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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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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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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5.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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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3. 시한폭탄 (2)

DUMMY

대답하기 무섭게 박남국이 손사레쳤다.


“야야, 시청률 땡기기 좋지. 근데 넌 어쩌려고? 쓰레기여도 공개적으로 저격하면 너도 욕먹어. 너한테 캐물은 난 안 먹을 거 같니? 적당히 해.”


가뜩이나 시기도 안 좋은데 하고 덧붙이는 모습이 의외다.


‘곤란한데.’


우리들에서 최전선에 나서 공방을 주고 받는 MC는 박남국 뿐이다.

나머지는 탱커 뒤에서 안전하게 멘트를 던지는 쪽이라.


‘아. 지난달에 사고쳤댔나.’


태도 논란으로 시청자 게시판이 터졌단 얘길 본 것도 같다.


그래도 이렇게 사리면 계획 시작도 전에 불발인데.


“걱정하시는 일 없게 잘하겠습니다. 별로면 아예 편집 돼도 괜찮습니다.”

“쯧. 흙탕물 안 튀기는 선에서 해봐.”


마지못해 허락한 박남국을 시작으로 다른 선배님들께도 양해와 허락을 구했다.


마지막으로 피디님께 컨펌 받고 나서 녹화가 재개되었다.


“어디 한 번 터놓고 말해봐.”

“제가 사실 연습생 생활을 십 년을 했어요. 지금은 전국민이 다 아는 그룹 데뷔조까지 갔었는데 결국 빠지게 됐고요.”


짧게짧게 털어놓던 과거를 처음으로 방송에 털어놓기 시작했다.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이 데뷔한 게 오년 차였어요. 초조했죠. 다음 남자 그룹을 만드는 데까지 텀이 너무 길어서 결국 소속사를 옮겼어요.”


축약해놓으니 더 기구하게 들린다.


바로 데뷔시켜주겠대서 옮겼는데, 결국 거기서도 무산.

오갈데 없이 붕뜬 신세로 입대했었다.


내 인생이 실패뿐이었다는 걸 처음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으니, 좀 힘들다.


“···군대를 다녀오고 또 다른 소속사를 거쳐 우연히 지금의 소속사에서 데뷔하게 됐고요.”


다행히 긴 이야기에도 대부분 몰입한 눈치다.


“처음부터 제 목표는 데뷔였어요. 가장 간절했던 꿈이 이뤄진 지금이 너무 소중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묻고 싶습니다.”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정해둔 말을 꺼냈다.


“예전엔 우리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닌 것 같다.”


저 너머에 조문혁에 앉아있는 것처럼.


“나 혼자한 착각이었냐?”


진심을 꽉 눌러담았다.


“이런 거 말고, 노래로, 블랙밤으로 유명해지자. 제발.”


블랙밤이 처음 실검에 오른 이유가 조문혁 때문이었다.


그게 벌써 삼년 전 일이다.

어떻게 지금까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냐.


조문혁이 좋은 인간은 아니라는 걸 데뷔 전부터 알았다.

데뷔라는 목표가 겹쳐 참았을 뿐.


‘그 놈도 간절해보여서 괜찮을 거라고 착각했지.’


실상은 그저 유명해지고 싶은 관종이었교.


어느 쪽으로든 유명해지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게 문제였다.


난 진짜, 이렇게 유명해지고 싶진 않았거든.

노래로 유명해지는 게 꿈이었다고. 시X.


“어우, 내가 받은 질문이 아닌데 마음이 덜컹해.”


오주리가 가슴께를 문지르며 중얼거리고.


“그 친구가 너무했지.”


박남국이 혀를 찼다.


MC들이 잠시 분위기를 환기하는데 제일 연차 높은 MC 김진수가 불쑥 물었다.


“난 잘 몰라. 무슨 잘못을 했는데?”


‘타이탄은 비켜가려나보네.’


“아이 선배님. 그건 나중에 찾아보세요.”

“아니 시청자분들도 모르실 수 있잖아.”

“입을 잘못 털었어. 요즘 아주 비호감이야.”

“그래? 문-혁-”


느릿느릿 검색창에 타이핑하는 김진수와.


‘저 형 또 저러네’ 핀잔 한 번 던지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박남국.


아랑곳않고 검색을 마친 김진수가 외쳤다.


“아주 몹쓸 소릴 했네!”


순간 어떻게 편집될 지 확신이 섰다.


분명 기사 제목 여러 개가 캡쳐돼서 김진수 양 옆으로 붙을 거다.

오늘 터진 일은 없는 척 넘어갈 거고.


‘그럼 안되지.’


불은 붙였으니.

기름을 부을 차례다.


“아이구. 하태씨, 한 마디 더 해! 호되게 혼나야지 정신차려.”


내부총질은 여기까지.

조문혁으로 마무리하면 멤버 저격수로 낙인 찍힌다.


나까지 이미지 나락 갈 필요는 없다.


“그 친구가 제발 정신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뭐야, 그걸로 끝?”


