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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쎈
작품등록일 :
2024.07.04 06:36
최근연재일 :
2024.07.27 10:0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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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수 :
68,662

작성
24.07.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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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 밤의 여왕 7

DUMMY

07. 밤의 여왕





“며칠 전 믿을만한 사람으로부터 내력을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물건일세. 형태로 봐서 이집트 유물인 것 같은데 어떤가?”


정발튼의 말에 조안나가 먼저 부조물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 척했다.


“테라코타인데 석영 같진 않고...”


“페리도트야. 자바르가트에서 생산된 것이지”


발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진짜 이집트 유물이라고? 말도 안돼, 형태도 너무 완벽해! 이집트 뒷골목에서 파는 싸구려 관광 상품일지도 모르고...”


조안나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러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부조물을 데이빗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데이빗이 조심스레 부조물을 받아들었다.


부조물을 살피던 데이빗의 눈이 점차 커지며 경악했다.


“이, 이건 호, 호루스의 눈...”


정발튼도 흥분했다.

그의 머릿속에선 벌써 고대 이집트와 프리메이슨이 겹쳐지며 근사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우제트의 눈 말인가?”


그러나 데이빗은 머리를 저었다.


“흔히들 호루스의 눈과 우제트의 눈을 동일시 하지만 잘못된 것이야. 우제트(Udjet)는 고대 이집트의 여신으로 머리 위에 코브라를 이고 있는 하이집트의 수호신이지.

우제트의 눈이란 코브라를 의미해. 나일강 하류 습지대 어디에서든 발견할 수 있는 코브라는 우제트 여신의 눈이었던 것이지. 천지를 굽어보는 우제트의 눈은 오늘날 전시안에서 찾아볼 수 있어.”


“1달러 속에 들어있는 피라미드의 눈 말인가?”


“그렇지.”


“그럼 호루스의 눈은?”


“태양신 라의 힘으로 키워진 호루스는 세트하고 싸울 때 왼쪽 눈을 잃었어. 지혜의 신 토트가 마법으로 왼쪽 눈을 치유해 주었지. 그래서 토트의 마법이 깃든 왼쪽 눈은 지혜의 근원이 되었고, 오른쪽 눈은 태양신 라의 기운으로 인해 힘의 근원이 된 거야.

또한 호루스가 세트를 죽이고 이집트의 왕이 됨으로써 호루스는 이집트 왕권을 수호하는 상징이 된 것이지. 이 부적에 새겨진 눈은 바로 호루스의 눈이 확실해.”


부조물에 새겨진 눈은 확실히 눈꼬리가 돋아져 있었고 그 주위로 사자의 갈기 같은 돌기가 사방으로 뻗쳐있었다.


“이 돌기는 태양숭배의 상징으로 태양신 라를 뜻하지. 라의 돌기가 새겨진 호루스의 눈...”


데이빗은 두 사람을 쳐다보며 뭔가 망설였다.

이것이 진품이라면 고고학적 가치는 물론 역사를 뒤바꿀 수도 있는 일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데이빗은 이 부조물의 스케치를 모하메드 살라의 비밀수첩에서 보았던 것이다.

데이빗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정발튼과 조안나를 번갈아 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건 호루스의 잃어버린 <소울스톤>을 찾을 수 있는 이시스의 아물렛이 틀림없어. 난 이집트에 있을 때 이 아물렛의 스케치를 본 적이 있거든.”


데이빗의 선언에 정발튼은 물론 조안나도 경악했다.


“이시스의 아물렛? 말도 안돼! 그건 전설일 뿐이라고! 어떻게 이집트나 유럽도 아닌 이런 궁벽한 곳에 생뚱맞게 나타날 수 있는 거냐고?”


조안나가 흥분하자 데이빗이 정발튼을 보고 말했다.


“이걸 감정하는 방법은 딱 한가지야.”


정발튼이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장노인이 그랬던 것처럼 블라인드를 치고 연구실 불을 껐다.

