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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로레 님의 서재입니다.

두 여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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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로레
작품등록일 :
2022.04.11 22:00
최근연재일 :
2022.05.12 18: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52
추천수 :
3
글자수 :
98,796

작성
22.05.05 18:00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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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세레나의 답

DUMMY

메건에게


고마워요! 메건이 배신당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줘서 기뻐요. 내 편지가 조금 늦었죠? 변명을 해 보자면, 어제부터 손님들이 몰렸어요! 세상에, 자리를 잠깐 비웠을 뿐인데 주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은 절대로 없지만요!


사실 저택에서 일하던 분들과 이야기를 조금 하느라 하루를 더 썼어요. 어쨌든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잖아요? 대부분은 그대로 일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만두겠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죠.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겠다는 분도 계셨고요! 적당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느라 조금 더 바빴어요.


세상에, 평소에는 보기 싫어도 돌아다니던 구인 전단지가 왜 찾으려고 하면 없는지! 결국 다들 일자리를 찾아가긴 했지만요. 이모한테 연락이 오긴 했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만나지는 못 했어요. 저택에서 나왔더니 언니한테 연락이 오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죠!


메건, 메건은 누군가가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자랑하는 걸 계속 듣고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낮부터 저녁까지? 맙소사, 테이블 위에 쌓여 있던 간식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대로 자리를 피해 버렸을 거예요! 언니는 좋은 사람이지만 가끔 자기 할 말을 너무 많이 한다니까요.


그래도 그날은 언니 덕분에 생전 들어 본 적도 없는 디저트를 많이 얻어먹었어요. 캐러멜에 졸인 사과가 올라간 타르트 타탱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크림과 크럼블, 무화과가 층으로 쌓인 무화과 베린느, 아이싱을 두껍게 입혀 놓은 촉촉한 레몬 마들렌 같은 것들요.


언니는 그러고 나서 또 저녁을 내 오더라고요? 간식을 먹고 나서 산책을 했기에 망정이지! 저녁 메뉴도 물론 훌륭했어요! 속을 파내고 야채를 넣어서 익힌 버섯요리와 버터 향이 진하게 나는 새우구이, 크림 파스타와 탄산수를 내 주더라고요.


그리고 디저트가 또 있었어요! 차가운 초콜릿 무스는 정말 맛있었지만 그렇게 배가 부른 건 또 처음이었다고요. 언니를 만날 때마다 식사를 하는데, 식사량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언니한테 물어보니 결혼한 사람이 마탑주라서 그렇다네요?


무슨 소리인가 싶죠, 메건? 저도 물어봤어요! 설명을 해 주기 전에 언니가 평범한 농부의 집안에서 둘째 딸로 태어나 마탑주가 됐다니 얼마나 대단하냐는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그건 일단 넘어가고. 마탑에서 하는 게 뭐가 있겠어요? 마법 연구죠.


그런데 이 마법 연구에 열량 소모가 엄청나다나 봐요! 언니도 마탑주와 같이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식사량이 늘어나고요. 세상에, 아카데미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대요! 그때부터 연구를 같이 했고요. 어쩐지 졸업하자마자 연락이 끊기더라니!


하긴 이상할 것도 없죠. 언니는 마법 관련 과목에서 항상 수석 아니면 차석이었으니까요. 어머니가 워낙 싫어하셔서 마법을 연구하는 걸 티도 못 냈을 거예요. 그나저나 그렇게 오래된 연애였다니! 두 사람이 결혼한 날이 우리가 만난 날이었죠. 기억하나요, 메건?


나는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만족스러운 하루였지만 지나치게 피곤했죠! 슬슬 머리가 아프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약방에 들어갔는데 메건이 있었어요! 은은하게 풍기는 허브 향기와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당신의 머리칼 덕분에 한순간 메건이 엘프인 줄 알았다니까요? 동화 속에나 나오는 존재를 떠올리다니!


하지만 정말 그랬는걸요. 메건도 손님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죠. 알고 보니 그 약방은 약의 재료인 약초를 파는 곳이었는데, 메건이 당연하다는 듯이 약을 만들어 줬잖아요? 메건이 가게를 얻은 후에 그때 일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자마자 생생하게 기억 속에서 살아나는 사건들이 있어요! 메건과 만났던 것처럼요!


라피네 언니 이야기-아, 그 언니 이름이 라피네였어요-는 듣지 못했군요? 하긴 항상 떠돌아다니는 사람이었죠. 없나 싶으면 있다가도 있다 싶으면 없었어요! 그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내기가 있었죠. 은화 반 닢을 걸고 하는 내기였는데, 라피네 언니가 집에 있을지 없을지를 맞추는 내기였어요!


처음은 다들 좋아하면서 참가했는데 아르헨 할머니가 참가해서 은화 열다섯 닢을 받아간 뒤로 내기가 열리지 않았죠. 라피네 언니가 동네에 꽤 오래 머물기도 했고요! 라피네 언니는 집도 꽤 독특한 구조였어요.


‘라피네 베시 비안나’ 라는 풀네임이 멋들어진 파란색 잉크로 적힌 하얀 문은 그렇다고 쳐도, 집 안에 걸려 있는 해먹과 고양이 두 마리가 한 층씩 차지하고 있는 이층 침대, 집 정중앙에서 자라고 있는 커다란 몸통의 나무를 보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심지어 그 나무는 지붕을 뚫고 자라는 중이었어요.


집에 처음으로 놀러가 본 건 마을에 간 지 한 달 정도 됐을 무렵이에요. 나무를 보고 당황했는데, 달려 있는 열매를 보고는 더 당황했죠! 달빛을 받기만 하면 푸른색으로 반짝이지만 원래는 은색인 잎과 초승달과 별 모양의 열매라니!


