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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230
추천수 :
5
글자수 :
101,332

작성
21.03.14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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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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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마을 밖으로 2

DUMMY

그레이스는 일단 마을로 돌아왔다.

안전하게 지낼 곳이 필요했다.

마석의 마력은 흡수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가뜩이나 많은 양의 마력을 담고 있는 마석이니 평원에서 한가롭게 흡수하고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한참을 걸어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머리 위에 떠올라 있었다.


“으어어어···. 힘들었어요.”

“미친 새끼. 그러게 누가 밤새도록 밖에서 싸돌아 다니래?”

“아니, 다 잡은 놈이 죽어라 도망가는데 어떡해요. 쫓아가야지.”


문이 열리자마자 로시크의 잔소리가 그레이스를 반겼다.

퉁명스런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정이 느껴졌다.


“아저씨, 챙긴 거 어디다 풀어놓을까요?”

“응? 뭘 챙겨? 안 보이는데? 무한의 가방도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로시크는 그레이스를 이리저리 살폈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가방을 가진 것도 아닌데 물건을 챙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다 어떤 생각이 로시크의 머리를 스쳤다.


“아공간? 진짜?”

“네.”

“······.”


로시크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더더욱 그레이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아공간은 강력한 마법사가 어마어마한 마력을 쏟아부어 창조해내는 것이다.

그 덕에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어지간한 사람은 구경도 못하는 마법이었다.


‘귀족인가? 아니면 대부호의 자제?’


그레이스를 따라 걷는 동안 여러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딱 들어맞는 것이 없었다.


“아저씨, 여기다 풀어둘게요.”

“어? 응. 그래라.”


어느새 두 사람은 중앙 광장에 와있었다.

그레이스가 손짓하자 공간이 열리고 무기와 갑옷들이 쏟아져나왔다.


“오오···.”


로시크는 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무수한 장비를 들고 다니면서도 그레이스에게는 아무 부담이 없었다.


“안에 넣어두면 무기 상하는 거 걱정할 필요 없다던데 진짜냐?”

“네. 녹도 안 슬고 편해요.”


여지껏 로시크는 만든 장비를 보관한다고 집들을 뜯어고치고 매일 한 번씩 돌아봐야 했다.

물건이 상하지 않는 보관 장소라는 건 그의 이상향이었다.


“씁···. 부럽네.”


그는 노골적으로 부러운 티를 냈다.

하지만 그 이상 뭔가를 말하지는 않았다.

안전한 보관장소가 탐은 나지만 아직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석은 여관 창고에 두는 거죠?”


물건들을 전부 꺼내고 아공간을 닫은 그레이스가 물었다.

아공간을 닫자마자 로시크의 관심은 장비들에 쏠려 있었다.

그는 그레이스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답했다.


“그래. 거기 1층 계단 밑에 있는 창고다.”


그리고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가보라는 의미였다.


그레이스는 로시크를 그 자리에 두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작 한 달을 지냈을 뿐인데 카를의 여관이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관은 조용했다.

일레인과 카를은 훈련하러 나간 듯 했다.

그레이스는 계단 옆에 있는 문을 열었다.


창고는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문을 열자 바로 나온 칸은 식량고였다.

보관함에 나눠 담아 깔끔하게 정리한 식재료들이 보였다.

그는 고개를 기울여 보관함을 살폈다.

보관함에 새겨진 마법진들이 식재료의 부패를 막는 방식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칸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었다.

이번 칸은 그레이스의 방과 비슷한 크기였다.


“아무 것도 없네.”


텅 빈 방이었다.

그냥 창고와 창고를 잇는 용도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넓었다.

그레이스는 방을 찬찬히 살폈다.


바닥을 가득 채운 복잡한 마법진이 눈에 들어왔다.

전송 마법진이었다.

한 달에 한 번 보내준다는 물건들이 이 칸에 도착하는 것이다.

귀중한 설비라 그런지 여러가지 방비책이 세워져 있었다.

파괴하려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거나 오러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튼튼했다.


