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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로레 님의 서재입니다.

두 여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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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로레
작품등록일 :
2022.04.11 22:00
최근연재일 :
2022.05.12 18: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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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추천수 :
3
글자수 :
98,796

작성
22.04.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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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메건의 약방

DUMMY

세레나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당신은 지난밤에 좋은 꿈을 꿨나요? 당신의 편지 덕분인지, 저는 잘 잤답니다. 약초사 일도 드디어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요.


낮에는 사장님의 보석상에서 일하고, 밤에는 약초를 캤어요. 겨울이 되어 가는 중이지만 겨울에만 나는 약초들도 있으니까요.


사탕 가게가 가득하고 서점이 있는 거리에 가게를 열 자리를 얻었어요. 사장님의 보석상과 스란의 서점 근처에요. 얼마 전에 서점을 물려받았다더군요.


맞아요, 저희 가게에 결혼 반지를 맞추러 왔던 손님들이랍니다. 서점 주인 쪽이 스란이고 마녀인 쪽이 제타에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곧 있을 결혼식을 기대하게 된답니다.


요전에는 사장님과 차를 마셨어요. 멋진 찻잔을 많이 가지고 계시더군요. 푸른 꽃무늬가 작게 그려져 있고 금색 테두리가 있는 게 과하지 않으면서 예쁘더라고요.


당신도 그 잔을 본 적이 있나요? 특별히 화려한 건 아니지만 세밀하게 그려져 있는 꽃들과 작게 무늬가 들어간 금색 테두리 덕분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것 같더군요.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더니 이 근처의 그릇 가게라는 답을 들었어요. 조만간 들러 봐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아는 게 있으면 말해 주세요.


아, 저희 가게에 첫 번째 손님이 왔어요. 신관 일을 준비하는 사람인데 피곤해 보이더라고요. 요즘 잠을 설친다나요? 당연히 캐모마일 차를 드렸죠. 안정 효과가 있어서 잠드는 데 좋거든요.


그리고 제 마법이 효과를 증폭시킨 덕분인지, 오늘 푹 잤다면서 저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오셨어요. 약 포장이 특이해서 좋더라는 말도 덧붙이셨고요.


스노우볼같이 투명하고 둥근 통 안에 캐모마일 찻잎을 아이보리색 천으로 감싼 꾸러미를 넣었답니다. 물론 통은 스노우볼보다 작은 크기여서 밤이면 빛나게 될 조약돌을 바닥에 깔고 꾸러미를 넣으니 꽉 차더군요. 하지만 조약돌이 없으면 약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당신은 그 조약돌을 좋아했죠. 강바닥에 있는 것 중 조금 더 반질반질하고 둥글 뿐인 조약돌을 주워 와서 주문을 새기면 제가 가진 것처럼 희고 반짝이게 변하는데, 그게 정말 신기하다고 했잖아요.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조개껍데기로 만든 귀한 빗을 선물했는데 받지 않았던 적이 있죠. 제 선물이었던 조약돌은 받았으면서 왜 그 빗은 받지 않았는지 물었을 때 당신의 답을 아직 기억해요.


‘하지만 그 조약돌은 메건이 만든 거잖아요?’


주문을 새겼을 뿐이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제 손을 거쳐 간 물건이고, 제가 아니었으면 조약돌이 그렇게 변할 리는 없다고 답했을 때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처럼 자신의 일에 열심인 사람에게 내가 하는 일을 인정받은 기분이었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죠.


상대가 당신이라면 더더욱이요. 오늘은 조금 바빠서 짧게 끝낼게요. 다음 편지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거랍니다. 늘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메건이


"너무 좋아!"


"연애하냐?"


"아니!"


오르도 바튼의 얼굴에 종이를 집어던진 세레나가 벌떡 일어났다. 연애라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럼 누군데?"


오르도 바튼이 물었다. 진심으로 궁금한 눈치였다. 세레나는 한숨을 쉬었다.


"친구요, 친구!"


"너 나랑은 그런 대화 안 하잖아?"


"언니는 그냥 언니잖아!"


"뭔 소리야?"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난 오르도 바튼이 외쳤다. 세레나는 편지를 서랍에 깊숙이 숨기면서 오르도 바튼을 째려봤다.


"일단 우리 집에 온 불청객이 외칠 말은 아니네."


세레나가 투덜거렸다. 오르도 바튼은 퍽 억울해 보였다.


