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쎈 님의 서재입니다.

신에게 캐스팅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오쎈
작품등록일 :
2024.07.04 06:36
최근연재일 :
2024.07.27 10: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02
추천수 :
19
글자수 :
68,662

작성
24.07.24 10:00
조회
8
추천
1
글자
12쪽

1부. 밤의 여왕 10

DUMMY

10. 밤의 여왕





세미나가 끝난 후 조안나는 데이빗을 만날 수 있었다.


“그 피라미드 안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해 불평을 늘어놓은 낙서를 봤어요.”


조안나는 피라미드를 살피던 중 당시 노동자들이 쓴 낙서를 떠올렸다.


“파업을 유발시킨 관리자는 처벌 받아 마땅하지요. 하하하...”


덩치가 큰 데이빗은 교양과 학식을 고루 갖춘 인텔리였다.

그의 고고학에 대한 지식과 달변은 조안나의 호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자신과 같은 동문이라 주저 없이 대학에 추천했던 것이다.


그런데 데이빗이 아물렛의 내력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조안나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움보다는 두려움이 일었다.


얼마 전엔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도중 발작을 일으켰다.

그 아리아는 악마의 아리아였다.

아리아를 듣는 순간 끓어오르는 살심을 억제할 수 없었다.

조안나는 잊을 수 없는 그날 밤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다.


비가 부슬부슬 오던 날, 기숙학교에 오신 부모님은 자신을 차에 태우고 산등성을 오르고 있었다.

그때 어둠 속에 나타난 검은 우비를 뒤집어쓴 사람.

유독 강렬했던 그 사람의 붉은 눈을 보는 순간 차는 언덕 밑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조안나는 여왕의 아리아를 듣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들었다.

연습할 때는 느껴보지 못한 공포였다.

만약 그때 여왕의 아리아가 멈추지 않았다면... 생각할수록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결국 아물렛을 내놓기로 결정하셨지만 데이빗보다 정발튼인 것은 뜻밖이었다.



조안나가 정발튼을 알게 된 것은 대학 2학년 때 경기도 가평의 한 수련원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겸한 MT가 열릴 때였다.

대학 MT의 메카로 알려진 수련원은 밤이 깊어 갈수록 학생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조안나는 그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어린시절 겪은 트라우마에 정신은 나이답지 않은 연륜으로 성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선 산책길은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맑은 향으로 가슴까지 시원하게 적셔주었다.


조안나는 산책길 옆에 놓여진 작은 바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무수한 별들이 맑은 공기를 타고 쏟아져 내렸다.

아래로는 모닥불 속에 일렁이는 학생들의 광란에 찬 몸짓과 함께 젊음의 유행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술취한 사내들이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아마 근처에서 어울려 술을 마시다 조안나가 혼자 떨어져 숲길로 들어가자 뒤쫓아 왔던 모양이다.


“이봐, 아가씨. 우리랑 한 잔 할까?”


사내가 조안나를 향해 술병을 내밀며 물었다.

그러나 조안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제야 자신이 겁도 없이 일행과 너무 떨어져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전 까지만 해도 자연스럽던 몸이 돌처럼 굳어 버렸다.


“젊음을 이때 태워야지 언제 불태우겠어. 와하하하...”


“그럼 청춘도 한 때고말고. 푸하하하...”


그들이 웃고 떠드는 가운데 조안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말했다.


“이러지 마세요. 일행이 곧 올 거에요.”


조안나는 일어나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편백나무에 막혀 버리고 사내의 커다란 얼굴이 바로 눈앞에 투영되어왔다.


사내의 눈에 조안나의 하얀 목덜미와 그 아래 깊숙한 골이 드러나자 사내의 흉폭한 본능이 드러났다.

술 취한 사내의 손이 거칠게 가슴을 더듬어오자 통증이 밀려오며 조안나의 머릿속에 어릴 적 공포가 되살아났다.



쿵쾅! 쿵쾅! 쿵쾅...


거대한 북소리에 이어 여왕의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제단에 밝혀진 등불 아래 광기에 찬 아이들이 시퍼런 칼을 들고 포대에 쌓여진 물체를 찔러대고 있었다.

포대가 시뻘겋게 물들어 가는 가운데 포대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제단의 홈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컵을 쥐고 뻗어나온 손은...


