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쎈 님의 서재입니다.

신에게 캐스팅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오쎈
작품등록일 :
2024.07.04 06:36
최근연재일 :
2024.07.27 10: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08
추천수 :
19
글자수 :
68,662

작성
24.07.22 10:00
조회
11
추천
1
글자
11쪽

1부. 밤의 여왕 8

DUMMY

08. 밤의 여왕





중세 초기까지만 해도 교회와 이교도의 차이는 애매모호했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하였지만, 태양을 숭배하던 황제가 교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짬뽕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따라서 신전을 지을 때도 이교도적 상징물에 대해 관대했다.

심지어 이집트 등에서 약탈해온 조각품을 장식용으로 쓰거나 아예 이교도 사원을 교회로 사용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권이 강화되기 시작한 후 그것이 금지되자 프리메이슨은 은밀한 방식으로 그들만의 종교의식을 이어갔던 거야.”


“그들이 오페라 속에도 종교적 상징을 심어 놓았다는 건가?”


“종교적 상징이라기보다는 사상이지. 오페라 속 자라스트로는 현자야. 그는 과학적 계몽주의자로 자신들을 대변하고 있어. 반대로 악의 축인 밤의 여왕은 신권에 갇혀 지식인을 탄압하고 있는 왕권을 상징하는 것이지.

자라스트로가 밤의 여왕에 맞서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것은 바로 과학적 계몽이 신권과의 싸움에서 끝내 승리한다는 희망의 메시지인 것이야.”


“하지만 아까는 자라스트로를 여왕의 딸이나 납치하는 부도덕한 인간이라 하지 않았나?”


발튼은 좀 전에 선의 상징인 자라스트로를 부도덕한 인간으로 만들어 관객을 우롱했다는 데이빗의 말을 꼬집은 것이다.


“이런 내말을 오해했군! 친부를 숨긴 것이지 속인 것이 아니야.”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관객들은 처음 마술피리를 보면서 선이 악에 승리를 거두는 것에 환호하지.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곧 의문을 갖게 되는 거야.”


“선의 부도덕함 말인가?”


“그래, 이 모순이 기존의 선과 악이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만드는 것이지. 그러면서 정체성을 극복했을 땐 기존의 선악의 개념이 바뀌게 되는 것이야. 바로 루시퍼가 선이 되고 아도나이가 악이 되는 거지. 프리메이슨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지.”


신의 이름으로 통치되던 중세 종교는 절대적이었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 모든 사악한 행위가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따라서 르네상스 이후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반그리스도적 정서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대단하군. 그런데 그런 개념을 갖춘 자들이 몇이나 될까?”


“세상은 0.1%의 힘으로 움직인다네. 이 힘은 파레토의 법칙까지 뒤집었어. 마술피리가 작곡된 시기가 프랑스 대혁명 2년 후라는 것을 생각해봐.”


“모차르트를 혁명가라고 얘기하진 말게.”


“예민한 시기였어. 그 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지. 모차르트는 <마술피리>를 작곡한 2달 후 빈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어. 전성기 때 갑작스런 죽음이라 모두 당혹했지. 모차르트가 죽고 몇 달 뒤 프랑스의 오스트리아 침공이 시작된 거야.”



모차르트는 1791년 12월 5일 불과 35세의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보낸 마지막 해는 모차르트의 인생에서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한해였기에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만큼 충격적이고 미스터리였다.


“믿을 수가 없군. 그는 정치가나 사상가가 아닌 한낱 음악가일 뿐이야!”


“그의 뒤에는 프리메이슨이 있었어. 프랑스 혁명을 시민혁명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프리메이슨이 조종한 부르주아 혁명이었던 것이지. 진정한 시민혁명은 마르크스와 앵겔스에 의해서 일어났어. 두 사람의 만남은 곧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예고했던 것이지.”


데이빗의 말에 조안나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어! 공산주의도 결국 무너졌다고!”


“그래, 프리메이슨의 서투른 사상적 실험은 실패했어. 그래서 그들은 정치에서 경제로 관심을 돌린 거야. 자본을 통한 세계의 단일화를 꿈꾸고 있지.”


“그런 자들이 고대 종교에서나 볼 수 있는 샤머니즘적 주술과 인신공양을 현대에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는 것은 어떡하고?”


