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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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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101,332

작성
21.03.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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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내가 후보라고?

DUMMY

잠에서 깬 마왕의 눈에 보인 것은 아득하리만치 푸른 하늘이었다.

바람에 밀려 둥실둥실 흘러가는 구름.

시원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식히고 지나갔다.

푹신한 풀을 베고 누워 있으니 다시 잠이 들 것만 같다.


“풀. 풀. 풀. 잠깐 풀? 푸울?”


그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도 그럴게 그는 방을 풀밭으로 해놓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풀이라니? 아니, 그 전에 방 안에서 하늘이 왜 보여?”


몸을 일으킨 마왕의 눈에 녹색의 초지와 푸른 하늘이 만나는 지평선이 보였다.

마계의 탁한 하늘이 아니라 맑고 푸른 빛의 하늘.

회색의 날카로운 풀이 아닌 녹색의 부드러운 풀들.


“아니, 마계도 아니네? 어디야?”


그는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차원의 좌표를 확인하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대강 알 수 있었다.

퍽!

먹먹한 소리를 내며 마법이 사라졌다.

발동조차 실패한 것이다.


“아니, 이걸 실패해?”


그는 곧바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상태가 이상했다.

몸은 평소의 육체 그대로인데 가지고 있는 마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마력이 소모된 것은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마력의 최대치가 줄어들었다.

여기서 눈을 뜬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된 이유도 모르고 있었다.


“답답하네···.”


그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당황한 탓에 생각이 정리되질 않았다.

그때였다.

띠링~!

영롱한 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누군가가 그에게 메세지를 보내왔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메세지가 하필 이런 순간에 도착했다.

그가 손을 들어 허공을 긋자 반투명한 창이 펼쳐졌다.

메세지는 첫 문장부터 아주 도발적이었다.




[마왕 후보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마왕 후보로 선출되셨습니다.

마왕 후보인 당신은 세계를 멸망시키는 위대한 업적을 이룩하여 마왕의 자격을 획득해야 합니다.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를 멸망시키세요!


추신. 후보이신 그레이스 님께 약소한 지원을 보내드립니다.




거기까지 읽은 그레이스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의 속에서 부글거리는 이 감정.

분노였다.


그는 누구보다 위대한 마계의 주인, 마왕이었다.

그런데 지금 뭔지도 모를 것들이 그를 후보라고 부르고 있었다.


“후보? 이 새끼들이 미쳤나···. 안 해, 씨발!”


그레이스는 곧바로 메세지 마법을 사용해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유효하지 않은 대상입니다.]


메세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것들이 용의주도하게도 보내는 쪽의 정보를 숨긴 것이다.


“하아아아아···. 못 해먹겠네, 진짜.”


뭐하는 놈들인지 그의 성질을 제대로 건드리고 있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찾아내서 조지고 싶은 마음만은 굴뚝 같지만 맨몸으로는 무리였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공간을 열었다.

역시나 아무 것도 없었다.

지난 번 대청소 때 물건들을 전부 꺼내 성에 정리해 뒀으니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 또 그 소리가 울렸다.


띠링~!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아직 닫지 않은 창에 메세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미션을 달성하셨습니다.]


“미션?”

그는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미션: 아공간을 열어라! 달성 보상으로 하급 마석 1개를 드립니다.]


그 메세지를 보자마자 그의 앞에 하급 마석 1개가 나타났다.

그레이스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내용물도 없이 텅 빈 마석이었다.


“고블린 잡아도 나오는 걸 어디다 쓰라고···.”


그를 이곳으로 보낸 놈은 죽여 마땅한 놈이지만 물건은 죄가 없었다.

그레이스는 마석을 아공간에 던져넣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력량으로는 하급 마석을 채우기도 빠듯했다.

마석을 채우는 것은 여유가 조금 생긴 후로 미루기로 했다.


우선 머물 곳을 찾기로 한 그는 초원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먹고 마실 필요는 없는 몸이지만 잠은 자야만 했다.

안전한 잠자리.

그것이 가장 급했다.

