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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741
추천수 :
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6.17 16:04
조회
123
추천
7
글자
10쪽

26. 잠시만 안녕 (1)

DUMMY

“아, ···꿈이네.”


깨자마자 말풍선이 그대론지부터 확인했다.


말풍선은커녕 1도 없었다.


“사라졌네···?”


일어나면 까먹는 게 꿈인데, 어젯밤 꿈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치게 생생하다.


‘무시하기엔 찝찝하고 인정하자니 기분 나쁜 말···.’


거절했다고 바로 한 거냐?


십오년간 거의 매주 생각했던 질문이었다.


남들은 별 고민 없이 한 선택도 평타는 되던데, 난 최대한 신중하게 골라도 왜 늘 나쁜 것만 고를까?


내 인생에 주어진 선택지가 전부 나쁜 것뿐이라 아무리 골라도 그게 그건가?


정말 진지하게 했던 고민이라, 많이 혹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저게 뭐든간에-


진짜 저승발 무엇이든, 아니면 그냥 초월적인 능력이든.


상대 내면의 무언갈 읽어내는 건 확실하다고.


그래서, 사라진 게 조금 아쉽다.


‘답을 안다고는 안 했잖아.’


미련을 털어내며 세수했다.


아무리 궁금해도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


오늘은 블랙밤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날이다.


***


“재이야, 준비됐어?”

“···형, 나 너무 부었지. 얼음 좀만 더 문질러볼까? 아니면 얼린 숟가락? 샵에서 배운대로 녹차 티백도 준비해놨는데-”


재이가 퉁퉁 부은 눈을 살짝 눌러보더니 한숨을 푹 쉰다.


“그건 구제 안됨. 될 수준이 아냐. 팬들이 보면 쟤 또 불어터졌구나 할 걸.”

“고도진 넌 그걸 위로라고 하냐.”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재이 얼굴을 만져봤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포기.”

“형! 너무 포기가 빠르잖아!!!”

“이건 원장님이 와도 포기함. 붓고 붇고 종합세트야.”


고도진이 내린 선고에 재이는 또 울상이다.


“아- 안돼! 나 위튜브 안 찍어! 못 찍어! 이 상태로 마지막 인사하면 밤송이들 기억 속에 나만 터진 만두로 남잖아!!! 싫어! 못 해! 담주에 하면 안돼? 아니면 살도 더 빼고 한달 뒤에 해도 괜찮은데···.”


‘그래, 요즘 살짝 철들었다 싶었어···.’


이래야 진짜 유재이지.


저러다 일년 뒤에 하자고 하겠다.


“팬들한테 미안하다, 그동안 감사했다, 우리 기억해달라 인사하는 건데, 해체 발표나고 한참 뒤에 하면 너무 늦어.”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오늘이 딱 적기다.


덧붙인 말에 재이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한 시간만 이따 해.”


얼음팩을 비장하게 챙겨든 재이가 욕실로 사라졌다.


“다들 익숙할텐데 뭐가 문제야?”

“누가 너보고 오늘따라 못생겼다 그럼 기분 좋냐.”

“한 시간 기다리자. 그쯤이야.”


재이는 거의 매일 울었다.


토끼눈이 돼서도 고별송 만들기에 진심이었다.


얼마나 진척됐나 연락하면 늘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울면서 멜로디 들려준다고 노래까지 불렀잖아. 제일 열심히 했는데 퉁퉁 부어서 나오면 다시 볼 때 또 울 걸.”

“난 유잼 눈물샘이 제일 신기해. 어떻게 매일 가득 차있음?”

“안구건조증 환자로서 동의한다.”


가사를 다시 한 번 숙지하고.


멜로디도 흥얼거려보고.


합주해보기 전까지 나름대로 연습하는데, 고도진이 말을 걸었다.


“레옹인 연락됨?”

“어. 노래 손 봐준대.”

“같이 합주 안해? 다룰 줄 아는 악기도 많은데.”

“고도진아. 래온이 왜 휴식 중인지 까먹었냐.”


눈을 동그랗게 뜬 고도진이 그게 어때서? 하고 되물었다.


