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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쎈
작품등록일 :
2024.07.04 06:36
최근연재일 :
2024.07.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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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62

작성
24.07.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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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밤의 여왕 11

DUMMY

11. 밤의 여왕





정발튼이 <검은악마>의 습격을 받고있는 그 시각.

조금 떨어진 숲에선 언제부턴가 숨어서 지켜보는 여인이 있었다.

어깨 위로 짧게 찰랑거리는 단발에 반짝이는 흑색 눈동자. 너무나 큰 충격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

조안나였다.


조안나는 정발튼의 연구실에서 비치는 불빛을 보고 경비실에 연락한 후 부리나케 뛰었다.

어둠에 쌓인 캠퍼스 뒤로 연구동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층 정발튼의 연구실 창문에서 희미한 형체가 떨어져 내렸다.

그 충격으로 웅크려있던 형체가 다시 일어나더니 화단을 지나 숲으로 사라져 갔다.


조안나는 검은 형체가 사라진 곳을 쫓으며 주위를 둘러 봤지만 한번 어둠을 삼킨 숲은 토해내지 않았다.


여왕의 아리아가 울려 퍼진 것은 그때였다.

당황한 조안나가 귀를 막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공간 아트홀의 참사로 일깨워진 것이다.


조안나가 괴로움에 저항하고 있을 때 앞쪽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렸다.

소리 나는 곳으로 몇 발짝 움직이자 검은 실루엣에 의해 들어 올려져 바동거리는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달빛에 비친 창백한 얼굴.

그건 요시노였다.


그리고 검은 실루엣에서 어렴풋이 비치는 붉은 안광.

그리고 하늘을 향해 치켜든 그의 손에서 타오르는 것은 ‘맙소사!’ 요시노의 심장이었다.


조안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고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질끈 감겨진 눈꺼풀 아래로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두 손 사이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교정에 울려 퍼지던 아리아는 어느새 꺼져있었고, 두근두근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만이 그녀의 귓가에 가득했다.


그렇게 겁먹은 까투리 마냥 고개를 쳐박고 공포에 떨고 있던 조안나의 귀에 또다시 단말마의 비명이 들렸다.

그런데 목소리가 낯익었다.

조심스레 고개를 든 조안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놀랍게도 정발튼이었다.


놀라기는 정발튼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조안나를 만나다니... 미약하지만 조안나의 몸에서 풍기는 어둠의 기운도 석연치가 않았다.


‘그냥 베어버릴까?’


갑자기 조안나의 피가 궁금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정발튼이 비틀거리며 조안나를 지나치려하자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몸으론 멀리 못가!”


정발튼은 그 말에 멈춰 서서 조안나를 바라봤다.

조안나는 너무 놀랐지만 이렇게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상처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저 피 좀 봐! 우선 응급조치부터 하자.”


조안나는 정발튼을 부축해 가까운 숲으로 들어갔다.

급한 대로 속옷을 찢어 상처를 동여맸다.


“상처가 너무 깊어 병원에서 봉합해야만 해.”


“가까운 병원은 안 돼. 큰 병원도 안 되고.”


“근처에 내 차가 있어.”



****



엽기적인 사건이 또 터졌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백 형사는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체들을 보고 인상이 구겨졌다.


시체는 2구였다.

가슴이 찢긴 채 죽어있는 시체와 목이 잘려 죽은 시체.

그중 목이 잘린 시체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피를 본 백중기는 기겁했다.

<검은악마>의 피였다.


급하게 폴리스라인을 치고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시켰다.

다행히 제보자는 어두워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은악마>가 발견되면 즉시 특수부로 통보해야 한다는 상부의 지침에 따라 주어진 번호로 연락을 취하던 백 형사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이 보였다.

순간 범인을 잡을 결정적인 증거를 놓고 갈등이 일었지만, 공을 빼앗길 수 없다는 유혹에 얼른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 오 형사가 가슴이 찢겨 죽은 사람의 신상을 조사해왔다.

피해자는 27세의 구키 요시노. 일본인 유학생으로 데이빗 교수의 추천으로 조안나의 조수로 일하던 자였다.


그는 오후 9시 40분경 정발튼 교수의 연구실에 침입했다 경비원에 발각되어 도망치던 중 살해되었다.

