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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상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전지전능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제갈상사
작품등록일 :
2017.11.23 15:35
최근연재일 :
2017.1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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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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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480

작성
17.12.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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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밸런스 붕괴 (1)

DUMMY

후룩-.

헌터 아카데미 교관실.

마진성은 의자에 앉아 서류를 바라보며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지금 그가 보고 있는 서류에는 이번 아카데미의 기수들, 즉 입학시험합격자들의 목록이 나와 있었다.

합격자들의 수는 20명.


“······필기시험 때문인지 결국 소수 정예로 굴러가게 생겼군.”


한 기수 당 평균 80명 내외였던 점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그래서 불만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어려운 시험으로 거르고 거른 끝에 선발된 유망주들 아닌가.


“소수긴 하지만, 그만큼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겠지.”


게다가 이번 기수에는 그 선우세가의 장녀, 선우 하랑이 있다.

그밖에도 이전에 한 번, 게이트 붕괴로 인해 외부로 유출된 몬스터를 단신으로 때려잡았다던 화제의 루키, 고한울 또한 이번 기수다.


‘제대로 마음먹고 키워주면 랭커도 노릴 만한 놈들이야.’


하드웨어들은 완벽하니 이제는 소프트웨어만 갖추면 제2, 제3의 윤석현이 탄생하는 건 꿈도 아니다.

물론.


“······.”


이미 하드웨어 자체서부터 윤석현을 뛰어넘은 괴물이 한 명 있었다.

이번 입학시험에서 선우 하랑을 꺾고 수석으로 들어온 녀석.


“······김일환.”


나름 냉철한 성격이라고 자부했던 자신조차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지금도 실시간으로 화제 중인 루키.

마진성은 이미 협회 사이트에 비밀글로 등록된 각성자 명부에서 그의 스타트 티어를 확인했다.

각성 당시 그의 스타트 티어는 놀랍게도 E급.


“근데 어떻게 E급의 몸에서 그딴 말도 안 되는 힘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첫 티어의 결정은 체내에 형성된 마나의 그릇으로 좌우된다.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의 용량이 크면 클수록, 당연히 육체의 힘은 더 강해지고 스킬도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런데 E급이라 함은, 그 그릇이 좁쌀조차도 담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작다는 건데······.


“······돌연변이 같은 놈이야.”


지금 아무리 고민해봤자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비밀을 알아낼 유일한 방법은, 직접 김일환을 가르침으로써 옆에서 관찰하는 것 뿐.


“대체 어떻게 되어먹는 놈인지 내가 직접 파헤쳐 주겠다.”


그렇게 결심하며 마진성이 녹차를 다시 한 모금 마시려던 그때.

따르릉-.

교관실의 전화가 울렸다. 마진성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네, 헌터 아카데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 이번 제5기 아카데미에서 수석으로 입학한 김일환이라고 하는데요.>

“······.”


놀라운 이름이 난데없는 타이밍에 튀어나와서 녹차를 뱉을 뻔했다.


“아, 흠흠. 네, 그래요. 안녕하세요, 김일환 씨. 이번에 수석으로 입학하신 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뇨, 뭘요. 감사합니다. 하하.>

“네, 그래서······. 혹시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하셨는지요?”

<아, 예. 별 건 아니고요.>


수화기 너머에서 일환이 헛기침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 죄송한데 입학 취소 지금 가능한가요?>


쨍그랑-!

마진성의 손에 들린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방금 그건 마진성의 멘탈이 부서지는 소리기도 했다.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지금?”

<입학 취소하겠다고요. 자퇴할 겁니다.>

“왜, 왜 갑자기 자퇴를 하시려는 건지······?”

<아카데미에 다닐 이유가 사라졌거든요.>

“······.”


이 미친놈이.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한국어인데도 못 알아 듣겠다.

그리고 뭣보다.

입학취소를 하고 싶으면 안내 센터에 문의를 하면 될 걸, 왜 굳이 교관인 자기한테 말해서 사람 뒷골 당기게 하는 걸까?