나무라도 있으면 올라가 잠을 청하련만 드넓은 초원에는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저기라도 들어갈까.”


초원 곳곳에 있는 허리 높이의 풀숲이 그의 눈을 끌었다.

누우면 그럭저럭 몬스터의 눈을 피할 수는 있을 듯 했다.


그는 가까운 풀숲으로 향했다.

몬스터들의 사냥터는 정해져 있는 게 일반적이라 손을 탄 흔적이 없으면 하루 정도는 비벼볼 수 있을 듯 했다.


그레이스가 수풀을 헤집은 순간.


퍽!


손도끼가 그레이스의 목에 꽂혔다.


“그르흙···!”


눈앞이 가물거렸다.

시야가 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쓰러진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도끼를 다시 치켜든 오크였다.


‘마왕이···, 이런 놈한테···?’


비참한 꼴이었다.

마왕이 힘을 잃은 것도 모자라 한낱 오크 따위에게 당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그가 눈을 감을 곳은 고요한 마왕성이어야 했다.

성의 옥좌에 홀로 앉아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그의 마지막이었을텐데.


그는 손을 들어올렸다.

혼자 죽을 순 없었다.

최소한 저 오크라도 끌고 갈 생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마법은 발동되지 않았다.

메세지 마법이나 간신히 보낼 미약한 마력으론 오크를 죽일만한 공격 마법은 쓸 수 없었다.


의식이 흐릿해진다.

마지막 발악까지 실패한 것이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도끼가 그의 목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뻐억!

의식을 잃기 직전, 뭔가가 오크를 후려치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

*

*


저 깊은 곳에서 의식이 부상했다.

무의식의 바다를 헤치고 나와 빛을 붙든 순간, 눈이 뜨였다.

나무로 만든 천장이 보였다.


‘살아있나?’


살아있다.

죽기 직전까지 갔다는 것은 확실했다.

누군가가 그를 구해준 모양이었다.


그레이스는 몸을 일으켰다.


“끄으으···.”


한참을 누워있었는지 온몸이 뻐근했다.

그는 손을 들어 목을 만졌다.

흉터도 없이 깨끗하게 아물어 있었다.

배에서 두툼한 감촉이 느껴졌다.

담요의 감촉이 아닌 까끌한 천의 느낌.

붕대가 칼도 박히기 힘들 정도로 두둑하게 감겨있었다.


‘이게 뭐···.’


쿠당탕!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곁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그레이스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17세 정도 되었을까 싶은 소녀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살짝 인사를 건넸다.


“어···. 안녕?”


그녀는 답조차 하지 않고 방에서 달려나갔다.


“아빠아아아아아아! 깼어어어어어!”


목청껏 지른 외침이 집을 울렸다.

그레이스는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

쓰러진 의자와 물수건이 담긴 대야를 보니 그녀가 그레이스를 돌봐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자신이 알몸인 것을 알아차렸다.

피 묻은 채로 눕혀 놓을 수도 없으니 벗긴 듯 했다.

침대 옆 서랍장을 열자 깔끔하게 정리된 옷이 있었다.

거친 재질이지만 깨끗했다.

그레이스는 그걸 꺼내 입었다.

옷은 그의 몸에 딱 맞았다.

그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 소녀가 아빠를 불렀으니 그가 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가만히 있자 의식 한 쪽에 알림이 있는 게 느껴졌다.

그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메세지가 온 모양이었다.

메세지 창을 열어본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션: 크리티컬 히트! 달성 보상으로 행운의 부적을 드립니다.]

[미션: 죽음으로부터 귀환! 달성 보상으로 마검 선혈의 달을 드립니다.]

[미션: 끝이 보이지 않는 생명력 달성 보상으로 마검 밤의 형식을 드립니다.]


‘크리티컬 히트?’


목에 도끼가 꽂힌 걸 크리티컬 히트라고 한 것이다.

크리티컬 히트를 넣어서 달성한 것도 아니고 크리티컬 히트를 맞아서 미션이 달성됐다.

거기에 보상은 행운의 부적.