살해 시간은 오후 10시 30분경. 제보자는 이 학교 학생이었다.


백 형사는 경찰특수부와 함께 나타난 유진하 경감에게 현장을 인계하고 경찰서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휴대폰 속 프사에 나타난 주인공의 얼굴을 본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백 형사는 당시의 일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수사관으로서의 촉이었다.


대학로 공간 아트홀에서 일어난 사건은 절대 잊혀질 수 없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공격조를 편성해 현장에 침투할 때 피투성이가 되어 한 여자를 업고 뛰어오는 자와 마주쳤다.

의상이 특이해 기억에 남았던 것이다.

그 사내는 마침 도착한 구급차를 타고 떠나갔다.


그땐 워낙 사상자가 많았던지라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 뒤로 현장은 경찰특수부에 완전장악 되면서 접근이 금지되었다.

그리고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왔다.

그 후 엄청난 사건이었음에도 유야무야 되며 언론에서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휴대폰 속 남자를 기억해낸 백 형사는 당시 구급차를 수소문해 병원을 찾아갔다.

환자는 이미 퇴원하고 없었지만, 기록은 남아있었다.


30세의 정발튼과 28세의 조안나.

둘 다 한국대 교수였다.


백 형사는 왠지 그 사내가 매우 낯익다는 생각에 컴퓨터로 검색 해봤다.

몇 년 전 그는 14세기 인도 술탄 왕비의 잃어버린 목걸이를 찾아냄으로써 일약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매스컴들은 그의 발견보다는 오히려 한 나라의 국운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경국지색이었던 왕비 파드미니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가십 기사가 늘 그렇듯 왕비의 목걸이는 세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 해프닝은 무명인에 불과했던 그를 일약 고고학의 거장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더럽게 재수 없는 놈이군.”


백 형사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제일 싫었다.

자신은 뼈 빠지게 일하면서 박봉에 시달리는데 마치 로또 맞은 것처럼 한순간에 인생 역전하고 목에 힘주며 거들먹거리는 인간들.


‘이 사내의 전공이 유물사학이랬지? 흥! 말이 좋아 유물이지 결국 무덤이나 뒤지는 도굴꾼이라는 것 아냐!’


백 형사의 촉이 곤두섰다.

우연도 겹치면 필연이다. 연속된 사건은 결국 이들과 연관 있음이 틀림없다.

백 형사의 눈빛이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빛났다.


백 형사는 직감적으로 이 사건의 배경에는 그 왕비의 목걸이처럼 어떤 장물을 둘러싼 암투가 있음에 틀림없다 생각했다.

아트홀의 끔찍한 사건과 이 사건 사이엔 어떤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


백 형사의 머릿속으로 안하무인 격의 특수부와 오만한 유 경감이 떠올랐다. 그들의 콧대를 꺾어 줄 좋은 기회였고, 특진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이런 호재를 빼앗길 만큼 백 형사는 얼간이가 아니었다.


미궁으로 빠질 것 같은 사건에 실마리를 찾았다 생각한 백중기의 가슴에 에네르기가 끓어올랐다.



****



제민병원 원장 외과의 홍성윤은 고민에 빠졌다.

며칠 전 자신이 집도한 환자는 내상이 심했다.

다행히 급소는 피했고 빠른 대응으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복부를 뚫고 10cm나 들어간 상처는 일반적으로 생겨나기 힘든 상처였다.


자신이 군의관으로 있던 시절 이런 상처를 본적이 있었다.

상사에 불만을 품은 병사가 대검으로 배를 찌른 것이었다.

지금 이 환자의 상처도 날카로운 대검에 찔린 것이 분명했다.


-선생님! 가게에 강도가 들었어요. 싸우다 칼에 찔렸는데 잘못되는 건 아니죠?


여자는 울먹이며 애원했다.


-원장님 경찰에서 협조공문이 왔어요. 혹시 이런 여자가 칼에 찔린 환자를 데려오면 신고해 달라고요.


조금 전 간호원은 프린트된 A4용지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영상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옷 차림새로 봐 사진 속의 여자는 502호 보호자가 틀림없었다.


홍 원장은 조용히 수화기를 들었다.



유진하 경감은 오늘도 캠퍼스 외곽에서 찍힌 CCTV 영상을 보고 있었다.