그러자 아물렛 주위로 녹색 빛이 어리며 어둠 속에서 파라오의 눈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그 모습을 본 조안나는 물론 데이빗까지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 마이 갓! 진짜 이시스의 아물렛이라니... 전설이 아니었어!”


발튼은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데이빗이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이 친구는 결코 흥분하는 법이 없었다.

하긴 고대 이집트의 찬란한 유물을 수도 없이 보아왔던 터라 웬만한 것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라니... 그동안 열등의식에 짓눌렸던 마음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겠나?”


그러자 데이빗은 아물렛에 얽힌 전설을 들려주었다.


“이집트 신화란 게 좀 막장이야. 이 신화에 나오는 오시리스, 이시스, 네프티스, 세트는 모두 한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들이야. 첫째인 오시리스와 둘째인 이시스가 결혼하고, 셋째인 네프티스와 넷째인 세트와 결혼해 각기 가정을 이뤘어.

그런데 오빠인 오시리스를 사랑했던 이시스의 쌍둥이 동생 네프티스가 이시스를 가장해 낳은 아이가 아누비스야.”


“아누비스? 투탕카멘의 무덤을 지키던 자칼 말인가?”


죽은 자를 지키는 것으로 알려진 아누비스는 오시리스와 네프티스의 불륜에 의해 태어난 아이였다.

세트를 두려워한 네프티스가 나일강 습지대에 버린 것을 이시스가 발견하고 키웠던 것이다.


“그래 망자의 신이지. 비극은 거기서 시작되었어.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세트가 질투심에 오시리스를 죽이고 복수하지만, 자신도 조카인 호루스에게 죽임을 당했지. 신들이 이 모양이니 신관인들 오죽했겠나!

이시스의 신관인 이사엘과 신녀인 세나르가 눈이 맞아 세나르가 임신했어. 그러자 화가 난 이시스가 이들을 내쫓았지. 뒤늦게 잘못을 뉘우친 이사엘이 이시스에게 돌아가자 버림받은 세나르가 어둠의 세계로 세트를 찾아가 복수할 수 있게 힘을 달라했던 거야.”



이시스의 신관인 이사엘은 아브라함의 장자인 이스마엘의 여덟 번째 아들이었다.

아브라함은 아내인 사라가 늦게까지 자식을 낳지 못하자 이집트에서 데려온 하녀 하갈에게서 이스마엘을 얻는다.

그러나 사라가 뒤늦게 이삭을 낳자 하갈 모자는 내쫓겨 브엘세바에 정착한다.

장성한 이스마엘은 에굽의 여인을 맞아 12아들과 딸 하나를 얻으니 그 여덟 번째 아들이 이사엘이었다.


이사엘은 이집트로 건너가 신관이 되어 이시스를 모시던 중 세나르라는 신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세나르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이시스는 분노해 그들을 내쫓았다.


신전에서 쫓겨난 이사엘은 천대받으면서도 꾸준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이시스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자 마침 호루스의 죽음을 맞이한 이시스는 유능한 신관이었던 이사엘을 다시 받아들여 호루스의 부활의식을 맡겼던 것이다.


그러자 이사엘에게 버림을 받은 세나르는 사랑이 증오로 바뀌면서 복수를 위해 어둠의 세계로 세트를 찾아갔다.

호루스에 패해 황천의 혼돈 속에 갇힌 세트는 세나르를 밤의 여왕으로 삼아 재기를 노렸던 것이다.



“아니 세트는 죽었잖아?”


발튼이 의문의 눈초리로 데이빗을 바라보았다.


“호루스에 패해 황천에 갇힌 세트는 어둠의 창조자 아펩에 의해 대악마 사탄으로 부활되고 있었어. 하지만 그의 혼(魂)이 빛의 창조자 라엘에 의해 봉인되었기에 그 힘을 되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

하지만 만약 누군가 외부에서 에너지를 꾸준히 공급해준다면 영(靈)이 언젠가는 기력을 회복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지. 그걸 알고 있는 세나르가 사탄을 찾아간 거야.

