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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쎈
작품등록일 :
2024.07.04 06:36
최근연재일 :
2024.07.27 10:0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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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62

작성
24.07.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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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밤의 여왕 5

DUMMY

05. 밤의 여왕





“포탈을 빠져나온 중세의 갑옷을 입은 전사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뭐 칼과 도끼를 휘두르는 놈들을 인간이라 볼 수 없겠지요.”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이 흘린 피가 검다는 것입니다.”


“검은 피라니 잘못 본 것이 아닌가?”


김민주 의원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사실이오. 테러리스트들을 북한의 소행으로 밝히지 못하는 것이 그 때문이오. 그들의 시체는 모두 정보부에서 수거해 조사 중이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국가정보부에서 나온 인물이 확인시켜 주자 회의장이 잠시 술렁거렸다.


“그들은 <검은악마>들 입니다. 중세 블랑겐슈테인이란 네크로맨서가 있었습니다. 데몬 벨리알을 추종하던 이 네크로맨서는 사악한 주술로 죽은 자들을 되살려냈습니다.

악마들은 본래 죽은 자들이었기에 피가 검은 것입니다. 그런데 수백 년이 흐른 지금 블랑겐슈테인의 뒤를 이은 누군가가 죽은 자들을 되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벨리알이 누군가?”


“사탄의 12악마 중 하나로 루시퍼와 함께 반역을 도모한 역천사로 사령술에 능한 암흑의 왕입니다.”


유 경감은 잠시 말을 끊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공간 아트홀의 대참사는 <검은사도>와 <검은악마> 사이의 분쟁에서 비롯된 것이라 유추됩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검은사도가 사라지며 검은악마 중 살아남은 자들도 도심 속으로 증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증거라도 찾았소?”


“어젯밤 바로 그 검은악마로 추정되는 시체가 두 구 발견되었습니다.”


화면을 통해 목이 잘린 시체가 나타나자 모두들 경악했다.


“보시다시피 이들은 초능력자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목이 잘린 것입니다.”


“그 <검은사도>란 자들이 다시 나타난 게요?”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다행히 우린 현장에서 CCTV로 찍힌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화면이 바뀌며 어두운 골목길이 비쳤다.

모두 긴장한 채 화면을 주시했지만 1분 동안 정지된 화면처럼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목이 잘린 시체가 나타났다.

이 갑작스런 장면에 모두 놀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바로 이 장면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겠습니다.”


유경감이 영상을 다시 되돌려 느린 속도로 재생하자 정지된 어둠 속에서 갑자기 한 형상이 튀어나왔다.

없던 것이 갑자기 생겨났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나타난 자의 손이 위로 치켜진다 싶은 순간 그의 손엔 어느새 흰빛 광채의 검이 들려있었고, 그의 앞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갬비슨을 입은 자가 서 있었다.

순간 거짓말처럼 목이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며 검은 피가 솟구쳤다.

그리고 다시 검은 후드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2초짜리 이 영상에 어떠한 인위적인 편집은 없었습니다.”


회의실엔 일대 충격에 휩싸였다. 모두 할 말을 잊었다.


“이 자의 검은 엄청난 속도의 쾌검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되돌려 봤지만 검의 쾌적이 안보일 정도로 빨랐습니다. 물론 CCTV의 프레임이 낮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갑자기 어두운 공간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 가지 가정밖에 없습니다.”


유 경감은 주위를 환기시키며 잠시 숨을 골랐다.


“두 사람 다 은신술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후드를 쓴 남자는 <검은악마>의 은신을 감지하고 목을 친 것입니다. <검은악마>는 불의의 일격을 받고 은신이 풀린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주변 영상을 다 뒤져 이 후드를 쓴 자의 행적을 찾았지만 더 이상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250m 떨어진 골목에서 또다시 목이 잘린 검은악마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은 분명 움직이는데 우리는 수많은 CCTV로도 이들의 움직임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숫자도 파악된 게 없습니다.”


“그자들을 찾을 수 있는 현대적인 장비는 없소?”


“열적외선 카메라라면 이들을 분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이 나타나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한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들을 찾아내기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이 왜 갑자기 나타났다 보시오?”


이영익 국가안보실장이 탄식하듯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공연작인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들과 오페라 사이에 어떤 연관이라도 있다는 게요?”


“<마술피리>를 작곡한 모차르트와 대본을 쓴 쉬카네더는 모두 프리메이슨이었습니다. 그가 작곡한 이 곡은 프리메이슨의 비밀의식이라는 의혹이 있습니다.”


“그 의식이 연극 도중 행해졌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여러 정황상 한가지 추리가 가능합니다. 공연시 객석에 있던 마법사와 밤의 여왕은 프리메이슨 내 오컬트를 신봉하는 <검은사도>들로 보입니다.

그리고 포탈을 통해 나타난 자들은 <검은악마>들 입니다. 이들의 목적은 <소울스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울스톤>이라니?”


“고대 잃어버린 수호자의 영혼석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소울스톤>엔 새천년 왕국을 열 수 있는 비전이 담겨있다 합니다. 인터폴에 따르면 최근 검은사도와 검은악마가 <소울스톤>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그런 집단들이 <소울스톤>을 찾아 유럽도 아닌 변방이나 마찬가지인 극동의 한국 땅에 나타났다는 것이오?”


“아마도 이 땅에 <소울스톤>을 찾을 수 있는 장보도가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



인사동 좁은 골목 외진 곳.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3층짜리 건물이 있었다.

외벽의 붉은 벽돌이 마치 수용소를 연상시켰다.


3층 거실 안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노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노인은 은발에 강한 턱이 고집스럽게 생겼다.

