호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앞으로 끌어냈다.

느닷없는 친동생의 등장에, 강현수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민호야?”

“혀, 형···.”

“···저기. 제 동생이 뭔가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강현수가 불안한 기색을 띤 눈빛으로 그렇게 물었다.


“잘못? 보통 잘못이 아니죠. 들으시면 아주 그냥 속이 뒤집어지실 겁니다.”


일환은 맛 좀 보라는 듯이 강민호를 한 번 흘겨본 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신이 아끼던 아이템을 도둑질 한 것과, 자신에게 사이킥 스킬을 사용한 것까지. 전부. 낱낱이.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강현수의 낯빛이 새파래졌다.

설명을 전부 끝마친 일환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물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강민호의 유일한 보호자 분이라 하셨죠. 이거,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


강현수는 차마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침묵 끝에.

강현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 동생이 도둑질 한 아이템의 가격이, 대충 어느 정도 됩니까?”

“특별 제작한 거라 정해진 시가는 없습니다만. 등급이 등급이니만큼 굳이 가격을 매겨보자면 천문한적인 숫자가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더군다나 당신 동생이 저에게 스킬을 써서 위해를 가하려고 했습니다. 일반적인 상해죄가 아닙니다. 전시 상황에서의 지원 스킬도 아닌, 공격 스킬로 사람을 피해 입히려 한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쪽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헌터로써 주어진 능력을 범죄에 악용하는 조직들이 음지 속에서 암약 중이다.

국가는 게이트 바깥에서 사람에게 스킬을 사용하는 걸, 명백히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죄의 무게를 따지면. 그쪽은 헌터 라이센스가 박탈되는 건 물론. 최소 10년 이하의 징역살이겠죠.”


일환이 ‘대가’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읊어댈 수록, 강민호가 울상으로 변해갔다.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몸으로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일환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림을 보니까 그쪽 형제들한테도 딱한 사정이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근데 그게 제가 대신 헤아려줄 문제는 아닙니다. 사정이 어쨌든, 죄를 저지른 대가는 치러야 합니다.”

“······.”


감히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으랴.

강현수는 그저 착잡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다, 한 마디 할 뿐이다.


“···제가 어떻게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대가를, 치루겠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지요.”


사정이 여의치 않은 형제겠지.

동생도 자기 딴에는 도움이 되어보겠다고 딱 한 번 처음 일생의 실수를 저지른 것이리라.

근데 일환이 그 사정까지 헤아려줘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이 세상에 사정없는 사람 없다.

다 힘들고, 각자가 고충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이다.

환경이 힘들다고 해서 지은 죄도 어물쩍 넘어가주고 동정과 자비를 베풀어주면 법이 왜 있겠는가?

그건 아무리 힘들어도 양심과 정의를 지키는 사람들을 바보 만드는 짓이다.

일환은 확실히 짚고 넘어갈 건 넘어가는 성격이다.


그때였다.

우웅-.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뭔가 싶어서 일환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보니, 협회에서 발신한 단체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네임드 게이트 레이드 콜입니다.]

‘대림동에 네임드 게이트가 관측됐습니다. 인근에 계신 B급 이상의 헌터 분들께서는 레이드에 협조해주십시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협조가 불가능하신 분들은 협회에 직접 연락 부탁드립니다. 정확한 콜 타임과 집결지는 하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해 주십시오.’



레이드 콜.

협회 측에서 직접적으로 헌터들한테 보내는 지원 요청.

헌터 생활 처음으로 받아보는 레이드 콜이다.

레이드 콜은 보통 B급 이상의 티어에게만 날아오니까.

어제 막 SS급이 된 일환에게도 문자가 발송된 것이다.


‘지금 여기서 이 작자들이랑 왈가왈부 할 시간이 없군.’


기본적으로 레이드 콜은 ‘강제 참여’를 전제로 한다.

현재 있는 장소와 게이트가 관측된 지역이 굉장히 멀거나, 협회에서 요구하는 티어보다 낮거나, 혹은 레이드가 불가능할 만큼 중상을 입은 게 아니라면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


“제가 지금은 일이 있어서···. 이 이야기는 나중에 마저 하죠. 연락 가능한 번호 불러주세요.”

“010···.”


강현수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불러주었다.

그의 번호를 저장한 뒤, 일환은 병실을 나서며 한 마디 덧붙였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



골든 존을 제외하고, 게이트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 노말 게이트. 평범하게 몬스터를 없애고, 수문장 역할을 하는 키퍼(Keeper)를 무찌르는 일반적인 게이트다.

