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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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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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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101,332

작성
21.03.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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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밖으로 1

DUMMY

그레이스와 미호는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혔다.

흡수해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그는 붉은 켄타우로스의 마석을 제일 마지막으로 남겨뒀다.

너무 큰 걸 한 번에 삼키려 하다간 탈이 나는 수가 있었다.

침대 머리판에 몸을 기대고 양손에 마석을 쥐었다.

마력이 오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그 동안 미호는 침대 발치에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숨은 쉬는지 등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걱정은 됐지만 그냥 내버려 두는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였다.


사람이 마력으로 자신의 내부를 단련할 때 건드리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몬스터도 그런 시기가 있다.

지금 미호가 그런 상황이었다.

삼킨 마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마력을 흡수하는 시기.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 혼자 헤쳐나갈 수 밖에 없는 순간인 것이다.


이젠 그레이스의 차례였다.

그는 아공간에서 붉은 빛을 내는 마석을 꺼내 품에 안았다.

붉은 마석은 사람의 머리 크기만 했다.

마력량으로 따져도 켄타우로스들의 마석을 삼킨 지금의 그레이스보다 조금 많을 듯 했다.

게다가 불안정했다.

평범한 몬스터치고는 마력량이 과하게 많다 싶었는데 흡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작성 삼키기만 했던 모양이다.


그레이스의 얼굴에 떨떠름한 미소가 떠올랐다.

조금씩 깎아내리려던 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금 마석은 물이 가득한 물풍선 같은 상태였다.

겉을 감싸고 있는 표면에 구멍이 나면 바로 물이 터져나올 것이다.

그는 터져나오는 물을 다시 가두기엔 힘이 모자랐다.

전부 쏟아낸 뒤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자신의 마석이 성장해 마력을 담아낼 때까지만 버텨내면 충분했다.


그레이스는 양손에 마력을 끌어올려 붉은 마석으로 흘려넣었다.

퍽!

그의 품에서 터지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막대한 마력이 그의 안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마력의 격류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까딱하면 휩쓸려 버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레이스는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다.

의식을 잃었다간 격렬하고 폭력적인 마력의 흐름에 몸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아직이다.

아직 모자랐다.

그레이스는 자신의 마석에서 마력을 더 끌어올렸다.

격렬한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마력으로 휘감아 제어해야 했다.

그레이스의 마력이 올올이 풀려나와 마석의 마력을 감싸 안았다.


제어는 쉽지 않았다.

마석의 마력은 사나운 맹수처럼 날뛰었다.

굳게 다문 그레이스의 입가에 핏방울이 새어 나왔다.


약간의 충격은 어쩔 수 없었다.

대강의 흐름을 제어해내려면 반동은 감수해야 했다.


맹수는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힘을 잃은 맹수가 그레이스에게 잡아먹히는 건 시간 문제였다.


거칠게 날뛰던 마력은 마침내 그레이스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끌어낸 마력을 천천히 마석으로 되돌렸다.


새로 흡수한 마력이 완전히 그의 마력이 된 것은 아니다.

시간을 들여줘야 했다.

굳이 뒤섞으려 하지 않아도 두 종류의 마력은 그의 마석 안에서 천천히 하나가 되어갈 것이다.


*

*

*


“아저씨!”


며칠만에 보는 그레이스의 모습에 일레인이 계단을 달려내려왔다.

방에서 둘이 뭘 하는지 문을 걸어잠그고 나오지도 않아 걱정하던 차였다.


“일어났냐.”


그녀의 목소리에 그레이스가 고개를 들었다.

며칠을 굶은 탓에 볼살이 쪽 빠진 모습이었다.

챱챱챱챱.

그의 발치에서는 미호가 밥그릇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일레인은 반가움의 표시로 미호를 쓰다듭었다.

미호는 귀찮다는 듯 꼬리를 흔들어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꼬리가 네 개로 늘어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깜짝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일레인도 다소 지식이 있는지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성장의 증거였다.


