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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상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전지전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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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상사
작품등록일 :
2017.11.23 15:35
최근연재일 :
2017.12.22 08: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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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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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글자
22쪽

헌터의 신 (2)

DUMMY

헌터 협회 제1지부 작전 통제실은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여성 요원 중 한 명이 모니터를 통해 해당 구역의 상황을 보고했다.


“관악구 부근에 고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붕괴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게이트의 위험도는?!”

“······.”


헌터 협회의 국장, 서도철의 질문에, 여성 요원은 일순 입을 다물다가 아연하게 말했다.


“······백(白)입니다.”

“위험도가 백인데, 붕괴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국장이 허탈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구체 형태를 한 게이트는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인류는 그걸로 게이트의 위험도를 분류한다.


회(灰), 녹(綠), 청(靑), 적(赤), 백(白), 흑(黑).


흑으로 갈수록 높은 재난 레벨이 책정된다.

보통 제일 많이 등장하는 레벨은 녹에서 적까지. 가장 치명적인 흑의 경우엔 등장의 조짐만 관측되었을 뿐, 실제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즉, 실질적으로 인류가 마주한 가장 재앙에 가까웠던 게이트는.

백(白).


그 난이도는 S급 헌터들이 최소 5~6명은 들러붙어야 겨우겨우 수습이 가능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하물며, 그 백색의 게이트가 30분 후면 붕괴한다니.

게이트가 무너지면 당연히 안에 있던 몬스터들은 외부로 현신한다.

그렇게 될 경우,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리란 건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10위 권 길드들의 팀장들에게 연락을 돌려봤는데, 위험도 백색은 3G랑 합류하지 못하면 가망이 없다고 다들 출동을 거부하셔서······.”

“젠장, 헌터란 놈들이 겁 대가리만 커가지곤! 그래서, 3G들한테도 연락해 봤나?!”

“네, 하지만······! 그들은 현재 지방권에 있는 게이트를 공략 중이라고 해서······. 현장에 도착하려면 족히 3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니, 평소엔 연예인 병에 찌들어서 방송 출현만 하던 놈들이 왜 하필 오늘은 그렇게 성실하대!”

“아, 다, 다행히 ‘드래고니악’이 현장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드래고니악.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 최고의 길드라 불리는 네임드 헌터 집단.

그들이 팀 단위로 힘을 뭉치면 백색 게이트도 가능성 있다.

뭘 망설이랴.

국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지금 당장 재난 경보 발령하고. 군병들 투입해서 게이트 반경 5km까지 민간인들 통제시켜.”

“예!”

“드래고니악한테는 좀 서둘러달라고 부탁해라!”



***



한편. 드래고니악의 본부.

에테르 전수를 끝마친 일환은 주입실을 나섰다.

복도에는 유하정이 누군가와 휴대폰으로 연락을 하는 중이었다.


“뭐? 위험도 백? 그걸 우리 보고 수습해 달라고? 아니, 왜?! 프로틴 놈들도 있잖아!”


누구와 통화하는 건지는 몰라도, 상당히 흥분한 목소리였다.


“아······ 지방 출장? 하여간 뇌가 근육으로 찬 새끼들이라 그런지 정작 필요할 땐 도움이 안 돼요. 그럼 다른 놈들······ 뭐? 걔들도 출장 떠났대? 아, 뭔 한 새끼도 도움이 되는 새끼가 없냐.”


유하정은 시원하게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발을 동동 굴리다, 이내 푹-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뭐, 그런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 우리가 나서서 수습할게. 아, 씨. 위험도 백이면 우리도 쪼까 빡센데······. 아. 알았다고. 소리 지르지 말라고. 지금 바로 출동하면 되잖아.”


삑-.

유하정은 신경질적으로 통화를 종료하며 재차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지금 막 주입실 밖을 나선 일환과 눈이 마주쳤다.


“아, 일환 씨.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습니다. 딱히 부작용도 없는 것 같고. 그나저나-.”

“그나저나 일환 씨. 정말 대단하세요! 아니,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해! 오죽하면 내가 전수 결과 보고 눈물을 흘렸다니까! 일환 씨는 정말 헌터의 신이세요, 신!”

“네, 아니. 그런데-.”

