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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상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전지전능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제갈상사
작품등록일 :
2017.11.23 15:35
최근연재일 :
2017.12.22 08: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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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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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480

작성
17.1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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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시험 (4)

DUMMY

587kg.

강당 안의 모두가 중앙 모니터에 표시된 악력 수치를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심지어.



“······어, 어어?”


나름대로 냉철한 카리스마 교관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했던 마진성조차 동그랗게 뜬 눈을 껌뻑일 뿐.

장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아이고. 그냥 손으로 쥐기만 했는데도 이렇게······.”


정작 이 정신 나간 기록의 당사자인 일환은 매우 덤덤해 보였다.

그런 일환을 보며, 마진성은 어깨가 덜덜 떨리는 걸 느끼며 이렇게 생각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아카데미 건립 이래,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500을 넘긴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건가?’


지금까지 악력계 최고 기록은 윤석현의 243kg이다.

당시의 그는 A급 티어 각성자였고, 지금은 S급 티어로 활동 중인 랭커 헌터다.

그 기록의 탄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을 때, 마진성은 이렇게 확신했던 적이 있었다.


‘절대불변의 기록이 탄생했구먼.’


SS급이나 S급들이 오지 않는 이상에야 웬만하면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기록.

그런데 그 기록이 깨졌다.

아슬아슬하게 넘긴 것도 아니고.

무려 두 배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격차로.

하지만-.


‘말도 안 되지.’


솔직히 말해서, 마진성은 반신반의했다.

기계의 오류.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한 마진성이 입을 열려던 그때.


“우와! 미친!”

“대박! 실화?! 실화냐?!”

“씨바, 레전드 탄생했다!”

“개쩔어! 587kg?!”

“저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


강당 안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환의 기록을 본 다른 응시생들이 자리를 박차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분위기가 과열되고, 개중에는 시험 중이라는 것도 잊고 일환에게 다가가는 응시생들도 꽤 여럿 있었다.


“오빠! 진짜 정체가 뭐예요?!”

“어디서 운동하다 오신 분이에요?”

“니 눈엔 이게 고작 운동 가지고 가능할 것 같냐?! 분명 고 티어 헌터이실 거야!”

“워, 근데 체격도 지금 보니까 근육 진짜 미쳤다. 벗으면 존나 개쩌는 타입이실 것 같네, 형님은!”

“오빠, 혹시 스타트 티어 몇이에요?!”


무슨 그 자리에 톱스타 연예인이라도 뜬 것만 같은 열광.


“우, 우왓.”


당연히 이런 경험이 처음인 일환으로썬 당황할 수밖에.

일환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갈팡질팡하던 그때였다.

짝-!

커다란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벌떼처럼 일환에게 몰려들었던 응시생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다들 지금 뭐하시고 계신 겁니까. 시험 중입니다, 시험.”


마진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지적했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응시생들이 일환의 곁으로부터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25번.”


마진성은 일환에게 다가가, 새로운 악력계를 건넸다.


“기계에 오류가 생겼을 확률이 높아, 이걸로 다시 측정하겠습니다.”

“기계 오류라고요?”

“장담은 못하지만. 그래도 일단 만에 하나의 확인 절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까 응시생들의 관심이 일환에게 몰려있을 때 즈음.

마진성은 재빨리 새로운 악력계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모니터 송출을 잠시 중단시키고 본인이 직접 측정기를 시험했던 것.

절대 고장이 아닌 멀쩡한 물건임을 본인이 우선적으로 확인했다.


“악력 측정 다시 하겠습니다.”

“네······.”


일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력계를 건네받았다.

마진성은 펜을 세워 기록할 준비를 마친 뒤 말했다.


“그럼 시작하십시오.”

“네.”


일환은 짧게 대답하며 악력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것과 동시에, 마진성과 응시생들의 눈길이 중앙 모니터를 향했다.

화면에는-



······.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음?”


마진성뿐만 아니라, 다른 응시생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아, 중앙 모니터랑 제대로 연동이 안 된 건가?’


근데 본인이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 30초 전에 모니터랑 연동을 시켰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설마 저것마저 불량인 건가?’


마진성이 그런 추측을 하던 그때.


“저기, 교관님······.”


모니터 화면에 시선이 꽂힌 마진성을 향해, 일환이 스리슬쩍 접근했다.

상념에서 깨어난 마진성이 일환이 있는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 예. 정말 죄송한데 그것도 불량인 것 같······은······.”


