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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상사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전지전능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제갈상사
작품등록일 :
2017.11.23 15:35
최근연재일 :
2017.1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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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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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기적 (2)

DUMMY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홀로그램의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병실 안에선 적막이 맴돌기 시작했다.


‘된 건가?’


일환은 꿀꺽 침을 삼켰다.

뭐 스킬이 먹혔으면 휘광이 몰아친다던가 하는 이펙트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오, 오빠? 괜찮아?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침대 위에서 여진이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그럴 만도 하다. 갑자기 눈앞에 있는 오빠가 뭘 보여 달라느니 없애겠다느니, 그것도 모자라 갑자기 신한테 감사 기도나 올리고 있으니.


‘아, 아차······!’


머리가 돌아버린 게 아닐까 오해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여진이 새파래진 안색으로 초조하게 물었다.


“오, 오빠. 호, 혹시 치료제가 생산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쇼크를 입은 거야? 그래서 머리가 이상해졌다거나······.”

“아, 아니야! 나는 멀쩡해! 아, 아까 그건 그냥 혼잣말이니까 못 들은 척 해줘.”


일환이 어색하게 웃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하던 가운데.

위이잉-.

열린 창문 틈으로, 가을 모기 하나가 날아다니는 게 아닌가.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던 그것은 이윽고 여진의 하반신을 덮은 이불 위로 내려앉았다.


“아, 모기. 하여간 극성이라니까.”

“으음, 창문 닫아줄게.”

“고마워, 오빠.”


일환은 의자에서 일어나 병실 창가로 다가갔다.

그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는 사이, 여진은 자신의 다리 위에 앉은 모기를 잡기 위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 찰싹!


“아야!”


아프다는 비명.

커튼을 치던 일환의 손이 우뚝, 하고 멈추었다.


“······아야?”


일환이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여진을 돌아보았다.


“어?”


여진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

일환이 물었다.


“······여진아. 지금 혹시······.”


상식적으로, 마비가 온 하반신에는 감각이 없다.

그러니 통각 같은 걸 느낄 수도 없을 텐데······.


“서, 설마.”


정말로?

정말로 전지전능 스킬이 그녀가 가진 하반신 마비를 ‘삭제’시킨 건가?

둘 모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때 일환은 문득 떠올렸다.

방금, 삭제시킨 상태 이상은 ‘마비’ 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얼굴에 감싸져 있는 붕대.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흉측한 화상 자국.

마비가 확실히 삭제됐다면, 그 화상 자국도 분명······.


“여, 여진아!”

“어, 어어?!”


일환은 허겁지겁 여진의 얼굴을 감고 있는 붕대를 풀었다.

스르륵-.

풀린 붕대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이내 드러난 여진의 얼굴은-.


“······.”

“오빠?”

“······.”

“왜, 왜 그래?”

“윽······.”


일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동생 앞에서 이런 표정 지으면 안 되는데, 도무지 견딜 자신이 없었으니까.

주체할 수가 없다.

기쁨이라는 감정을.


“내 여동생이지만, 진짜 예쁘다.”



붕대 너머엔.

화상 자국이 없었다.



***



“의사 노릇 30년째지만 이건 정말이지······. 전례를 찾아볼 수가 없는 케이스입니다.”


진료실 내부.

모니터에 스캔된 결과 차트를 보며, 중년 의사는 식은땀을 폭포수처럼 흘리고 있었다.


“신경절에 잠복한 엑토플라즘의 체액······ 그러니까 하반신 마비와 피부의 침식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자체가 모조리 사멸되었습니다. 그 어떤 치료제도 없이, 자연적으로······.”


크흠. 의사는 갈라지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려고 헛기침을 했다.


“김여진 씨 오빠 되시는 분이라고 하셨죠. 김일환 씨라고······.”

“네.”

“김일환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의사가 함부로 입에 담기엔 영 민망한 말입니다만······.”


뿔테 안경 너머 의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건 신의 기적입니다. 정말로.”

“······.”

“그 어떤 수술이나 약물의 투입 없이 몬스터로부터 입은 상처가 자연적으로 완치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의료계에 보고된 적 없는 일이란 말입니다. 근데 이건, 이건······.”


의사는 말끝을 흐리며 옆에 있는 서재에서 드꺼운 의학 서적을 마구잡이로 뒤지기 시작했다.

물론 백 날 천 날 뒤져본다 한들, 이와 같은 케이스는 찾지 못하리라.