“아아악!”


“헉!”


바로 그때였다.

문득 사내가 숨넘어갈 듯한 신음성을 토해내며 조안나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조안나가 비명을 지르며 내지른 무릎이 사내의 급소를 강타했던 것이다.


조안나는 주저함 없이 사내의 손에서 술병을 뺏어 옆에 있던 또 다른 사내의 머리를 내려쳤다.

사내들의 다급한 음성이 천둥 소리마냥 귓가에서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지만, 조안나는 무작정 캠프를 향해 달려갔다.


캠프장의 불빛이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지만, 조안나는 멈추지 않았다.

달리며 헉헉, 거친 숨만을 몰아쉴 뿐이었다.


그때 문득 들려온 낯익은 음성이 뒷꼭지를 잡아당기지만 않았다면 조안나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달렸을 것이었다.


“안나야!”


둔탁한 음성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조안나는 달리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익숙한 사내의 모습이 달빛을 받으며 커지고 있었다.

나타난 사내는 정발튼이란 복학생이었다.

조안나는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풀려 나가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조안나를 뒤쫓아 오던 사내들은 정발튼의 출현에 당황하고 있었다.

술취한 사내들 앞에 특전사에서 빠릿하게 조련된 숙련된 교관이 턱하니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조안나는 이제 갓 복학한 선배가 키도 크고 듬직했지만, 앞뒤가 꽉 막힌 꼰대 타잎이었다.

이날도 자신에게 말도 못 붙이고 주위에서 얼쩡거리기만 하다 자신이 없어진 것을 알자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안나는 자신의 유학이 결정되던 날 이 짜증나는 선배에게 멋지게 복수를 했다.


“선배, 나 이제 학교 그만 나와!”


그리고 대학 강단에서 다시 만난 정발튼은 열등감으로 배배 꼬여있었다.

그녀의 관점에서도 패기만 있지 아직 풋내기에 불과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신의 뜻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고 정발튼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안나는 할아버지가 교회나 절에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그때 자신의 연구실 아래층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래층은 정발튼의 연구실이었다. 희미한 빛이 움직이자 손전등이라 생각한 조안나의 머릿속에 불현듯 아물렛이 떠올랐다.

조안나는 연구동 경비실로 다급히 전화하고 부리나케 뛰었다.



****



정발튼이 연구동에 도착한 것은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연구실 문을 열어 제켰다. 실내는 흐트러짐 없이 깨끗했다.


정발튼은 급히 책상 서랍을 열어 보았다.

넣어두었던 아물렛이 없어졌다. 하늘에서 쇠망치가 떨어져내려 뒷통수를 후려쳤다.

데이빗과 저녁을 하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올 심산이었는데 없어졌다.

혹시나 해서 다른 서랍들도 뒤져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찬바람에 블라인드가 날리고 있었다. 괴한은 창문을 통해 침입했던 것이다.

신고를 받은 경비원은 CCTV를 보고 있었다.

그도 전화를 받고 달려갔지만 문은 잠겨있었다고 한다.


정발튼도 CCTV를 봤지만 수상한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정발튼은 순간적으로 조안나의 조수 요시노를 떠올렸다.

아물렛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 외에 세 사람에 불과했다.

함께 있던 데이빗을 제외하면 조안나와 요시노뿐이었다.


조안나의 연구실은 바로 윗층이었다.

요시노는 밧줄을 타고 창문으로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정발튼은 밖으로 나와 건물창가로 갔다.

창문 밑으로 잔디가 짓이겨져 있었다.

흔적을 쫓아 화단을 가로질러 가자, 잘 다듬어진 향나무 밑에 버려진 밧줄이 있었다.


정발튼이 주위를 둘러보며 흔적을 찾고 있을 때 갑자기 아리아가 온 교정에 울려 퍼졌다.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마술피리 속 밤의 여왕의 아리아였다.


순간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성주희가 이 아리아를 부를 때 포탈이 열리며 <검은악마>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정발튼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여왕의 분노에 찬 스타카토는 가을 밤하늘을 서릿발처럼 긁어갔다.


“아아악!”


어두운 숲을 가르는 비명.

정발튼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뛰어가 보니 희미한 달빛 아래 한 사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얼굴을 확인한 발튼이 소리쳤다.


