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쎈 님의 서재입니다.

신에게 캐스팅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오쎈
작품등록일 :
2024.07.04 06:36
최근연재일 :
2024.07.27 10: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04
추천수 :
19
글자수 :
68,662

작성
24.07.16 07:00
조회
27
추천
2
글자
13쪽

1부. 밤의 여왕 2

DUMMY

02. 밤의 여왕





어둠의 장막에 갇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정발튼의 앞에 검붉은 형체가 나타났다.


“누, 누구냐?”


[흐흐흐! 난 키켈로스다. 죽음의 인도자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악마가 삼지창을 든 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말은 육성이 아닌 울림으로 새겨졌다.


“내가 죽은 것인가?”


정발튼은 그제야 조안나의 칼에 심장이 뚫렸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시발! 생각하니 지금도 아팠다.

그런데 죽은 것 치고는 뭔가 이상했다.


[네가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삶이다. 겔겔겔겔!]


그와 동시에 정발튼의 몸에서 전에 없던 기운이 꿈틀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성주희가 강렬한 스타카토로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꿈을 꾸었단 말인가?’


방금 겪었던 일을 떠올리자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온몸에서 느껴지는 힘은 그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정발튼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오페라는 다시 2막으로 접어들며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밤의 여왕으로 분한 성주희가 자신의 딸을 무섭게 노려보며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또다시 위협하고 있었다.


내 가슴은 지옥의 복수심으로 끓어오르네!

죽음, 그리고 절망!

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에 불타오르네!

너로 하여금 자라스트로가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는다면,

그러면 넌 더 이상 내 딸이 아니야!


눈을 부릅뜨고 딸에게 비수를 건네는 비정한 여왕의 얼음처럼 차갑고 냉혹한 얼굴.

그리고 이어지는 여왕의 분노가 강렬한 스타카토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아아아 아----아!’


영화 아마데우스에 삽입된 콜로라투라형 아리아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불러 더욱 유명해진 곡이었다.


가난한 음악가를 구박했던 장모.

모차르트는 그의 장모의 잔소리에 지쳐있었다.

모차르트를 극단의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었던 장모의 앙칼진 외침이 성주희의 4옥타브까지 올라가는 미친 가창력으로 폭발한 것이다.


그때 무대에 검은 기운이 드리워지며 조안나의 눈에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환영은 조안나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과거의 날카로운 편린들을 끄집어내었다.



그곳은 음침한 곳이었다. 규율은 엄격했고 통제가 심했다.

그리고 주말마다 어두운 지하에서 행해지던 의식. 그때마다 울려 퍼지던 여왕의 아리아.

처음엔 겁에 떨고 있던 아이들이 시간이 더해짐에 따라 광기에 젖어갔다.


쿵쾅! 쿵쾅! 쿵쾅...!


거대한 북소리에 이어 여왕의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제단에 밝혀진 등불 아래 광기에 찬 아이들이 시퍼런 칼을 들고 포대에 쌓인 물체를 찔러대고 있었다.


포대가 시뻘겋게 물들어 가는 가운데 포대에 쌓인 물체의 꿈틀거림도 미약해져 갔다.

그런데... 그런데... 찢겨진 자루 사이에서 나온 것은...


“아아악!”


갑자기 여왕의 소프라노보다 더욱 큰 비명이 무대에서 울려 퍼지며 비수를 쥔 조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


정발튼의 감각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지체할 수 없었다. 뻗어오는 조안나의 손을 낚아채 비수를 빼앗았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동료들이 정발튼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혹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저, 저 새끼! 지금 뭐 하는 거야?”


연출을 맡은 김태식이 흥분하며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그가 입봉작으로 6개월 가까이 고생한 것이 일시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으니 개 거품을 무는 것도 당연했다.


주연을 맡아 밤의 여왕을 열연하던 성주희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이제 비상하려는데 찬물을 끼얹었다.


성주희는 아예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정발튼을 향해 다가서는데...


갑자기 일그러진 공간으로 족히 5미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타원형 형체가 나타났다.


“포탈이다!”


객석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중세에서나 볼 수 있음 직한 칼과 갑옷으로 무장한 전사들이 포탈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모두 광기에 젖은 전사들이었다.


“와우! 이거 참신한데!”


문예총 국장 홍윤식이 기대된다는 듯 극단주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술피리>라면 그도 수없이 보아왔다.

