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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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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224
추천수 :
5
글자수 :
101,332

작성
21.03.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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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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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밖으로 2

DUMMY

“쿠와아아!”


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레이스에게 달려들었다.

붉게 물든 대검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내리쳐졌다.

그레이스는 마력을 끌어올려 대검을 받아냈다.

쾅!

검과 검이 마주치자 공기가 터져나갔다.

이글거리던 검은 오러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오크들을 상처입혔다.


“크르르르···.”


대장 오크는 맞닿은 검에 힘을 넣었다.

이대로 힘으로 눌러버리려는 심산인 듯 했다.

그레이스의 팔에 강한 압력이 걸렸다.


마왕은 그 와중에도 웃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용을 쓰고 있는 저 오크는 오러를 상대하는 법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잠깐 놀아줄까.’


그레이스는 오러의 출력을 낮췄다.

대검이 천천히 그레이스의 머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대장 오크의 눈이 할 수 있다고 외치는 듯 했다.


그레이스의 무릎이 서서히 낮춰지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한 힘을 버티지 못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크롸아아아아아!”


대장 오크가 포효를 내질렀다.

이걸로 끝이라는 듯 온 힘을 다해 검을 찍어눌렀다.

그때였다.

콰콰콰콰.

그레이스의 검에서 오러가 다시 뿜어져나왔다.

불길처럼 뿜어져나온 오러가 대장 오크의 팔을 휘감았다.

대장 오크는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크으으으···.”


대장 오크는 나지막히 신음했다.

한 팔이 크게 베여 덜렁거리고 있었다.

놈은 그런 상황에서도 그레이스를 겨눈 검만은 늦추지 않았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그레이스는 그대로 오크 대장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캉! 카카캉!

녀석은 연속해서 찔러넣은 공격을 용케도 받아냈다.

이제는 힘겨루기로 끌고 가려고 해도 피하려고 하는 게 보였다.


검은 칼날이 오크의 손을 향해 휘어들어왔다.

대장은 이번에도 어떻게든 받아냈다.

기묘한 움직임에 오크 대장의 손이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그르르르···.”


대장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지친 모양이었다.

공격을 받아내도 오러의 파편에 잔상처가 남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몸 곳곳에서 피가 흘러내려 전신이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놈은 대검을 바닥에 꽂고 버텨 섰다.

포기했는지 눈에서도 힘이 빠져있었다.

그레이스는 검을 겨누고 천천히 다가갔다.


“크와아아아!”


기다렸다는 듯 오크는 검을 쳐올렸다.

색을 잃고 거무튀튀하게 변한 검날이 그레이스를 향해 날아왔다.

그레이스는 대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철그렁.

거대한 칼날이 부드럽게 잘려 땅에 떨어졌다.

제 기능을 잃은 대검이 빛이 되어 허공으로 흩날렸다.


“이건···.”


복제 마법으로 만들어낸 물건이었던 모양이다.

복제 마법은 물건의 구조와 원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복제하는 마법이다.

오크 수준에서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그 녀석의 물건인가?”


짚이는 것은 트윈 헤드 오크.

마왕 후보였던 녀석이라면 미션의 보상으로 수준 이상의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걸 대장에게 건네준 듯 했다.


그레이스의 검이 대장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피가 솟구쳤다.

얼마 남지 않은 오크들은 이미 도망가는 중이었다.

쫓을 것까진 없었다.

여기 남은 마석들만 하더라도 상당한 수였다.

오러의 영역을 바라보던 대장의 마석도 있으니 얻게 될 마력의 양도 충분했다.


그레이스는 마석들을 챙겨 마을을 향했다.

그 와중에도 그의 머리 속에는 빛이 되어 사라져가던 대검의 모습이 맴돌았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두 자루 검도 저렇게 만들어진 복제품일 것이다.

무기가 상하지 않게 주의해야 할 듯 했다.


한편으론 이 일의 배후가 신경쓰였다.