“하, 나. 미치겠네.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


급기야 일환이 앞에 있음에도 아랑곳않고, 의사는 절박한 얼굴로 정수리를 벅벅 긁었다.

의사 경력 30년. 그만한 경력에 어울리는 커다란 대형 병원의 원장.

본인은 나름대로 명의라고 자부하고 있을 터.

그러나 지금은 엄청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병의 완치에 관한 현상을 ‘신의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한테 말이다.


‘모른 척 해야지.’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러한 기적을 행한 당사자인 일환은 조용히 입을 다물기로 했다.


“아니, 무슨 감기도 아니고 약물 투입도 없었는데 이게 이럴 수가 있나?”


이쯤 되니 눈앞에 있는 의사가 슬슬 불쌍할 지경이었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일환은 슬쩍 의사에게 물었다.


“저기······. 그럼 제 여동생은 이만 퇴원해도 되는 겁니까?”

“네? 아, 그······.”


의사는 망설였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환자가 좀 더 병원에 머물러 줬으면 했으니까.

병이 말끔히 치유됐는데 그런 소망을 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알아보고 싶었으니까.

아니, 치료도 안 했는데 병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게 말이 되나? 감기도 하루아침에 이렇게 갑자기 나아지지 않는다.

의사는 생각했다.


‘만약 이 현상을 내가 알아내고, 학계에 보고할 수 있으면······.’


꿀꺽, 침을 삼키며.


‘의사들 사이에서 내 입지는 물론, 어쩌면 노벨상도 타낼 수 있어. 모든 현상엔 원인이 있는 법이야. 신의 기적이라니. 그딴 게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있냐.’


의사는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다.

그는 음흉한 속내를 숨기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여동생 분께선 며칠만 더 입원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결과지에는 이상이 없다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거든요. 일시적인 완화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몬스터로부터 입은 상처는 꽤 재발율이 높은 편이니까요.”

“······.”


의사의 말을 들은 일환은 두 눈을 게슴츠레 좁혔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몬스터한테 받은 상처는 자주 재발한다고들 하니까.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할 리가 있겠냐. 재발이.’


일환은 확신하고 있었다.

아까 전지전능이 행한 건 상태 이상의 치료가 아니다.

‘삭제’였다.

아픈 부분을 완화시키고, 복구하는 작업이 아니라.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즉, 여진이가 엑토플라즘으로부터 데미지를 입었다는 그 인과 자체를 없애버린 거다.

그러니 재발이 될 리가 있나.


‘입은 적도 없는 상처가 어떻게 재발이 돼.’


거기까지 사고가 도달한 일환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딱 보니까 여진이는 치료된 것 같네요. 말씀은 고맙지만 이만 데리고 퇴원할게요.”

“아뇨, 아뇨. 김일환 씨. 그래도 의사 말을 들어야······.”

“괜찮다니까요.”

“함부로 막 퇴원시키다 나중에 잘못되면 어떡하시려고······.”

“괜찮다니까요, 원장님. 뭐 잘못되면 그때 또 데려올게요. 지금은 일단 걔한테 바깥 공기도 좀 쐬어주고 싶고, 무엇보다 본인이 퇴원을 제일 바라는데요.”


아주 그냥 단호했다.

철옹성 같은 고집 앞에서, 의사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욕을 했다.


‘젠장. 저렇게까지 말하니 내가 뭘 더 어떻게 말하기도 뭐하고······.’


일단 본인이 봐도 결과지는 뚜렷한 완치 판정.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녀를 붙잡을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다.


‘원인을 알아내기만 하면 노벨상인데! 아아! 썅!’


물론 그건 헛된 판단이지만.


“원장님?”

“네? 아, 네!”

“말씀이 없으시네요. 동의하신 걸로 알고, 그럼 이만 퇴원 수속 밟으러 가보겠습니다.”

“아······.”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환을 보며, 의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젠장, 졌다.’


노벨상은 포기하기로 했다. 노벨상은 뭔 놈의 노벨상.


“예······. 여동생 분께도 퇴원 축하드린다고 전해주세요.”

“네. 그 동안 여진이 돌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환은 그렇게 말하며 진료실을 나섰다.




진료실에 홀로 남은 의사는 지독한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아니, 자괴감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더럽게 찝찝하네.”


환자의 퇴원은 병원 입장에서도 축하할 일인데, 이번 케이스는 좀 예외가 아닌가.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오늘 잠자기는 글렀구먼.”


