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로레 님의 서재입니다.

두 여자의 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루로레
작품등록일 :
2022.04.11 22:00
최근연재일 :
2022.05.12 18: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64
추천수 :
3
글자수 :
98,796

작성
22.04.16 18:00
조회
19
추천
0
글자
9쪽

세레나의 의상실

DUMMY

메건에게


아, 당신은 천재예요! 덕분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코트 하나는 당신이 말한 대로 디자인하고, 다른 하나는 하얀색이 좋겠어요!


거기에 금색의 꽃 모양 단추를 달고, 소매와 코트 끝자락에는 금색으로 작은 눈 결정 무늬를 수 놓을 거예요! 분명히 좋은 옷이 될 거예요! 이런, 너무 흥분했나요? 하지만 메건이 그만큼 좋은 아이디어를 줬는걸요!


아, 결혼반지 이야기를 했죠? 푸른 보석 안에 꽃 모양의 붉은 보석이 들어간 것을 중심으로 해서 검은 보석으로 만든 작은 꽃으로 장식하면 어떨까요?


반지의 링과 잎 부분은 은색으로 하고요! 아르헨 할머니의 평소 디자인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분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시니까요! 하지만 메건이 말한 디자인도 분명히 잘 어울릴 테니까, 메건 마음에 드는 걸로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맞다, 아르헨 할머니께 보석을 좀 주문하려고요! 실은 어제 주문했어야 했는데 의상을 디자인하다가 깜빡 잊었답니다. 아메트린을 좀 주문하려고요!


주황색과 보라색, 두 가지 색이 섞여서 화려한 의상의 장식용으로 요긴하게 쓰고 있어요! 저희 의상실은 귀족들이 특히 많이 오니까요. 메건도 알죠?


그나저나 결혼식에 초대받았군요! 잠깐, 마녀와 서점 주인이 될 사람이요! 아, 이번에 우리 의상실에 옷을 주문한 분들이네요!


디자인은 벌써 정해 뒀답니다. 검은색 정장에 사파이어 브로치와 흰색 정장에 루비 브로치로요! 코트를 만들고 나면 바로 작업을 시작할 거예요. 결혼식 갔다 오면 어땠는지 꼭 알려 줘야 해요?


그런데, 오면 재워 버리겠다고요? 너무 그러지 마요! 난 벌써 메건이 만들어 줬던 핫 밀크가 그립다고요. 따뜻하게 데워서 향이 진하던 밀크티도요! 돌아올 때 차를 많이 가져오겠다고 했으니까 기대하고 있을게요?


서점에도 갔다 왔군요? 마음에 드는 책을 구했다니 다행이에요! <마지막 공주의 환상 이야기> 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여기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메건이 그책을 안다니 기뻐요!


아르헨 할머니의 의상을 만드는 것은 물론 저랍니다. 몇 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맞춤 옷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니 의상이 마음에 든다고 해 줘서 고마워요! 나도 항상 생각한 의상을 전부 만들어 보고 싶지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도 메건이 관련된 일이라면 언제라도 시간을 낼 테니 걱정 말아요!


그건 그렇고, 곧 결혼할 사람들의 분위기에는 마음을 말랑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어요. 글로 전해 들었을 뿐인데 괜히 저까지 기분이 달달해지잖아요? 아, 너무 좋아요! 물론 결혼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메건도 알죠?


이런,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메건한테 편지를 쓰다 보면 늘 이런다니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좀 많아야 말이죠! 좋은 꿈 꿔요, 이 편지가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언제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네요."


메건이 중얼거렸다. 보석상의 쉬는 시간에 잠깐 편지를 꺼낸 참이었다. 아르헨과 차를 마셨다가 우연히 일을 좀 도왔다가 그 자리에서 고용된 지 한 달째의 일이었다.


"누구, 세레나 꼬맹이?"


메건의 말에 아르헨이 물었다. 보석상의 점심시간에 편지를 꺼내 읽고 있던 메건이 미소를 지었다.


"네, 저번 편지에서 물어본 게 있었거든요."


"옷 관련해서? 걘 옛날부터 그랬어. 내 옷을 만들 때도 뭘 어찌나 물어보던지."


아르헨이 팔을 들어 보였다. 은색 단추가 달린 소매가 보였다. 마찬가지로 은색 단추가 달린 검은 자켓과 잘 어울렸다. 셔츠에는 크라바트가 달려 있었다.


"섬세해서 좋은걸요."


"콩깍지가 단단히 꼈구만."


보석을 정리하던 아르헨이 웃었다. 세레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잠깐 가졌다가 얼굴을 붉혔다.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가끔 사랑을 우정으로 착각하는 애들이 있기도 해."


"아니, 진짜로요."


아르헨은 이야기를 더 들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메건은 결국 샌드위치를 한 입 더 먹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나 더 줄까?"


"아니요, 괜찮..."


"그럼 단 거 먹어."

아르헨이 메건의 손에 쿠키를 쥐어 줬다. 메건은 샌드위치 두 개를 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르헨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저 진짜 배불러요."


"먹으면 다 들어가. 못 먹겠으면 주고."


결국 아르헨에게 쿠키를 건넨 메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시간은 끝나 가고 있었고 다시 일을 할 시간이었다.


메건이 하는 일은 간단했다. 유리창을 닦고 바닥을 청소하고 손님들을 맞은 다음에 돈을 받고 상품을 건네주는 일이었다. 아르헨이 주문을 받을 때부터 상품에 번호를 붙여 둔 덕분에 상품을 찾는 건 쉬웠다.


"왜 만년필이 없냐고!"


어려운 것은 이런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아르헨은 메건이 이런 손님들한테 휘말리지 않을 것 같아서 고용했다고 말한 적 있었다.