“블랙밤 해체했잖아~ 조문혁 철창 신세고~”

“본인이 싫다는데 왜 네가 난리야.”


감래온.

재이보다 한 살 많은, 블랙밤 멤버다.


“휴식 기간이 활동 기간보다 훨씬 긴데 왜 하냐 그러더라.”

“쯧. 하여튼 조문혁 XX 사람 여럿 망쳐놨지.”


데뷔 앨범 수록곡 중 하나를 프로듀싱 했고, 작곡과 편곡까지 도맡아했던 능력자였는데···.


조문혁과 싸우다 못해먹겠다고 나갔다.


“솔직히, 우리도 그때 다 나갔어야 돼.”

“인정.”


정확히는, 나가고 싶어했는데 사장이 붙잡고 늘어져서 TNT 소속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건강 이상으로 활동 중단이란 핑계를 대서, 대외적으로는 블랙밤 멤버 맞다.


그때 실제로 홧병 때문에 병원 다니는 게 포착돼서 팬들도 회복 못해서 활동 못하는 줄 안다.


해체 기사 반응 중에, <결국 래온이 못 돌아오고 끝났네...> 란 반응도 있었다.


“자기보다 어린 애가 하는 프로듀싱 못 믿는다고 XX했잖음.”

“그 뒤로 사장이···.”


잠시 묵념했다.


“암튼 좀 이따 올 거야. 애 괴롭히지 말고 잘해.”

“사람을 뭘로 보고.”

“철부지로 보는데.”



그러는 사이 재이가 붓기를 반쯤 빼고 나왔다.


시간이 지체된 만큼,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우리 잠시만 안녕- 날 잠시 잊어도 괜찮아, 어쩌다 문득 생각나면, 한 번쯤 기억해줘.”


“다시 만날 날 기대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기다림 끝에 내가 있단 걸. 그것만 기억해줘.”


“어느 날 다시, 처음 만난 그 날처럼 안녕.”


첫 연습은 삐걱거리고 서툴다.


그런데도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선지 아주 나쁘게 들리진 않았다.


“함께 걸었던 길, 지금 홀로 서있어-”


“내리는 꽃잎, 빗방울, 햇살 한 줌, 눈송이. 모두 만나기 전에, 돌아올게. 약속해.”


“내 기다림은 행-복할 거야. 네가 올 걸 아니까.”


“불안 따위 끼어들 틈도 없게, 날 믿어줘. 널 믿을게.”


우리가 만든 노랫말은 미련과 기대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너무 매달리는 것 같지 않냐는 고도진의 의견은 재이의 발길질에 묵살됐다.


“일 년 안에 돌아올 수 있을까?”

“약속 지켜야지.”


이거 공약임.

고도진이 가사지를 팔랑이며 말했다.


“···공약치곤 너무 못쓴 것 같기도···.”


열심히 써모은 건데, 성에 안 찬다.


“이것보다 더 좋은 게 나올 순 있겠지. 근데 이만큼 진심인 건 없을 걸.”

“······그건 그렇지.”

“노래에 잘 붙잖아. 좀 불쌍해보이긴 한데 어쩌겠음. 상황이 그런데.”


멜로디가 유재이스럽게 밝아서 오히려 슬프다.


“우리 돌아오면··· 반겨주실까?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밤송이가 남아있을까? 누가 내 노래를 들어주긴 할까···? 아무도 안 들으면 내도 의미 없잖아···.”

“뚝!”


가라앉힌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적시냐.


“확신 못 해도 노래는 확신하면서 불러. 누구보다 강하게 믿는 척이라도 해야 해. 다시 만나고 싶다고 애원하면서 간절하게 매달려.”


매달려서 한 명이라도 더 남으면 좋은 거야.


내 말에 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잼. 너 이 노래 왜 만들었어? 들어달라고 만든 거 아냐. 말로는 믿어달라고 하면서 못 믿겠다고 생각하면 설득이 됨???”

“고도진? 팀킬 그만하고 연습하자. 재이야. 더 울면 목 쉬어.”


고도진 저놈은 바른말 안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나.


재이 보는 눈에 못마땅함이 줄줄 흐른다.