“정말로 클래스 네 개를 전부 전수 받아버리다니! 이건 기적이 따로 없······.”

“하정 씨.”


잔뜩 신이 나서 말을 쏟아내던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환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소리, 들리시죠?”

“네?”


이 순간에도 재난 경보음은 요란하게 울려대고 있었다.


“빨리 출동해야 되지 않나요?”

“아, 네. 안 그래도 마침 협회에서 연락을 받던 참이에요.”

“네, 그럼. 염치없지만 저도 현장까지 운송 부탁드립니다.”

“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일환이 제시한 요구에, 유하정은 깜짝 놀랐다.


“일환 씨도 가시려고요?”

“······?”

“아, 아니. 지금 막 에테르를 주입받으셨는데 그래도 당분간은 안정을 취해야-.”


기본적인 상식이다.

전수 받은 에테르는, 따지고 보면 본질은 타인의 것 아닌가.

그걸 완전히 자신만의 에너지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제법 오랜 휴식 기간이 필요하다.

최소 한 달은 있어야 체내에 유영 중인 에테르의 흐름이 안정되고, 그 힘을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된다.

안 그러면 기껏 주입 받은 에테르가 외부로 방출되는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진다.

하지만-.

일환은 너무나도 의기양양하게 상식을 거부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끗발이 올랐습니다. 지금이라면 그 어느 때보다도 잘 싸울 자신이 있는 걸요.”

“······.”

“뭐, 혹시 제가 현장에서 실수하고 폭주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때는 업계 선배로써 따끔하게 제압해 주십시오.”

“아, 네······.”


유하정은 생각했다.

이 남자는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그래. 그토록 자신이 호들갑을 떨며 띄어주었던, 일명 ‘헌터의 신’이 아니신가.


‘범인(凡人)의 상식을 들이댄 내가 바보지.’


유하정은 싱긋 웃었다.


“좋아요. 그럼 저희랑 같이 가요. 가서, 손발도 좀 맞춰보고 현장 노하우도 배워보도록 해요.”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일환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로 먼저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유하정이 다급한 어조로 외쳤다.


“자, 잠깐. 설마 지금 그 꼴로 현장에 나가시려고요?”

“······?”


그 말에, 일환은 고개를 아래로 내려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운동복 바지만 걸친, 상반신 알몸.

의식해버린 건지, 유하정은 은근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전수도 받으셨으니 좀이 쑤시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장비는 챙겨야죠.”

“아······.”

“저희 본부 창고에 최상급의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어요. 가셔서 마음에 드시는 거 아무거나 고르세요.”

“호의는 고맙습니다. 하지만-.”


일환은 섬섬한 미소를 짓더니, 그녀를 향해 오른팔을 들어보였다.

통나무처럼 제법 굵은 그의 손목엔, 팔찌가 하나 끼워져 있었다.


“저한테는 장비가 있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파, 팔찌가요?”

“보시면 압니다.”


일환의 태도는 그야말로 여유만만.


‘할 말이 없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남자라며, 유하정은 감탄했다.



***



열다섯 대의 차량이 질서정연하게 오와 열을 맞추며 관악구 도로를 내달렸다.

차량의 표면에는, D&A라는 로고가 박혀져 있었다. 드래고니악의 스펠링 중 두 개를 딴 것이다.

일환은 선두팀 중 하나인, 제2팀의 차량 뒷좌석에 탑승하고 있었다.


“······.”


조수석에 앉은 남자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인상을 잔뜩 구겼다.

제2팀의 지휘관, 김영진.

A급 3위의, 국내에서는 꽤 유명세를 떨친 건슬링거다.

그는 눈동자를 굴려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의 일환을 흘겨보았다.

운동복 차림을 한 그는 멍한 얼굴로 차창 밖을 주시할 뿐이다.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긴장을 푸는 건 좋다 치자그래.

그런데 왜-.


‘······운동복?’


김영진은 땀을 흘렸다.


‘저 새끼, 지금 우리가 무슨 마실 나가는 걸로 착각하는 건가?’


업계의 대선배이자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자신도 S등급의 방어구들을 있는 대로 껴입었는데.

결국 참지 못한 그는 따끔하게 훈계하기로 했다.


“간만에 나타난 대형 루키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


빠르게 스치는 풍경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일환은 갑자기 말소리가 들리자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대답했다.


