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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로레 님의 서재입니다.

두 여자의 편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루로레
작품등록일 :
2022.04.11 22:00
최근연재일 :
2022.05.12 18: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48
추천수 :
3
글자수 :
98,796

작성
22.04.20 18:00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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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레나의 일상

DUMMY

메건에게


아, 우리 둘 다 바쁘군요! 슬픈 일이에요. 저도 무척 바쁘답니다! 요즘 데뷔탕트가 정말 많더라고요! 작고 오밀조밀한 장신구를 만드는 건 물론 즐겁지만 손이 아파요! 아, 하지만 그만큼 좋은 것들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좋게 생각해야죠, 뭐!


실은 이번에 아주 화려한 옷을 만들었어요! 아르헨 할머니의 보석상에 주문했던 장식품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요. 특히 브로치가 아주 중요하고요!


은을 얇은 나뭇잎 모양으로 세공한 다음 마찬가지로 은으로 만든 나뭇가지에 이어 붙였죠. 중간중간에는 꽃 대신 꽃 모양으로 세공된 푸른 보석이 달려 있어요!


이 브로치는 옷의 목깃에 달려 있죠. 어두운 푸른색 셔츠에 어두운 푸른색 프릴, 그리고 반짝이는 브로치! 물론 아르헨 할머니의 실력보다는 못하지만요. 자켓은 조금 더 밝은 푸른색이고, 보석을 잘게 조각내서 뿌렸어요. 과하지 않게 뿌리는 게 힘들었죠!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으면 반짝이며 빛나서,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져요.


그나저나 메건, 당신은 나를 너무 좋게 봐 주고 있지 않나요? 물론 지금 이곳에서 가장 이름 난 의상실의 주인이 저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걸요! 아니, 하지만 당신이 내게 그렇게 말해 줘서 기뻐요.


아마 당신도 당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겠지요. 당신이기 때문에 더더욱 기쁜 거고요. 우리 둘 다 서로에게 인정받는 게 기쁜 일이군요!


아, 그나저나 당신의 마법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에요. 저는 마법을 쓸 수 없으니까요. 당신의 조약돌은 아직 잘 보관하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아르헨 할머니와 차를 마셨군요. 둘이 많이 친해졌나 봐요! 맞다, 그릇 가게는 사탕 가게들의 반대편에서 조금 더 걸은 다음 왼쪽으로 꺾으면 있어요. 모든 그릇이 다 우아하지만 특히 찻잔이 정말 예뻐요! 잠깐 보고 있기만 해도 사고 싶어진다니까요?


고운 색을 입히고 반짝이는 무늬를 그려 넣은 찻잔들은 가게 주인의 자랑거리죠! 그 그릇 가게를 서성이다 보면 가끔 이 빠진 작은 그릇들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어렸을 때는 그 이 빠진 그릇들이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몰라요!


생각해 보면 그 마을은 어린아이한테 참 좋은 곳이었어요. 남은 반죽을 조금씩 주던 제빵사, 종종 사탕을 덤으로 주던 사탕 가게 사장님, 보석 가게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아무 말 안 하시는 아르헨 할머니, 이 빠진 그릇을 잘 닦아서 주시던 그릇 가게 사장님과 동화책을 추천해 주던 서점 주인.


아, 생각하다 보니 가고 싶네요! 그거 아나요, 메건? 실은 이번 데뷔탕트 시즌이 끝나면 저도 그곳에 잠깐 내려갈 거에요! 휴식이 필요하다고요! 아, 물론 주문받은 것만 좀 만들고 나서.


세레나가


"편지가 와 있던데?"


"아, 감사합니다."


메건이 편지를 건네받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세레나로부터 온 편지였다. 손님이 들어오면서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디가 안 좋으세요?"


메건이 물었다. 손님은 잠깐 고민하다가 답했다.


"뭐 별로 움직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머리 아프고, 숨이 차고 막 그래."


메건은 손님을 자세히 관찰했다. 피부가 창백했고 팔다리에도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팔다리가 저리거나 하세요?"


"맞아, 내가 딱 그래."


메건은 잠시 고민했다. 분명히 빈혈 증세가 맞았다. 메건이 다시 물었다.


"혹시 월경 중이세요?"


"맞아. 평소에는 안 이랬는데 이번에 유독 이러네."


