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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쎈
작품등록일 :
2024.07.04 06:36
최근연재일 :
2024.07.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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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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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부. 밤의 여왕 1

DUMMY

01. 밤의 여왕




2018년 3월 14일.


매스컴에선 스티브 호킹 박사의 죽음을 알리고 있었다.


<오늘 타계한 스티브 호킹 박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계의 거성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한 바 있다.

또한 호킹 박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호킹 복사이론을 통해 블랙홀 너머에 새로운 시공간 영역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우주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블랙홀에 의해 복제된 지구는...>


똑!


TV가 꺼지고, 지구에서 별이 하나 사라졌다.

그리고 10년 후...


****


올해 서른이 된 정발튼은 고령에서 태어났다.


고령은 대가야의 도읍지가 있던 곳이라 고분들이 많았다.

아버지는 산지기였지만 오히려 도굴에 더 열을 올렸다. 고양이한테 생선은 그저 맛있는 음식일 뿐이었다.


모양이 제대로 갖춰진 무덤이나 관리가 철저한 왕릉에는 손을 대지 못했지만,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망가진 무덤은 주위에 널리고 널렸다.

아버지는 꼬챙이 하나로 귀신같이 이러한 무덤들을 찾아내곤 했다.


“발튼아, 아버지 어디 계시니?”


발튼은 아버지가 발이 튼튼하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아주 가끔씩 면사무소에서 사람들이 나오곤 했다. 그러면 발튼은 부리나케 뛰어가 알린다.

아버지가 괜히 발튼이라 이름 지어준 게 아니었다.


“아부지! 사람들 왔다 빨리 나온나!”


발튼은 자기 아버지를 찾는 데는 또 귀신이었다.

아마도 유전자 속에 그런 인자가 숨어있음에 틀림없다.


조금 더 자랐을 때는 직접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래서 길러진 게 물건을 보는 심미안이었다.

그렇다 보니 전공한 것이 사학이었다.

그것도 지랄맞은 동양사학.


겉멋들인 대학 시절 끼 있고 열정적인 정발튼은 연극동아리에도 참가했는데 뜻밖에 성악에도 재능을 보이며 두 편의 작품에 출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동양사학을 전공한 신입을 받아 줄, 만만한 곳이 대한민국에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직이라도 노려보려 했지만, 헬조선의 인맥 장벽 앞에 또다시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시간강사?


시발! 알바보다 못한 배고픈 직업이었다.

다시 도굴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안면이 있는 골동품점 노인으로부터 유물의 내력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의뢰품은 목걸이였다.


과분한 의뢰였지만 뜻밖에 이 목걸이가 행운을 안겨 주었다.

인도 술탄 왕비 파드미니의 목걸이였던 것이다.


매스컴은 목걸이보다는 전쟁까지 불러올 정도로 치명적인 아름다운 파드미니에 더 열광했다.

발튼은 졸지에 유명인사가 되어 이곳저곳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그 후, 모교인 한국대에서 전임 제의와 함께 소소한 일거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만난 김태식이란 녀석이었다.


“야! 정발튼 또 멍때리지. 공연이 내일 모래야 빨리빨리 소품 안 챙겨?”


방방 대는 저 녀석이 바로 동아리에서 연출을 맡던 김태식이다.

입봉작이라며 어찌나 성화였던지 알면서도 코가 꿰인 것이다.


사실 강의 전담에 앞서 마지막으로 끼를 불살라 보고 싶기도 했다.


녀석의 입봉작은 극단 청춘이 창단 10주년을 맞아 대학로 공간 아트홀에서 열리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였다.

순전히 성악을 전공한 성주희 때문이었다.


4옥타브를 오르내리는 미친 가창력!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소프라노의 무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맨체스터를 나온 성주희는 비오티 콩쿠르에서 입상까지 한 재능아로 극단에서 어렵게 섭외한 차세대 프리마돈나였다.

사실 태식은 밤의 여왕역으로 그녀를 꼬셨고, 성주희는 4옥타브의 가창력을 뽐내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역인 자라스트로를 연기할 자가 없었다.

오선지의 끝을 모르고 치올라가는 소프라노도 문제지만, 끝을 모르고 떨어져 내리는 극악의 베이스 때문이었다.