마력 소모가 큰 복제마법으로 물품들을 만들어내며, 후보들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살펴 평가하는 존재.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놈인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신쯤 되면 가능이야 하겠다만 그 게을러 빠진 놈들이 이런 귀찮은 짓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짐작가는 놈이 없는 것이다.


“쯧.”


그는 혀를 찼다.

빨리 마법부터 되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세지를 역으로 추적하면 어떻게든 상대를 찾아낼 길이 열릴 것이다.


*

*

*


흡수한 모든 마력이 그의 것이 되었다.

검도 손질을 마쳤다.

신체의 상태도 절정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레이스는 마을의 모두를 불러모았다.

카를과 일레인이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여관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로시크 씨까지 오면 말씀드릴게요.”

“흠···.”


카를은 골이 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무슨 중요한 얘기씩이나 되길래 한낮에 모두를 불러모으는나 싶은 모양이었다.


로시크는 항상 그랬듯 느긋하게 나타났다.

그도 들어와 자리에 앉자 모두의 시선이 그레이스에게 모였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경계의 틈을 찾았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경악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레이스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표정을 즐겼다.


“나갈 수 있게 됐어요.”


카를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레인, 짐 챙겨라. 빨리! 연락. 그래, 밖에 연락해둬야지.”

“네, 네!”


두 사람은 위층으로 달려올라갔다.

그레이스는 로시크를 보며 물었다.


“아저씨는 안 가세요?”

“너 데리고 가려고. 아공간 좀 빌리자.”

“아하하하.”


그레이스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로시크의 물건들이라면 대부분 묵직한 무기와 갑주들이었다.

한 사람에 얼마씩 짊어진다쳐도 전부 옮기려면 몇 번을 왕복해야 할 양이다.

그의 아공간에 담아 한 번에 들고 나가는 게 합리적이었다.


그는 로시크를 따라 언덕을 올랐다.

이 언덕을 오르는 것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어쩐지 쓸쓸해졌다.

내심 이 고요한 마을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로시크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레이스가 느끼는 감상을 이해한다는 듯 로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려니 이상하게 섭섭하지?”

“그렇네요. 갇혀있는 것만 같았는데 이런 기분이 들 줄은 몰랐어요.”

“뭐···. 막상 나가 보면 괜찮아질 게다. 마음 붙이고 살면 거기가 고향이라고 하지않냐.”


말을 마친 로시크는 혼자 휘적휘적 앞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두 사람은 장비들을 쓸어담았다.

물건들을 던져넣는 로시크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항상 차분하던 그도 지금은 흥분한 모습이었다.

정령의 힘으로 마을을 지킨다고 10년 동안 한 번도 나가질 못 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10년의 세월을 주워담은 두 사람은 여관으로 돌아왔다.

준비를 마친 일행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가요.”


그레이스는 일행의 짐을 아공간에 담고는 짧게 말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일행은 마을을 나왔다.


마을 입구에서 항상 그들을 맞이해 주던 정령도 이제야 그 자리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로시크가 정령에게 뭐라 말을 건네자 마을을 감싸고 있던 정령의 힘이 걷혔다.

자신의 안으로 힘을 거둬들인 정령의 존재감이 확실해졌다.

희미하게 비쳐보이던 이목구비가 뚜렷해지고 공간을 차지하는 양감이 생겨났다.

긴 머리칼이 나부끼고 부드러운 인상의 여성이 그들의 앞에 자리했다.


“우와···.”


허공에 빛이 모여들어 사람이 생겨나는 듯한 모습에 일레인이 탄성을 터뜨렸다.

정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


정령의 손이 부드럽게 일레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일레인보다 키가 조금 큰 그녀는 허공에 뜬 채로 한참 동안 소녀를 안고 있었다.

오랜 시간 일레인이 자라는 모습을 보아온 존재는 몇 번이고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

*


“로시크 아저씨.”

“왜?”

“이 언니 좀 멈춰줘요.”

“너 좋다고 그러는 건데 어떻게 그러냐.”

“아니, 그래도 지금 세 시간 째 쓰다듬고 있잖아요.”


로시크의 정령은 여전히 일레인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둥둥 떠다니니 무게는 느껴지지 않지만 계속 쓰다듬어대니 조금 귀찮아진 것이다.