마진성의 말끝이 점점 흐려졌다.

그도 그럴 게, 일환의 손에 있어야 할 악력계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25번. 악력계 어쨌습니까?”

“저기, 그게······.”


일환은 그렇게 말하더니.

오른손을 확, 펼쳤다.

그리고 후두둑-.

뭔가 파편 같은 게 바닥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

마진성은 정말로 그게 뭔지 몰라서 물었다.


“뭡니까?”

“악력계요.”

“네?”

“악력계라고요.”

“악력계가 어디 있다는 겁니까?”

“저, 그게······.”


일환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바닥에 떨어진 파편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이게 10초 전까지는 악력계였는데······.”

“네?”

“제가 좀, 힘을 제대로 한 번 줬더니 이게 갑자기 이렇게 돼버렸네요. 허허······.”


새삼 넉살 좋은 웃음을 짓기 시작하는 일환이었다.

마진성은 이놈이 지금 무슨 농담이라도 건네고 있는 건가, 하고 눈살을 찌푸리다가-.

5초.

일환이 한 말을 이해하기까지, 정확히 5초 걸렸다.

웬만한 몬스터 앞에서도 얼어붙지 않았던 마진성은, 그 자리에서 얼음장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일환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변상해야 되나요?”





강당 내부는 일환을 향한 응시생들의 환호, 감탄으로 시끌벅적해졌다.

그런 가운데, 오로지 선우 하랑만이 냉철히 사고를 전개해 나갔다.


‘속임수야.’


부들부들. 두 손을 경련시키며 그녀는 확신했다.


‘아무튼 속임수야.’


어쨌든 악력계도 기계. 분명 사전 조작이 있었을 터.

그런 게 아니면 저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다음은 지구력 테스트.’


지구력. 즉, 기계를 통한 측정이 아닌 순수 육체의 강인함을 판단하는 시간이다.

선우 하랑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다짐했다.


‘기필코, 보란 듯이 꺾어주겠어!’



***



여러모로 소동이 있었긴 했지만, 어쨌든 악력 테스트는 무사히 종료되었다.

이제는 지구력 테스트를 볼 시간.


“지구력 시험은, 그게······.”


그런데, 마진성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그럴 수밖에. 악력계를 악력으로 부숴먹는 미친놈을 만났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니까.


‘안 돼. 정신 차려라, 마진성. 교관인 네가 당황하면 어쩌잔 거냐.’


마진성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정신을 다 잡았다.


‘오히려 이건, 교관으로써 기뻐해야 될 순간 아닌가?’


그래, 따지고 보면 그렇다. 아카데미 최고 아웃풋인 윤석현을 뛰어넘는 인재를 발견했다.

교관으로써 당연히 기뻐해야 될 일이다. 인류를 구원할 ‘희망’ 그 자체의 탄생에, 감사해야 될 일이다.


‘궁금해지는군. 지구력 테스트에선 또 무슨 기행을 벌일지.’


그렇게 생각하니 본인조차 놀랄 정도로 차분해지는 게 아닌가.

마진성은 냉정을 되찾은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구력 테스트는 오래 달리기로 판정합니다. 시험은 마찬가지로 이곳 강당에 그려진 트랙을 따라 진행됩니다.”


악력 테스트로 갈려나가고 현재 남은 인원은 70명 남짓.

그 70명이 나란히 달리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당은 거대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1시간 이상 계속 달리시면 통과. 만일 도중에 조금이라도 걷거나 쓰러지시면 바로 탈락입니다.”


마진성의 설명이 끝나자 응시생들이 술렁였다.


“1시간 동안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할 만하지 않나?”

“이건 뭐, 굳이 각성자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누구나 쉽게 해내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올림픽 선수 이상의 피지컬을 요하는 각성자들한테는 상당히 쉬운 시험이었다.

······라고 그들이 생각하기 무섭게, 마진성은 강당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엔 박스가 놓여 있었다.


“다들, 저쪽으로 가셔서 박스 안에 있는 걸 하나씩 챙기십시오.”

<······?>


모두가 의문을 느끼며, 강당 구석에 있는 박스로 향했다.

그리고 그 박스에 들어있는 걸 본 순간.


“하하, 씨발. 그럼 그렇지. 절대 쉬울 리가 없지요, 암.”


누군가 한 명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욕설을 아주 시원하게 내뱉어 주었다.