두 번째. 디펜스 게이트. 게이트의 균형을 담당하는 특수 조형물이 있고, 일정 시간 동안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로부터 그 조형물을 수호하는 형식의 게이트이다.

그리고 세 번째. 네임드 게이트.

다른 게이트와는 다르게, 네임드 게이트에는 딱 한 마리의 몬스터만 등장한다.


절대로.

개인은 물론, 두 세 개의 길드만으로는 절대로 퇴치가 불가능한 몬스터가 말이다.

협회는 이를 네임드 몬스터라고 명명했다.

관측기를 통해, 해당 지역에 출몰한 게이트의 종류가 네임드 게이트라 판단할 경우, 협회는 전 지역의 헌터들에게 레이드 콜을 보낸다.


일반 게이트나 디펜스 게이트랑 달리, 네임드 게이트가 붕괴되는 순간 어마어마한 재앙이 벌어질 게 분명하니까.

다른 건 몰라도, 네임드 게이트가 붕괴되는 것만큼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이것이 협회의 판단이었다.

물론 강제 참여를 전제하니만큼, 레이드에 참여한 이들에게 떨어지는 보상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일단 참여만 해도 웬만한 일반 게이트 열 번은 돌아야 될 보상금이 한 방에 들어온다.

그리고 게이트 내에서의 기여도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


헌터들에게 있어서 네임드 게이트의 출몰은 하나의 ‘이벤트’로 취급된다.

네임드 몬스터의 위력은 물론 어마어마하지만, 그만큼 투입되는 헌터들의 숫자도 압도적.

그렇기에 체감되는 위험도는 오히려 디펜스 게이트보다 낮다.

그런데 보상은 보상대로 빠방하니. 이게 이벤트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강제 참여를 내세워도 불평하는 이가 거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강한 놈들은 활약해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약한 놈들은 슬그머니 버스만 탑승해 떡고물을.

윈-윈이다.


“여기가 무슨 도떼기시장이야?”


막대한 인파 사이로 일환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 네임드 게이트의 집결지인, 대림동 중앙광장.

거대한 분수대 주변에는, 레이드 콜을 받고 출동한 헌터들의 숫자로 인사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바글바글-.

눈으로 세 봐도 얼추 80명은 넘어갔다. 아직 도착 못한 헌터들까지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세 자릿수가 넘어갈 것이다.


“분위기만 보면 다들 레이드에 온 게 아니라, 무슨 락 페스티벌에 온 것 같네.”


레이드 돌입 직전의 긴장감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다들 무슨 만찬에 초대된 손님처럼 잔뜩 신이 나 있다.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몇몇 이름 있는 길드들은 이런 부위기 속에서도, 팀원들과 바삐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호방> 길드도 그 중 하나였다.

팀원 한 명이 한 명이 딱 봐도 고급 등급의 아이템을 걸친, 내로라하는 최상위 길드.


“듣자 하니까 3G놈들은 오늘 레이드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


길드의 팀장인 윤태주가 팀원들을 향해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이게 뭘 뜻하는지 알아? 예전처럼 3G 놈들의 독주로 우리한테 떨어질 이득이 줄어들 염려가 없다는 거지.”

국내에서 <호방> 길드가 자리한 순위는 무려 5위.


독보적이라는 3G에 비하면 상당한 간극이 있지만, 어쨌든 5위다.

국내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길드 중에서 5등이라는 건 결코 낮은 자리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까마득하리만치 높은 입지를 지녔다.


“다들 정신 차려. 네임드 게이트가 날이면 날마다 발견되는 줄 알아? 이번 한 번만 우리가 제대로 활약하면, 순위 올라가는 건 일도 아니야.”


그래, 어쩌면.

그 콧대 높은 3G 놈들이랑도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윤태주의 야망은 그러했다.

한편.


‘저놈 분명 이번에 제대로 한 탕 뛰어서 3G랑 맞먹을 생각 하고 있겠지.’


5위가 있는가 하면.

그 자리엔 당연히 4위도 있는 법.

국내 4위 길드, <모터>의 팀장인 지영민도 마침 같은 야심을 품고 있는 중이었다.


“얘들아. <호방>의 찌끄레기 놈들이 또 되도 않는 수작을 부리려고 한다. 우리 <모터>가 그런 놈들한테 뒤쳐질 수는 없겠지?”


지영민이 그렇게 묻자, 팀원들은 호기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명심해. 이번 레이드 기여도 1순위는 무조건 우리들이 차지한다. 그러니 다들 긴장하고. 각자 맡은 포메이션 숙지한 다음 미친 듯이 화력 쏟아 부어. 알겠지?”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지영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3G 바로 다음 가는 역량을 지닌 세력들이다. 분명 이번 독무대는 명백히 자신들의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야심, 욕망을 품은 채 레이드 돌입을 기다린다.


