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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759
추천수 :
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6.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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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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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0쪽

13. 터닝 포인트 (3)

DUMMY

고도진은, 내 예상보다 대단했다.


- 박진수 완전 쉽던데?

“······별일 없었고?”

- 어- 별일, 없었을걸? 그치?


뒤에서 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소리가 뭉개져 정확히 뭐라는진 모르겠다.


- 해준대. 당장 어디든 골라오기만 하면 스케줄 잡아서 확정 가능하다는데? 그럴 거면 진작 된다고 하지. 괜히 사람 힘 빠지게.


우당탕, 나뒹구는 소리가 난다.


고도진 이 자식 뭐하고 다니는 거냐.


“살살해. 상처 안 나게.”

- 말로 하는 중임. 마음의 상처야 내 알 바 아니지? 눈에 안 보여.


하하. 나도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풀어주기 전에 각서 꼭 받고. 약속 지켜라, 발설 금지, 그런 거 싹 다 넣어. 말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 몸은 그만 쓰고···. 아. 조문혁한테 말 못하게 해야돼.”


그 길로 경찰서에 달려가 신고하면 곤란하다.


물론 조문혁 공범이니만큼 쉽게 그러진 않겠지만.


그리고 말은 저렇게 해도 고도진이 알아서 잘 했을 거다.


치밀하게 경우의 수를 전부 계산해두면서 그것도 생각 안했을 리가.


···했겠지?


‘까짓꺼 신고하던가.’ 하는 목소리가 방금 들린 듯 한데.


······기분 탓인가.


- 대충 뒷정리하고 갈 거니까 유잼이랑 놀고 있어.

“너나 빨리 와라···.”

- 갈 때 맛있는 거 사오라고? 어~ 봐서~


뚝.

전화가 끊겼다.


“미X놈아···.”


얼굴에 멍이라도 달고 출근해봐라.


당장 회사에 소문 쫙 날 텐데···!


매니저가 입 꾹 다물어도 다들 추리에 도가 튼 사람들이라 금방 사실에 근접할 거다.


그 과정에서 백 퍼 고도진 이름 나오게 돼있다.


쟤가 비행 스케줄을 누구한테서 알아냈겠냐고.


‘수습될까?’


일단 재이에게 부탁해 회사 분위기부터 살펴야겠다.


“재이 너 아는 직원 통해서 회사 내부 소문 좀 모아봐.”


한 두세시간 뒤부터 하고 덧붙이자 쉽다며 자신만만해 한다.


“형. 너무 쉬운데? 다른 거 더 없어?”

“매니저 관련된 것만 알면 돼. 누구한테 맞았다거나-”

“진이형 좋겠다. 결국 해냈구나.”


부럽다며 종알거리는 유재이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분명 별 이상 없다는데 왜 이래.


“아파?!”

“니들 땜에 스트레스 받아서. 니들 아이돌이란 자각은 있는 거냐?”


아무리 알아보는 사람이 적어도! 말로만 그러는 거래도!


그러다 누가 들으면? 소문나면 어쩌려고!


‘팀 해체하기 직전이지, 머리 깨져서 수술했지, 그 새X는 또 죽일까 소리나 하는데.’


이 와중에 저런 잔소리하고 싶냐.


···나도 나를 모르겠다. 시X.


“쒸···. 형이 무슨 천사야?!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인간한텐 매가 약이랬어!”


‘누가 그런 소릴-’


유재이가 주먹으로 제 가슴팍을 툭툭 치며 덧붙였다.


“우리 할머니가!”

“어, 그, 저, 멋지시구나···.”


눈을 질끈 감고 넘겼다.


어쩌겠냐. 이미 벌어진 일.


***


재이가 잠시 통화하러 나간 사이.


고도진은 사냥한 성공한 사자 같은 걸음으로 병실에 들어왔다.


무지 의기양양했단 뜻이다.


“너 지금 콧구멍만 보여.”


턱을 한껏 치켜든 고도진이 거들먹거리는듯한 손짓으로 각서를 꺼내들었다.


“봤음? 이게 바로 나야.”

“와. 고도진 최고. 멋지다. 짝짝짝. 빨리 줘봐.”


예의상 칭찬을 빠르게 쏟아내고 손을 내밀었다.


“아 뭐야. 재미없어. 더해.”

“하···.”


진짜 저 돌아이 어쩌면 좋냐.


“와아아아아악! 도진이형! 멋지다! 이십일세기 최고의 모략가! 당신이 있어서 이 세상이 아름답다!”