하지만 아내에게 배신당했던 사탄은 여자를 믿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피의 서약을 요구한 것이지. 그러자 세나르는 갓 태어난 자신의 딸을 바쳤던 거야.”


“독한 여자구만.”


정발튼이 고개를 내둘렀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바로 이사엘과 세나르의 애증을 노래한 것이야. 극본을 쓴 쉬카네더가 밤의 여왕을 그렇게 독하고 비정한 엄마로 만든 것도 그런 이유였어. 하지만 사탄은 세나르가 바친 딸을 죽이지 않았어. 이사엘의 딸이기도 하기에 이용 가치가 있었던 것이지.”


정발튼은 자신이 공연했던 <마술피리>에 그런 내막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러나 조안나는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넌 왜 그러니?”


“그거야 쉬카네더가 <마술피리> 대본을 쓰면서 자라스트로가 친부라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숨겼기 때문이지.”


“의도적이라고?”


“그래. 선의 상징인 자라스트로를 부도덕한 인간으로 만들어 관객을 우롱한 것이야.”



<마술피리>는 여왕의 딸 파미나가 현인인 자라스트로에게 납치되었다는 설정 하에 극이 시작된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자라스트로가 그의 딸이기도 한 파미나를 악한이며 변태적 취향까지 가지고 있는 모노스타노스라는 흉악한 자에게 맡겨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자라스트로는 이를 방치한 채 파미나를 위해 신께 기도만 한다.


자라스트로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그의 이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라스트로라는 이름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자라투스트라에서 따온 것이다.

이교의 창시자를 기독교 가톨릭의 현인이자 성자로 둔갑시켜 관객을 우롱한 것이다.


“마술피리는 서민들을 위한 오페라 아니었나?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야 할 오페라가 관객들을 우롱하다니...”


“서민을 위하기는 개뿔. 소작할 땅을 잃고 도시에서 막노동하던 사람들이 사치스럽게 오페라를 볼 수 있다 생각하는 거야?”


조안나의 화난 음성에 어리둥절해하는 발튼에게 데이빗이 설명해 주었다.


“오페라 형식이 서민들이 좋아하는 장르라는 것이지 꼭 서민 관객을 상대한다는 것은 아니야. 요즘으로 말한다면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차이라고 할까.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에게 오페라란 여전히 높은 벽이었지.”


“그렇다면 귀족들은 당연히 천박하다고 여겼을 텐데...”


발튼의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당시의 음악은 모두 스폰서인 왕실과 귀족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귀족들에게 반감이 심했다. 오히려 경멸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음악 역사상 최초로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그의 선언은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었지만 오히려 부와 명성을 안겨 주었다.

귀족들에 적대적이었던 상공인과 프리메이슨이 모차르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던 것이다.

발튼은 이러한 속사정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술피리>는 공연되자마자 대히트를 쳤어. 당시 부도의 위기에 처한 쉬카네더를 구해준 것이 <마술피리>였으니까.”


“그건 또 무슨 조화지?”


“상업으로 돈을 번 중산층이 주요 고객이었던 거지.”


“아하 부르주아 계급!”


발튼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재의 상술에 감탄했다.


“그들은 신흥 세력으로 부상한 중산층을 의식했던 거야. 돈도 있고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이들은 그 풍자에 통쾌했지. 프리메이슨은 바로 이들에게 자신들의 믿음을 은밀하게 주입시켰던 거야.”


“그들의 믿음이라니?”


“프리메이슨은 사실 종교단체였어. 다만 그들이 믿는 신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신과 다를 뿐이라는 것이지.”


“사타니즘을 말하는 건가?”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지. 그들은 신에 반역하여 사탄을 지지한 대천사 루시퍼를 진정한 성자로 숭배하지. 중세 초기까지만 해도 교회는 프리메이슨이 자신들이 건축한 건축물 안에서 그들만의 종교적 행위를 가지는 것을 묵인했어. 초기 많은 신전 안에 이교도적 상징물이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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