며칠 사이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일레인은 그레이스의 맞은 편에 앉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꼬리 네 개 되기엔 너무 빠른데. 백 년 정도 걸려야 하나 늘지 않아요?”

“괜찮은 마석 얻은 김에 먹였어. 그거 전부 소화시키니까 저렇게 되더라.”

“흐응···.”


그녀는 더 얘기해보라는 듯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것만으로 며칠이나 있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미호가 성장하는데 그레이스까지 갇혀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으니.


살짝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그레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을 맞춘 채 한참을 있으니 그녀의 눈빛에 짜증스런 기색이 어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 다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의 가벼운 장난이 어느새 눈싸움으로 진행되어 버렸다.


“이겼다!”

“으으으음···.”


먼저 눈을 피한 것은 그레이스였다.

며칠 밤을 샌 탓에 한참동안 눈을 뜨고 있자 죽을만큼 아파온 것이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잠시 가만히 있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싱글벙글한 일레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신의 요구 조건을 말했다.


“아저씨, 제가 이겼으니 얘기해줘요.”


어차피 얘기해 줄 생각이었는데 이기면 말해주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나보다.

그레이스는 가볍게 피식 웃었다.


‘어쩐지 이기려고 전력을 다 하더라니···.’


그녀는 미간에 힘을 주고 그레이스를 째려보았다.

빨리 얘기하라는 독촉이었다.

그레이스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알았어. 얘기해줄테니까 얼굴에 힘 풀어.”

“헹.”


그제서야 일레인은 만족한다는 듯 웃으며 자세를 바로했다.

얼굴이 멀어지니 그레이스도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인상을 잔뜩 쓴 채로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으니 웃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참아내느라 고역이었다.


“그래서, 아저씬 뭐하고 있었어요?”

“깨달은 걸 정리하고 있었다.”

“뭐예요, 그게?”


아무래도 일레인은 잘 모르는 듯 했다.

언젠가 그녀도 직접 겪는 순간이 있을테니 이번 기회에 설명해 둬야 할 모양이었다.

그레이스는 오래 전, 그가 마왕이 되기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깨달음을 얻던 순간의 기억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매 싸움마다 무엇이 문제였나, 어떻게 싸웠어야 했을까, 배워야 할 게 뭐가 있었나 되짚어 보라고 가르쳐 줬었지?”

“네. 근데 그게 며칠이나 걸려요?”

“그럴 때가 있어. 싸우다 보면 뭔가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거든.”

“그 뭔가가 뭔데요?”

“그게···, 음···. 말로 설명하긴 곤란한데. 기묘한 감각에 가까워서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해.”

“에이···.”

“계속 수련해 나가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네. 근데 누구랑 싸웠어요?”


일레인은 그제서야 식기를 들었다.

중요한 내용은 들었으니 나머진 편하게 들으려는 생각이었다.


“켄타우로스 무리.”

“뭐?”

“미쳤구나···.”


정작 놀란 것은 떨어진 자리에 둘이 앉아있던 카를과 로시크였다.

놈들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일레인은 무슨 일인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떤 놈들인데 그래요?”


카를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일레인의 질문에 답했다.


“이 초원의 최강자야. 무리를 지어서 한 번 돌격할 때마다 오크 마을 하나가 사라질 정도지. 한 마리 한 마리가 트롤이 도망칠 정도로 강력한 녀석들이라고.”


그 말에 일레인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레이스를 바라봤다.

그레이스는 그녀가 걱정할까 황급히 답했다.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면 그렇게 어려운 상대도 아니야. 미호가 마법으로 숨겨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녀석들끼리 내분이 나서 자기들끼리 죽인 게 대부분이었어. 다친 녀석들 뒷처리 하는 거 정도야 별 거 아니잖아.”

“흠···, 말이 길어지는 거 보니 되려 수상한데···.”


일레인의 감은 날카로웠다.