눈짓으로 확인을 구했다.


이 정도면 만족하냐?


고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아니야???


“고도진 잘생겼다. 존잘. 남신. 완전미남.”

“통과.”


내민 손 위로 제법 두께 있는 종이 뭉치가 떨어졌다.


“지장 찍어왔음.”

“고도진 천재야? 뇌도 잘생겼네.”


나는 이제 막 말문이 트인 양 칭찬을 늘어놨다.


“조문혁 구속 되기 전에 자수할 거고.”

“너무 똑똑해서 감탄만 나온다.”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던데.”

“···.”


나도 따라가서 딱 한 번만 약타작 하고 올 걸 그랬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면서 뒷목이 뻣뻣해졌다.


“박진수 XX 뺀질거려서 쇼하지 말라고 해줌,”

“그것 뿐이야?”

“설마. 발등을 콱 밟아줬지.”


한 마디 했더니 울던데.


무덤덤하게 덧붙인 말에 머릿속이 물음표로 꽉 찼다.


대체 뭔 소릴 해야 그 인간이 울어?


“조문혁이 찾아오거나 기사 한 줄이라도 나면 계단 밑에서 발견될 거야.”


굳은 얼굴로 재연하는 고도진의 눈이 살짝 돌아있다.


서늘한 안광이 언뜻 비치는게 조금 선득하긴 하다.


“···울 정도는 아닌데?”

“손에 뭘 들고 있었어.”


고도진이 씩 웃으며 오른손을 흔들어보인다.


“뭘···?”

“비밀.”


종이였다고만 말해줌이라며 고도진이 정확한 답을 피했다.


망치 이런 종류를 상상했는데 종이라니.


거짓말인가 싶다가도 눈을 보면 진심같······?


띵-


[고작 그 정도로 질질 짜? 다 지가 한 일인데 왜 울지. 몇 줄 읽어줬더라? 도박빚 사채 칠천, 급식 때 무면허 음주운전, 뒤까 우수회원? 뒤에 더 심한 것도 많았는데.]


‘···나, 사람 보는 눈··· 바닥인가?’


하나하나 주옥같긴 한데, 범죄 이력도 그렇지만, 뒤까 우수회원···이라고?


온갖 역겨운 워딩이 오가는 곳에서 대체 무슨 이야길 늘어놨길래 등급이 저러냐.


눈앞이 아찔해진다.


“계하태, 괜찮아??? 야 너 갑자기 왜 이래. 어? 왤케 창백함?”

“그만 흔들어···.”


토 나올 것 같으니까.


진정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렸다.


좀 가라앉는다 싶으면 또 생각나더라.


고도진이 호들갑 떨어서 결국 의사가 상태를 확인하러 오기까지 했다.


“좋은 소식인데 갑자기 왜 그랬어?”


‘무슨 생각했는지 읽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몇 년이 허무하게 날아간 기분이라.”


대충 둘러댄 말에 고도진이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넌 열심히 산 것 뿐이지. 날리는 건 걔들이고. 앞으로 몇십년 날리는 것도 걔들임.”


선고하듯 단언하는데 그게 은근히 위로가 됐다.


그래. 내 일이나 생각하자.


충격 받아봤자 상대는 반성도 안 한다.


“오늘 고맙다. 먼저 나서서 처리해주고. 네 덕분에 일 잘 풀릴 것 같다.”

“고마우면 빨리 낫던가.”

“어. 배 안 고프냐? 하와이안 피자 먹을래?”


고생했는데 밥이라도 챙겨야지.


“오, 웬일? 질색했잖아.”

“너 먹으라고. 라지면 돼?”

“···감동이야.”


덩치도 큰 게 엉겨붙으려고 한다.


“야, 떨어져! 나 아직 붕대 안 풀었다고!”


***


뜨거운 파인애플은 무슨 맛으로 먹는 거냐?


고도진과 뒤늦게 합류한 재이가 피자를 신나게 뜯는 사이.


나는 아까 본 고도진의 생각을 곱씹었다.


뒤에서 까질.


줄여서 통칭 뒤까라고 부르는 커뮤다.


연예인 정보 위주인 대형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곳이란다.


완전히 익명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이용자가 십만명쯤 된다고 한다.


전에 조문혁이 고딩 때 사고 쳐서 애가 초딩이란 루머가 돈 적 있는데, 여기가 시초였단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한 번 들어가 봤는데 로그인 안 하면 아무것도 못 보게 되어 있었다.


