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로레 님의 서재입니다.

두 여자의 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루로레
작품등록일 :
2022.04.11 22:00
최근연재일 :
2022.05.12 18: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9
추천수 :
3
글자수 :
98,796

작성
22.05.01 18:00
조회
21
추천
0
글자
11쪽

세레나의 가족

DUMMY

메건에게


미안해요! 정말로 오래 걸렸죠.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처리할 일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메건, 아무래도 이건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화내도 괜찮고 짜증내도 괜찮고 편지를 안 보내도 괜찮지만 나한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지만 말아 줘요. 그러면 정말로 슬플 것 같아요.


우선 연락이 없었던 이유부터 설명해 보자면, 계승 문제 때문에 말이 많았어요. 세상에! 원래 우리 언니가 물려받아야 했겠지만 마탑주와 결혼한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나 봐요.


정작 몇 년 전에 집을 나온 저랑은 며칠 전에도 만났는데 말이죠. 어쨌든 돌고 돌고 돌아서 제가 최종 상속자였어요! 맙소사, 집을 나온 지 그렇게 오래된 줄 처음 알았다니까요.


어쨌든 설명을 해 보자면, 어머니는 백작이셨어요. 백작가는 여러 개다 보니 그렇게 영향력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영지가 있었고 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죠.


한동안은 다른 백작가와 충돌이 있어서 어머니가 알고 지내던 분께 저를 맡겼고, 그게 아르헨 할머니셨어요! 그렇게 그 동네에서 살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이모가 있더라고요. 이모는 왕실 기사단에서 기사단장으로 일하셨어요.


덕분에 여러 가지를 배웠죠. 승마와 사냥, 검술 같은 것 말이에요. 메건이 날 보면서 왕실 기사단을 떠올렸던 것도 이해가 가요. 한때 왕실 기사단에 들어가려고 시험도 봤었거든요. 1차 필기 시험은 합격했지만 어머니가 너무 심하게 반대하셔서 2차 실기 시험은 못 쳤죠!


어머니와 딸이 멀리 떨어져 있는 꼴은 못 보겠다고 말하시더라고요? 나를 보러 오셨던 건 몇 년에 한 번이 될까 말까 했는데 말이죠! 결국 몇 년 뒤에 왕실 기사단 숙소보다 더 먼 곳으로 도망가 버렸지만요!


그 외에 내가 흥미를 보였던 것 단 두 가지는 자수 놓기와 편지 쓰기였어요. 편지 쓰기라기보다는 필사를 더 좋아했지만 어머니가 평민들이 밥벌이로 해 대는 그런 일을 하고 싶냐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는 별로 친절한 분은 아니셨어요. 그게 최선이셨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요. 딸 둘이 집을 나간 걸 보면, 글쎄요! 나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옷 만드는 일이 좋았어요. 어머니는 당연히 반대하셨죠! 귀족 집안의 딸이면 영지를 물려받아서 통치하기만 하면 그만이라고요. 정말로 그랬을까요? 어머니가 주겠다고 했던 영지는 후작 가문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나는 돈도 땅도 다 잃고 아무것도 못 하는 멍청이로 살 수는 없었어요!


집에서 도망치는 건 쉬웠죠. 어머니는 가문을 이을 사람인 언니에게는 관심을 상당히 쏟으셨지만 내 이름을 제대로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마침 나한테는 내 말을 잘 따르는 우아한 검은색 말이 있었고 영지를 벗어나는 지름길을 가장 잘 알고 있었어요.


아르헨 할머니의 손에 맡겨지기 전에는 항상 하인들과 함께 지냈으니까요. 그중 나를 유독 예뻐했던 집사장님은 나를 붙들고 이런저런 걸 가르쳐 주셨었는데, 지름길도 그분이 가르쳐 주셨죠.


집을 떠나기 하루 전날에는 저택에서 일하던 분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지만 어머니에게 찾아가 보지는 않았어요. 언니는 진작에 집을 나가 있었고요! 언니와 저택에서 일하는 분들이 전부 보석은 팔아 봤자 제값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지나치게 화려한 것밖에 없으니까 돈을 챙기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했죠! 베개 밑에 모아 뒀던 돈을 품고, 주방에서 음식만 조금 챙겨서 곧바로 나왔어요. 영지를 벗어난 순간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데요! 그대로 수도까지 달렸죠.