“아, 아. 네.”

“그래. 기분이 아주 좋으시겠어? 주변에서 전부 떠받들어 주니까.”

“······.”

“그래서 세상이 아주 우습게 보이나 보지?”


김영진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고,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는 신입들이야말로, 그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였으니까.

일환이 조심히 물었다.


“저, 혹시 제가 잘못한 거라도 있습니까?”

“지금 네 꼴을 봐라.”

“······.”

“운동복? 장난해? 우리가 뭐, 단체로 족구라도 하러 가는 줄 알아?”

“······아.”


일환은 그제야 김영진이 왜 그리도 성을 내는지 이해했다.

그는 판도라를 통해 장비를 직접 소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알 턱이 없는 입장에선, 어이가 없을 만도 하다.

차량 내의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삭막해졌다.

대충이나마 설명을 해야겠다고 일환이 입을 열려던 그때-.


“스타트 티어가 E급이라고 했지?”

“······.”

“대형 루키고 자시고. 폐급 새끼 주제에 업계 베테랑이랑 같이 있으니까 막 신이 나지?”


주제 파악도 못하고 자신이 최고라도 된 것 마냥 오만에 사로잡힌 신인은, 김영진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

그것과 마찬가지로-.

선입견에 사로잡혀 멋대로 타인을 재단하며, 인격을 모독하는 김영진 같은 타입은 일환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


“네가 아카데미 시험에서 뭔 짓을 했기에 윤석현 기록을 뛰어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이 폐급아.”

“······.”

“뭐 오래 달리기 좀 잘 하고 악력 테스트에서 기록 좀 세우니 몬스터들도 한 방에 때려눕힐 것 같지? 착각하지 마.”


김영진은 그렇게 말하더니.

슥-.

몸을 옆으로 틀어, 뒷좌석의 일환을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그따위 마인드로 실전 돌입하다간, 5분 만에 쪽도 못 쓰고 비명횡사한다. 내가 장담할게.”


대체 유하정이 이 폐급의 뭘 보고 그토록 입이 마르도록 팀원들 앞에서 칭찬을 했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참고로 그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일환이 역사상 최초로 네 가지 클래스를 한 번에 전수 받아다는 걸 말이다.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내가 마음 같아선 그냥 내려서 집에 가라고 하고 싶은데. 그래도 대형 루키라니까 구경 정도는 해줄게. 뭐 얼마나 잘 싸우나.”

“그쪽보다 잘 싸우면 인정해줄 겁니까?”

“뭐?”


아주 잠깐.

김영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금 뭐라고-.”

“그쪽보다 잘 싸우면 저를 인정해줄 거냐고 물었습니다.”

“······.”


일환이 그렇게 말한 순간, 기세가 한 풀 꺾인 쪽은 다름 아닌 운전석에서 차량을 몰던 운전자다.

그의 입장에선 졸지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으니.

김영진은 터질 뻔했던 웃음을 겨우 참으며 무릎을 탁 쳤다.


“와, 나. 순간 바보 될 뻔 했네. 뭐, 뭐? 나보다 잘 싸우면 인정해줄 거냐고?”

“그렇습니다.”


너무나도 당당한 일환의 태도.

상대방은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그러다 이내, 김영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좋아. 만약 네가 현장에서 나보다 사냥 횟수가 더 많으면, 그때는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한다.”

“사과보다는 인정이 받고 싶은 거지만, 뭐. 맘대로 하십시오.”

“그 대신.”


김영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놈을 어떻게든 짓밟겠다는 아집이 그 눈동자에 한 가득 실렸다.


“만약에 네가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얼을 탄다거나, 아니면 나보다 사냥 횟수가 적으면. 그때는 각오해라.”

“각오라면?”

“영원히 이 바닥 뜰 준비하라고, 폐급 새끼야.”


단지 그렇게만 말한 뒤, 김영진은 다시 몸을 틀어 앞을 보았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완강한 표현. 물론 그건 일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살벌하기 짝이 없는 적막이 이어지고.

끼익-!

어느 지점에서 차량이 멈춰 섰다.

장소는 사방이 탁 트인 사거리 한 가운데.

그곳에, 백색의 구체가 맹렬한 진동과 함께 하늘 위로 떠오르는 중이었다.