더하면 동앗줄 튼튼한 조문혁 대신 내가 잘려나갈걸?

멈추면 재미없다고 잘려나갈 거고.


적당히 자극적인 발언이 필요하다.

논란을 가속할 그런.


자칫 가해자로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

불쌍한 이미지가 붙는 것도 안된다.


···소속사 등을 밀자.


저격도 막아선 방패가 없어야 먹히는 법.


“제대로 사과하고 팀과 멤버들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것도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비는 것도 하루 빨리 했으면 합니다.”


박남국과 눈이 마주쳤다.


쯧.

혀를 찬 박남국이 눈짓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마주했다.


“아직까지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팬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하고 항상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는데 옆에서 의외의 발언이 들어왔다.


“태하씨는 참리더같아요.”


‘응? 얘가 왜 이래?’


지연오가 이럴 리 없는데?


“···제가요?”

“네.”


지연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액션 잘 안해서 박남국이 요새 스케줄 많냐고 돌려 깐 지연오 맞냐.


“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네요.”


···어라?


***


남은 녹화를 무슨 정신으로 해냈는지 모르겠다.


기계적으로 박수치고 아주 가끔 돌아오는 내 차례에 대답하고.

조금 나사빠진 소릴 한 것도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집중하려고 노력했는데.

지연오가 자꾸 내 멘트에만 리액션을 잘해주더라고···.


‘대체 왜?’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내 이미지를 챙겨줄 줄이야.


부탁···같은 건 들어줄 능력도 안되고.

너무 불쌍해보였나?


고민하다가 녹화가 끝났다.


‘목표 달성은 했으니까.’


아쉽지는 않다.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게 맞겠지.”


뿔뿔이 흩어지는 출연진들 사이로 유독 튀는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연오다.


“지연오 선배님!”


데뷔일은 반년 차이.

연차로 따지면 일 년 차이.


하지만 인지도 차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최대한 깍듯하게 말을 걸었다.


“···태하씨?”

“아, 인사드리려고요. 아깐 감사했습니다.”

“내가 감사인사 받을만한 일을 했던가?”


되묻는 말투가 무심하다.


별것 아닌 일에 괜히 반응한 건가?


“네?”

“아뇨. 헷갈려서. 여기서 대화하긴 좀 그렇고, 대기실 가서 말해요.”


얼결에 지연오의 대기실까지 왔다.


“물? 탄산?”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내 앞에 음료수 여러개가 놓였다.


“먹고 싶은 거 먹어요.”

“감사합니다.”


생수, 탄산수, 제로슈거 음료들.

전부 칼로리가 10 미만이다.


딱 봐도 관리 잘된 몸과 피부.

나태한 흔적이 전혀 없다.


‘묘하네···.’


방송은 태도 논란 생길 수도 있겠다 싶게 동태처럼 하더니.

관리는 철저히 하고 있다.


지금은 눈도 생태처럼 맑고.


이 사람, 어느 쪽이 진심이지?


“아까 그 인사, 왜 했어요?”

“그거야 당연히··· 곤란해질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분위기 환기도 되고, 저격만 하다간단 소린 안 들을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인사에도 지연오는 여전히 무표정하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더니,


“아.”


하고 짧은 감탄사만 내뱉었다.


잠시 입술만 달싹이던 지연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말을 꺼냈다.


“별 거 아녜요. 도와주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

“그럼···?”

“우리 팀에도 망나니가 하나 있거든요. 공감가서 순간 필터링 없이 튀어나온 거라.”


아-하.

조문혁 같은 놈이 또 있다고···.


‘그래도 저쪽은 탑스타병 걸릴만 하지 않나.’


조문혁 그 X낀 뭐 믿고 나대냐.


아무튼.

알고 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갑자기 내적 친밀감이 확 생긴다.


“아. 아직까지 소문 안 나서 모르겠구나. 회사에서 그 새끼 무마해주려고 엄청 묻고 있는데 그것도 슬슬 한계라.”


덤덤하던 목소리에 점점 열이 오른다.


“···.”

“우리 리더는 방관자라서. 망나니가 무슨 깽판을 치건 눈감고 귀막고. 신경도 안 써요. 그래서 부럽더라고.”


이해가 안 간다.


‘제로스 지난 앨범 이백만장 넘겼을텐데.’


빌보드 차트 중위권에 들었단 기사도 봤었다.


얼마든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팀인데.

아무것도 안 한다고?


컴백마다 전성기 갱신하는 팀이라도 구설수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 뭘 믿고?


“솔로 잘 되면 재계약 안할 생각인 게 빤해서 꼴보기 싫었거든요. 마침 태하씨가 그런 말 하니까 좀 열 받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어요.”


얼굴 빨개졌다.

지연오도 어지간히 속이 타는 모양이다.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한숨을 단전에서부터 끌어다 뱉는다.


솔로라.

나가면 이십만장은 팔리려나.