처음 몇 달간은 정말 겪어 본 적 없던 사고의 연속이었지만 그 뒤로는 조금 괜찮았어요. 아르헨 할머니께 편지를 썼더니 의상실을 하고 계시는 재봉사 한 분을 소개받았거든요! 덕분에 조금 뒤에는 괜찮은 위치에 가게를 열었고 잔잔하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죠. 네, 이게 끝이에요.


그래서 작위랑 영토를 왜 거절했는지 궁금하겠죠? 거긴 몇 년 전에 죽어버린 땅이에요! 사람들은 다른 영지로 피난을 갔고, 농작물에 병이 돌아서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살아 있는 사람도 없고, 살아 있는 풀도 없다고요!


가장 관리하기 까다로운 땅이라서 서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나한테 왔을 뿐이에요. 어머니의 저택과 재산은 모두 이모가 가져갈 예정이니까요. 만약 언니가 불가피한 이유로 상속을 받지 못하면 그 집이랑 재산은 모두 이모에게 주라고 어머니의 유언장에 써 있었다나 봐요.


내가 어릴 때 만난 이모는 어머니보다 훨씬 다정한 분이셨으니 집이랑 재산이 이모에게 간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는 않겠죠. 언니는 그 유산을 받을 생각이 정말로 없나 봐요.


며칠 전에 만나서 물어보니 지금 생활이 너무 행복해서 괜히 영지 같은 걸 받고 싶지도 않고, 이미 살고 있는 집이 있는데 저택을 받아 봤자 쓸모가 없닥 하더라고요?


마탑주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큰 외동딸이래요. 늘 다정한 사람이라서 반했다고 하더라고요? 언니의 연애사를 듣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쯤에서 물어보기를 멈췄죠.


그런데 메건, 믿어져요? 그 유언장에 내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었는데, 그냥 그 여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온 거라고요!


나는 지금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매일 행복하게 보내고 있어요. 친척들한테 일일이 연락을 돌리고 나니 손목이 시큰거리더라고요! 네, 내 설명은 이게 끝이에요.


그리고 만약 당신이 내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슬프지 않냐’ 고 물어본다면 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할 거예요. 사실이니까요! 평생 동안 얼굴을 본 횟수라고는 서너 번이 끝인걸요.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을 때 누구나 느끼는 안타까움이야 물론 있지만 가족의 정이요?


잘 모르겠네요! 미안해요, 내가 너무 이상하게 굴었나요? 마음이 급해서 그래요. 빨리 메건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미안해요!


숨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결국 숨긴 게 있었잖아요. 사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메건, 나한테 화내도 좋고 나중에 날 만났을 때 때려도 좋으니까 하나만 답해주세요. 사랑한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였어요?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나요?


세레나가


"연애해?"


돌라가 물었다. 메건이 설레는 발걸음으로 달려 나가서 편지를 가져오는 걸 모두 본 모양이었다. 사람이 있는 줄 알았다면 표정 관리라도 했을 텐데.


인형 가게가 쉬는 날인 줄은 몰랐고 돌라가 메건의 가게에 놀러올 줄은 더더욱 몰랐던 메건이 얼굴을 붉혔다.


"뭐야, 고백 편지라도 받았어?"


가게에 놀러 와 있던 또 다른 사람인 비테라가 관심을 보였다. 메건이 고개를 저었다.


"본인이 고백한 쪽이구만? 그래서, 어때?"


"글쎄요, 곧 차일 것 같은데요."


약초를 포장하던 메건이 답했다. 노끈에 묶인 종이 꾸러미는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 메건은 다른 쪽으로 달려가는 생각을 막기 위해 비테라의 장신구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비테라의 장신구는 누가 봐도 화려했다. 게다가 누가 봐도 사탕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었다.


지팡이 사탕 모양 귀걸이나 롤리팝 사탕 모양 브로치를 보고 있자면 사탕 가게 주인인 걸 그렇게 드러내고 싶은지 궁금해졌다.


"곧 차일 것 같다는 건, 아직 답을 못 들은 거지?"


