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737
추천수 :
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6.17 07:00
조회
127
추천
11
글자
10쪽

25. 나만 모르는 해체 (2)

DUMMY

좋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헤어질 인연, 굳이 원한살 필요 없으니까.


업계는 좁고 소문은 빠르다.


그걸 다 알면서도 저질렀던 건···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다시 죽을 때 후회할 것 같더라.


안 해도 후회, 해도 후회라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예의차렸지.’



사장은 걸그룹 만드는데만 소질이 있었다.


소속사를 선택할 땐 미처 몰랐던 재앙이었다.


그때 제시한 비전 포폴이 괜찮아서 깜빡 속았다.


알고 난 뒤엔 사람이 참 센스가 없다 했는데.


블랑블룸 준비할 때 깨달았다.


남돌 한정이었다는 걸···.


하도 답답해서 우리끼리 얘기한 적도 있다.


‘사장이 남자라서 여성팬분들 취향을 못 읽는 거 아닐까?’


‘그럼 남자들 눈에 멋있어 보이는 걸 하던가. 그냥 모든 사람 눈에 이상해 보이잖아.’


‘마이너 취향도 아냐. 그랬음 그 분야 매니아들이라도 칭찬했겠지.’


‘성적이 안 좋으면 남들 다 하는 거, 완전 메이저! 클리셰! 이런 걸 해볼만도 한데 대체 사장은 뭐가 문제지?’


그것도 이제 끝이다.


조문혁도 TNT도.


블랙밤은 그냥 추억으로 두고 싶다.



띠리리릭---


멀찍이 둔 폰이 울렸다.


“스팸인가?”


받으러 가기 귀찮아서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중요한 거면 문자 남기겠지.


끊어진 전화는 쉬지 않고 다시 울렸다.


“간다, 가.”


느릿느릿 걸어가다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경찰이다.


후다닥 뛰어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 계하태씨? 경찰입니다.


낯익은 목소리다.


“무슨 일 있나요?”

- 피의자 조문혁 구속됐습니다.


드디어.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 아직 불안해하실까 싶어 알려드릴 겸 다른 소식도 전하려 연락드렸습니다.

“다른 소식이요···?”

- 곧 수사가 마무리되어 검찰에 송치될 예정입니다.


그간의 진행 상황도 간략히 들을 수 있었다.


사고 다음날 사장과 조문혁이 만난 것.


사장이 탈세로 빼돌린 돈을 조문혁에게 건넨 정황.


매니저의 집에서 발견된 가방과 조문혁이 건네 받은 가방이 같다는 것.


전부 밝혀졌다고 한다.


- 조문혁이 TNT엔터 사장의 사돈의 조카라던데, 혹시 아는 것 있습니까?

“네?”

- 사돈의 조카에게 몇 억씩이나 되는 큰 돈을 현찰로 넘겨준 게 이상합니다. 좀 더 친밀한 관계인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이 없네요.


경찰의 설명에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뻔 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 거지?’


잘못하면 고도진이 엮일까봐 각을 재는 사이.


경찰이 왜 몇 억인지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조문혁이 들고 있었을 땐 가방이 가득 찬듯 보였는데, 매니저에게 건넬 땐 부피가 줄어든 상태였단다.


실험해보니 가방 안에 4억 이상이 담겨 있었던 게 확실해 매니저를 추궁하니 2억을 받았다고 자백했고.


‘그 와중에 1억을 줄여?’


나머지 돈의 행방을 쫓던 수사팀이 사장을 추궁했지만 빌려줬다는 말만 반복했단다.


그러다 수사팀원 중 한 사람이 의문을 제기한 거였다.


<진짜 사돈 조카는 맞는가?>


회사 사람들 중에서도 아는 사람은 적고.


그 사람들도 죄다 ‘사장이 그렇게 말했다’고 증언하고.


실제로 조문혁의 부모를 봤다거나 가족사항을 아는 사람도 전무.


등본상 부가 사장이 아니라는 것까지 수사가 진행된 것 같다.


조문혁이 사장의 혼외자라는 게 밝혀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듯하다.



정확히 밝혔다간 고도진이 난처해질까봐 흘리듯 말했다.


‘거짓말하는 건 아니니까.’


“저도 전해들은 이야긴데, 조문혁이 사장 아들이란 이야기가 있었어요.”

- 누구한테 들은 겁니까?

“매니저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은 거라 저도 정확히는 잘···.”

- 다른 이야기 들은 건 없습니까?


이것도 도움이 될진 모르겠는데요- 하고 말문을 열었다.


“이상하긴 했어요. 회사 이미지에 엄청 예민하신 분인데 조문혁이 그렇-게 사고쳐도 항상 조문혁 편만 들더라고요. 사돈 조카라는 얘길 듣고 처음엔 그럴 수도 있겠다 했는데, 점점 심각한 사고를 쳐도 편들길래 저희끼리도 그런 얘길 했거든요.”