먹어도 괜찮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나네요. 먹으면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를 토해내며 죽으니까 절대 먹지 말라는 대답을 들었고요!


믿어지나요, 메건? 한동안 아르헨 할머니 곁에 꼭 붙어 잤다고요! 그래도 좋은 사람이었어요. 이런저런 간식도 사 주고, 나한테 글을 가르쳐 준 것도 라피네 언니였으니까요. 메건도 만나면 분명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거예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죠!


미루고 있었지만 답해야겠네요. 미안해요, 메건. 그 고백은 거절할게요. 나는 당신과 좋은 친구로 남고 싶고, 그런 관계가 되었다가 우리가 어색해지는 것도 원치 않아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세레나가


"저 방금 차였어요."


편지를 들고 온 메건이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라피네와 아르헨이 동시에 메건을 봤다.


"세레나 꼬맹이한테? 세상에, 걔가 벌써 그럴 나이야?"


라피네는 아르헨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메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아이를 달래는 것 같은 태도였다.


아르헨은 뭔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혼잣말을 하던 라피네가 메건에게 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약방 안 해?"


"아뇨, 당연히 하죠. 영업 시간 전까지만 있을 거예요."


메건이 답했다. 한숨 반 말소리 반이었다. 아르헨은 아무 말 없이 있다가 부엌 안쪽에서 카모마일 차를 만들어 왔다.


"이건 제 일인데 말이에요. 게다가 졸리면 큰일이고요."


아르헨에게서 찻잔을 건네받은 메건이 아무렇게나 중얼거렸다. 라피네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마법을 안 걸어서 효과가 그렇게 안 강해. 마셔도 괜찮을 거야."


자기 찻잔에도 차를 따른 아르헨이 답했다. 라피네는 카모마일 차 대신 진하게 우린 커피를 마셨다.


"아침부터 커피를 드세요?"


"난 하루종일 연구해야 하니까. 아침에 각성시켜 놓지 않으면 피곤해."


라피네가 답했다. 마탑에서 일한다는 라피네는 이런 곳 저런 곳 떠돌아 다니면서 마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일이라고 했다.


"뭐, 지금은 그 정보를 정리하는 작업 중이지만. 제일 지루한 작업이지."


라피네가 중얼거렸다. 아르헨은 그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장님?"


라피네의 직업에는 별 관심이 없던 메건이 아르헨에게 물었다. 라피네도 아르헨의 답변이 궁금했던지 아르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두 명의 시선이 아르헨에게 꽂혔다.


"거절할 줄 몰랐는데 말이야."


남은 차를 전부 들이킨 아르헨이 멋쩍게 답했다. 메건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뭐야, 어떻게 아셨대?"


라피네가 물었다. 아르헨은 그 이상 말을 해 주려 하지 않았다.


"저기, 잠시만요."


겨우 정신줄을 붙잡은 메건이 아르헨을 불렀다. 가게 구석으로 돌아가려던 아르헨이 메건을 돌아봤다.


"왜 거절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메건이 더듬더듬 물었다. 아르헨은 제 찻잔에 차 한 잔을 더 따른 다음 한 모금을 마시고 답했다.


"네 이야기를 할 때 보니까 내내 웃고 있던데."


"그래,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이었다고."


라피네가 아르헨을 거들었다. 메건은 조금 당황했고, 약간 민망했다. 세레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자신도 저렇게 보였으려나 싶었다.


"뭐, 걘 가끔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 때가 있으니까."


라피네가 혼잣말을 했다. 메건이 라피네를 빤히 쳐다봤다. 무슨 말인지 설명해 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날 것 같은 눈빛이었다.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야."


라피네가 메건의 시선에 윙크로 답했다. 그리고 메건이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정 걱정이라면, 내가 좀 도와줄 수도 있지. 편지 쓰는 걸 도와줄 수도 있고."


그러더니 라피네는 메건의 손목을 잡고 가게 밖으로 데려갔다. 그 뒤로 이어진 라피네의 행동은 메건이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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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메건과 세레나의 결혼식 22.05.12 17 0 10쪽
21 메건의 답 22.05.11 13 0 10쪽
20 세레나의 청혼 22.05.08 17 0 9쪽
19 그리고 메건의 답장 22.05.07 18 0 9쪽
18 세레나의 진짜 답장 22.05.06 27 0 9쪽
» 세레나의 답 22.05.05 19 0 9쪽
16 메건의 고백 22.05.04 15 0 11쪽
15 세레나의 가족 22.05.01 22 0 11쪽
14 메건의 어떤 편지 22.04.30 18 0 10쪽
13 의문 22.04.29 17 0 1쪽
12 세레나의 어떤 편지 22.04.28 19 0 11쪽
11 메건의 손님들 22.04.27 19 0 11쪽
10 세레나의 옷에 대한 이야기 22.04.24 17 0 11쪽
9 메건이 갔던 결혼식 22.04.23 18 0 11쪽
8 세레나의 휴식 22.04.22 18 0 10쪽
7 메건의 일상 22.04.21 18 0 10쪽
6 세레나의 일상 22.04.20 22 0 10쪽
5 메건의 약방 22.04.17 19 0 11쪽
4 세레나의 의상실 22.04.16 19 0 9쪽
3 아르헨의 보석상 22.04.15 20 1 12쪽
2 그리고 답장 22.04.14 21 1 12쪽
1 어느 약초사의 편지 22.04.13 5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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