눈이 크고 코가 우뚝해 다소 이국적인 노인의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모두들 그를 장 노인이라 불렀다.


노인은 조안나가 창백한 얼굴로 들어오자 읽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으며 근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몸은 좀 어떠니?”


“이제 괜찮아요.”


그러나 말과는 달리 조안나의 얼굴은 몹시 수척해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다오.”


“전 다 잊혀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악마의 아리아를 듣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요. 그러자 갈증이 일었어요. 피의 갈증이... 흐흐흑!”


조안나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장 노인은 그런 손녀의 등을 토닥였다.


“진정하거라.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전 정신을 잃었지만, 포탈이 터졌나 봐요.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어요.”


자초지종 얘기하던 조안나는 TV로 본 학살 장면을 떠올리자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을 영국에서 보낸 조안나는 10여명의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떤 단체의 사립 기숙학교에 맡겨졌었다.

그곳은 음침한 곳이었다. 규율은 엄격했고 통제가 심했다. 사감을 따라 내려간 지하는 두꺼운 철문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자 한 사람씩 줄을 맞춰 들어가야 해요.


철문이 열리자 사감은 무서운 눈으로 아이들을 재촉했다.


주말마다 어두운 지하에서 행해지던 의식.

그때마다 울려 퍼지던 여왕의 아리아.

피로 붉게 물든 제단 위에 놓인 꿈틀거리던 포대.


처음엔 겁에 떨고 있던 아이들이 시간이 더해짐에 따라 광기에 젖어갔다.


-아이들에게 이게 무슨 짓이오. 내 아이를 데려가겠소.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한 노인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출되었다.

그리고 그 노인은 어린 조안나를 친손녀처럼 돌봐 주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짐작되는 바 있니?”


조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친구는 어떻더냐?”


“깨어났어요.”


조안나를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스쳤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마음 쓰지 말거라.”


조안나는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노인은 그런 손녀를 거실 바닥에 앉히고 오디오를 조작했다.

오디오에서 ‘오! 이시스, 오시리스 신이여!’가 울려 퍼졌다.


조안나는 이 곡을 잘 알고 있었다.

정발튼이 이 곡을 부르며 학을 떼었던 것이다.

여왕의 아리아가 복수에 찬 악마의 서곡이라면, 자라스트로의 이 곡은 악을 정화시키는 미카엘의 찬미였다.


그러나 그것이 할아버지에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가부좌를 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거라.”


조안나가 할아버지를 따라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이 곡이 너의 마음을 가라앉혀줄 것이다.”


“하지만 불편한걸요?”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른단다.”


장 노인은 손녀의 불평을 일축했다.


“곡의 흐름에 맞추거라. 번뇌는 가벼운 것이고 평온은 진중함에서 온다. 베이스의 저음에 호흡을 맡기거라.”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평온해졌다.

장 노인은 그런 손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타난 악마들.

놈들이 냄새를 맡았음이 분명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이제 쐐기돌을 내놓을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



가을이 6시로 물들어 가는 인사동 골목, 외진 곳에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3층짜리 건물이 있었다.

외벽의 붉은 벽돌이 마치 수용소를 연상시켰다.


그 골목 안으로 재킷을 바짝 세운 정발튼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가 멈춰 선 골동품 상점 밑으로 빛바랜 나뭇잎들이 바람에 뒹굴고 있었다.


낮은 돌계단을 오른 발튼은 익숙한 듯 상점 문을 밀고 들어갔다.

매장엔 관광객을 상대로 한 토산품과 토기, 도자기 등 잡동사니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정발튼이 들어서자 다소 푼수 끼가 있는 젊은 여점원이 반갑게 맞이했다.

상점이 외진 곳에 있는지라 찾는 이가 별로 없었기에 손님만 들어오면 수다스러웠다.

더구나 오늘은 정발튼이 찾아왔다.

이곳에 자주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매우 특별한 손님이었다.


“어머 교수님! 오랜만이네요.”


“아 미스 홍! 잘 있었어?”


“그럼요.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요. 이젠 제가 보고 싶지도 않은가 봐요.”


점원은 눈웃음 지으며 농을 쳤다.

젊은 나이에 명망 있는 교수인데다 아직 총각이라 호감이 갔던 것이다.


“학기 중엔 좀 바빠서... 자 사과하는 의미로 꽃을 준비했지.”


발튼은 오면서 사온 백합을 점원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정말 저한테 주시는 거에요?”


감격한 점원이 꽃을 받아들고 냄새를 맡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 화병에 꽂아 놓으면 매장이 더 환해질 거야.”


“흥! 그럼 그렇지. 암튼 고마워요.”


점원은 삐져나온 입을 샐쭉하게 내밀며 콧방귀를 끼었다.

그런 모습이 더욱 귀엽게 느껴진 정발튼이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어르신은 계시지?”


“네 며칠 전에 돌아오셨어요.”


점원은 언제 토라졌냐는 듯 다시 생글거렸다.


발튼이 매장 내에 마련된 계단을 타고 오르자 나타난 2층 문은 마치 전당포를 연상시켰다.

조그만 창문에 쇠창살이 달려있는 철문이었다.

쇠창문은 이제 그 기능을 다한 듯 위로 게슈타포의 눈처럼 CCTV가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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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부. 밤의 여왕 6 24.07.20 13 2 11쪽
» 1부. 밤의 여왕 5 24.07.19 17 2 12쪽
4 1부. 밤의 여왕 4 24.07.18 18 2 11쪽
3 1부. 밤의 여왕 3 24.07.17 26 2 12쪽
2 1부. 밤의 여왕 2 24.07.16 27 2 13쪽
1 1부. 밤의 여왕 1 24.07.15 4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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