붕괴하기 직전의 게이트였다.



***



드래고니악의 팀들은 차량에 내려 현장의 상황을 살폈다.

미리 도착해서 대기 중이었던 군인들은 저 멀리까지 방어벽과 바리게이트를 설치하며 민간인 접근을 통제하는 중이었다.

이때, 군인 중 한 명이 유하정에게 다가가 현장 상황을 보고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헌터님. 바리게이트 설치 작업은 거의 다 끝나가고 민간인 통제도-.”

“됐고. 붕괴까지 몇 시간 남았어?”

“아······. 대략, 3분 후면.”

“저기 안에 들어간 놈들, 어떤 놈들인지 알아?”


게이트가 붕괴된다는 건, 누군가 먼저 게이트에 들어갔지만 클리어는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유하정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국내 최고라 불리는 자기들도 압승을 장담 못하는 백색 게이트에 도전장을 내민 놈들의 낯짝이 말이다.


“예. ‘대성’이라는, 대부분이 B급 팀원들로 구성된 중소 규모의 길드라고 합니다.”

“듣도 보도 못한 잡것들이 만용을 부리다 제 명에도 못 살고 죽었네.”


그녀가 냉혹한 게 아니다.

유명세도 없는 중소 길드가 백색 게이트에 도전한다. 이 말을 들은 누구라도 조롱했을 거다.

이 업계에서 도전은 ‘용기’ 따위의 말로 포장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어리석고 둔한 ‘만용’이다.

직후. 유하정은 그 숱한 경험으로 축적된 능숙한 지휘력으로 팀원들의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팀장의 명령을 하달 받은 팀원들은 제각기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여 진영을 짠다.


딜러는 앞으로.

서포터들은 뒤로.

단순하지만, 그 포진의 형태는 단순한 만큼 견고하다.

개미 한 마리 못 빠져나간다는, 그런 집념이 엿보일 정도로 살벌한 포메이션 설계.

그리고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를 맡아 전투태세를 갖춤과 동시에.


부르르- 웅.

게이트의 진동이 멈췄다.

그것은 몇 초 후면 게이트가 무너지고 안에서 몬스터가 등장할 거라는, 암시.

한 마디로 폭풍전야.


“준비해.”


유하정은 짧게 말하며 메탈 케이스를 열어 한 자루의 얇은 도검을 꺼내들었다.

그러는 사이.


“사, 살려주세요······.”


피투성이 손 하나가, 아지랑이 형태인 게이트의 외벽을 뚫고 나왔다.

이윽고 남자 한 명이, 만신창이가 된 꼴로 게이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유하정이 황급히 외쳤다.


“의료팀! 얼른 저놈 데려가!”


분명, 그놈의 대성인가 뭔가 했던 멍청이들의 팀원 중 한 명일 거다.

그리고 아마도 유일한 생존자겠지.

의료팀들이 빠르게 남자를 들 것에 싣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그때였다.

콰-앙!


“윽?!”


적막이 감돌던 게이트가, 폭음을 흩뿌리며 폭발했다.

압도적인 풍압이 일대를 휩쓸었다.

유하정을 비롯한 몇몇 간부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그 풍압에 휩쓸려나가거나 엄폐물을 붙잡고 겨우겨우 버텨야만 했다.

폭음이 한 차례 지난 뒤.


-키아아아아아아악!!


마침내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파리와 박쥐, 그리고 인간을 한데 섞으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흉측한 디자인.

앞발에 달린 갈퀴로부터 피를 뚝뚝 흘리며, 붕괴하는 게이트의 외벽을 뚫고 녀석들은 일제히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위험도 적색 : 스파이럴 뱃.


“미쳐 돌아가시겠다, 시벌탱.”


유하정은 욕설을 뱉었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하필이면 유일하게 리젠 현상이 발생한다는 디펜스 계열 게이트였다는 것.

둘째. 듀얼 클래스라고는 해도 어쨌든 메인 포지션은 소드마스터인 자신에겐 상당히 취약한 공중형 몬스터들이라는 것.


하늘로 날아오르는 몬스터라면 아무리 바리게이트를 치고 방어벽을 세워도 의미가 없지 않은가.

녀석들이 현장을 벗어나 민간인 구역까지 날아가는 건 시간 문제였다.