“이, 입학 취소 관련해서는 안내 센터에서 문의를 하셔도 됐을 텐데. 혹시 저랑 따로 상담하고 싶은 문제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쪽한테 전화해야 그쪽이 라이센스 준다고 들었거든요.>

“······.”


다른 말로 해보자.

그러니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자퇴할 거지만, 졸업장은 챙기고 싶다는 뜻 아닌가.

이 무슨 신박한 개소리일까.


“그, 김일환 씨. 혹시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라이센스는 그러니까, 입학시험을 통과하면 주는 게 아니라 아카데미 커리큘럼을 다 거치시고 졸업시험까지 통과하셔야 발급되는 겁니다.”

<네, 아는데요. 근데 저는 바로 받을 수 있다고 그러던데?>

“······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습니까.”

<어라, 이야기가 잘 안 통하는데? 죄송한데 그쪽이 대신 받아주셔야 할 것 같아요.>


지금 그의 옆에 누가 있기라도 한 걸까. 여기선 맥락 상 개소리를 지껄인 장본인이겠지.


<잠깐만요. 교관님. 옆에 있는 분 바꿔드릴게요.>


몇 초 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여자의 음성으로 바뀌었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어, 난데. 이분이 지금 라이센스 취득이 많이 급하다고 하신다. 그러니 빨리 협회 팩스로 필요한 서류 보내주고 라이센스 발급 준비해줘. 네 권한이면 그 정돈 해줄 수 있지?>


마진성의 입에서 어금니 깨무는 소리가 났다.

그는 으득으득 이빨을 갈며 최대한 친절하게 물었다.


“난데, 가 누구신지요?”

<······뭐?>


일순 수화기 너머로 찾아온 적막.

그러다 이윽고 웃음이 터졌다.


<푸하하! 야, 너 지금 뭐하냐? 지금 네가 나한테 누구신지요? 라고 물은 거냐? 우리 진성이, 유머 감각 많이 좋아졌네?>

“한 번만 더 장난치면 장난전화로 신고할 겁니다.”

<진성아, 1절만 해. 또 저번처럼 누나한테 조인트 까이고 싶니?>

“뭐? 그게 무-.”


-슨 소리야, 라고 물으려다가.

마진성이 지금 이 목소리가 굉장히 귀에 익다는 걸 떠올렸다.

더군다나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고, 자신을 누나라고 지칭하며, A급인 그의 조인트를 까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이 패기.

마진성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서, 설마. 유, 유하정 팀장님?”

<어, 진성아. 누나야.>


깔깔깔. 수화기 너머에서 유하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유하정.

국내 최대 1위 길드, ‘드래고니악’의 팀장을 맡고 있으며, 동시에 S급 4위에 빛나는 랭커 헌터.

그리고 마진성이 현역 시절에 소속됐었던 길드가 드래고니악이었다.


한 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인 것처럼.

한 번 길드 멤버는 영원한 길드 멤버. 비록 그가 지금은 은퇴하고 아카데미 교관으로 있어도, 유하정은 마진성에게 있어서 영원한 업계의 선배이자 스승이다.


“티, 팀장님. 팀장님이 왜 갑자기, 김일환을-.”

<왜 이렇게 챙겨주냐고? 새꺄, 챙겨주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 내가 챙겨주고 싶어서 챙겨주는 거지!>

“혹시 김일환한테 라이센스를 주는 대신 그를 드래고니악에 영입시키려는 겁니까?”

<아니! 이분은 길드 같은 거 싫고 그냥 혼자 사냥하고 싶으시댄다!>

“예? 그럼 왜 라이센스를······.”

<인마! 내가 방금 말했잖아! 그냥 챙겨주고 싶어서 챙겨주는 거라고!>

“······.”


셋 중 하나다.

자신이 지금 환청을 듣고 있던가, 이 여자가 약을 했던가, 아니면 몰래카메라던가.

하지만 어떤 이유였든지간에, 마진성은 그녀에게 반기를 들 수 없다.