가입하려니까 지금은 가입 기간이 아니란 문구만 뜨더라.


‘그렇게 폐쇄적인데 십만명이나 가입했다고.’


연예인 루머 대부분 뒤까발이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 말 다한 셈이다.


‘연예인 다 망해라가 모토인 곳에서 우수회원···.’


연예인 매니저가 직업인 인간이?


스트레스 받아서 커뮤에 우리 욕하는 글 쓰는 건 그럴 수 있다.


일하다 빡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서로 예민해진 상태서 감정 상할 수 있지.


근데 저긴 선 세게 넘는 곳이잖아.


뒤까 타겟이 된 지인이 울면서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걔들은 내가 죽길 바라는 것 같아.”


우리 얘기는 안 썼을 수도 있다.


오가며 본 훨씬 유명한 연예인들에 대해 썼을 가능성이 더 높거든.


근데 그 사실 하나 밝혔다고 그런 반응을 보인다?


남 앞에선 절대 못할 소릴 서슴없이 적었다는데 조문혁 건다.


‘니들은 잘 될 거라는 둥, 잘 풀리면 자길 잊지 말라는 말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지.’


진한 배신감이 치미는 걸 억지로 눌렀다.


이제 박진수에게선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자.


죗값만 치르게 하면 끝이다.



“계태. 우리 오늘 하기로 한 거 하나 더 있지?”


고도진이 내 옆자리에 풀썩 널브러졌다.


“어. 거기 전화해봐야지.”


내 상태를 보도한 언론은 뉴스프롬.


작성한 기자는 강진서 기자.


어째 가물가물 들어본 적 있다 했더니 블랙밤 데뷔 쇼케이스 때 길게 기사 써주신 분이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과 꽤 탄탄한 기본기가 눈에 띄는 그룹이라며 호의적인 평가를 남겨, 기억에 남아 있었다.


내내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다가, 오늘 아침 일어나는데 갑자기 생각났다.


‘호의적이진 않더라도 최소한 사정을 들으면 악의적으로 대처하진 않을 사람.’


셋 다 한 번 연락해보자는데 동의했다.


뭔갈 알아내면 좋고, 아니어도 손해보진 않는다.


우리는 무작정 공식홈페이지에 기재된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폰을 켜두고, 고도진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흠.”


뚜-뚜-뚜-


신호음이 울리길 한참.


마침내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뉴스프롬입니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 보도한 기사 때문에 연락드렸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수술받았다는 블랙밤 멤버 기사요, 혹시 출처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정보 출처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단호한 목소리다. 이걸 어쩐다.


“제가 같은 팀 멤번데요.”


우선은 내가 의식 불명 상태로 알려져 있어서, 고도진이 전화하기로 했다.


“장난 전화시면 끊겠습니다.”

“본인 맞습니다. 뭐 어떻게 인증해드려야합니까?”


고도진은 착 내리깐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근데 영 안 믿는 눈치다.


하긴 나 같아도 단번에 믿긴 어렵지.


“어- 잠시만요.”

“답하기 어려우시면 강진서 기자님 바꿔주시겠어요?”


텁!


아마도 손으로 송화기 부분을 덮은 듯 잡음이 들렸다.


곧이어 수화기 너머가 시끄러워졌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비 소식이 또 있던데 제발 적당히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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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벌써 열두시 (2) +2 23.07.07 78 6 12쪽
32 32. 벌써 열두시 (1) +2 23.07.05 89 6 12쪽
31 31. 목숨을 건 협상 (2) +4 23.06.28 100 10 10쪽
30 30. 목숨을 건 협상 (1) +4 23.06.18 110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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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잠시만 안녕 (2) +1 23.06.17 117 8 10쪽
26 26. 잠시만 안녕 (1) +2 23.06.17 126 7 10쪽
25 25. 나만 모르는 해체 (2) +3 23.06.17 128 11 10쪽
24 24. 나만 모르는 해체 (1) +3 23.06.16 131 11 11쪽
23 23. 여론의 행방 (2) +3 23.06.15 139 11 10쪽
22 22. 여론의 행방 (1) +2 23.06.15 141 9 11쪽
21 21. 누구 덫이 더 정교하지? (2) +3 23.06.14 143 10 10쪽
20 20. 누구 덫이 더 정교하지? (1) +3 23.06.14 144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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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준비는 끝났다 (3) +3 23.06.12 14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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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준비는 끝났다 (1) +2 23.06.10 163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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