이제 창고의 마지막 칸이었다.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 칸은 마석을 모아두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법진 위에 쌓인 마석들이 보였다.

여관의 설비에 마력을 공급하기 위해 마석을 던져둔 것이다.


“어휴···.”


그레이스는 마구잡이로 쌓인 마석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카를은 여지껏 이 방에 마석을 쌓기만 했던 모양이었다.

마력을 전부 소모해 투명해진 마석들이 잔뜩 있었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캐온 작은 마석들은 그 무더기에 더했다.

그리곤 투명한 마석들을 주워 마법진 바깥에 쌓았다.

이러면 마력이 마법진으로 흘러들어갈 때 다른 마석을 통하지 않아 조금이나마 사용 효율이 올라간다.

마법적 지식이 없는 세 사람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정리를 끝낸 그는 방으로 올라와 씻고 침대에 누웠다.

이제 마왕 후보의 마석을 흡수할 차례였다.


턱.

두 주먹을 합친 크기의 마석이 그의 품에 안겼다.


그레이스는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실낱같은 마력이 그의 몸을 누비기 시작했다.

두 손을 마석에 얹어 길을 만들고 마력을 흘렸다.

미미한 마력이 그레이스의 손을 따라 마석으로 흘러들었다.

손 끝으로 흘러나간 마력은 손바닥으로 돌아왔다.

순환이었다.


마력의 흐름은 점차 강해졌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마석의 마력이 그레이스의 마력에 끌려오는 것이다.

이대로 반복한다.

마석의 마력이 전부 그레이스의 마력에 끌려와야 작업이 끝난다.

아직 끝날 때까진 한참 남았다.


그때였다.

마력의 흐름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왼팔에 있는 뭔가가 제멋대로 마력을 끌어당겼다.


그레이스는 눈을 돌려 왼팔을 살폈다.

마왕의 각인이 빛나고 있었다.

각인은 아직 그레이스의 통제에 들어오지 않은 마력까지 몸 안으로 끌어당겼다.

격렬한 마력의 흐름이 그레이스의 뇌리를 치고 올라왔다.


*

*

*


“흐어윽!”


그레이스는 격한 숨을 토해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팔을 타고 올라온 마력이 뇌리를 헤집은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마석!”


황급히 침대를 돌아보니 옆에 굴러다니는 마석이 보였다.

투명했다.

일단 마력을 전부 뽑아내는데는 성공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몸에 집중했다.

마력의 흡수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원래대로라면 시간을 들여 마석의 마력을 그의 마력에 동화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각인으로 인해 마력이 날뛰어 의식을 잃어버렸다.

제대로 흡수되지 않은 마력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아···.”


그레이스는 나지막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의 걱정은 그대로 적중했다.

몸 곳곳에 마석의 마력이 뭉쳐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시험삼아 마력을 끌어올렸다.

흐름이 꼬였다.

덩어리에 걸리는 통에 마력의 방향이 미세하게 바뀌는 것이다.

이런 상태면 마력을 정교하게 다뤄야 하는 마법이나 오러를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간단한 신체 강화 정도였다.


마력의 덩어리를 풀어내야 했다.

그레이스는 정신을 집중해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는 쏘아보냈다.

마력은 힘차게 뻗어나가 그레이스의 온몸을 한 바퀴 돌고 돌아왔다.

하지만 덩어리는 흩어지지 않았다.

마력이 모자랐다.

압도적인 양의 마력으로 깨부숴야 하는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좋게좋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어찌됐건 마력량은 늘었고 신체 능력도 완전해졌다.

거기에 더해 신체 강화까지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카를의 비전기술을 익히는 것도 가능했다.


생각을 정리한 그레이스는 침대에서 나왔다.

창 밖은 캄캄했다.

쓰러져 있는 동안에 밤이 되어 있었다.


배가 고팠다.

1층으로 내려오자 일레인이 그를 보며 반색했다.


“아저씨, 언제 왔어요?”

“점심 때 쯤엔가···.”


그레이스는 적당히 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카를이 한창 요리를 하는 중이었다.