<진성아.>

“네, 팀장님······.”

<누나라고 불러, 인마. 아무튼 진성아. 이분은, 잘 하면 헌터의 신이 될 지도 모르시는 분이야.>

“헌터의······ 신이요?”

<그래, 헌터의 신. 몬스터들 다 때려잡고, 인류에 평화를 가져다 줄 신.>

“그게 무슨······.”

<진성아. 난 이분한테 전부 올인 했다. 너도 있는 거 없는 거 다 걸어라. 그러면 그만큼 나중에 너한테 돌아오는 것도 많아져.>

“······네, 팀장님.”

<그래. 아무튼 부탁한 거 지금 당장 빨리 처리해주렴! 고마우이!>


뚜-. 뚜-.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


툭-.

진성은 수화기를 허탈하게 놓았다.

스프링 줄이 연결된 수화기가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렸다.



***



헌터 협회 1층 로비.

전화를 마친 유하정은 뿌듯한 얼굴로 일환에게 말했다.


“일이 잘 풀렸네요. 서류는 바로 받으실 수 있고, 라이센스는 내일 발급될 겁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뭘요. 조만간 신이 되실 분인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하하.”


일환은 기분 좋게 웃었다.

기아스라고 했었나?

솔직히 말해서, 전지전능이고 뭐고 이것만 있어도 세상 정복은 꿈이 아니다.

아까 카페에서 스킬의 효력을 확인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김일환 씨. 저희가 바보로 보이십니까?

-네, 네?

-당연히 해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일환 씨의 부탁을 거절할 정도로 저희는 바보가 아닙니다!

-김일환 씨! 제가! 이 윤석현이 해드리겠습니다!

-꺼져, 이 근육돼지야! 2위 주제에 어딜 감히 1위가 영업하는데 끼어들고 지랄이야, 지랄이!

-뭐?! 이 여자가 개념을 밥 말아먹었나! 지금 여기서 한 판 떠?!



기아스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었다.

어떻게든 일환에게 퍼주고 싶다며, S급 헌터 두 명이 개싸움을 벌이기 직전까지 간 것이다. 그러다 결국 일환에게 퍼주는 영광(?)을 쟁취한 건 유하정이었다.

처음에는 안 먹힌 줄 알고 심장을 졸였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물론.


-······.


그 중 유일하게, 천호 길드의 팀장인 김종수만이 말이 없었던 게 마음에 걸린다.

혹시 그에게만 기아스가 먹히지 않았던 걸까.


‘이건 나중에 알아봐야지.’


일환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유하정은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그러면. 저는 오늘 처리해야 할 길드의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이만 먼저 가보도록 하죠. 아, 돈은 내일 바로 입금해드릴 테니까 걱정 마시길.”

“네, 200억 맞죠?”

“네, 200억. 뭐, 세금 떼고 하다 보면 190억 얼마 정도 되겠네요, 호호.”


아직 그녀에게는 기아스가 적용된 상태다.

여기서 100억만 더 달라고 해볼까? 그런 악마 같은 발상도 떠올랐지만 능력을 너무 악용하는 느낌이라 자제하기로 했다.


‘솔직히 200억도 무서워.’


어느 날 갑자기 200억이 꽁돈으로 들어오면 기쁘기 이전에 우선 두려워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유하정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갑자기 일환에게 명함을 건넸다.

명함을 받으며 일환이 물었다.


“이건?”

“보면 몰라요? 제 명함이에요.”

“아니, 명함인 건 아는데 이걸 갑자기 왜······.”

“나중에 시간 나시면 거기에 적힌 번호로 연락 줘요.”


일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농담조로 말했다.


“데이트 신청인가요?”

“일환 씨 같이 미래가 밝은 남자랑 노는 것도 재밌겠지만, 아니에요.”


유하정이 싱긋 웃었다.


“이제 라이센스도 땄겠다. 어엿한 전문 헌터가 되셨잖아요? 그러니 슬슬 클래스 전직도 해야 되지 않겠어요?”