‘이래도 되냐?’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뭐.’


“남들은 모르는 자식 아니냐고요. 안 그럼 저렇게 애지중지할 리가 있냐 그랬었는데, 몇 억이나 줬다니까 사실은 아닐까 싶어서···. 이런 것도 도움이 될까요?”


심장이 벌렁거린다.


온전한 거짓은 아니지만 온전한 진실도 아니다.


쟨 뭔데 사장이 끼고 도냐고 말이 많긴 했었다.


우리끼린 아들이라도 된대? 하며 수군거린 것도 사실이고.


- ···의심해볼 만하군요.


안부를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흐···.”


밤길 조심하라더니, 철창맛이 어떠냐.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나온다.


아직 처벌이 이뤄진 게 아닌데도 아주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이대로만 풀리자.’


어제까지 흐리더니 오늘은 내 기분처럼 맑게 갰다.


“날씨 좋다- ···어?”


저게 뭐냐.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옆에 이상한 게 함께 비쳤다.


반짝거리고 작은 무언가.


혹시하고 옆을 쳐다봤지만 눈높이에 반짝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뒤를 돌아봤지만 창에 비칠만큼 빛나는 건 없었다.


“···창밖에 뭐가 있나?”


양안 시력 2.0이라 웬만하면 다 보이는데···.


눈을 가늘게 뜨자 반짝임 사이로 형태가 드러났다.


1.


숫자 1이다.


‘······?’


??????????


저게 왜 저기 있어.


***


한 시간째 거울과 대치 중이다.


처음에는 내 머리 옆에 나타난 1을 피했다.


왜 거기에 이게 생겼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이게 무슨···?”


‘자기 생각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고.’


내가 아는 1의 기능은 단 하나.


남의 생각을 문자화해서 보여주는 거다.


이게 나에게도 나타날 거라곤 상상도 안 해봤다.


낯선 상황이 불편해서 피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 생각이면, 생각하는대로 출력되지 않을까?’


이참에 확실히 성능 검증 해보면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 직후, 아이디어에 완전히 매몰됐다.



남의 1을 볼 때마다 정확한가? 하는 일말의 의심이 남아있었다.


여러 상황을 겪으며 의심이 점점 희석되긴 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의 작동 알고리즘이 궁금하기도 했다.


상대가 거짓말을 궁리 중일때 한 생각을 보여주면 어떻게 되지? 하는 의문도 있었고.


그래서 거울을 가져다 거실 탁자에 놓고 쳐다봤다.


보통 길어봤자 삼초면 바로 말풍선으로 전환되니까, 눈 한번 깜빡하면 바뀔 줄 알았다.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게?’


계속 저 생각 하나만 떠올리며 1만 쳐다봤다.


1초.

1분···.

10분···?

···1시간.


숫자 1은 여전히 반짝였지만, 말풍선으로 변할 기미가 안 보였다.


“아니, 어쩌라고?”


이거 아냐?


허공에 손을 뻗어 1이 있는 곳을 쥐어보기도 하고.


일, 원, 이찌, 이, 하나- 온갖 언어로 1을 불러보기도 하고.


별짓을 다 하다가 거울 속 1을 손가락으로 눌러 문질렀다.


“안 바뀔 거면 사라지던가.”


그 순간, 1이 반응했다.


숫자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익숙한 말풍선이 나타났다.


크기가 커서 작은 거울 안에 안 담긴다.


뒤로 몸을 쭉 빼고 한 글자씩 읽었다.


“저, 승, 에, 서, 연, 결, 을, 기, 다, 리, 고, 있습니다···?”


문장 아래에는 단어 두 개가 나란히 써있다.


[ 수락 / 거절 ]


“······XX?”


누구, 아니 어디요?


거기서 나한테 연락을 왜 해.


“다시 죽으라고?”


아무 생각 없이 수락까지 읽었으면···?


전신에 쫙 소름이 끼쳤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까지 선명하다.


수락했으면, 이런 느낌도 못 느꼈겠지.


“거절! 안 받아! 싫어!”


말풍선이 깜빡깜빡 거리더니 새로운 내용이 나타났다.



[저승에서 몹시 연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수락 / 거절 ]


입술만 움직여 소리내지 않고 읽었다.


“······? 거절.”



[저승에서 간절히 연결을 기다립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네 / 아니오 ]


‘치사한 XX들아!’


기다립니다 수-까지 읽었다가 정신차렸다.


“아니오!!!”



[저승은 수락을 좋아합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 수락 / 거절 ]


“저, 승, 은, 수, 라···? 거절!!!!!”


와···.

순간 삼도천 본 기분이다.



