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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로레 님의 서재입니다.

두 여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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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로레
작품등록일 :
2022.04.11 22:00
최근연재일 :
2022.05.12 18: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5
추천수 :
3
글자수 :
98,796

작성
22.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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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메건과 세레나의 결혼식

DUMMY

제타에게


안녕, 제타. 결혼식이 언제냐고 했지? 오늘이야, 이 멍청아! 네가 그 빌어먹을 수정구를 찾겠다고 간 사이에 메건 씨랑 세레나는 결혼식을 올렸다고. 네가 결혼식을 못 봤다고 땅을 치고 후회할 마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설명은 해 줘야 할 것 같네.


청첩장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조금 얼빠졌지.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랑 내 소꿉친구가 결혼한다잖아. 세레나한테 가서 혹시 메건 씨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야고 놀렸다가 한 대 맞았어.


사실 이상할 거 없긴 해. 메건 씨랑 세레나가 함께 있는 걸 보면 둘 다 평소랑 확실하게 달라 보이거든. 신혼집은 어쩔 거냐고 했더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나를 세 대 치고 메건 씨한테 가더라고.


결혼식에는 웬만한 마을 사람들이 다 왔어. 수도에 있는 세레나의 친구들은 다들 바쁘고, 메건 씨의 친구들도 다들 바쁘다고 해서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나? 준비를 어쩌고 있는지 보려고 잠깐 갔는데 세레나가 ‘역시 편지로 하는 청혼은 너무 성의 없었나? 최악인가? 메건이 받아 주긴 했지만 정말 괜찮았던 걸까?’ 하고 있더라고. 그대로 돌아서 나왔지. ‘정 신경 쓰이면 결혼식 끝나고라도 청혼하든가’ 했더니 ‘결혼식이 끝나고 청혼을 어떻게 해!’ 해서, 그럼 쓸데없는 거 걱정하지 말고 결혼 준비나 하라고 했지.


그런데 메건 씨한테 갔더니 세레나가 고민하면서 편지에 한 자 한 자 눌러 썼을 게 너무 사랑스럽다는 거야. 하여간에,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뭐.


세레나가 나랑 아르헨 사장님한테 고민 상담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알면 놀랄 거라고 했더니 정말 연애 상담을 했냐면서 놀라더라. 하여간에 연인들이란 다 그런다니까.


결혼 선물로는 청첩장을 받아 놓고서 결혼 날짜를 까먹은 우리 멍청이가 준비한 걸 들고 갔지. 겨울용 실내 슬리퍼 말이야. 잘 쓰겠다고 둘 다 좋아하던걸. 우리 동네는 선물이 가진 의미나 관습이며 관행 같은 걸 하나도 신경 안 쓰니까 주고 싶은 걸 줄 수 있어서 편하지.


그런데 청첩장을 받아 놓고서 결혼 날짜를 까먹어, 이 돌대가리야? 덕분에 신혼인 사람들 보면서 옆구리가 시리더라. 네가 있는데 내가 이런 기분을 느껴야겠어? 돌아오면 혼날 줄 알아.

아무튼 결혼식 전에 먼저 선물 주고받는 시간이 있었어.


사탕 가게 사장님은 언제나 그랬듯이 색색의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 찬 유리병을 주셨어. 인형 가게 사장님은 작은 도자기 인형 두 개를 선물했는데, 하나는 보랏빛이 살짝 도는 하늘색 머리카락이었고 하나는 옅은 금발이었지. 누가 봐도 세레나랑 메건이더라고.


그릇 가게 사장님은 주신 접시와 찻잔 세트, 신학교 학생과 사제들은 디자인이 세련된 향초를 사 왔고 어린애 둘도 와서 조각케이크를 하나 주더라고. 향수를 선물한 사람도 있었어, 연보라색 통 위에 반지 모양 장식이 있더라고. 아마 라일락 향에 장미 향이 섞였을 거야. 그 사람들 말고도 피자 가게 사장님이 파스타와 해물 샐러드를 가져왔고 다들 자기 집에서 요리를 한 접시씩 가져왔더라고.