"죄송하지만 손님, 여긴 보석상입니다."


"근데 왜 만년필을 안 팔아!"


손님은 꿋꿋했다. 그래서 메건도 꿋꿋하게 나가기로 했다. 메건은 손님을 무시하고 다시 말했다.


"여기가 보석상이라서요, 손님."


"보석이나 만년필이나 그게 그거지!"


메건은 곁눈질로 가게 안쪽을 봤다. 아르헨은 웬 상자들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상자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 정리가 거의 끝난 것 같았다.


"만년필과 보석의 공통점은 반짝이고 비싸다는 것밖에 없는데요, 손님."


여차할 때는 아르헨이 도와줄 거라고 믿으면서 메건이 답했다. 손님은 이제 발까지 쾅쾅 구르면서 성질을 내고 있었다.


"됐고 만년필 내 와...?"


손님이 말끝을 흐린 이유는 간단했다. 팔을 걷어붙인 아르헨이 가게 안쪽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가게는 미친놈 안 받아. 나가!"


아르헨이 외쳤다. 가게에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손님은 아르헨을 한 번 봤다. 덩치가 있는 데다가 드러난 팔에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근육이 붙어 있었다.


"이거 협박이야, 알아? 신고할 거야!"


"백날 신고해 봐라, 네 말을 들을까."


아르헨이 한숨을 쉬었다. 손님은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아르헨이 뭔가 생각난 듯 메건을 돌아봤다.


"내일 돈 받아야 하지?"


"네, 내일 주시기로 하셨어요."


메건이 답했다. 아르헨은 특이하게도 사흘 간격으로 돈을 줬다. 메건이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언제든 일을 그만두고 약방을 열 수 있으니, 메건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직원이 있으니 확실히 편하네. 그만두는 게 아쉬운데."


"저도 약방은 열어야 하니까요."


"하긴 그래. 우리 동네에도 치료해 줄 사람 한 명은 있어야지. 그래도 차는 마시러 올 거지?"


"당연하죠."


메건이 웃었다. 지금은 낮에 몇 시간만 약방을 하지만, 곧 반나절 정도는 약방을 운영하게 될 터였다. 다른 동네에서 약방을 해 보는 건 처음이라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열어 보니 손님은 생각보다 많이 왔다.


"가게 운영이 다 그렇지 뭐. 손님도 생각보다 많이 올 텐데?"


"아직 모르죠. 그냥 막 연 가게여서 그럴 수도 있고..."


메건이 멋쩍게 웃었다. 아르헨은 옆에서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내가 소문을 내 줄 건데 뭐가 문제야?"


"와아, 감사합니다."


"영혼이 없어, 더 크게!"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메건은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갔다. 어째 가게 일을 하는 것보다 아르헨과 이런 대화를 하는 게 더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여."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창문을 닦던 메건이 중얼거렸다. 아르헨은 가게 구석의 의자에 주저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면서 메건에게 물었다.


"세레나 꼬맹이가 내 이야기는 좀 하냐?"


"편지에서요? 하죠."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리고 메건은 다시 창문을 닦기 시작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메건은 '세레나 꼬맹이' 라는 호칭에 상당히 놀랐다.


"내 입장에서는 이 동네 다 꼬맹이야."


"혹시 독심술 같은 거 하세요?"


메건이 물었다. 아르헨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얼굴에 다 보여, 얼굴에."


"그런가요?"


메건은 다시 고민에 빠진 상태가 되어서 창문을 닦았다. 아르헨은 여전히 웃으면서 메건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틀 뒤라고?"


"네, 그때부터 정상영업 시작하려고요."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겠네. 안 그래도 부족한 게 치유사 아닌가?"


"그러니까 저는 약초사..."


"그게 그거지."


대화를 포기한 메건은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보석들이 반짝거리는 탓에 눈이 아렸다. 아르헨은 어떻게 이걸 버티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나는 다 비법이 있어. 오래 하면 적응해. 넌 안 해도 괜찮지만."


"멋지시네요. 가게 열면 오실 거예요?"


"아무렴, 한 번 가야지."


세 번째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아르헨이 답했다. 메건은 잠깐 창밖을 봤다. 약방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 여자의 편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메건과 세레나의 결혼식 22.05.12 17 0 10쪽
21 메건의 답 22.05.11 13 0 10쪽
20 세레나의 청혼 22.05.08 17 0 9쪽
19 그리고 메건의 답장 22.05.07 18 0 9쪽
18 세레나의 진짜 답장 22.05.06 27 0 9쪽
17 세레나의 답 22.05.05 20 0 9쪽
16 메건의 고백 22.05.04 15 0 11쪽
15 세레나의 가족 22.05.01 23 0 11쪽
14 메건의 어떤 편지 22.04.30 18 0 10쪽
13 의문 22.04.29 19 0 1쪽
12 세레나의 어떤 편지 22.04.28 20 0 11쪽
11 메건의 손님들 22.04.27 19 0 11쪽
10 세레나의 옷에 대한 이야기 22.04.24 17 0 11쪽
9 메건이 갔던 결혼식 22.04.23 18 0 11쪽
8 세레나의 휴식 22.04.22 18 0 10쪽
7 메건의 일상 22.04.21 20 0 10쪽
6 세레나의 일상 22.04.20 23 0 10쪽
5 메건의 약방 22.04.17 20 0 11쪽
» 세레나의 의상실 22.04.16 20 0 9쪽
3 아르헨의 보석상 22.04.15 20 1 12쪽
2 그리고 답장 22.04.14 23 1 12쪽
1 어느 약초사의 편지 22.04.13 60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