매년 꼭 한두 편씩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인기 있는 오페라일 뿐만 아니라 한때 자신도 연극연출을 했었기에 올려봤던 작품이다.

창단 10주년이라 꼭 모시고 싶다는 요청에 옛정을 생각해 거절할 수 없어 참석했는데 이런 미친 연출력이라니...


극단주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리허설에도 없었던 이런 버라이어티가 연출되고 있었다.

이번 작을 통해 뭔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던 김태식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장한 전사들이 배우들을 도륙하며 객석까지 내려와 닥치는 대로 관객들을 살육하며 피와 살이 튀었다.

바닥이 시뻘건 피로 물들며 역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제야 문예총 국장이나 극단주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출구를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람 살려!”


“경찰! 경찰을 불러!”


“씨발 이게 뭔 일이래!”


500석 공간 아트홀의 출구는 한꺼번에 몰려드는 관객들로 인해 아비규환이었다.

이미 객석은 피가 난무하며 지옥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갑자기 터진 포탈과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온 무장한 전사들!


정발튼은 무엇인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어두운 객석 한쪽에서 강한 에너지 파장이 느껴졌다.


그곳엔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노인의 붉은 눈이 피와 살이 튀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침착하게 밤의 여왕으로 분한 성주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성주희의 눈에 광기가 일며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호호호호...!”


웃음소리와 함께 성주희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내뻗자 하얀 냉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관객과 무장한 전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과 쾅!


아이스 볼트에 얻어맞은 이들이 하얗게 얼어붙더니 쩌저적 갈라지며 부서졌다.


“마, 마녀다!”


객석에서 누군가 또다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변해버린 성주희를 보며 정발튼은 본능적으로 객석의 붉은 눈을 향해 몸을 날렸다.



****



프리랜서 VJ 이재석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성주희의 요청으로 돈 몇 푼 받고 공연 실황을 찍어 개인 인터넷 방송에 올리려던 이재석은 이런 특종을 잡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공연 도중 갑자기 포탈이 터지는가 하면 그 속에서 무장한 중세의 전사들이 튀어나왔다.


처음엔 공연 이벤트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연기하던 배우가 그들의 칼에 몸이 두 쪽 나며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배우를 살해한 전사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중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피가 튀고 공포에 사로잡힌 관중들의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그제야 무엇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건 최소 밀리언이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돈 냄새를 맡은 이재석은 여기에 목숨을 걸기로 했다.


이재석은 한쪽 구석에 숨어 생생한 살육의 현장을 찍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이재석의 귀에 사람들의 비명과는 다른 여인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건 성주희?”


무대 위에서 객석을 향해 웃고 있는 여인은 성주희였다.

이재석은 주희의 집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동정이 갔다.


‘이 상황에 미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그런데 성주희의 지팡이에서 하얀빛이 일어나더니 얼음덩어리가 객석을 향해 떨어졌다.

얼음덩어리를 맞은 사람의 몸이 부서지자 이재석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미, 미친...”


모두가 미쳐가고 있었다.

이재석은 자신도 미쳐 헛것이 보이거나 환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또 다른 미친놈이 보였다.

객석에서 노인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젊은 놈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

덩치 큰 젊은이가 오히려 노인에게 밀리고 있었다.


이재석이 그 장면을 향해 카메라를 돌리는 순간 젊은이가 노인이 쏜 장력에 날아갔다.

마치 무협지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었다.


이재석은 헛웃음이 나왔다.

무대에서 포탈이 터지는가 하면 중세 전사들이 튀어나와 관객들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성주희는 아이스 볼트를 남발하는가 하면 노인은 젊은이를 장력으로 날려버렸다.


“허! 허헛! 허허허헛...!”


어느덧 재석의 손에서 캠코더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미친 듯이 손과 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다음날 매스컴은 일제히 대학로 공간 아트홀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해 온갖 추측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대학로 공간 아트홀의 대참사!

-지옥으로 변한 공연!

-공연장을 습격한 테러리스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대참극!


때르릉~~ 때르릉~~~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며 소문을 확인하려는 전화가 중부경찰서 강력계 형사과로 빗발쳤다.

연신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오 형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이 없었다.


“아 글쎄 모른다니깐요. 예, 우리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때르릉~~ 때르릉~~~


“어디라고요? 아! 아닙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 없습니다.”