가지고 있으면 운이 조금 좋아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부적이 달린 팔찌였다.

그는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가만히 들여다 봤다.

놀림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운도 더럽게 없으니 이거라도 가지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혼자서 골을 내는 사이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깨어났나?”

“예.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는 인사를 건네며 그를 살폈다.

남자는 평범한 키지만 잘 단련되어 있었다.

여러 번 사선을 넘어온 전사인 듯 했다.


“그래···. 다행이군. 거, 젊은 친구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목숨은 함부로 버리려고 하지는 말게. 몬스터 밥이 된다니 이게 얼마나 끔찍한 결말인가?”

“네···, 네?”


그레이스는 너무도 예상 밖의 이야기가 나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목숨을 버려?’


남자는 혀를 쯧쯧 차더니 말을 이어갔다.


“끔찍한 저주가 걸려 있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말라는 얘길세.”

“저주···.”

“그래, 저주. 자네 자는 동안 우리 애가 얼마나 맘고생 했는지 아나? 갑자기 허공에서 칼 떨어지지 않을까 밤까지 새가며 지켜봤다고. 나중에 보면 고맙다고 하게.”

“아, 예. 꼭 얘기할게요.”

“그래, 그래야지.”


칼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그레이스는 상황을 대강 이해했다.

미션의 달성 보상이다.

첫 미션을 달성했을 때 보상은 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다른 미션들도 그랬을 것이다.

허공에서 뚝하고 칼이 떨어졌을테니 저주 받은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보다 배고프지? 식사 준비해 둘테니 씻고 내려와. 저기 벽에 붙은 문이 샤워실이야.”

“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갔다.


씻고 나온 그레이스는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은 테이블들로 가득했다.

2층 복도에서 보인 방들을 생각해 보면 이곳은 여관인 듯 했다.

그레이스는 한 쪽에 위치한 카운터로 갔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자자, 앉아. 수프 데워뒀어.”


그렇게 말하며 내민 수프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왔다.

그레이스는 두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들었다.

한 숟가락을 입에 넣자 따스한 감칠맛이 입 안에 퍼졌다.

필요한 것은 아니라도 먹는다는 행위는 그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어느새 그릇은 바닥을 드러냈다.

지켜보던 남자가 기쁘다는 듯 웃었다.


“허허, 잘 먹네.”

“맛있네요.”

“하긴 3일을 잠들어 있었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지. 더 줄까?”

“아뇨, 충분해요.”

“하하, 그래.”


남자는 그릇을 치우고는 그레이스와 마주 보고 앉았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 이름이 뭔가? 의식도 없는 채로 데려와선 아직 이름도 못 들었어.”

“그레이스입니다.”

“그레이스···. 좋은 이름이로군. 난 카를이야. 이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팔고 가장 큰 여관을 운영하고 있지. 가끔 용병 일도 하지. 자네도 그러다가 발견한 거야. 아니, 어떤 정신 나간 놈이 맨몸으로 종말의 평원을 싸돌아다니나 이러고 있는데 쓰러지더만.”

“거기서 오크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어요.”

“그래. 목에 도끼 꽂히길래 죽은 줄 알았어. 근데 용케도 살아서 버티고 있길래 바로 포션 들이붓고 데려왔지. 그 손목에 찬 그거, 치유력 높여주는 아이템이지? 그거 없었으면 진짜 고생했을 거야.”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남자는 마왕의 육체가 가진 회복 능력을 아이템으로 인한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굳이 바로잡으려 들지 않았다.

마왕의 육체가 가진 성능을 설명하느니 아이템의 힘을 빌린 인간인 척하는 게 편했기 때문이다.


‘인간인 척 산다···. 괜찮겠는데?’


바로 지금.

방침이 정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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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밖으로 2 21.03.21 4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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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냥의 시간 2 21.03.19 4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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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부하? 갑자기? 2 21.03.17 5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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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람들 틈에서 2 21.03.10 69 0 11쪽
2 사람들 틈에서 1 21.03.09 87 0 11쪽
» 내가 후보라고? +2 21.03.08 20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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