“이제 그걸 쓰시고 달리시면 됩니다.”


박스 안에 있는 건 방독면이었다.



***



“헥, 헥······. 씨팔, 차라리 헥······! 몬스터랑 싸우게 해줘!”

“훅, 허억. 못 달려! 더는 못 달려!”

“기권! 기권할게요!”


아니나 다를까.

악력 측정 때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탈락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30분이 지난 시점에서 70명 중 31명이 탈락했다.


‘게이트 중에는 가끔 수중에서 관측되는 부류도 있고, 위험도 적색 이상에선 호흡하는 것조차 버거운 저산소 지역도 나타나는 법.’


죽을 맛으로 달리는 응시생들을 보며 마진성은 생각했다.


‘유해 가스를 내뿜는 몬스터도 흔하게 존재한다.’


언제나 그랬듯.

실전은 시험보다 혹독하고 헌터들의 현실은 로망보다 잔인하다.


‘방독면 쓰고 달리는 것도 못해서야, 그냥 헌터 때려치우는 게 낫지.’


그리고 그런 마진성의 의도를 진즉에 알아채고, 어떻게든 꿋꿋이 트랙을 질주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커트라인인 한 시간이 지났다.


“윽, 후! 후욱!”


우락부락한 체격을 지닌 남자, 응시번호 61번. 고한울.

그를 비롯한 소수의 몇 명이 한 시간 1초가 지나자마자 곧바로 바닥에 대자로 엎어졌다.

어찌 됐든 합격은 한 셈.

그러나 그들은-.


“······저 둘은 괴물이야. 격이 틀리다고. 나 같은 건 상대가 안 돼.”


기쁨의 감정이 아닌,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두 명.

두 명이, 1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페이스를 유지한 채 트랙을 주파하는 중이었으니까.


“훅, 훅!”


일환이 그 중에 한 명.


‘게임에서는 스태미나를 AP라는 걸로 표시했었지, 아마?’


앞만 보고 달리는 그의 눈앞에는 상태창이 떠올라 있었다.



AP : 9999934 / 9999999



달리면 달릴수록, 스태미나는 차분히 줄어든다.

HP나 MP, 혹은 AP의 경우엔 현재 일환의 몸 상태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니까.



AP : 99999781 / 9999999



좀 줄어들었나 싶으면.


“어디 보자.”


허공에 손가락을 뻗어, AP 옆에 표시된 좌우 화살표 중, 우를 터치.



AP : 9999999 / 9999999



이러면 스태미나가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간다.

덕분에 지치기는커녕, 땀 한 방울 흐르지 않는다.


‘뭐, 그건 좋은데······.’


이미 합격의 커트라인인 1시간을 훌쩍 넘긴지 오래.

이대로 해가 질 때까지 달릴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그런 건 썩 내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환이 계속 달리고 있는 이유는-.


“제가, 훅, 포기할 것, 후욱, 같나요? 천만에 말씀!”


아직도 달리는 중인 다른 한 명.

선우 하랑.

놀랍게도, 그녀는 스태미나 무제한인 일환과 나란히 달리는 중이었다.

이쯤 되니 두려울 지경이다.


“저, 저기요. 혹시 저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으신지······.”

“원한? 훅, 헉! 웃기는 소리 마세요. 훅! 제가 왜 그쪽한테 원한을 가져요?”

“원한이 아니면, 그냥 경쟁심?”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다.

방독면의 눈 부분이 뿌옜다. 분명 비 오듯이 땀을 흘리고 있으리라.


“괜한 경쟁심 때문에 몸을 혹사시키지 마세요. 아까 들어 보니까 되게 귀한 집 따님이신 것 같던데.”

“······.”

“그쯤 하는 게 어때요. 어차피 저희 둘 다 합격이니까.”

“헉, 헉! 그럼 그쪽이 훅! 먼저 그만두던가!”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은 터질 지경이었다. 비 오듯 흐르는 땀 때문에 시야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방독면 때문에 이제는 호흡을 내뱉는 것조차 버겁다.

하지만.

하지만-.


“저는, 그쪽을 훅! 꺾고 수석으로 통과할 거니까요!”

“······.”


방독면 너머로 엿보이는 선우 하랑의 눈은 집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절박한 빛 또한 띠었다.


“아버지께서,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고 제게 명령하셨으니!”

“······.”

“그러니 저는!”


탁-.