그레이스가 숨기려는 사실이 있다는 걸 제대로 짚어냈다.

그때 미호가 입을 열었다.


“정말이야. 나도 같이 싸웠으니까 쉽게 잡았어. 싸우는 중이라 우리한테 시선이 쏠리지도 않았고.”

“그래? 우리 미호 잘 했어요. 어쩜 이렇게 기특해?”


일레인은 미호를 들어올려 얼굴을 부볐다.

미호가 적당한 덕분에 그레이스에게 향해지던 시선은 미호에게 돌아갔다.


이제 일레인은 미호의 폭신한 꼬리털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미호는 그레이스를 향해 살짝 눈짓을 했다.


“요망한 녀석.”


그는 씨익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

*

*


그레이스는 북쪽을 향했다.

나가기 전에 챙겨야 할 것이 남아 있었다.


오크의 부락.

지난 번에 카를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한 그곳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얻은 힘을 시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몬스터가 한 마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라면 멀리서 기척이라도 살폈을 녀석조차도 없었다.


그레이스는 히죽 웃었다.

재밌는 일이 있을 듯한 예감이었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번 싸웠던 강변을 따라 펼쳐진 무수한 오크들의 막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 초원의 오크들이 모여든 것이다.


“크크크크. 이래야지. 이래야 좀 싸워볼 맛이 나지.”


그레이스는 실컷 웃었다.

뽑아든 검에서 새카만 오러가 이글거렸다.


경계를 서고 있던 오크들의 시선이 그레이스를 향했다.


“쿠루루루룩!”

“쿠룩!”


둥둥둥둥둥둥!

그들은 급히 북을 울려 위험을 알렸다.

여기저기 놓인 막사에서 오크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나왔다.


“으랴아아아!”


그레이스가 기합성을 네지르며 검을 내리쳤다.

새카만 오러가 대지를 찢으며 오크들을 향해 쏘아졌다.

콰콰콰콰콰콰!

오러는 진지 한 가운데를 가르고 거대한 상흔을 남겼다.


오크들은 그 모습에 전의를 불태웠다.

쓰러져간 전사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들은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씁···. 이거론 흡수 안 되나.”


그레이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수많은 오크들을 일격에 처리했지만 마력은 들어오지 않았다.

선혈의 달로 직접 처리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크와아아!”


서걱!

검은 오러를 엷게 두른 검이 가까이 다가온 오크의 몸을 베어냈다.

그레이스의 몸에 미약한 마력이 흘러들었다.

이제야 그의 표정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베고 찌르고 쪼갰다.

그레이스는 쉴 새 없이 오크들 사이를 누비며 검을 휘둘렀다.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핏물이 허공을 수놓았다.


“크와아아아아아!”


강렬한 포효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오크의 몸에서 칼을 뽑아내던 그레이스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뭐냐?”


전사들 사이에서 대검을 든 오크가 걸어나왔다.

다른 녀석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녀석이었다.


“결투 하자고?”

“크룩.”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오크는 대검을 뽑아 그레이스를 겨눴다.

대검이 석양과 같은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

드물지만 이런 녀석이 나올 때가 있었다.

오러를 다루는 몬스터들.

지금 대장 오크는 마력으로 검을 강화하고 있었다.

저기서 마력을 밖으로 뿜어내면 그것이 오러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레이스의 검에서 검은 오러가 다시 활짝 피어올랐다.

마력을 낭비하게 되겠지만 그의 힘을 보여주기에는 좋은 수단이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오크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진지를 휩쓸어버리던 어둠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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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도를 향해 3 21.03.24 42 0 11쪽
17 수도를 향해 2 21.03.23 46 0 11쪽
16 수도를 향해 1 21.03.22 44 0 12쪽
15 밖으로 2 21.03.21 45 0 11쪽
» 밖으로 1 21.03.20 46 0 11쪽
13 사냥의 시간 2 21.03.19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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