조안나는 그들의 위선이 가증스러웠다.

그러나 데이빗은 학자로서 추측만으로 매도하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프리메이슨의 인신공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야. 오히려 교회가 끝없이 악을 창조하고 부추겼지. 십자군 전쟁의 실패와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교회가 위기에 처하자 그들은 희생양으로 지식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화형 시켰어.

또한 교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지식인과 과학자들을 이단으로 몰아 종교재판을 하는 등 중세 교회가 저지른 잘못은 수없이 많았어. 계몽주의는 바로 이런 왜곡된 사상과 기독교적 우주관에 대한 지식인과 과학자들의 자각에서 시작된 것이야.”


발튼은 중세 도미니코 수도회 성직자가 쓴 《마녀의 망치》를 떠올렸다.

악명 높은 이 책은 마녀를 구분하는 법, 기소하고 고문하는 법, 죽이는 법까지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수 세기 동안 50만 명 이상 희생된 이 마녀사냥은 중세 가톨릭이 벌인 대표적인 종교적 광기였던 것이다.


“쉬카네더가 대본을 쓰고 모차르트가 작곡한 <마술피리>는 프리메이슨적 계몽사상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지. 밤의 여왕은 프리메이슨의 의식행위를 염두에 둔 것이었어.”


데이빗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단호히 말했다.

그가 고고학 못지않게 빠져들었던 것이 마르크스로 프리메이슨은 마르크스의 뜨거운 감자였던 것이다.


“이야기는 원래 신관에게 버림받은 신녀가 사탄에게 영혼을 팔아 복수한다는 이집트 신화에 근거를 두고 있거든. 호루스에 패한 세트는 어둠의 창조자 아펩에 의해 황천에서 사탄으로 부활했어.

그는 전쟁과 공포의 신으로 이집트가 이민족의 침입으로 어려울 때마다 파라오들은 세트의 강한 힘을 그리워했지.

하지만 이시스는 전쟁보다 평화를 원했기에 이집트를 가장 강한 나라로 만들어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로 만들고자 했어. 그래서 자신의 아들 호루스를 이집트의 수호신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야.”


“세트를 꺾은 패자 호루스라...”


발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강력한 상징이지. 이시스는 세트의 혼이 봉인된 <소울스톤>과 토트의 마법이 깃든 <위저드 스톤>을 부활하는 호루스에게 각인시키고자 이사엘을 시켜 의식을 진행토록 하였지.

그런데 뜻하지 않게 세나르가 나타나 이사엘과 다투는 사이 <소울스톤>이 사라진 거야. <소울스톤>이 사라지자 부활하려던 호루스도 돌로 굳어졌지. 그러자 분노한 이시스가 이사엘에게 <소울스톤>을 찾을 때까지 고통의 삶을 형벌로 내렸던 거야.”


“고통의 삶이라니?”


“이시스는 이사엘에게 저주를 내렸어. 이사엘은 이시스가 준 아물렛을 들고 사라진 <소울스톤>을 찾아 떠났지만, 이시스의 저주는 항시 그를 괴롭혔지. 그리고 이시스는‘호루스가 부활하는 날 천년왕국은 열리리라!’는 신탁을 내렸어.”


발튼은 자신이 공연했던 <마술피리>에 그런 내막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때 문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발튼이 문을 열자 요시노가 급한 일로 조안나 교수를 찾아왔다며 뻘쭘하게 서 있었다.


요시노는 데이빗이 일본에서 만나 데리고 온 유학생으로 지금은 조안나의 연구를 도와주고 있었다.

조안나는 정발튼의 연구실에 올 때 요시노에게 말해 두었던 것이다.


“요시노! 무슨 일이지?”


“교수님! 지난번에 없어졌다는 문서들을 찾았습니다.”


조안나는 난감한 듯 정발튼과 데이빗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조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연구실을 나갔다.

요시노는 테이블에 놓인 아물렛을 탐욕의 눈으로 바라보다 조안나의 재촉에 아쉬운 눈길로 뒤를 따랐다.



****



대학 내 카페테리아.

저녁을 먹은 정발튼과 데이빗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정교수 출애굽기 들어봤나?”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것 말인가?”