푹, 한숨을 토해낸다.


“······.”


회전의자를 창가 쪽으로 돌려, 바깥 정경을 응시하며 그는 생각했다.


“······신의 기적, 이라. 그러고 보니 성경에 그런 구절이 있던가.”


지금은 무교지만, 어릴 적 그는 부모님을 따라서 꽤 열심히 교회에 다녔던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말미암아, 지금도 기억에 박혀 있는 인상적인 구절이 하나 있었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



“걷는 건 좀 어때? 어디가 불편하다던가, 쿡쿡 쑤신다던가.”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는 길. 여진은 천천히 한 걸음씩,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무리 완치가 됐다고는 하나, 2년 동안이나 굳어 있던 다리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택시를 이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여진은 조금이라도 걷고 싶다며 거부했다.


“오빠도 참. 괜찮다니까 그러네. 옛날처럼 쌩쌩······ 아!”

“여, 여진아.”


여진의 몸이 살짝 옆으로 기울자, 일환이 재빠르게 그녀를 부축했다.

마비 상태가 없어진 것과는 별개로, 지금의 여진에게는 ‘걷는다’라는 감각은 너무나도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괜찮아, 오빠. 괜찮아.”

“······하지만.”

“조금만 더 연습하면 돼. 아니, 연습도 필요 없어. 이제 거의 익숙해진 것 같아.”


그 말에, 일환은 여진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여진의 몸이 평행봉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게 좌우로 흔들렸다.


그 뒤로, 몇 번이나 길바닥에 넘어지려는 걸 부축해주고 도와준 끝에.

둘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보증금 2천만 원. 월세 100만 원 정도의 작디작은 빌라.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에 도착한 여진이 멈칫했다.

2년 만에 집에 돌아온 동생의 한 마디는 과연 뭘까. 일환이 내심 궁금해 하던 그때.


“이게 뭐야! 집이 완전 엉망이잖아!”

“여, 여진아?”

“오빠는 진짜! 아무리 내가 없어도 그렇지! 사람이 청소는 하고 살아야 할 거 아냐!”

“······.”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던가, 기쁨의 미소를 지을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일환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휴, 내가 못 살아. 이게 사람 사는 곳이야. 돼지우리야. 순간 내 집 아닌 줄 알았어.”


여진은 투덜대며 거실로 들어가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여, 여진아. 오빠가 치울 테니까 넌 일단 좀 쉬는 게······.”

“집안 꼴이 이런데 잘도 쉬겠다! 오빠도 멀뚱히 서있지만 말고 청소기라도 좀 가지고 와!”

“으, 으응!”


잊고 있었다.

여진이는 원래, 잔소리가 많은 타입이라는 걸.

어쨌든 일환은 허겁지겁 부엌 구석에 놔뒀던 청소기를 가지고 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뚝, 하고 몸이 굳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


여진이가, 울고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쓰레기를 치우며, 뺨을 적시는 눈물방울들을 손으로 훔쳤다.

저 눈물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일환은 눈치 없는 오빠가 아니다.


“여진아.”


일환은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며 동생의 몸을 끌어안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여진이 흐느꼈다.


“······오빠, 나. 집에 온 거 맞지? 그치? 이거 꿈 아니지?”

“응, 꿈 아니야.”


일환은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이다.

그러니까, 그는 여동생의 몸을 끌어안으며 감사했다.

돌연 자신에게 주어진 신의 권능, 그리고 기적에게.



***



여진은 피곤했다.

2년 만에 걸을 수 있었고, 또 방금은 한참을 울었으니까.

심신이 지치는 건 당연했다. 그녀는 방에 들어가 깊은 잠에 빠졌다.

한편, 일환은-.


“신의 기적인지 뭔지는 잘은 모르겠다만······.”


마찬가지로 방에 틀어박혔다.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아봐야겠지.”


히든스킬, ‘전지전능’

자신이 지목한 이들의 스테이터스- 즉, ‘인간’ 그 자체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스킬.


“헌터 위키를 아무리 뒤져봐도 이런 스킬은 있지도 않아.”


그렇다면, 자기만 가질 수 있는 고유 스킬이라는 의미.

참고로 헌터의 세계에 ‘고유’ 스킬이라는 개념은 없다.

스킬의 종류는 다양하고, 그중에는 희소한 것도 몇 개 있긴 하지만.