한 여성이 남자를 부축하고 걸어가는 영상이었다. 그러나 영상은 여자가 골목길로 접어들며 끊어졌다.


CCTV의 사각지대로 빠져나간 여자는 이곳 지리를 잘 알고 있음에 분명했다.

주위에 수소문해 봤지만 영상이 뚜렷하지 않아 아는 이가 없었다.


<검은악마>의 목을 벤 자는 지난번 그자가 분명했다.

격투의 흔적으로 봐서 사내도 부상을 입었음이 틀림없다.

바닥에 흘린 악마의 검은 피 외의 혈흔을 수거해 국과수에 의뢰도 했다. 유전자 검사까지 마치려면 며칠 더 걸릴 것이다.


전화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경감님! 그들을 찾았습니다.”


“그래? 보안에 신경 쓰고 특히 국가정보부에서 눈치채지 않도록 철저히 입단속 시켜!”


“네, 경감님!”


유진하 경감은 이 사내를 정보부에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를 통해 알아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유 경감은 서둘러 경찰청을 빠져나와 제민병원으로 향했다.



****



한편, 병원에 입원한 정발튼은 의사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일어나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의사가 보름은 요양해야 한다고 했어.”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는데 뭐 하러 그렇게 오래 있어? 다 장삿속이지.”


정말 정발튼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것은 어둠의 근원에 의한 놀라운 복원력 때문이었다.


몸이 회복되자 정발튼은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았을 조안나가 은근히 걱정되었다.

그래서 위로한다는 게 그만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정발튼이 조안나를 처음 만난 것은 제대하고 복학했을 때였다.

그때 조안나는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우울한 아이였다.

특별히 관심을 가졌다기 보다는 너무도 독특한 아이여서 멀리서 지켜보았을 따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조안나가 다가왔다.


‘선배, 나 이제 학교 그만 나와!’


그리고 사라졌다.

어렴풋이 경제적인 사정인가 생각하며 한편으론 안쓰러웠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 문득 교수로 임용되었다. 자신이 시간강사로 있으면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알바로 전전하던 때였다.


‘숨겨진 금수저였던가?’


묘한 배신감과 함께 거부감이 드는 것은 열등감에서 오는 구겨진 자존심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에게 기연이 없었다면 아직도 외래 강사에 머물며 알바나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건 자신에게 고고학적 성취를 가져다줄 또 다른 기회였다.

그런데 조안나가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이건 내게 기회야! 네가 참견할 사안이 아니라고!”


정발튼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물렛 때문에 사람이 죽었어!”


“꼭 아물렛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근거는 없어!”


“그자는 시체로 인신 공양까지 했다고! 이건 고대부터 내려오는 광신도들의 사탄숭배 의식이야. 내가 사탄숭배와 인신 공양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있다는 건데?”


정발튼은 조안나의 논문 초안을 본적이 있었다.

그 논문은 비현실적인 면이 많았다. 마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꿰맞추려 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던 것이다.

조안나는 지금도 억지 논리를 펴고 있었다.


“요시노는 내게서 그 문건들을 훔치고 너한테서는 아물렛을 훔쳤어! 어쩌면 공간 아트홀의 참사도 이것과 연관되었을 수 있다고!”


“너무 비약시키지 마. 아물렛은 그 사건과 무관해. 그 후에 얻은 것이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그 물건은 불길한 것이야. 지금이라도 경찰에 진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 돼. 이건 너무 위험해!”


“불길? 그런 미신은 개나 주라고 해! 설사 저주가 걸렸더라도 난 이게 무엇인지 꼭 그 내력을 밝혀내고 말겠어. 그러기 위해선 영국이 아니라 지옥이라도 갔다 올 수 있다고!”


쾅!


정발튼은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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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부. 밤의 여왕 8 24.07.22 12 1 11쪽
7 1부. 밤의 여왕 7 24.07.21 13 1 11쪽
6 1부. 밤의 여왕 6 24.07.20 14 2 11쪽
5 1부. 밤의 여왕 5 24.07.19 17 2 12쪽
4 1부. 밤의 여왕 4 24.07.18 19 2 11쪽
3 1부. 밤의 여왕 3 24.07.17 26 2 12쪽
2 1부. 밤의 여왕 2 24.07.16 28 2 13쪽
1 1부. 밤의 여왕 1 24.07.15 4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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