엄밀히 따져서.

이들 중에 ‘개인’은 없었다.

딱히 규정해놓은 건 없지만, 사실 네임드 게이트에 도전하는 이들은 전부 길드 단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개인의 힘.

단체의 힘.

어느 쪽이 더 많은 기여도를 차지하고, 그만큼의 보상을 분배받게 되는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니.

그래서 광장에 모여든 이들 중 몇 명은, 의아한 눈길을 한 채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쟤, 혼자 왔나?

-얼마 전에 떠들썩했던 그 대형 루키 아닌가?

-아직도 길드에 안 들어간 거야?

-혼자서 뭘 할 수 있다고···.

-버스만 탈 생각인가 보네. 건방진 새끼.


다름이 아니라, 일환이었다.

길드에 소속됐다는 완장을 차지 않은 걸 보고, 주변인들은 그가 아직 솔로임을 알 수 있었다.


-이해가 안 되네.

-대형 루키면 영입 컨택도 많이 받았을 텐데···.

-어쨌든 참가비만 타겠다는 거지. 타이틀만 거창하지, 속은 참 얄팍한 사내구먼.


얼추 3G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그들로썬, 상당히 맥 빠지는 전개였다.


<주인. 이건 소녀의 감이다만. 왠지 주인을 헐뜯는 자들이 주변에 몇 명 있는 것 같다만.>

“신경 쓰지 마.”


네임드 게이트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 일환은 휴대폰으로 협회 사이트에 올라온 매뉴얼을 숙지하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누가 뭐라 하던.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되거든.”

<안 짜증나나?>

“별로.”


매뉴얼의 스크롤을 손가락으로 휙휙 내려가며 일환은 말했다.


“나중에 웃는 게 결국 누구인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테니까.”


그런 말을 할 때쯤, 일환이 주목하고 있었던 매뉴얼의 문구는.



‘기여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수령할 수 있다.’



이 한 문장의 글귀가, 일환의 심장을 마구 두드려댔다.

이때.


“게이트 진입 20분 전! 지금부터 ‘데미지 레코더’를 나눠드릴 테니, 레이드에 참여한 각 길드의 팀장들께서는 앞으로 나오셔서 수령해주시길 바랍니다!”


협회에서 파견된 대림동 관할의 조사원이 그렇게 외쳤다.

책임자를 필두로 대기하고 있었던 협회 직원들 주변에는 박스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박스 안에 들어있는 건, 옷깃에 부착할 수 있는 포인트 측정기였다.


‘데미지 레코더’


기여도의 판별은 이 기계를 통해 이뤄진다.

탑재된 소형 카메라를 통해 전시 상황을 기록해주고.

각 개인이 몬스터에게 가하는 데미지를 포인트로 환산해 실시간으로 디스플레이에 기록해준다.

나중에 여기에 기록된 포인트를 합산해 기여도를 산출해낸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다음 분.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데미지 레코더가 담긴 박스를 각 길드의 팀장에게 전달해주며, 직원들이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건넨다.

그러다-.


“네, 다음 분.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스를 건네자.

일환이 손을 내저었다.


“아. 전 그냥 하나만 주세요.”

“···네?”


잠깐 멍해지는 직원.


“혹시 솔로이신가요?”

“네, 혼자 왔습니다.”

“아···.”


너무나도 당당한 일환의 대답.


‘네임드 게이트에 솔로로 참여하다니. 참 별난 사람도 다 있네.’


직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뭐, 그냥 좀 이상한 케이스일 뿐. 안 될 건 없다.


“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원이 건네는 데미지 레코더 하나를 받으며, 일환은 줄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측정기의 전원 버튼을 누른 뒤, 옷깃에 부착했다.


“판도라. 부자 주인을 모시면 너도 기분이 좋겠지?”

<당연하지. 소녀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네.>

“그렇다면야. 너도 힘 좀 써줘야겠어. 화끈한 걸로 소환 부탁할게.”


일환이 판도라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조사원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게이트 돌입 1분 전! 다들 준비해주십시오!”


호령이 들려오기 무섭게.

올 것이 왔다.

매섭게 눈을 빛내는 길드들.

모두가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일환도 예외는 아니었다.


“첫 네임드 게이트 실전인데.”


팔찌 형태를 한 판도라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그는 웃었다.


“끝내주는 추억 하나 정도는 남겨야지.”