"빈혈이네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메건이 답했다. 그리고 부엌 구석에서 레몬그라스 어린잎을 꺼냈다. 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잎은 아직 싱싱했다. 메건은 어린잎을 앞에 두고 주문을 외웠다.


"아우지에테."


허브의 효과를 강화하는 주문이었다. 약초사가 보존 마법과 더불어서 무조건 배워야 하는 주문이기도 했다. 손님은 흥미로운 눈으로 눈앞에 놓인 약초를 봤다.


"저기 물 끓는데?"


"아."


메건이 서둘러 달려갔다. 스토브 위에 올려 둔 주전자가 덜그럭거렸다. 메건은 차가 충분히 우러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한 잔을 따라서 손님에게 내밀었다.


"뜨거우니까 식혀서 마시세요."


손님은 조금 지나치게 식혀 마시는 것 같았다. 그동안 메건은 레몬그라스 잎을 소분해서 작은 통 안에 각각 담았다. 손님이 차를 아주 오랫동안 마신 덕분에 시간이 충분했다.


메건은 이어 통들을 비어 있는 스노우볼에 집어넣고 마법을 걸어 둔 조약돌을 함께 넣었다. 레몬그라스 잎의 보존을 도울 물건들이었다.


"하루에 한 잔, 한 통에 있는 거 전부 넣고 끓여서 드세요."



이제는 더 이상 스노우볼이 아닌 스노우볼을 내밀면서 메건이 말했다. 손님은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찻잔은 거의 비어서 바닥이 보였다.


"고마워요. 벌써부터 조금 나아진 것 같네."


"다행이네요. 안녕히 가세요, 손님."




"아, 그리고 이거."


"네?"


손님은 메건이 당황한 틈을 타서 품 안에 뭔가를 안겼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갈색 통이었다.


"별 건 아니고, 버터랑 빵이랑 한 덩이씩 넣었어요."


"아니요, 손님. 안 주셔도 괜찮은..."


"받아, 받아. 세레나 친구라는데 뭐 안 주면 섭섭해.


손님은 그대로 나갔다. 메건은 한숨을 쉬며 잠깐 기지개를 켰다. 숲 속의 구석진 가게인 데다가 영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메건은 새삼 아르헨의 입소문 내는 솜씨에 감탄했다.


'마을이 작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네.'


메건이 멍하니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쉬는 날을 만들어 둔 게 다행이었다. 세레나는 어떻게 한 달에 한 번만 쉬고(심지어 그때마저도 재료를 사러 나갔다) 가게를 운영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지.'


세레나로 향하던 생각은 자연히 세레나의 옷까지 떠올리게 했다. 지금 메건이 입고 있는 초록색 조끼와 셔츠, 갈색 바지도 모두 세레나가 만든 옷이었다. 금실 자수가 화려한 덕분인지 움직이기 편해 보였는지 그 옷을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아, 걔가 벌써 그럴 나이야? 세레나 친구라고? 반가워요!'


세레나가 만들었다고 하면 가게에 찾아온 모든 사람이 그렇게 반응했다. 세레나는 어릴 적에이 동네에 살면서 가게 주인은 모두 만나 본 게 틀림없었다.


"실례합니다, 주인분 있으신가?"


"네, 어디가 안 좋으세요?"


나무 문이 열리는 소리에 메건이 벌떡 일어났다. 문 열리는 소리가 워낙 커서 굳이 작은 종을 달아 놓을 필요도 없었다.


"아니, 어디가 안 좋은 건 아니고. 혹시 그냥 차도 파나?"


"네, 잠시만요."


메건이 부엌 구석에서 메뉴판을 꺼내 왔다. 수도에 있을 때 진상들한테 시달리다 못한 나머지 적당히 만들어 둔 메뉴판이었다. 어째서 약초사에게 온 다음 차를 찾는 건지는 그때도 지금도 알 수 없었다.


"아, 그럼 캐모마일 릴렉서 한 잔. 차를 마시고 싶어도 찻집이 없으니 말이야."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찻집이 없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이미 차를 잘 끓이는 식당이 널린 탓이었다. 심지어 어떤 식당은 식사보다 차와 디저트가 맛있었다.