방법은 단 하나.


“건슬링거 팀! 너희들이 수고를 좀 해줘야겠다!”


유하정은 그렇게 외쳤다.

이 상황에선 원거리 요격이 가능한 이들만이 유일한 희망이니까.


“좋아, 가자.”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김영진이 휘하의 부하들을 데리고 행동을 개시했다.

그들은 각자 지참하고 있었던 원거리 전용 무기를 장전했다.

현대의 화기는 몬스터들한테 상처를 주지 못한다. 총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건슬링거 같은 경우엔, 총알이 아닌 자신들의 마나를 극도로 압축시킨 마력 탄환- ‘아크 불릿(Arc Bullet)’을 사용한다.

총기의 옆면에 설치된 소형 모니터가 아크 불릿이 100% 충전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똑똑히 보여주마.’


김영진은 뒤에서 멀뚱멀뚱 서있는 일환을 눈짓하며 다짐했다.


‘이게, 현장에서 구르고 구른 끝에 숙달된 베테랑의 실력이란 걸!’


저 같잖은 놈을 이 바닥에서 영원히 몰아내리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자신이 애용하는 대 몬스터 특화용 돌격 소총, <하이퍼즈>를 체공 중인 스파이럴 뱃들을 향해 조준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


하이퍼즈가 맹렬한 소리를 내며 아크 불릿을 쏟아냈다.

대기를 가로지르며 초고속으로 발사된 마나의 탄알은, 그대로 스파이럴 뱃의 몸통을-.


“응?”


꿰뚫지 못했다.


“어?”


꿰뚫고 말고를 떠나서.

단 한 발도, 몬스터들의 몸에 닿는 것조차 못했다.

전부 맥없이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갈 뿐이었다.


-키이이익?


당황스러운 건 스파이럴 뱃들도 마찬가지다.


“······익!”


아무래도 감정이 실려 있던 탓에 반동을 제대로 조절 못한 게 분명하다. 김영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하이퍼즈의 조준점을 녀석들 중 한 마리에게 맞춘 뒤.

두두두두-!

격발.

하지만-.


“무, 무슨-.”


어찌 된 영문인지, 단 한 발도 맞지 않는다.

스파이럴 뱃이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 총알을 피해서 그런 걸까?

확실히, 녀석들도 나름대로 회피 동작을 취하긴 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다.

회피고 뭐고 다 떠나서, 총알 자체가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뭐, 뭐냐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사태에, 김영진이 짜증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


한편.

뒤에 있던 일환은 조용히 김영진의 상태창을 조작하고 있었다.



[1차 능력치 (표기 단위 : %)]

김영진

명중률 : 0



‘계속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고 있으렴.’


상대방 인격을 모독했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확실히 일환의 복장 상태는 쓴 소리를 들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게, 폐급 새끼니 뭐니 다짜고짜 면전에서 저주를 퍼부울 정도로 크게 잘못한 짓인가?

심지어 일환은 이 길드의 정식 팀원도 아니다. 그냥 외부에서 초청된 입장일 뿐.

따지고 보면 서로 한 솥밥 먹는 사이도 아님에도 공짜로 도와주겠다는데, 갑자기 폐급 새끼라는 욕이 날아오니 어이가 없잖은가.


<주인, 화가 많이 났는가?>

“내가 웬만하면 남의 스테이터스 가지고 장난치긴 싫은데. 이번 경우엔 나도 좀 짜증이 나서 말이지.”

<화끈하구먼. 그나저나, 주인도 슬슬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어. 그래야지.”

<원하는 무기라도 있나, 주인?>

“총으로 부탁해. 웬만하면 다수를 요격할 수 있는 놈으로.”

<알아들었네.>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팔찌 형태를 한 판도라가 변형을 시작했다.

입자 형태로 분리된 조각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일환의 왼손과 오른손에 모여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손등 위로.

이윽고 그의 손등 위로 자동으로 장착된 무기는-.


“오.”


두 자루의 권총이다.

물론 플라즈마 세이버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미래적인 디자인이었다.

일환은 감정 스킬을 발동해 아이템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펄스 건(Pulse Gun)]

‘<제네시스>의 반란군들이 애용하는 원거리 무기입니다.’