그리고 세레나가 살던 수도에서도 손님들이 왔어. 모시 실크라는 사람은 화려한 자수가 놓인 손수건을 한 장씩 선물했고, 오르도 바튼이라는 사람은 마력으로 켜는 작은 등을 줬는데 무늬가 엄청나게 화려하더라고.


결혼한다고 말했다가 손님들도 선물을 좀 보냈나 봐. 마차가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우아한 파란색 장갑이랑 고급 초콜릿이 담긴 금색 상자, 얇은 제비꽃 모양의 머리장식 두 개와 귀엽게 생긴 머그컵 두 개가 있었어. 솔직히 좀 부럽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결혼식이 최고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아, 프로베 카루스라는 사람은 구두를 선물했어. 세레나는 검은색, 메건은 은색 구두를 받았는데 구두 위에 달린 작은 달리아 꽃 모양 장식은 똑같았지. 그러고 보니 너, 내가 브로치를 주문했던 건 알고 있어? 그걸 받기 전에 돌아오지 않으면 큰일 날 줄 알아!


이야기가 조금 딴 데로 샜지만, 그건 일단 네 탓이야. 유독 눈에 띄었던 건 역시 아르헨 사장님이 만들었을 반지였지. 은색 덩굴 무늬가 새겨진 링에 연두색 보석이 박혀 있었어. 과하지 않게 화려한 게 딱 사장님 스타일이더라고. 반지도 반지지만, 역시 의상실을 하는 사람이 직접 만들었을 옷도 눈길을 끌었지.


세레나가 내내 나를 붙들고 열 개 넘는 옷감들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 옆에 있는 모시 실크라는 사람 집에서 천을 가져왔다던데 그 사람 정말 피곤해 보이더라고. 밤 내내 세레나의 고민에 어울려 줬다나? 메건 씨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던데, 정말로 결혼 직전의 연인들이라니까.


그런데 너는 세레나가 나를 붙들고 있는 동안 지도나 쳐다보고 있고 말이야. 돌아오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래도 우리 돌대가리를 위해 설명을 해 주자면 세레나의 스타일에 메건 씨 스타일을 한 스푼 얹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 세레나는 검은 정장에 검은 베일, 메건 씨는 하얀 정장에 하얀 베일을 썼고 각자 보라색 보석으로 만든 브로치를 달았더라고. 겉에는 각자 검은색과 흰색의 반투명한 레이스 가운을 입었는데, 끝쪽부터 꽃무늬가 촘촘하게 들어가 있었지.


수작업인 게 확 티나더라. 그래도 세레나치고 너무 심심한 디자인 아닌가 생각하던 찰나에 햇빛이 비치는데, 이야, 보석 가루를 갈아 넣었는지 움직일 때마다 옷에 있는 문양이 은색으로 희미하게 반짝이더라. 심지어 옷 단추도 무늬가 있는 걸 썼어. 세레나가 정말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싶었지.


부케도 장난 아니었어. 분홍색 장미와 리시안셔스, 수국이 함께 있는 부케는 화려하기도 하고 우아하기도 했지. 세레나가 드레스를 만들었으니까 메건 씨가 부케를 만들었을 텐데, 내 생각에는 세레나보다 메건 씨가 화려한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


결혼식이 끝나고 둘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까 신혼집을 찾는 것 같던데, 신혼여행은 생략할 생각인가 봐. 기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퇴창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러면 창문 밖에 보이는 풍경도 좋았으면 좋겠고, 방은 손님방까지 합쳐서 세 개면 충분할 것 같고, 둘이 살 거니까 거실은 좁아도 될 것 같은데 가구는 뭘 놓을지 고민하다가 ‘가구부터 결정하고 집을 보러 가겠다’ 면서 가구점으로 향하더라고.


가는 내내 손을 꼭 잡고 있더라. 하필 길이 같아서 조금 떨어져 걸었는데, 둘이 키스하는 순간에는 더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어쩔 줄 모르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고. 이게 다 네가 없는 탓이잖아!