“요시노! 정신차려!”


몸을 흔들고 귀를 대어봤지만 사내는 이미 죽어있었다.

피로 범벅이 된 시신은 참혹했다. 찢겨진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시신 옆에 잃어버린 아물렛이 떨어져 있었다.

달빛에 반짝이는 아물렛의 차가운 예기가 섬뜩했다.


정발튼은 잠시 당황했다.


‘아물렛을 훔친 요시노는 왜 죽은 것일까? 아물렛은 또 왜 요시노 곁에 떨어져 있는 것이지?’


요시노의 죽음이 아물렛과 관련 있다면... 그렇다면 요시노를 살해한 사람은 아물렛이 옮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만약 아물렛이 장물로 처리되어 세상에 공개 된다면...’


정발튼은 아찔했다. 그보다 증거물로 기약 없이 압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욱 끔찍했다.

얼른 아물렛을 챙기고 휴대폰을 꺼내 신고를 하려 할 때 그의 주위로 엄청난 살기가 일어났다.


[조심해라! 강한 놈이다.]


키켈로스의 울림과 함께 놈의 의식이 정발튼을 잠식했다.

다크나이트로 변한 정발튼이 본능적으로 뻗은 손에는 어느새 인벤토리에 있던 검이 들려있었다.

정발튼이 뒤를 돌아보며 검을 내려쳤지만, 어느새 단검이 배를 뚫고 들어왔다.


****


K11호는 원하는 물건을 탐지하고 캠퍼스로 숨어들었지만, 먼저 선수를 친자가 있었다.

마침 놈은 숲을 향해 뛰어가기에 어둠 속에 숨어 조용히 따라갔다.

그 순간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검은사도>였다.

그러나 그 기운은 자신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위험을 감지한 K11호는 동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척을 숨기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자는 떠났지만 다행히 물건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 순간 또 다른 기운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놈은 K13호와 K8호를 죽인 다크나이트였다.


K11호는 다시 기척을 숨기고 기다렸다.

물건을 집어 든 놈이 생각에 잠겼다. 드디어 기회를 잡은 K11호는 놈을 향해 힘껏 단검을 찔러 넣었다.

복수의 시간이었다.


커헉!


너무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위험을 감지한 정발튼의 몸이 본능적으로 작용했기에 칼이 옆구리로 비켜났다.

습격한 자는 사라졌던 <검은악마>였다. 기척을 숨기고 있다 방심을 틈타 급습했던 것이다.


화가 난 정발튼의 주먹이 <검은악마>의 복부에 꽂혔다.

악마가 비틀거리며 물러나자 정발튼은 그대로 검을 휘둘러 악마의 목을 쳤다.

베어버린 목에서 검은 피가 솟구쳤다.


악마의 피였다.


하지만 정발튼 역시 무사할 수 없었다.

이미 옆구리에 박힌 칼로 인해 기력이 쇠한 데다 무리하게 악마를 처리하며 기력이 뒤틀려 버린 것이다.

그때 미약하게 느껴졌던 또 다른 어둠의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정발튼은 부상당한 지금 운이 다했음을 직감했다.

적은 둘이었다. 저 미약한 기운에 너무 방심했던 것이다.

기척을 조절할 수 있다면 숨길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에게 캐스팅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부. 밤의 여왕 13 24.07.27 6 1 11쪽
12 1부. 밤의 여왕 12 24.07.26 6 1 12쪽
11 1부. 밤의 여왕 11 24.07.25 6 1 12쪽
» 1부. 밤의 여왕 10 24.07.24 9 1 12쪽
9 1부. 밤의 여왕 9 24.07.23 9 1 11쪽
8 1부. 밤의 여왕 8 24.07.22 11 1 11쪽
7 1부. 밤의 여왕 7 24.07.21 13 1 11쪽
6 1부. 밤의 여왕 6 24.07.20 13 2 11쪽
5 1부. 밤의 여왕 5 24.07.19 17 2 12쪽
4 1부. 밤의 여왕 4 24.07.18 18 2 11쪽
3 1부. 밤의 여왕 3 24.07.17 26 2 12쪽
2 1부. 밤의 여왕 2 24.07.16 27 2 13쪽
1 1부. 밤의 여왕 1 24.07.15 42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