등급 : EX (행성 병기)

종류 : 피스톨

위력 : Unknown (규격 외로 감정 불가 상태입니다.

효과1 : 초당 50회의 속도로 총알을 발사합니다.

효과2 : 명중 시 한 발당 3%의 확률로 총알이 폭발합니다.



설명을 본 일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끝내주네.”

<장탄수도 무한이고 집탄율도 높지만, 그 대신 위력이 조금 떨어지는 게 흠이라네.>

“위력이라······.


현재 일환의 능력치는 매력을 제외하면 전부 100%다.

즉, 명중률 또한 100%.

총알이 빗나갈 확률은 조금도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한 발에 한 마리씩 몬스터를 때려잡을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내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직접 녀석들의 급소를 맞추지 않는 이상에야 그 정도의 위력을 기대하는 건 역시 무리일까?


“마침 건슬링거의 에테르도 전수 받았겠다. 쓸 만한 스킬이 하나 정도는 있겠지, 홀로그램?”


일환이 그렇게 묻자, 곧바로 홀로그램의 반응이 돌아왔다.

띠링!


[현재 상황에서 추천드릴 수 있는 맞춤 스킬은 총 13개입니다.]

[1순위 맞춤 스킬을 추천 받으시겠습니까? Y/N]


“당연하지.”


거절하는 놈이 바보다.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소모 마나 : 초당 50]

[해당 스킬 사용을 위해서는 명중률, 지혜, 민첩, 근력 수치가 각각 90% 이상이어야 합니다.]


홀로그램이 안내를 시작함과 동시에, 일환에게 13개의 맞춤 스킬들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


“하하.”


스킬의 이름과 설명을 본 일환은 유쾌하게 웃었다.


“이거면 됐어.”


일환은 만족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격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하늘의 스파이럴 뱃들을 향해 무식하게 펄스 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다다다다-!!

격발 한 번에, 몬스터 한 마리.

원 샷 원 킬.

펄스 건의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크 불릿은 단 한 발의 낭비도 없이.

아주 정확하게, 스파이럴 뱃의 심장을 꿰뚫었다.


[에임핵-lv.3 : 자동으로 적의 급소를 조준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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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관광 (3) +54 17.12.22 4,924 146 16쪽
30 관광 (2) +13 17.12.20 4,682 145 18쪽
29 관광 (1) +23 17.12.19 4,874 157 17쪽
28 힘 (4) +25 17.12.18 5,295 158 14쪽
27 힘 (3) +30 17.12.17 5,208 148 12쪽
26 힘 (2) +13 17.12.16 5,682 134 20쪽
25 힘 (1) +21 17.12.15 6,082 146 15쪽
24 완전체 (2) +27 17.12.14 6,250 165 15쪽
23 완전체 (1) +25 17.12.13 6,415 166 21쪽
22 랭크 갱신 (3) +15 17.12.12 6,443 154 17쪽
21 랭크 갱신 (2) +27 17.12.11 6,772 158 14쪽
20 랭크 갱신 (1) [수정] +15 17.12.10 6,971 158 15쪽
19 헌터의 신 (3) +18 17.12.09 6,945 182 16쪽
» 헌터의 신 (2) +17 17.12.08 7,281 173 22쪽
17 헌터의 신 (1) +11 17.12.07 7,412 167 19쪽
16 밸런스 붕괴 (4) +18 17.12.06 7,632 176 16쪽
15 밸런스 붕괴 (3) +29 17.12.05 7,719 162 20쪽
14 밸런스 붕괴 (2) +19 17.12.04 8,022 182 16쪽
13 밸런스 붕괴 (1) +20 17.12.03 8,675 153 18쪽
12 대형 루키 (2) +11 17.12.02 9,019 154 14쪽
11 대형 루키 (1) +16 17.12.01 9,171 162 16쪽
10 시험 (4) +22 17.11.30 9,212 168 16쪽
9 시험 (3) +22 17.11.29 9,205 184 14쪽
8 시험 (2) +18 17.11.28 9,505 175 15쪽
7 시험 (1) +25 17.11.27 10,077 186 17쪽
6 기적 (2) +25 17.11.26 10,330 193 17쪽
5 기적 (1) +32 17.11.25 10,587 206 16쪽
4 전지전능 (3) +19 17.11.24 10,922 20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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