“클래스 전직······.”


클래스란, 전문 헌터들의 차별화와 각자의 적성을 고려하기 위해 도입된 전문 포지션을 의미한다.

흔히들 첫 마나 각성을 1차 각성, 클래스 전직을 2차 각성으로 분류하고는 한다.


“저희 길드 사무실엔 국내에서 최고로 우수한 전직 교관들이 있어요. 본인 적성에 맞는 클래스가 정해지셨으면 와서 전수를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흠······.”


클래스로 전직하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해당 클래스를 지닌 최상위 전문가들로부터 적성의 수용에 필요한 마나를 추가적으로 전수받는 것.

당연히 전수해주는 이의 역량과 받는 이의 그릇이 크면 클수록 같은 클래스라도 상당한 전투력의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나 드래고니악은 세계 최고들만 모인 국내 1위 길드가 아닌가.


“네, 그렇겠군요. 그럼 가까운 시일 내에 연락드릴게요.”

“부디 그래주시길.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그렇게 말한 유하정은 손을 흔들며 협회를 나섰다.


“······.”


입이 참 험하지만 그래도 쓸모는 있는 여자다. 기아스 때문일까.

만일 그녀에게 걸린 기아스가 해제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뒷일이 발생하겠지.

하지만 그 부분은 걱정 없다. 아까 이미 확인했으니까.



[기아스 lv.3]

lv.3 효과 : 스킬을 해제하기 전까진 효과가 영구적으로 지속됩니다.




***



일환은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문을 열자말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진이 신발장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여, 여진아?”

“인터뷰는 잘 했어?”

“으음, 아니. 기자들한테는 잘 말해서 돌려보냈어.”

“그렇구나. 그럼-.”


여진은 이쪽으로 오라는 듯이 검지를 까딱거렸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설명을 좀 해주실까?”




그 뒤로.

잘못을 저질러서 교무실에 불려간 학생마냥, 일환은 쩔쩔 매며 여진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물론 전지전능 스킬에 관한 이야기는 일체 제외하고.

어쩌다 뒤늦게 헌터로써의 재능이 개화해서, 운 좋게 헌터 입학시험에 합격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여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부터, 제대로 헌터가 되어보겠다는 거야?”

“응.”

“예전처럼 짐꾼이 아니라. 직접 몬스터를 사냥하는?”

“응.”

“오빠 제정신이야?”


쾅. 여진이 식탁을 두드렸다. 그러자 일환은 다급히 자기변호를 시작했다.


“하, 하지만 여진아. 헌터가 돼서 몬스터를 사냥하면 돈도 많이 들어오고, 그럼 지금보다 집 사정도 훨씬 좋아져. 너 사달라는 거 다 사주고 학비도 얼마든지 마련하고도 남-.”

“지금 내가 돈이나 집 사정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여진은 한숨을 길게 쉬더니,


“헌터잖아, 헌터! 사망률 가장 높다는 그 직업!”

“······.”


아주 잠깐.

그 말을 듣자마자, 일환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다.


“······여진아.”

“돈을 뭐 얼마나 버니, 내 학비를 얼마나 마련하니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오빠가 지금 그런 위험한 길을 택하겠다는 거잖아!”


여진은 진심으로 화를 냈다.

그만큼, 진심으로 일환을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엄마랑 아빠는 몬스터 때문에 돌아가셨어! 나도 몬스터 때문에 2년을 하반신 불구로 살았고! 근데!”

“······.”

“근데도, 오빠는 헌터가 되겠다고 하는 거야?”


여진의 목소리가 점점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짐꾼 노릇까지는 내가 이해해. 그건 다른 실력 좋은 헌터들이 오빠를 지켜줄 거니까. 근데 그것도 아니고, 오빠가 직접 몬스터를 사냥하겠다는 건, 같은 가족으로써 절대 두고 볼 수가 없어.”

“여진아.”


일환은 조용히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겹쳐진 손등 위로, 여진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오빠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닥치면, 만약, 오빠가 몬스터한테 죽기라도 하면-.”