"그래서 단추도 들고 왔잖아!"


"엊그저께 단추 사 왔는데!"


"실례합니다?"


바깥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세레나의 옷가게 문에 달린 종이 딸랑이는 소리였다. 옷가게 안쪽의 침실에 있던 세레나가 서둘러 달려나갔다.


"네, 손님. 찾으시는 거 있나요?"


"쌍둥이 옷을 맡겼는데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세레나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엊그저께 완성한 쌍둥이의 옷을 꺼냈다. 아침부터 귀족 손님을 맞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기 있습니다 손님, 감사합니다... 어?"


"감사의 의미에요."


세레나의 손에 은화 다섯 닢을 쥐어 준 자작이 웃었다. 세레나는 순간적으로 감사의 말도 잊었다가 겨우 입을 움직여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이야, 두둑하게 받았네."


오르도 바튼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세레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왜 온 건데?"


"장사 도와주려고 왔지."


"뭐?"


세레나는 곧 오르도 바튼을 한 대 팰 기세였다. 오르도 바튼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옷을 만드느라 한창 예민할 상태인 세레나의 집에 한밤중에 쳐들어 와서 식사를 요구한 것만 해도 충분히 뻔뻔한 짓이었다.


오르도 바튼은 이 이상 세레나를 자극하면 정말로 한 대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괜한 말을 덧붙이는 대신 필요한 소식만 전해 줬다.


"데뷔탕트 시즌이잖아. 너한테 주문 넣고 싶어하는 사람들 소식을 좀 들고 왔는데."


"아."


세레나가 겨우 진정했다. 여태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오르도 바튼도 나름 남작의 딸이었다. 왜 단추 가게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이랑은 연을 끊었어도 친구랑 연이 끊긴 건 아니지."


오르도 바튼이 반쯤 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필요한 말은 다 했다고 생각한 건지 곧 잘 기세였다. 세레나는 오르도 바튼을 가볍게 흔들어 깨웠다.


"아니, 언니. 잠들지 말고! 누군지는 말을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내가 말 안 해줬어?"


"안 해줬는데?"


"그래, 잘 자."


"내가 미쳐 진짜!"


세레나가 소리쳤다. 탁자 위에서 순식간에 잠든 오르도 바튼은 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레나는 조심스럽게 오르도 바튼을 침대 위까지 올렸다.


"순 제멋대로야!"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됐든 오르도 바튼이 아는 사람들이 세레나의 중요한 고객층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섬세한 자수와 질 좋은 천과 빠른 완성 속도도 손님이 없다면 무용지물이었다.


"계세요?"


밖에서 누군가 세레나를 불렀다. 세레나는 오르도 바튼의 머리 끝까지 두꺼운 이불을 덮어 버린 다음 밖으로 나갔다.


"네, 손님. 뭐 주문하러 오셨어요?"


세레나가 물었다. 손님은 손에 자그마한 인형을 들고 있었다. 태엽이 달린 걸 보니 자동인형이었다.


"인형 옷도 만들어 주시나요?"


"돈만 받으면 사자 옷도 만들어 드려요."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손님이 웃었다. 세레나는 그 사이 손님이 들고 온 인형을 살펴 보고 있었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작은 드레스와 마찬가지로 밋밋한 코트가 눈에 띄었다.


"여기, 샘플이에요.


세레나가 가게 안쪽에서 그냥 구체관절인형이 입고 있던 옷을 꺼내 왔다. 화려한 민트색 드레스였다. 소매에는 레이스가 달려 있었고 옷의 가슴 부분에는 꽃 모양 자수가 놓여 있었다. 레이스로 만든 치마 아래로 장미와 레이스 무늬가 들어간 작은 신발이 보였다. 민트색 리본이 풍성하게 달린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그래요, 이런 걸 원했어요!"


손님이 흥분해서 외쳤다. 세레나는 속으로 조금 웃었다. 가끔 이렇게 인형을 끔찍이 아끼는 사람들이 와서 인형의 옷을 맞추곤 했다. 세레나가 손님에게 물었다.


"원하시는 색이나 장신구 있으세요?"


"그럼요! 어, 일단 세 벌 주문할 거고요."


이어진 손님의 주문은 세레나가 정말 좋아하는 방식의 주문이었다. 원하는 바가 확실했고 돈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다는 강한 의견도 함께 보였다.