***



게이트 너머에는 서부영화의 모뉴먼트 벨리(monument valley)처럼 엄폐물 하나 없는 거대한 황야가 펼쳐져 있었다.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 지대 위로, 19개의 길드가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힐러들. 소서러들. 지금 걸어놓을 버프들 미리 걸어놓고. 딜러 진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호방>의 윤태주도.


“조금이라도 낙오되거나 도망치는 놈들 있으면 그 날 부로 추방이다. 다들 전력을 다하도록.”


<모터>의 지영민도.


한두 번 레이드를 해본 게 아니다. 그들은 능숙한 전두지휘 솜씨로 팀원들에게 오더를 내렸다.

그러다 마침내.

쿠구구구궁-.


“시작된다!”

“다들 준비해!”


곳곳에 터져오는 외침들.

그와 동시에, 황야가 갈라지는 것처럼 맹렬히 진동했고.

맑았던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갔다.


“소서러들-.”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위로 드는 각 길드의 팀장들.

그때.

콰-앙!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모래바닥.

자욱하게 깔리는 먼지들 사이로, 한 마리의 몬스터가 점차 그 실루엣을 드러낸다.

전갈.

다만, 그 크기가 웬만한 마천루 하나 정도는 될법한, 무식한 크기의 거대한 전갈이었다.



위험도 - 백색.

네임드 몬스터 : 익시드 스콜피온.



-키샤아아아아악!!


흑색 무광의 눈동자를 매섭게 번들거리며, 익시드 스콜피온이 포효하기 무섭게.


“-발사!”


이미 스펠(Spell)을 전부 끝마친 소서러들이, 각 팀장들의 호령에 맞춰 속박 스킬을 사용했다.

쿠과과과과광-!

동시에 같은 타이밍에 포탄처럼 쏘아지는 벼락들.

그 벼락들이 익시드 스콜피온의 몸에 일제히 적중했다.

하나하나의 힘은 미약하지만.

그게 수십, 수백으로 중첩되면 어마어마한 저력을 내는 법.


-키이이익?!


우레처럼 쏟아지는 속박 스킬에, 익시드 스콜피온이 비명을 질렀다.

녀석은 네임드 몬스터다.

속박 스킬을 써봤자, 붙들 수 있는 시간은 고작 5초.

하지만 그 5초가 크다.

꼼짝없이 얼어붙은 네임드 몬스터를, 별다른 피해 없이 두들길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니까.


“가자!”

“죽여!”

“조져버리자!”


두두두두-!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한 딜러들의 뜀박질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마치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무지막지한 스케일.

그 장관 사이로 유독 존재감이 빛나는 이가 둘 있었는데.

한 명이 윤태주요.

다른 한 명은 지영민이었다.


탓-!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지면을 박차 도약했다.

끼긱-. 끼기긱-. 이제 막 5초의 끝에 다다라, 속박에 풀려나려고 하는 익시드 스콜피온.

녀석을 향해, 윤태주와 지영민은 각자가 지닌 무기를 휘둘렀다.


“으랴아아-!”

“흐아압-!”


소드마스터 클래스, 윤태주의 검에서 검은 광휘가 휘몰아 쳤다.

스킬 - 다크 플레임.

도신에 검은 불꽃을 둘러,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데미지를 이끌어내는 상위 스킬.

마찬가지로 소드마스터였던 지영민 또한, 수많은 지원 마법들로 떡칠이 된 둔기를 세차게 휘둘렀다.


콰-앙!


둘의 영혼이 담긴 혼신의 합동 공격이, 익시드 스콜피언의 정수리를 한차례 강타한다.

탓-.

공격을 마치고 지면에 착지한 둘은 서로를 흘끔 쳐다봤다.


“형편없었다.”

“네 공격이?”


서로의 실력을 한 마디 품평해주는 것도 잊지 않고.


“긴 말이 필요해?”

“아니. 너랑 말싸움하면 내 입만 아프지. 자, 까보자고.”


까보자는 건, 각자의 데미지 레코더를 보여 달라는 의미다.

디스플레이에 기록된 숫자가 높은 쪽이 승자다.

뭐, 얼마나 나왔던 방금 전 공격으로 익시드 스콜피언에게 치명상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사나이들의 신경전이란 게 본래 유치한 법 아닌가.


“···어디.”


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서로의 데미지 레코더에 기록된 숫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두 눈을 의심했다.


“···응?”

“···어?”


디스플레이가 나타내고 있는 숫자는 이렇다.


윤태주 : 0pt

지영민 : 0pt


“······?”

“······?”