비싼 돈을 들이기보다는 덩치가 제일 크다는 이유로 정발튼에게 떠 넘겨졌다.

파워가 기교보다 우선시 되기도 했지만 사실 <마술피리>를 다소 가볍고 경박스럽지만, 대중성이 뛰어난 오페레타로 각색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모짤 이놈은 악마야!”


가장 낮은 음역대로 빼꼭하게 채워진 악보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공포였다.

그나마 말술로 다져진 뱃고래의 힘으로 어찌어찌 버티는 중이다.


“넌 사학보다 성악을 할 걸 그랬다.”


“그냥 욕을 해라.”


성주희는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연습실에서 아리아를 부를 땐 모두 귀를 막고 도망쳤다.

베이스까지 가해지면 유리창이 몸살을 앓았다. 안 깨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발튼! 이 칼 너무 예리한 것 같지 않아?”


여왕의 딸로 분한 조안나는 특이한 케이스였다.

그녀는 옥스퍼드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한 수재였다.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마술피리의 무대 고증을 위해 정발튼의 추천으로 고용되었다가 재능을 알아본 대빵에게 넘어가 배역을 맡게 된 것이다.

극단 청춘은 그만큼 가난했다.


조안나는 게으름을 피우더니 사무실에서 쓰는 과도를 소품으로 들고나온 것이다.


‘이 공연 제대로 될까?’


걱정부터 앞섰다. 물론 그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리허설을 끝내고 오늘이 공연 첫날이었다.

저녁 7시 오픈인데도 입소문을 타고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젊은 연인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이다.


“표 매진이야. 키키키킥!”


입이 함지박만 해진 김태식이 좋아 죽는다.


귀빈석엔 기자들과 내노라하는 유명 인사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차세대 프리마돈나로 주목받고 있는 성주희 때문이었다.

주희는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서야 대기실로 들어섰다.


“대단하다. 주희!”


발튼은 성주희를 향해 엄지척해 보였다.

스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40%의 재능과 30%의 노력 그리고 30%의 쇼맨십의 결과물인 것이다.


드디어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울렸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자리를 빛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본 공연은 극단 청춘이 창단 1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기획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입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출연진과의 만남이 있으니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결국 재미없어도 끝까지 봐달라는 사회자의 넉살에 객석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사회자의 퇴장과 함께 무대 밑에 숨겨진 피트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며 막이 올랐다.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나 스텝 모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타미노가 뱀에게 쫓겨 정신을 잃자 익살맞게 파파게노로 분장한 이영식이 파리채를 들고 등장한다.


“꼬이라는 여자는 안 꼬이고 웬 똥파리들만 꼬이노!”


이영식이 노래를 부르며 파리채를 들고 허공을 휘두르다 발이 꼬여 넘어지자 관중석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감초 역할을 맡고 있는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환상적인 콤비는 1막의 주된 활력소였다.


여왕의 딸 파미나가 자라스트로에게 납치되고 파미나를 구하러 온 타미노가 시련의 사원으로 들어가며 1막이 끝을 낸다.

그렇게 모두 제 역할에 충실하며 1막이 무난하게 끝이 나자 대기실이 분주해졌다.


“너 홍윤식 그 사람 표정 봤니?”


“문예총 국장 말이야?”


“그래 주희가 아리아 부를 때 그치 턱 빠지는 줄 알았다. 크크큭!”


“극단주 표정 봤어? 애초 무리라고 극구 반대하더니 생색은 있는 대로 내더라고.”


그때 대빵 김태식이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정발튼에게 다가와 원투 잽을 넣으며 흥분했다.


“아우, 이 미친 새끼 좀 봐! 못 하겠다 지랄 떨더니 카리스마 오지네!”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비극은 오페라가 2막으로 접어들며 일어났다.


무대에서는 밤의 여왕이 자신의 딸을 무섭게 노려보며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위협하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딸에게 비수를 건네는 비정한 여왕의 얼음처럼 차갑고 냉혹한 얼굴, 그리고 이어지는 여왕의 분노가 강렬한 스타카토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성주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빼어난 미모는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까지 휘어잡으며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무대가 바뀌며 여왕의 딸로 분한 조안나가 여왕의 명령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자라스트로로 분한 정발튼이 묵직한 베이스를 토해내며 다가섰다.