재계약 시즌인데 기사 한 줄 안 뜬다 싶었더니 속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남 이야기 빌려서 경고한 것 뿐이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선배님 사정이 어떻든 전 충분히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대기실을 나서는데 등 뒤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쓰레기는 빨리 버려야 냄새 안 배요.”


나도 폐기하고 싶다.


대답을 속으로 삼키며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멀쩡한 팀이 없네. 지긋지긋하다.’


***


우리들 방영 3일전.


데자뷰처럼 매니저형이 뛰어들어왔다.


“태하야, 큰일!!!!!”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숨을 몰아쉰다.


아 왜, 또 뭐, 누군데?!


“왜요. 누구 사고 났어요?!”

“문혁이!!!”

“···? ···조문혁이 더 칠 사고가 남아있긴 해요?”

“······.”


매니저형이 대답 대신 폰을 내밀었다.


화면을 본 순간 나도 말을 잃었다.


[현직 아이돌 멤버가 제 아이 아빠에요]


“···조문혁한테, 사실확인 했어요?”

“······일단 읽어봐.”


[임신 4개월차 임산부입니다.


여기가 가장 활성화된 게시판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이 보는 곳에 글을 쓰고 싶었어요.


제목 그대로 제 아이의 친부가 아이돌입니다.

제 남자친구, 아니 차였으니 전 남자친구일까요.


저는 그 남자의 팬이었습니다.

인기있는 아이돌은 아니라 저처럼 열성팬은 눈에 쉽게 띄었어요.

···

그 남자는 결혼을 약속하면서 제게 ···

···

저와 만나며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

전화하면 옆에서 다른 여자 목소리가 들리고..

문자며 전화며 정말 많이 왔어요.


바람 피는 거냐고 싸워도 봤는데 자기 직업이 그런 걸 어쩌라고 오히려 화를 내고··· ]


나와선 안 될 단어를 본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누가 내 머리를 세게 후려쳤으면 좋겠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면 이 꼴 안 보는 건데.


글은 두 줄이 선명한 임신테스트기 사진과 둘이 함께 찍은 증거 사진 여러장으로 끝맺었다.


얼굴 일부가 스티커로 가려졌지만 바로 알아봤다.


저거.

활동할 때 했던 머리에,

무대 의상이다···


“미친 X끼.”


팬인 걸 알면서 저랬다고?

결혼을 약속해???


“이 개자식 지금 뭐해요.”

“···사장실에 있어.”

“이거 진짜래요? 진짜 조문혁 그게 우리 팬 건드린 거 맞아요?”

“처음엔 절대 아니라고 펄펄 뛰더니··· 맞대. 지우라고 했다고···.”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후우. 태하야. 이제 우리 어떡하냐?”


어쩌긴 뭘 어째.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조문혁은 연예인을 하면 안됐다.


제멋대로 기분파에,

음주, 흡연, 욕설을 넘치게 하고,

음주운전하겠다고 억지부리는 걸 운전대에서 떼놓은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뭐냐?


“묶어야죠.”

“??? 뭘?”


작가의말

하태의 짠내나는 여정에 동참해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수요일 업로드 됩니다.


비문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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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계약은 지장 찍기 전엔 모른다 (1) +1 23.07.10 74 5 9쪽
33 33. 벌써 열두시 (2) +2 23.07.07 79 6 12쪽
32 32. 벌써 열두시 (1) +2 23.07.05 89 6 12쪽
31 31. 목숨을 건 협상 (2) +4 23.06.28 100 10 10쪽
30 30. 목숨을 건 협상 (1) +4 23.06.18 110 10 9쪽
29 29. 잠시만 안녕 (4) +2 23.06.18 107 9 11쪽
28 28. 잠시만 안녕 (3) +2 23.06.18 105 9 10쪽
27 27. 잠시만 안녕 (2) +1 23.06.17 117 8 10쪽
26 26. 잠시만 안녕 (1) +2 23.06.17 126 7 10쪽
25 25. 나만 모르는 해체 (2) +3 23.06.17 128 11 10쪽
24 24. 나만 모르는 해체 (1) +3 23.06.16 131 11 11쪽
23 23. 여론의 행방 (2) +3 23.06.15 139 11 10쪽
22 22. 여론의 행방 (1) +2 23.06.15 141 9 11쪽
21 21. 누구 덫이 더 정교하지? (2) +3 23.06.14 143 10 10쪽
20 20. 누구 덫이 더 정교하지? (1) +3 23.06.14 144 10 11쪽
19 19. 준비는 끝났다 (4) +2 23.06.13 148 9 10쪽
18 18. 준비는 끝났다 (3) +3 23.06.12 146 10 11쪽
17 17. 준비는 끝났다 (2) +3 23.06.11 154 11 10쪽
16 16. 준비는 끝났다 (1) +2 23.06.10 163 10 13쪽
15 15. 터닝 포인트 (5) +2 23.06.09 167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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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터닝 포인트 (3) +3 23.06.07 173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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