단 한 명만이 독자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스킬은 없다. 일단은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일부 A급 같은 상위권이나, SS급 같은 최상위권의 헌터들의 스킬도 이론적으로는 다른 이들도 손에 넣을 수 있다.

물론 넣을 수 있다면 말이지.

그들은 남들이 쉽게 터득하지 못하는 스킬을 오랜 수련과 연마 끝에 다룰 수 있기에 ‘최강’이라 불린다.


“스테이터스라는, 무슨 게임 UI 같은 홀로그램을 소환할 수 있는 스킬도 없었어. 하물며 그걸 조작할 수 있다니······.”


물론 ‘헌터 아이’ 라고, 기본적인 헌터가 소유한 마나랑 티어를 볼 수 있는 기능은 있다.

그런데 무슨 게임마냥 근력이니 민첩이니, 이런 항목들이 표시된 헌터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해야 돼.”


남들은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것.

그렇기에 그 힘은 미지수이고,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없다.


“······근데 연구를 하는 건 좋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한담.”


보통 스킬을 배우거나 티어가 갱신된 성장 헌터들이 능력을 시험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게이트로 돌입하는 것.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실전에서 곧바로 능력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게이트에 솔로잉을 하기 위해선, 헌터 협회로부터 정식으로 발부 받은 ‘헌터 라이센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헌터 라이센스를 발부 받기 위해선, 헌터 협회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졸업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입학금도 없고 힘도 없어서 아카데미에는 발도 못 들여 봤구나.”


그렇다.

2년 전, 마나를 각성하고 E급 판정을 받은 일환은 암묵적 관례인 아카데미 이수 과정을 밟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에 가깝겠지.

일단 웬만한 대학 등록비의 2년 치에 가까운 입학금은 둘째 치더라도, E급이란 티어는 어쩔 건가.

헌터의 세계에서 E급은 헌터 취급조차 받지 못한다.

실제로도 E급의 전력은 일반인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런 티어론 게이트에서 살아남지도 못할뿐더러, 그 이전에 같은 아카데미 동기들에게 비웃음만 살 뿐.


그렇다고 E급이 게이트에 아예 출입조차 못하는 것은 아니다.

E급도 게이트에 진입이 가능하다. 단, C급 이상의 동행자와 함께 할 경우에만.

그리고 게이트의 난이도는 청색 이하일 것.

이런 조건 하에, 일환과 같은 E급들은 다른 C급 이상의 헌터들과 짐꾼 계약을 맺어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쨌든 요점은, 라이센스가 없는 이상에야 나 혼자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지.’


일환은 사고를 전개해 나갔다.


‘평소 하던 것처럼 다른 놈이랑 짐꾼 계약을 맺어 게이트에 들어갈까?’


스킬 시험의 전제 조건은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 안건은 곧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아냐, 웬만하면 나 혼자여야 돼. 보는 눈이 있어선 마음대로 스킬을 테스트하기 영 그렇지.’


되도록, 가능하다면 은밀하게 감춰두고 싶은 스킬이다.

스킬 사용자인 본인조차도 파악이 덜 끝났는데, 남들의 눈에 보여봤자 좋을 건 없으니.


“방법은 하나뿐이군.”


결론이 났다.

일환은 컴퓨터 모니터에 떠오른 협회 사이트를 보았다.

그 사이트의 하단부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배너가 하나 있었다.


[제6기 헌터 아카데미 수강생 모집! 2026.7.1.~2026.9.30.]


아슬아슬하지만 아직은 기한 내.


“등록금 낼 돈도 충분하고.”


아카데미를 10년은 다닐 수 있는 자금이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두 가지.

첫 번째. 과연 E급이란 티어를 가지고 아카데미 과정을 무사히 수료할 수 있을까.


“풉.”


무심코 일환은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해 보니 문제로 삼을 가치도 없었다.


‘E급은 E급인데, 전지전능한 E급이지.’


그리고 두 번째.

E급이란 표면적 모습 아래 받게 될 무수한 비웃음과 무시, 조소, 동정의 화살들.

하지만 걱정 할 필요 없다.


‘그런 새끼들이 있으면, 개박살을 내버리지 뭐.’


지금까지는 힘이 없어서 당해만 왔을지 몰라도.

힘이 있는 지금은, 당하기만 할 수 있으랴.

이제는 갚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우선 첫 걸음은, 아카데미 졸업이다.’


목표가 정해졌다.

딸깍.

일환은 ‘신청하러 가기’ 버튼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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