"물론 식당에 가면 차를 마실 수야 있지. 하지만 꼭 식사를 해야 하잖아."


"그야 그렇죠."


캐모마일 릴렉서를 만들면서 메건이 답했다. 티백을 우려내고, 수도에서 어렵게 구한 리치농축액을 넣고 저은 다음 얼음을 넣고 로즈마리 허브와 레드커런트를 올렸다. 맛과 모양까지 둘 다 챙길 수 있는 좋은 음료였다.


"고마워요, 색깔 이쁘네."


"그렇죠? 저도 이 음료 좋아해요."


손님은 가게 안에서 음료를 모두 마시고 갈 생각인 것 같았다. 메건은 굳이 그걸 말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손님으로 바글바글한 것도 아니었고 메건이 특별히 바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 옷 어디서 산 거예요? 자수가 참 곱네."


"친구한테 선물받았어요."


가게를 본격적으로 연 지 나흘. 그 옷 어디서 샀냐는 질문이 벌써 네 번째였다. 손님은 흥미로운 눈으로 메건의 초록색 조끼를 봤다.


"수도에 사는 친구?"


"어떻게 아셨어요?"


"요즘엔 다들 그렇게 입고 다닌다고 하던데. 나도 친구한테 요즘 유행을 조금 들었거든."


손님은 이내 텅 빈 컵과 함께 웬 모자를 내밀었다.


"이거 별 건 아니고,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네? 아뇨, 그래도 그건..."


"아이, 약방에서 차 얻어마셨으면 추가금은 받아야지."


손님은 기어이 메건에게 모자를 씌우고 떠나 버렸다. 금색 리본에 노란 꽃이 함께 달린 초록색 모자였다. 마을에 있는 가게에서 파는 상품이었다.


"여기가 더 나은 것 같아."


수도에 있던 진상들을 떠올린 메건이 중얼거렸다. 약방에서 차를 얻어마시고 자발적으로 추가금(돈은 아니지만)을 주고 가시는 분이라니, 수도에 있을 때는 본 적도 없었다.


"세레나는 뭐 하려나."


중얼거린 메건이 다시 약초 손질에 집중했다. 가게는 아직 열려 있었고 해가 지기까지도 한참 남은 상태였다.


'쉬는 날에는 거리에 좀 나가 봐야겠어.'


결국 약초 손질에 완전히 집중하는 걸 실패한 메건이 생각했다. 서점도 들르고, 세레나가 말해 줬던 가게들도 조금 들르고, 만년필이나 편지지나 깃펜도 좀 구경할 생각이었다.


'이런 재미 없이 어떻게 사는지.'


당연히 세레나를 말하는 것이었다. 세레나가 쉬는 날에 재료를 사기 위해 하는 외출이 메건의 거리 구경과 비슷하다는 건 알았지만, 메건은 쉴 대까지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제는 오후에 붙들어 놓을 수도 없으니 걱정이야.'


약초를 통에 옮겨담으면서 메건이 생각했다. 메건의 걱정과는 달리, 세레나는 쉬는 날 오후에 메건의 편지를 읽으면서 나름 잘 지내는 중이었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면서 한낮이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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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레나의 진짜 답장 22.05.06 27 0 9쪽
17 세레나의 답 22.05.05 19 0 9쪽
16 메건의 고백 22.05.04 15 0 11쪽
15 세레나의 가족 22.05.01 21 0 11쪽
14 메건의 어떤 편지 22.04.30 18 0 10쪽
13 의문 22.04.29 17 0 1쪽
12 세레나의 어떤 편지 22.04.28 19 0 11쪽
11 메건의 손님들 22.04.27 18 0 11쪽
10 세레나의 옷에 대한 이야기 22.04.24 17 0 11쪽
9 메건이 갔던 결혼식 22.04.23 17 0 11쪽
8 세레나의 휴식 22.04.22 18 0 10쪽
7 메건의 일상 22.04.21 18 0 10쪽
» 세레나의 일상 22.04.20 22 0 10쪽
5 메건의 약방 22.04.17 19 0 11쪽
4 세레나의 의상실 22.04.16 19 0 9쪽
3 아르헨의 보석상 22.04.15 20 1 12쪽
2 그리고 답장 22.04.14 21 1 12쪽
1 어느 약초사의 편지 22.04.13 5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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