발튼이 뜨거운 커피를 불어대며 허허롭게 말하자


“그렇지. 그런데 모세가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갑자기 40년간 광야를 떠돌았던 진짜 이유를 아나?”


“이스라엘 민족에게 준 시련이 아니었나?”


“시련이었지.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들어섰을 때 이미 그곳엔 다른 민족이 살고 있었으니까.”


“아랍인이었나?”


“함족이었네. 그들은 키가 크고 갈색 피부의 강인한 민족이었지. 도시 전체를 성벽으로 둘러쌀 만큼 강력한 힘과 고도의 문화를 가지고 있었어.

그에 반해 유대민족은 이집트로부터 벗어나긴 했지만, 앞날이 막연하기만 했던 떠돌이 집단에 불과했지. 그들은 요단강을 건너 수 없이 공격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네.”


“모세가 난감했겠군.”


“그러자 모세는 강력한 힘의 유혹을 느꼈네.”


“<소울스톤> 말인가?”


“그렇네. 천년왕국을 열어줄 열쇠지. 결국 모세는 천년왕국이라는 이상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소울스톤>을 찾으려 했던 것이지.”


“수십 년을 광야에서 떠돌다보니 그들로서도 절실했겠군.”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한 모세가 신의 노여움을 사는 바람에 그의 생전엔 가나안 땅을 밟을 수 없었던 것이네.”


“그런데 그 <소울스톤>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설마 시체에서 나온 사리는 아닐테고...”


발튼은 절대의 믿음을 가지고 모세가 찾아 나선 <소울스톤>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우주의 신비를 담은 보석이네.”


“우주의 신비라니?”


“운석에서 채취한 보석이란 말이네.”



세트의 혼이 봉인된 <소울스톤>은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서 채취한 페리도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주에서 수십억 년을 보내면서 생성된 보석엔 신비한 힘이 내재 돼 있다고 전해졌다.


정발튼은 운석에서 보석을 채취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런 <소울스톤>을 찾을 수 있는 쐐기돌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이시스의 아물렛으로 그 소울스톤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아물렛엔 이시스 신의 힘이 들어있기에 소울스톤과 서로 감응한다고 알려졌네.”


정발튼은 문득 아물렛을 얻은 후 계속 악몽에 시달리고 있음을 상기했다.


“조안나의 말대로 이집트 뒷골목에서 하루에도 수십 개씩 찍어내는 짝퉁일 수도 있지만, 왠지 나는 그 물건이 예사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어. 실은 내가 그 아물렛을 얻고 나서 계속 악몽에 시달리고 있거든.”


그러면서 정발튼은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발튼이 꿈속에서 본 배가 어드벤처 갤리였다는 말에 데이빗은 놀랐다.


“어드벤처 갤리? 그건 캡틴 키드의 배였어!”


“키드는 해적이었나?”


“글쎄 해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그는 영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한 명이네. 스티븐슨의 보물섬이나 캐리비안의 해적은 모두 그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거든.”


“왠지 난 그가 이 아물렛하고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소울스톤>을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윌리엄 키드였네.”


데이빗의 이 말은 정발튼에게 충격이었다.

꿈속에서 캡틴을 애타게 부르던 사내. 해적들의 시체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사내.

그 사내가 찾고 있었던 것이 결국 <소울스톤>이었단 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에게 캐스팅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부. 밤의 여왕 13 24.07.27 7 1 11쪽
12 1부. 밤의 여왕 12 24.07.26 6 1 12쪽
11 1부. 밤의 여왕 11 24.07.25 6 1 12쪽
10 1부. 밤의 여왕 10 24.07.24 9 1 12쪽
9 1부. 밤의 여왕 9 24.07.23 10 1 11쪽
» 1부. 밤의 여왕 8 24.07.22 12 1 11쪽
7 1부. 밤의 여왕 7 24.07.21 13 1 11쪽
6 1부. 밤의 여왕 6 24.07.20 14 2 11쪽
5 1부. 밤의 여왕 5 24.07.19 17 2 12쪽
4 1부. 밤의 여왕 4 24.07.18 19 2 11쪽
3 1부. 밤의 여왕 3 24.07.17 26 2 12쪽
2 1부. 밤의 여왕 2 24.07.16 28 2 13쪽
1 1부. 밤의 여왕 1 24.07.15 42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