“맨날 감싸주니까 얘도 맨날 우는 거 아냐.”

“고도진, 몰라서 말 안 하는 거 아니랬지. 유재이, 그만 울어. 목 잠기면 노래 못 한다. 기사난 지 꽤 됐어. 팬분들 한 명이라도 더 기다려주실 때 올려야지.”

“알았어···.”


다행히 재이가 훌쩍임을 멈췄다.


나는 고도진의 시선을 등으로 막아서며 재이를 기타 쪽으로 밀었다.


“손 풀고 있어. 오늘 녹음 만족스러울 때까지 한다.”


건반 앞에 자리 잡으며 두 사람에게 경고했다.


“열두 시간 걸려도 불평하기 없음.”

“찬성. 잘 나올 때까지 다들 여기서 숙식해~”

“고도진만 잘하면 되겠네.”

“어, 네 얘기.”

“난 메보고 넌 메댄인데 네가 더 잘해야지.”

“···유재이. 댄스곡으로 편곡해봐.”


진지함이 오 분을 못간다.


평소라면 끼어들었을 재이가 말없이 기타만 쳤다.


뭘 더 해줄 순 없다.


혼자 극복하는 수밖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자 연습에 들어갔다.


립트릴과 스케일로 목을 풀고, 내 파트를 흥얼거리고.


만들면서 거의 외우긴 했지만 가사로 전할 메세지가 틀리지 않게 다시 한 번 더 외웠다.


“녹화 한 번 떠보고 고칠 점 찾자.”

“어. 더 연습해도 나아지진 않을 듯.”


재이가 기타를 고쳐맨다.


나는 삼각거치대 위에 폰을 고정하고 셋이 균형있게 잡히도록 각도를 조절했다.


아마도 이게 고도진네 집 지하 연습실을 배경으로 찍는 마지막 동영상이 될 거다.


“잘 나오네.”


이 지하실에서 가끔씩 모여 커버곡 녹음을 하곤 했다.


자체 컨테츠를 따로 제작하지 않아서 우리끼리 동영상을 올리던 곳이라, 팬들 눈에도 낯익을 곳.


작별인사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시작한다.”


녹화 버튼을 눌렀다.


자리로 달려가 앉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


연습실 바닥이 서늘해서 좋다.


우리는 녹초가 된 몸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땀을 식혔다.


“고도진. 너랑 나랑 재이까지 셋이서 팀이었으면, 지금보단 훨씬 나았을 것 같다.”

“···매일 불화설났을 것 같은데?”

“······방금 한 말 취소.”


순간 떠올린 상상이 너무 사실적이라 소름돋을 뻔 했다.


“야. 계하태.”

“왜 불러.”

“우리 잘 버텼다.”

“열심히 살았지.”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 더 잘될 거임.”

“간만에 맞는 말 하네.”


킬킬대며 웃던 고도진이 거치대 위 내 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쉬는 동안, 어디서 뭘하든 연락은 꼭 받아. 너 땜에 요즘 전화 집착증 생김.”

“···그래.”

“진이형. 나한텐 왜 연락하자고 안 해!”

“너 안 울면.”

“······.”


고도진이 재이의 발을 툭 걷어찼다.


“야, 울보. 넌 쉬는 동안 뭐할 거냐?”

“몰라. 연락도 안 한다면서.”

“계하태, 넌?”

“···글쎄. 앞으로 뭐하고 살까 생각하겠지.”


셋이서 뭉치자! 까지만 진척된 상태다.


같은 소속사를 간다면 어딜 갈지.


활동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팀 분위기를 어떻게 재편할지.


그런 건 아직 상의 안했다.


“노래 연습도 하고. 운동도 해야지. 당분간은 뭘해도 꼬리표가 달려있을 거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도 해보고. 너무 잊히기 전에 뭐든 해봐야지. 넌?”

“막막해. 이렇게 젊은 나이에 실직자가 될 줄이야.”

“그러게. 우리 아직 젊은데 아이돌판에선 아닌 것도 좀 웃기다. 남들은 사회초년생일 나인데.”


누워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안녕하십니까 형님.”


사자가 왔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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