데미지 레코더는 협회의 연구진들이 자랑하는 기술력의 정수다.

절대로 오류는 없다.

그 흠결 없는 기계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둘의 공격은.

형편없다 못해, 아예 먹혀들지도 않았다고.


“이, 이게···.”

“무, 무슨 일이야?”


어리둥절해하는 윤태주와 지영민.

한편.



“대충 보니까 저 두 명이 여기선 제일 강한 것 같은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일환은 모래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아 있었다.


“그럼 곤란하지.”


전매특허인, ‘전지전능’ 스킬을 발동해 둘의 상태창을 조작하면서.



윤태주

[1차 능력치 (표기 단위 : %)]

공격력 : 0



지영민

[1차 능력치 (표기 단위 : %)]

공격력 : 0



“하하. 미안하게 됐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데미지 레코더에 표시된 포인트가 높을수록 더 큰 보상이 따라온다고 했다.

그 말은 즉, 강한 놈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환 본인이 챙길 수 있는 몫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승자독식. 권모술수. 지구가 자전하게 하는 가솔린들이지.”


저 둘을 빼면, 다른 놈들의 공격력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마음 같아선 그놈들 공격력도 전부 0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못해먹겠네.”


전지전능은 한 번에 한 명의 스테이터스밖에 조작하지 못했다.

백 명을 넘는 스테이터스를 일일이 하나씩 조작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였다.

거기다 방금 안 사실인데. 타인의 스테이터스를 소환할 수 있는 거리 범위는 최대 10m.

그 범위를 벗어나는 이들의 스테이터스는 소환하지 못했다.


“이놈도 불가능한 게 있었구먼.”


지금이라도 하나 깨달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인. 보기보다 졸렬했구먼.>

“졸렬하기는.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는 거라고 생각해줘.”

<어우, 얄미워. 아무튼. 계속 그렇게 앉아서 조작만 하고 있을 텐가?>

“아니.”


일환은 몸을 일으켰다.

가장 강한 두 놈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놈들의 몫까지 전부 독차지하겠다고 다짐하며 그는 외쳤다.


“포스 온(Force on)!”


지잉-!

<플라즈마 세이버>로 변한 판도라가 한 줄기 섬광을 뽑아냈다.


“가볼까.”


날로 먹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 해먹을 생각은 있었다.



작가의말

언령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는 정말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더 재밌는 글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연재 예약을 했어야했는데 실수로 7시 50분 경에 바로 올려버렸네요 ㅠㅠ 그냥 놔둘까 고민하다가 연재 시간은 철저히 지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도로 지우고 공지로 약속 드린 저녁9시에 올렸습니다. 혹시 알림 설정을 하신 분들에게는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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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힘 (4) +25 17.12.18 5,295 158 14쪽
27 힘 (3) +30 17.12.17 5,208 148 12쪽
» 힘 (2) +13 17.12.16 5,682 134 20쪽
25 힘 (1) +21 17.12.15 6,082 146 15쪽
24 완전체 (2) +27 17.12.14 6,250 165 15쪽
23 완전체 (1) +25 17.12.13 6,415 166 21쪽
22 랭크 갱신 (3) +15 17.12.12 6,443 154 17쪽
21 랭크 갱신 (2) +27 17.12.11 6,772 158 14쪽
20 랭크 갱신 (1) [수정] +15 17.12.10 6,971 158 15쪽
19 헌터의 신 (3) +18 17.12.09 6,945 182 16쪽
18 헌터의 신 (2) +17 17.12.08 7,280 173 22쪽
17 헌터의 신 (1) +11 17.12.07 7,412 167 19쪽
16 밸런스 붕괴 (4) +18 17.12.06 7,632 176 16쪽
15 밸런스 붕괴 (3) +29 17.12.05 7,719 162 20쪽
14 밸런스 붕괴 (2) +19 17.12.04 8,022 182 16쪽
13 밸런스 붕괴 (1) +20 17.12.03 8,675 153 18쪽
12 대형 루키 (2) +11 17.12.02 9,019 154 14쪽
11 대형 루키 (1) +16 17.12.01 9,171 162 16쪽
10 시험 (4) +22 17.11.30 9,212 168 16쪽
9 시험 (3) +22 17.11.29 9,205 184 14쪽
8 시험 (2) +18 17.11.28 9,505 175 15쪽
7 시험 (1) +25 17.11.27 10,077 186 17쪽
6 기적 (2) +25 17.11.26 10,330 193 17쪽
5 기적 (1) +32 17.11.25 10,587 206 16쪽
4 전지전능 (3) +19 17.11.24 10,922 20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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