일환보다 한 발짝 앞서며, 선우 하랑은 폐를 쥐어짜듯이 외쳤다.


“당신을 제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에요!”

“······.”


그렇게 말하며, 선우 하랑은 달리고 또 달렸다.

기세에 눌려버린 걸까. 어느덧 일환은 그녀에게 추월당한 상태였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일환은 피식 웃었다.

가문의 명예니, 아버지의 명령이니 도통 이해해먹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적어도 나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인생을 진지하게 사는 여자야.’


그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일환은 그녀를 향해 말없이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다.


‘선우 하랑의 현재 스태미나 상태를 보여줘.’

[해당 유저의 스테이터스를 표시합니다.]



선우 하랑

AP : 43 / 3076



“······.”


지금 당장 쓰러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간당간당한 수치.

숫자는 41에서 43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 이상 줄어들지 않는 건, 아마 그녀의 강철 같은 의지 때문이겠지.


‘나는 저런 사람이.’


일환은 선우 하랑의 AP 옆에 있는 좌우 화살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별로 싫지 않더라.’


그리고 오른쪽으로 터치.



선우 하랑

AP : 3076 / 3076



“······?”


선우 하랑은 자신의 몸에 이변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찌 된 일일까?

터질 것 같았던 심장이 안정적인 고동을 되찾고, 후들거리던 다리 근육이 원상복귀 되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이대로 1시간은 더 뛸 수 있어!’


그렇다면 저 25번 괴물도 제칠 수 있으리라.

환희에 휩싸인 선우 하랑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


일환이 바닥에 주저앉고 있었다.


“뭐······?!”


우뚝.

그 모습을 본 선우 하랑은 무심코 달리는 걸 멈추었다.

두 명의 질주가 멈춘 걸 본 마진성이 호루라기를 크게 불었다.


“이걸로 제5기 헌터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모두 종료.

합격을 한 이들은 환성을 내질렀고, 아쉽게 탈락한 이들은 터덜터덜 집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러나-.


“······방금 그거, 일부러 져준 거?”


아직 앙금이 남은 이가 한 명 있었다.



***



“결과 공지는 다음 주에 나온다고 했나? 뭐 보나마나 합격이겠지만.”


시험이 전부 끝나고.

일환은 잽싸게 옷을 환복한 뒤 도망치듯 강당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자꾸 같은 응시생들이 귀찮게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오빠, 수고하셨어요! 오빠는 집이 어디에요? 서울 사시면 저랑 같이 가요!’

‘아, 형님. 저 비록 탈락했지만, 이대로 형님이랑 헤어지기는 싫습니다. 번호 교환 한 번 하시죠!’

‘형, 나 6기 때 새로 도전할 건데 팁 같은 것 좀 알려줘!’

‘오빠 오늘 진짜 멋졌어요!’


흡사 하이에나 무리들 같았다.


“그런 분위기는 질색이란 말이지.”


그래서 대충 상황을 얼버무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길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바로 선우 하랑이.


‘감사 인사라도 하러 온 건가?’


지구력 테스트는 체력시험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비록 악력 측정에선 일환이 압도했지만, 오래 달리기에선 져주었으니 운이 좋으면 수석 입학은 그녀의 몫이리라.

일환이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수석 입학 축하-.”


아니, 인사를 하려고 했다.

측하의 말이 끝나기도 채 전에.

탓-!

선우 하랑은 그 자리에서 크게 발을 굴려 도약하더니,

부-웅!

꼿꼿이 세운 그녀의 발끝이 허공을 갈랐다.

일환은 그걸 고개를 뒤로 젖혀 가볍게 피했다. 민첩 스테이터스 덕분이다.

그러나 민첩 스테이터스고 나발이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당신, 아까는 감히 잘도 저를 기만하시던데요?”

“아까라면······.”


오래 달리기 때 억지로 져준 거를 말하는 거겠지. 그것밖에 없다.


“그게 당신한테는 기만으로 느껴졌습니까?”

“그럼. 아니에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라면 모를까.”

“그쪽이 어떤 의도였든, 아무래도 좋아요. 어찌 됐든 저한텐 기만으로 느껴졌으니까.”


선우 하랑은 자세를 취했다.

누가 봐도 그건, 적을 대하는 무인(武人)의 자세였다.


“납득 못 해.”

“······.”

“설령 당신한테 지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지겠어.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돌아가요, 절대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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