“카를 아저씨, 마석 넣어뒀어요.”

“아, 그래. 봤다. 정리도 해뒀던데?”

“그냥 본 김에 했어요.”

“고맙다.”


고개를 돌리니 일레인이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밤에 사냥다니는 건 어땠어요?”

“오크도 밤이면 들어가나 보던데? 낮에는 좀 보이던 녀석들이 하나도 안 보여.”

“와···.”

“오크는 밤눈이 좋지 못한 편이거든. 돌아다니긴 위험하니 거점으로 돌아가는 거야.”


카를이 음식을 내려놓으며 말을 보탰다.


“거점이라고 하니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어요.”

“어떤 거?”

“말해봐라.”


그레이스의 말에 카를과 일레인이 귀를 기울였다.


“카를 아저씨, 거점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모른다. 이곳저곳을 쏘다녔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 했어. 종말의 평원이 너무 넓어.”

“어제, 어제 맞죠? 아무튼. 한참 사냥을 하다보니 오크들이 전부 한 방향에서 오는 걸 발견했어요.”


카를은 그레이스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그는 오크의 주둔지가 있을 가능성을 말하고 있었다.

그레이스의 동선을 그대로 그려낸다면 그 연장선에 주둔지가 있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흠···.”


카를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주둔지를 정리하는 일의 득실을 계산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이 마을과 오크 주둔지 간에는 큰 충돌이 없었다.

가끔가다 사냥을 나온 오크를 잡아 마석을 얻는 게 다였다.

그의 상념을 깬 것은 일레인이었다.


“아빠, 음식 식어.”

“오오, 그래. 식사부터 하자.”


카를은 식어가는 음식을 입으로 밀어넣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실질적인 이익이 적었다.


식사를 마치고 카를은 그레이스를 따로 불렀다.

그레이스가 카를의 방으로 들어왔다.


“예, 아저씨. 부르셨어요?”

“그래. 지도 볼 줄 아냐?”

“알죠.”

“그럼 이걸 봐라.”


카를이 그레이스에게 보여준 것은 거대한 지도였다.

지도의 한가운데에는 마을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저희 마을이죠?”

“그래. 주변 지형도 알아보겠냐?”

“음···.”


그레이스는 침묵에 잠겼다.

종말의 평원에는 특이한 지형지물이 거의 없었다.

지도에 그려진 것도 어떤 지형지물이 아니라 언덕과 언덕이 이어진 능선들이었다.


“저희 경계까지 갔던 게 어느 쪽이었죠?”


그의 질문에 카를은 지도 위에 자를 가져다 댔다.


“이 자를 따라 똑바로 움직였지. 예전에 이 경로를 따라 말뚝을 박아뒀으니 확실해.”


그레이스는 카를의 말을 듣고 지도를 살폈다.

그는 종말의 평원을 걷는 동안 능선을 따라 이동했다.

마을 입구 방향에서 세번째 능선이었다.

능선은 북동쪽으로 뻗어가다 경계까지 몇 킬로미터를 남겨두고 멈췄다.

머리 둘 달린 오크를 만난 곳이 그쯤이었다.

능선이 끝나고 평원이 시작되는 곳.


“여기까지 갔었어요.”

“아까 말한 선이 그 능선이었냐?”

“네.”

“그러면···. 주둔지는 여기쯤이겠구나.”


카를은 경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를 짚었다.

언덕에 둘러싸여 멀리서는 볼 수 없는 위치였다.


“여기군요.”


그레이스의 눈이 빛났다.

그곳에 그의 마력을 키워줄 먹이들이 있었다.

그의 표정을 살피던 카를이 말을 꺼냈다.


“그레이스. 갈 거냐?”


그레이스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카를을 바라봤다.


“가야죠.”

“난 반대다.”

“네?”

“주둔지를 토벌한다고 해도 얻을 게 없다. 오크들이 쓰는 거라고 해봐야 조잡한 장비뿐인데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않겠냐.”

“네?”


그레이스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크를 토벌하는 걸 어째서 장비만 얻는 일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얘기가 어디선가 엇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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