아침부터 서장한테 불려갔던 강력 2반 형사반장 주달해는 짜증이 확 나던 판에 책상에서 졸고 있는 백 형사를 발견하고는 뒤통수를 후려쳤다.


“어떤 개새끼... 님이십니까?”


욕지기하던 백중기의 뒤에 눈을 부라리고 있는 형사반장 주달해의 모습이 들어왔다.


“으이그! 그래 이 상황에 잠이 오냐? 넌 편해서 좋겠다.”


“왜 이러십니까? 밤새 생사가 오가는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전우에게 따듯한 라면은 못 끓여줄망정.”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냐? 그랬다면 내가 아침부터 이렇게 깨지겠냐고!”


“놈들이 겁나 쎄더만요.”


“오호! 칼과 도끼를 든 놈들한테 화력과 체력이 딸리셨군요?”


“그, 그게...”


“이 새끼가 오냐 오냐 했더니... 너희들 모두 끝나고 나면 특공훈련 떠날 준비나 해!”



‘빌어먹을!’


백 형사는 속으로 욕을 해댔다.

10년 수사관 생활하면서 이렇게 황당한 사건은 처음이었다.

처음 신고받았을 땐 장난인 줄 알았다.


“뭐! 포탈이 터져?”


-네 네 네...


“중세 전사들이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네 네 네...


“아가야, 게임 그만하고 얼른 집에 들어가라 잉?”


-혀, 형사님 저, 정말이라니깐요. 연기하던 배우가 아, 아이스 볼트까지 쏘았다고요!


“이 새끼! 너 허위신고 장난 전화질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끊어 새캬!”


백 형사는 수화기를 집어 던졌다.


“요즘 애새끼들은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 한다니까!”


처음엔 그랬다. 미친놈이라고.

또다시 신고가 들어왔다.


“너, 너, 너 기다려 새캬!”


화가 머리끝까지 나 허위신고 공무집행방해로 콩밥 좀 먹이려고 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백중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으악! 살려주세요!”


“악마가 나타났어요!”


공간 아트홀에서는 계속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부상자들이 거리에 쓰러져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오 형사가 떠듬거리며 말했다.


“배, 백 형사님 어, 어떻게 할까요?”


“어떡하긴! 빨리 실탄 장전하고 주위에 알려!”


백중기도 순찰차에 붙어 권총에 실탄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삐이익! 하고 확성기 소리가 울렸다.


“너희는 모두 포위됐다. 얌전히 손을 들고나와라!”


빠각!


“너 지금 뭐 하냐?”


“아씨! 알리라메?”


오 형사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볼멘소리를 했다.

백 형사는 이런 얼빵한 신참하고 대거리할 시간이 없었다.

다시 뒤통수를 올려붙이고 무전기를 꺼내 지원요청에 나섰다.


“여기는 14번 순찰차 백중기다. 긴급상황이다. 대학로 공간 아트홀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즉시 지원요청 바란다.

다시 반복한다. 긴급상황이다. 대학로 공간 아트홀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지원요청 바란다.”


-알았다. 7번 순찰차 현장으로 출동한다.


-12번 순찰차 출동한다.


계속 수신 소리와 함께 싸이렌이 울리며 속속 순찰차와 함께 구급차들이 몰려들었다.


백 형사는 즉시 공격조를 편성해 공간 아트홀로 진입해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에게 캐스팅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부. 밤의 여왕 13 24.07.27 6 1 11쪽
12 1부. 밤의 여왕 12 24.07.26 6 1 12쪽
11 1부. 밤의 여왕 11 24.07.25 6 1 12쪽
10 1부. 밤의 여왕 10 24.07.24 9 1 12쪽
9 1부. 밤의 여왕 9 24.07.23 10 1 11쪽
8 1부. 밤의 여왕 8 24.07.22 11 1 11쪽
7 1부. 밤의 여왕 7 24.07.21 13 1 11쪽
6 1부. 밤의 여왕 6 24.07.20 13 2 11쪽
5 1부. 밤의 여왕 5 24.07.19 17 2 12쪽
4 1부. 밤의 여왕 4 24.07.18 18 2 11쪽
3 1부. 밤의 여왕 3 24.07.17 26 2 12쪽
» 1부. 밤의 여왕 2 24.07.16 28 2 13쪽
1 1부. 밤의 여왕 1 24.07.15 42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