로시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정령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돌아와. 애 울겠다.”


그 말에 정령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일레인을 바라봤다.

조심스레 손을 뗀 그녀는 일레인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천천히 로시크 쪽으로 움직였다.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참을 바라보면서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기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듯 했다.

정령은 풀이 죽은 채 로시크 곁에 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레인을 신경 쓰는 게 느껴졌다.


그레이스는 그들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자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냐?”


카를이 그레이스에게 물었다.

이쪽은 강한 몬스터가 많아 피해다녀야만 했으니 존재는 알아도 눈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네. 강을 건너면 바로예요. 다녀올게요.”

“뭐냐, 혼자 가려고?”

“위험해서요. 경계를 파괴한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


그레이스의 말에 카를은 한참동안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답했다.


“알았다. 기다리고 있으마.”

“네.”


그레이스는 미호를 품에 안고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이 물에 닿자 옅은 파문이 일었다.

그대로 물 위를 걸어 강을 건넜다.

미호를 땅에 내려놓은 그레이스는 그녀와 눈을 맞췄다.


“괜찮겠어?”


많은 것이 담긴 질문이었다.

영리한 미호는 금방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짜 괜찮아. 가자.”


살랑거리는 꼬리를 따라 경계의 틈새로 들어갔다.


“드디어 때가 왔군요.”


거대한 여우.

미호의 어미는 두 사람을 따스하게 맞아주었다.

미호와 어미를 코를 맞대고 얼굴을 부볐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두 여우는 서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미호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을 이뤄 바닥을 적셨다.

그레이스는 조금 떨어져 지켜볼 뿐이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싶었다.


마음을 정리한 미호가 그레이스에게 다가왔다.


“부탁드려요.”

“그래.”


그레이스는 붉은 검을 뽑아들었다.

손잡이를 그러쥔 양손으로 마력이 모여들었다.


웅웅웅웅.

막대한 마력을 받아들인 검날이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우의 마지막을 알리는 듯 처량한 소리였다.

마력이 칼날을 비집고 나왔다.

여우들의 시선이 춤을 추듯 일렁이는 검은 마력에 모였다.

그레이스는 계속해서 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의 얼굴이 땀방울로 가득했다.


끼이이이잉.

칼날이 귀곡성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검이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달한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레이스가 가진 모든 마력이 검에 담겼다.

그는 머리 위로 검을 들어올렸다.

일렁이던 마력들이 칼날로 다시 빨려들어왔다.

막대한 양의 마력이 칼 한 자루에 압축되었다.


“하아아아아아!”


그는 검을 내리쳤다.

세계를 삼킬 듯 강력한 힘이 그의 검에서 뻗어나왔다.

새카만 마력이 여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쏘아진 마력이 여우에게 닿기 직전.

아주 짧은 한 순간.

그레이스는 여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여우는 미소지은 채 미호와 그레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과 경계가 맞닿은 곳에서 빛이 터져나왔다.

경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색을 잃었다.


그레이스는 몸을 숙여 미호를 감쌌다.

모든 마력을 쏘아낸 칼날이 그들의 유일한 방패였다.

이윽고 붕괴의 여파가 그들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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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도를 향해 3 21.03.24 41 0 11쪽
17 수도를 향해 2 21.03.23 45 0 11쪽
16 수도를 향해 1 21.03.22 44 0 12쪽
» 밖으로 2 21.03.21 45 0 11쪽
14 밖으로 1 21.03.20 45 0 11쪽
13 사냥의 시간 2 21.03.19 50 0 11쪽
12 사냥의 시간 1 21.03.18 48 0 11쪽
11 부하? 갑자기? 2 21.03.17 50 0 11쪽
10 부하? 갑자기? 1 21.03.16 5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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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람들 틈에서 4 21.03.12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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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람들 틈에서 2 21.03.10 69 0 11쪽
2 사람들 틈에서 1 21.03.09 88 0 11쪽
1 내가 후보라고? +2 21.03.08 2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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