순간 무대의 공간에 드리운 검은 기운이 여왕의 딸에게 스며들며, 조안나의 칼이 폭발적인 힘으로 정발튼의 갈비뼈를 뚫고 심장에 꽂혔다.


“아악!”


비명이 터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정발튼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가슴에 꽂힌 칼과 조안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왜?’


그러나 그 의문은 관객들의 비명에 묻혀 버리고, 정발튼의 앞에 서서히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



“푸하하하하... 마침내 자네의 나이트가 잡혔군그래!”


신들의 서고라 불리는 아카이브의 전당.

중앙엔 화려하게 꾸며진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 위엔 흰색과 검은색이 가로 세로로 교차하며 64개의 칸으로 이뤄진 체스판이 놓여져 있었다.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흰 수염에 흰옷을 입은 노인과 검은 수염에 검은 망토를 두른 노인이 마주 앉아있었다.

흰옷에 흰 수염을 길게 늘인 노인은 빛의 창조자 라엘이고, 검은 옷에 검은 망토를 두른 노인은 어둠의 창조자 아펩이었다.


빛과 어둠!

흑백으로 나뉜 두 창조자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았다.


영생을 살아가는 신들은 무료했다.

그들의 유일한 취미는 인류의 명운을 걸고 서바이벌 체스를 벌이는 것이다.


그동안 행했던 영웅들의 서사에 질렸던 그들은 색다른 재미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한 보통의 삶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 서바이벌 체스에서 라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나이트가 방금 아펩의 계략에 잡힌 것이다.

체스판 위는 아펩의 블랙 피스에 비해 라엘의 화이트 피스는 민망할 정도로 초라했다.


라엘은 한숨을 접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들을 펼쳐봤다.

이제 몇 개밖에 남지 않은 카드였다.

그런데 갑자기 보이지 않던 카드가 빛을 뿜고 있었다.

원래 게임에 없던 카드가 마지막 순간 그 모습을 드러내며 유혹하고 있었다.


라엘이 발견한 패. 그것은 조커였다.

조커는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히든카드였다.


“끄응! 이보게 아직 끝난 게 아니라네. 난 조커를 그 나이트에 사용하겠네!”


순간 아펩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라엘을 노려봤다.


“이거 반칙 아닌가?”


“아니, 이것도 게임의 일부라네.”


라엘이 아펩의 시선을 피하며 뻔뻔스레 말했다.

라엘이 이렇게 우기는 것은 판을 뒤집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미쳤냐! 다 이긴 판을 뒤집게.’


아펩은 그냥 모른 척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쩔 수 없군. 그렇다면 내 조커는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라엘은 조커로 돌려받은 나이트를 블랙 퀸이 쳐들어올 길목에 놓았다.

이에 다시 자리를 찾은 나이트에 생기가 돋아났다.


그러자 아펩이 기다렸다는 듯 흐드러지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이보게 나도 그 나이트에 내 조커를 사용하겠네.”


아펩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손에는 어느새 검은 구슬이 놓여있었다.

어둠의 정수였다.


아펩이 손가락을 튕기자 정수의 검은 기운이 나이트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라엘이 돌려받은 화이트 나이트가 점차 그레이로 짙어졌다.


아펩은 이제와서 판을 뒤엎으려는 라엘의 작태가 괘씸했다.

그래서 자신의 조커로 라엘의 나이트를 바꿔 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저 조커로 인해 이제와서 승패가 뒤집어질 일은 없겠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본다고 안전한 것이 좋았다.


이제 화이트의 나이트(White Knight)가 다크나이트(Dark Knight)로 바뀌면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것이다.


아펩은 권력은 힘에서 나온다는 칼의 법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크나이트로 변한 조커가 어둠의 힘에 도취 돼 살인을 즐기며 전쟁광으로 변해갈 것을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누가 또 아나 폭풍의 핵이 될지! 푸하하하하...”


라엘의 얼굴은 아예 잿빛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 수까지 봉쇄당한 지금 화이트의 운명은 저 다크나이트의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발튼은 영문도 모른 채 이렇게 신들에 캐스팅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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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부. 밤의 여왕 2 24.07.16 27 2 13쪽
» 1부. 밤의 여왕 1 24.07.15 4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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