아무튼 뭐, 둘이 결혼하고, 키스하고, 음식 먹다가, 신혼집 구하러 가고, 끝. 나는 남의 결혼식 내내 나를 버려두고 수정구 찾으러 간 연인에게 결혼식을 구구절절 설명해 줄 만큼 친절했던 적 없으니까.


매우 화난 스란이



“어떻게 할래요? 난 아무거나 다 상관없는데!”


메건에게 팔짱을 낀 세레나가 웃었다. 말리지 않으면 가구점에 있는 모든 가구를 다 살 기세였다. 옆에서 재잘대는 모습이 작은 새를 꼭 닮아서 메건은 세레나 몰래 미소를 지었다.


“음, 일단 침대는 필요하고...”


“그건 하나면 될 거고요.”


세레나가 재빠르게 메건의 말을 가로챘다. 메건이 그 속에 담긴 세레나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조금 나중이었다.


“오두막에 식탁이랑 의자는 있으니까... 소파라도 하나 들일까요?”


“멋져요! 메건은 진짜 천재야!”


세레나가 메건의 얼굴을 붙들고 뺨에 키스했다. 메건은 민망해져서 가구점 사장님의 눈치를 슬쩍 봤지만, 사장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 있었다. 한창때의 연인들을 귀여워하는 게 분명했다. 메건은 결국 세레나에게 입술에 한 번만 더 해 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괜찮죠!”


이어진 입맞춤이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메건은 가구점 사장님에게 못 할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에 소파와 침대에 더해서 가구점 사장님이 추천한 안락의자와 작은 탁자까지 사고 말았다.


“가게는 어떻게 할 거에요?”


마침내 집에 도착하고서, 메건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세레나는 꼭 그 말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방긋 웃었다.


“이제 주문은 편지로 받을 거에요!”


“다행이네요.”


“그렇죠. 난 이 마을을 좋아하거든요! 뭣보다 메건을 가장 사랑하고요!”


메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가 금세 가라앉았다. 가구점에서 산 가구는 예상보다 금방 왔다. 메건과 세레나는 예정보다 일찍 신혼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세레나는 그 집이 완벽하다고 했고, 메건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거실에 있는 소파는 햇빛을 받아서 따뜻했고 퇴창은 아늑했다.


안방에는 커다란 침대가 있었고 묵직한 흰색 커튼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부엌에는 언제든 수프를 끓일 수 있는 스토브가 있었고 거실에는 안락의자 바로 옆에 난로가 있었다.


일단 배를 채워야 한다며 저녁을 먹고 나서 세레나는 메건을 끌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 다음날 메건은 허리가 아팠고, 세레나는 평소보다 쌩쌩했다.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둘만 알았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짐작은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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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건과 세레나의 결혼식 22.05.12 17 0 10쪽
21 메건의 답 22.05.11 13 0 10쪽
20 세레나의 청혼 22.05.08 17 0 9쪽
19 그리고 메건의 답장 22.05.07 18 0 9쪽
18 세레나의 진짜 답장 22.05.06 27 0 9쪽
17 세레나의 답 22.05.05 19 0 9쪽
16 메건의 고백 22.05.04 15 0 11쪽
15 세레나의 가족 22.05.01 21 0 11쪽
14 메건의 어떤 편지 22.04.30 17 0 10쪽
13 의문 22.04.29 17 0 1쪽
12 세레나의 어떤 편지 22.04.28 19 0 11쪽
11 메건의 손님들 22.04.27 18 0 11쪽
10 세레나의 옷에 대한 이야기 22.04.24 17 0 11쪽
9 메건이 갔던 결혼식 22.04.23 17 0 11쪽
8 세레나의 휴식 22.04.22 18 0 10쪽
7 메건의 일상 22.04.21 18 0 10쪽
6 세레나의 일상 22.04.20 21 0 10쪽
5 메건의 약방 22.04.17 18 0 11쪽
4 세레나의 의상실 22.04.16 19 0 9쪽
3 아르헨의 보석상 22.04.15 20 1 12쪽
2 그리고 답장 22.04.14 21 1 12쪽
1 어느 약초사의 편지 22.04.13 5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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