“······.”

“그땐 나는 어쩌란 거야? 나한테 남은 유일한 가족은 이제 오빠밖에 없는데.”

“여진아, 괜찮아.”


꾹-. 안심하라는 듯이, 일환은 여진의 손을 굳세게 쥐었다.


“오빠, 엄청 세. 절대 안 죽어. 죽을 것 같으면 그때는 바로 도망칠게. 무모한 짓 안 할게.”

“······.”

“네 말 무슨 말인지 알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너한테는 남은 가족이 나밖에 없다는 거 뻔히 아는데 내가 왜 죽어?”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말이었다. 일환은 정말로, 여진을 혼자 놔두고 죽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너한테 어떻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여진아. 네가 말한 것처럼 엄마 아빠는 몬스터 때문에 돌아가셨고, 너도 몬스터 때문에 큰일을 당했어.”

“······응.”

“오빠는 말이지. 앞으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 그래서 헌터가 되려는 거야.”


다시는.

그 누구도 잃고 싶지 않다.

소중한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그것은 아무리 지금 그가 강한 스킬을 지녔다고 해도.

한 명의 인간으로써, 어쩔 도리가 없는 감정이었다.


“오빠, 절대 죽지 않을게. 웬만하면 다치지도 않을게. 그러니까 여진아.”

“······.”

“내가 너를 지키게 해줘.”


남매의 서로 맞잡은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스친다.

여진은 잠깐 동안 입을 꾹 다물더니, 이내 눈물을 닦고는 말했다.


“오빠 죽으면, 그때는 내가 절대로 오빠 가만 안 둘 거야.”

“응.”


살벌해서 죽을 수도 없겠네.

일환은 그렇게 생각하며 쓰게 웃었다.




***



다음 날. 관악구 도림천.

일환은 쌀쌀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아침 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스태미나도 무한이겠다, 아무리 뛰어도 지치지를 않으니 운동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렇게 몇 분을 달린 끝에, 살짝 질려버린 나머지 휴식을 취했다.

그는 벤치에 털썩 앉으며 트레이닝 복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쌈박하게 뽑혔네.”


그것은 헌터 라이센스였다.

솔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전문 헌터가 됐다는 증표.

그게 끝이 아니다.


“어디 보자.”


일환은 휴대폰을 꺼내 모바일 뱅킹 앱을 실행시켰다.

잔액을 조회해보니-.



남은 잔액 : 19,534,013,560원.



정말로 200억도 들어왔다.


“······오늘 이사나 하자. 강남에 제일 큰 집으로.”


큰 집 뿐이랴.

이거면 건물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뭐, 돈 쓰는 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오늘부터 드디어 혼자서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다는 거다.

즉,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전지전능 스킬을 마음껏 시험해볼 차례.


“······어디 근처에 돌 만한 게이트 없으려나?”


일환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폰으로 협회 사이트에 접속하려던 그때.

띠링!


[특수 조건 ‘라이센스 취득’을 충족하셨습니다!]

[3차 능력치가 해금됩니다.]


“뭐? 3차 능력치?”


홀로그램이 갑자기 그런 메시지를 띄우는 게 아닌가.

그것과 동시에, 일환의 눈앞에 새로운 UI 카테고리가 떠올랐다.



[3차 능력치]



“이, 이건 또 뭐야.”


1차, 2차 능력치에 이어서 이번엔 3차 능력치란다.

방금 듣자하니, 라이센스 취득 같은 특수 조건을 충족한 덕분에 새로 생긴 항목인 듯하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느낌이네. 아무튼 뭔지나 보자. 활성화.”


[3차 능력치를 활성화 시킵니다.]

띠링!



김일환

[재주 lv.1]

[저항 lv.1]

[행운 lv.1]



독특하게 이건 퍼센티지나 절댓값이 아닌, 마치 스킬처럼 레벨로 표시되었다.

그건 그렇고.

딱 보자마자 일환의 인상에 꽂힌 항목이 하나 있었다.


“······행운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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