비테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핵심을 꿰뚫는 말이었다. 메건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비테라의 머리끈에 있는 알사탕 모양 방울만 노려봤다.


"왜 차일 거라고 확신하는데?"


나무 인형을 만들던 돌라가 물었다. 돌라의 손 위에는 작은 고양이 인형이 여러 개 있었다. 메건은 이제 돌라의 옷에 시선을 집중했다.


인형 가게 주인인 돌라는 말 그대로 인형처럼 입고 다녔다. 뭐가 됐든 화려하면서 과하지 않은 디자인의 옷 위에는 항상 케이프를 걸쳤다. 신발에는 언제나 리본 아니면 보석 장식이 있었다.


"말 안 해 줄 거야?"


메건의 이번 시도는 실패했다. 돌라는 메건을 빤히 바라봤다.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메건은 결국 입을 열었다.


"반응이 영 떨떠름하더라고요."


메건이 중얼거렸다. 돌라는 메건의 손바닥 안에 고양이 인형 두 개를 쥐어 줬다.


"주시는 거예요?"


메건이 물었다. 한 마리는 목에 작은 금색 방울을 매달고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빨간 리본을 달고 있었다.


"연애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러더니 돌라는 인형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한숨 소리와 심심한 누군가가 머리방울을 가지고 장난치는 소리가 섞였다.


"세레나한테 답장 안 왔어?"


비테라가 물었다. 메건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답장이야 물론 왔다. 그 답장의 내용이 문제였다.


"오긴 왔는데, 반응이 영 떨떠름해요. 이게 고백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것 같던데요."


"저런."


인형을 하나 더 완성한 돌라가 탄식했다. 메건이 별안간 말을 멈췄다.


"저기, 잠시만요."


"왜?"


"세레나인 걸 어떻게 아셨어요?"


비테라와 돌라가 동시에 웃었다. 가게 안에 맑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모를 수가 있나?"


메건은 잠깐 자신의 과거를 돌아 보고 있었다. 대체 세레나에 대해 말할 때 어땠길래 이런 반응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좀... 놀랍네요."


메건이 중얼거렸다. 돌라는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마침 가게에 손님이 들어온 탓에 돌라와 비테라 둘 다 오두막 구석에 있어야 했다.


그날 밤, 메건은 침대에 누워서 고민해야만 했다.


세레나가 헷갈린다는 건 메건이 말하고 싶은 바를 제대로 전해지 못했다는 걸 뜻했다. 메건은 이제 제 감정이 사랑이 맞는지 되짚어 보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해 보느라 온 밤을 흘려보낸다. 사소한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작은 애정에도 심장이 나풀거린다.


당신 생각을 할 때 미소짓는 걸 사랑이라고 하지 않으면, 대체 뭐가 사랑인지.


그러니까 메건은 결국 세레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 여자의 편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메건과 세레나의 결혼식 22.05.12 17 0 10쪽
21 메건의 답 22.05.11 13 0 10쪽
20 세레나의 청혼 22.05.08 17 0 9쪽
19 그리고 메건의 답장 22.05.07 18 0 9쪽
18 세레나의 진짜 답장 22.05.06 27 0 9쪽
17 세레나의 답 22.05.05 19 0 9쪽
16 메건의 고백 22.05.04 15 0 11쪽
» 세레나의 가족 22.05.01 22 0 11쪽
14 메건의 어떤 편지 22.04.30 18 0 10쪽
13 의문 22.04.29 17 0 1쪽
12 세레나의 어떤 편지 22.04.28 19 0 11쪽
11 메건의 손님들 22.04.27 18 0 11쪽
10 세레나의 옷에 대한 이야기 22.04.24 17 0 11쪽
9 메건이 갔던 결혼식 22.04.23 17 0 11쪽
8 세레나의 휴식 22.04.22 18 0 10쪽
7 메건의 일상 22.04.21 18 0 10쪽
6 세레나의 일상 22.04.20 22 0 10쪽
5 메건의 약방 22.04.17 19 0 11쪽
4 세레나의 의상실 22.04.16 19 0 9쪽
3 아르헨의 보석상 22.04.15 20 1 12쪽
2 그리고 답장 22.04.14 21 1 12쪽
1 어느 약초사의 편지 22.04.13 59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