돈을 받고 손님을 돌려보낸 후에 세레나는 첫 번째 드레스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검은색과 파란색, 은색 단추를 쓰고 밀짚모자에는 꽃 파란 리본과 하얀 꽃이 있어야 한다는 손님의 의견을 반영한 옷이었다.


우선 파란색 천으로 드레스를 만들었다. 유행하는 방식으로 주름을 잡고 목 부분에는 작은 장신이 들어간 레이스를 감아서 화려함을 더했다. 검은 천으로는 길게 내려온 조끼 모양의 옷을 만들어서 은색 단추를 달고 밑단마다 레이스를 달았다.


검은 조끼를 파란 옷 위에 입힌 뒤에는 소매를 꾸밀 차례였다. 인형의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올 길이를 검은 천으로 감싼 다음 레이스를 덧대고 다시 파란 리본을 달았다. 이어 밀짚모자에 파란 리본과 하얀 꽃을 가득 달면 첫 번째 옷이 완성이었다.


"맙소사, 해 지잖아!"


세레나가 외쳤다. 하루 손님이 많아 봤자 세 명인 게 정말 다행이었다. 뭐, 어차피 중요한 주문들은 전부 편지로 받고 있기는 했지만.


세레나는 시간 걱정을 멈추고 두 번째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크림색 드레스에 민트색을 포인트로 준 드레스였다. 민트색 천으로 만든 드레스의 치마 부분 위에는 레이스를 가득 붙여서 민트색이 겨우 비칠 정도로 만들었다. 민트색 허리띠는 앞쪽에 리본 세 개를 세로로 붙여 달았고, 소매에도 민트색 리본을 하나씩 달았다.


"전혀 안 과하다니까?"


세레나가 중얼거렸다. 가끔 세레나가 인형 옷을 만들 때면 리본에 미친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손님도 레이스와 리본에 미쳐 있었다. 세레나는 레이스로 만든 모자에 민트색 천으로 만든 작은 장미를 달고 두 번째 옷 제작을 마쳤다.


"코트, 코트!"


세레나가 외쳤다. 손님이 마지막으로 주문한 코트는 꼭 크림색 천만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세레나는 우선 코트를 만들고 금색 단추를 주르륵 달았다. 소매를 장식하고 나니 코트는 순식간에 완성됐다.


"어우, 힘들어."


세레나가 탁자 위에 축 늘어졌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서 손님이 주고 간 작은 주머니를 확인했다. 아까 값을 지불하고서도 굳이 수고비라며 쥐어 주고 간 돈이었다.


"어라?"


세레나는 주머니 안쪽을 확인하고 그대로 굳었다. 주머니 안쪽에서 금화 세 닢이 세레나를 반겼다.


"나 참, 어떻게 아시고?"


랜덤 주문을 한다는 뜻이었다. 오로지 세레나의 가게에서만 진행하는 행사였다. 은화까지는 팁으로 받지만 금화를 주는 순간 세레나가 아무 장신구를 하나 더 만들어서 주는 방식이었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세레나는 쉬려던 계획을 접고 분주히 손을 놀렸다. 우아한 인형용 양산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잠에서 깬 오르도 바튼이 나왔다가 기겁하는 것은 조금 뒤의 이야기였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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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세레나의 답 22.05.05 19 0 9쪽
16 메건의 고백 22.05.04 15 0 11쪽
15 세레나의 가족 22.05.01 21 0 11쪽
14 메건의 어떤 편지 22.04.30 17 0 10쪽
13 의문 22.04.29 17 0 1쪽
12 세레나의 어떤 편지 22.04.28 19 0 11쪽
11 메건의 손님들 22.04.27 18 0 11쪽
10 세레나의 옷에 대한 이야기 22.04.24 17 0 11쪽
9 메건이 갔던 결혼식 22.04.23 17 0 11쪽
8 세레나의 휴식 22.04.22 18 0 10쪽
7 메건의 일상 22.04.21 18 0 10쪽
6 세레나의 일상 22.04.20 21 0 10쪽
» 메건의 약방 22.04.17 19 0 11쪽
4 세레나의 의상실 22.04.16 19 0 9쪽
3 아르헨의 보석상 22.04.15 20 1 12쪽
2 그리고 답장 22.04.14 21 1 12쪽
1 어느 약초사의 편지 22.04.13 5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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