[당신의 기지에 저승에서 감탄 중입니다. 칭찬을 위해 연결을 원합니다. 원하면 1번, 아니면 1번을 외쳐주세요.]


“···.”


···누구나 커다란 말풍선 하나쯤은 달고 살잖아?


입을 꾹 다문채 말풍선을 그대로 두었다.


어디 비치지만 않으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섯 시간을 버텼다.


이런 건 예상에 없었는지, 자꾸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쎄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내 인생에 앞으로 1번은 없다.’


2번이 뭐 어때서.


꺼진 액정에 말풍선이 비쳐서 폰과 티비도 포기했다.


존재 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고 싶었다.


‘살려줬으면 끝이지. 왜 다시 찾아?’


설마.


우리가 실수로 널 되살렸다. 다시 같이 가자! 이러려고?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잠으로 도피해야겠다.


***


꿈 속에 거울이 나왔다.


성인 백 명쯤은 거뜬히 누울 수 있는 면적의, 거대한 거울이다.


나는 목 아래로는 꼼짝도 못하는 상태로 거울 앞에 서있다.


말풍선 속 글자가 거절을 외칠 때마다 계속 바꼈다.


협박과 회유가 번갈아 나타났다.



[거절할 시 내일 하루종일 무시하기엔 찝찝하고 인정하자니 기분 나쁜 말들을 듣게 됩니다. 연결을 거절하시겠습니까?]


“······거절.”


아. 벌써 찝찝한데···.



[딱 한 마디면 되는데 연결 좀 해주시겠어요? 내일 하는 일마다 다 잘 되게 도와드릴게요. 제발. 수락 한 번만. 딱. 어떻게 안될까요?]


“거절···.”


수락하면 로또 당첨되고 그 돈이 노잣돈이 되겠지요···.



이렇게 거절할 줄은 상대도 몰랐던 듯, 어느 순간 말풍선이 멈췄다.


“드디어 포기했냐.”


[네가 내내 재수 없었던 이유가 뭔지 알려줄까?]

[ 연결을 수락 / 거절 합니다 ]


“···어?”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달려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23.06.26 22 0 -
공지 연재 일정 공지 (오후 10시 업로드) 23.05.20 115 0 -
36 36. 계약은 지장 찍기 전엔 모른다 (3) +3 23.07.18 52 3 11쪽
35 35. 계약은 지장 찍기 전엔 모른다 (2) +1 23.07.16 59 4 12쪽
34 34. 계약은 지장 찍기 전엔 모른다 (1) +1 23.07.10 74 5 9쪽
33 33. 벌써 열두시 (2) +2 23.07.07 77 6 12쪽
32 32. 벌써 열두시 (1) +2 23.07.05 89 6 12쪽
31 31. 목숨을 건 협상 (2) +4 23.06.28 100 10 10쪽
30 30. 목숨을 건 협상 (1) +4 23.06.18 110 10 9쪽
29 29. 잠시만 안녕 (4) +2 23.06.18 106 9 11쪽
28 28. 잠시만 안녕 (3) +2 23.06.18 105 9 10쪽
27 27. 잠시만 안녕 (2) +1 23.06.17 116 8 10쪽
26 26. 잠시만 안녕 (1) +2 23.06.17 123 7 10쪽
» 25. 나만 모르는 해체 (2) +3 23.06.17 128 11 10쪽
24 24. 나만 모르는 해체 (1) +3 23.06.16 131 11 11쪽
23 23. 여론의 행방 (2) +3 23.06.15 139 11 10쪽
22 22. 여론의 행방 (1) +2 23.06.15 140 9 11쪽
21 21. 누구 덫이 더 정교하지? (2) +3 23.06.14 143 10 10쪽
20 20. 누구 덫이 더 정교하지? (1) +3 23.06.14 143 10 11쪽
19 19. 준비는 끝났다 (4) +2 23.06.13 148 9 10쪽
18 18. 준비는 끝났다 (3) +3 23.06.12 145 10 11쪽
17 17. 준비는 끝났다 (2) +3 23.06.11 153 11 10쪽
16 16. 준비는 끝났다 (1) +2 23.06.10 162 10 13쪽
15 15. 터닝 포인트 (5) +2 23.06.09 167 10 13쪽
14 14. 터닝 포인트 (4) +3 23.06.08 170 10 11쪽
13 13. 터닝 포인트 (3) +3 23.06.07 171 10 10쪽
12 12. 터닝 포인트 (2) +4 23.06.06 177 10 10쪽
11 11. 터닝 포인트 (1) +1 23.06.05 196 9 10쪽
10 10. 진실은 언제나 하나 (2) +2 23.06.04 196 9 10쪽
9 09. 진실은 언제나 하나 (1) +2 23.06.02 190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