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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227
추천수 :
5
글자수 :
101,332

작성
21.03.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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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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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수도를 향해 3

DUMMY

“뭐 좀 알겠냐?”


갑자기 확 핀 그레이스의 표정을 보고 로시크가 말을 걸었다.


“네, 이건 결계 같아요.”

“결계? 그게 가능한가? 정령도 감지하지 못 했는데?”

“저희가 걸어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니까요.”

“흠···?”


로시크는 필립을 바라봤다.

그도 무슨 이야기인가 알아듣지 못 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자세히 좀 말해봐라. 그게 무슨 얘기냐?”


그레이스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들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행은 아직 감을 잡지 못 하고 있었다.


“그 마을 사람이 한 얘기에서 나무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냈잖아요. 그 나무들이 결계의 영역을 표시하는 나무였던 거죠.”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 손을 댔으니···.”

“결계 안으로 들어온 거죠.”

“그렇구나. 그럼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레이스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핵이 되는 걸 찾아서 부셔야겠죠. 그러면 결계 자체가 붕괴될 테니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결계의 핵이라···.”

“나무로 이뤄진 결계니까 나무를 베면 핵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의 말에 필립이 바로 검을 뽑아 들고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필립의 검에서 푸른 오러가 피어 올랐다.


“그럼 바로 베겠습니다.”


그레이스는 로시크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아저씨, 정령으로 방벽 좀 쳐주세요! 여기 있는 나무들 한꺼번에 쓰러지면 위험해요.”

“알았다.”


로시크가 마력을 끌어내자 일행의 주변에 바람이 모여 들었다.


“벱니다!”


필립이 크게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퍽 소리와 함께 나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필립은 후다닥 바람의 장벽 안으로 들어왔다.

콰과과과과과.

그가 안으로 들어오자 정령이 바람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회오리처럼 솟구친 바람의 장벽에 나무들이 부딪혀 날아가는 소리가 귀를 찌르고 들어왔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멎었다.


“이제 괜찮아진 거 같은데요?”

“나가보자.”


바람의 장벽을 해제하고 밖으로 나가보니 일행의 주변을 나무 둥치가 여럿 깔린 공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터 바깥은 여전히 상처난 나무들로 빼곡했다.

로시크가 허탈하다는 듯 말했다.


“결계를 빠져나온 건 아닌 거 같구나.”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핵이 나오겠죠.”


그 다음부터는 반복작업이었다.

그레이스와 필립이 번갈아가며 나무를 베고 로시크가 정령으로 일행의 몸을 지켰다.

지루하고 귀찮은 작업이었다.

몬스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남는 거라곤 없으니.

모두의 얼굴에 짙은 피로감이 내려 앉았다.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를 참격을 날린 그레이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봤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태양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상한 공간이네요. 몇 시간이 지났는데 배도 안 고프고 해도 그대로고. 시간이 멈춘 거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오러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건 처음이에요. 원래 같으면 진작에 마력이 바닥을 보였을 텐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정령한테 쏟아 붓는 마력을 생각하면 슬슬 힘이 빠질 때도 됐는데 아직도 쌩쌩한 거 봐라. 지금 몇 번 했지? 스무 번? 아무튼 그 정도면 진작에 뻗었어도 이상하지 않아.”


마력량이 많은 그레이스는 아무렇지 않아 눈치채지 못한 사실이었다.

오러로 소모되는 마력 정도야 평소에도 바로바로 채워지니 그에게는 지금 상황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아.”


뭔가가 떠오른 그레이스가 나지막히 내뱉었다.

마력이 소진되지 않는다면 그걸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고작 2초를 유지할 기술도 지금이라면 끝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의 눈이 필립과 로시크를 향했다.

걸리는 건 저 두 사람이었다.

입막음부터 해둬야 할 모양이다.


“두 사람.”

“네.”

“왜 그러냐?”


진지한 목소리에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 보는 건 비밀로 해주세요.”


짙은 살기를 띈 눈에 필립과 로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스의 눈은 새어나가면 어떻게든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다짐을 받은 그레이스가 앞으로 나섰다.

두 손을 마주 잡은 그의 몸에서 새카맣고 찐득한 어둠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검은 잉크가 종이에 퍼져 나가듯 어둠이 번졌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마력이 모자라 그의 장기를 제대로 쓰지도 못 해 답답하던 차였다.

지금이라면 마음 놓고 쓸 수 있었다.


마주 잡았던 두 손을 펼쳤다.

그러자 바닥에 있던 어둠에서 무수히 많은 검은 선들이 올라왔다.

도화지에 그려진 듯한 검은 선이 팔랑이며 움직이는 모습은 어딘가 기괴하게 느껴졌다.


펼친 두 손을 움켜쥐었다.

검은 선들이 뻗어나가 나무들은 감았다.

조금씩 조금씩 검은 선은 나무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감긴 부분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나무들이 그림자에 먹히고 있었다.


수백 그루의 나무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일행의 주변에 남은 것은 깨끗하게 잘린 나무 둥치들뿐이었다.


그림자로 인한 상처는 순식간에 다른 나무들로 퍼져나갔다.

하나가 사라지면 그 뒤에 있는 둘이 따라 사라지고 둘이 사라지면 넷이 따라 사라졌다.


순식간이었다.

몇 십 초 만에 푸른 숲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그 가운데서 한 그루의 나무만이 고고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계의 핵이 되는 나무였다.


“저게 핵이겠네요.”

“그, 그래. 가자.”


그레이스의 말에 카를은 떨떠름하게 답했다.

필립은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허겁지겁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가까이 다가가자 핵의 모습이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잎을 가진 결계의 핵은 흠 하나 없는 모습을 자랑하며 일행을 내려보고 있었다.

신성하고 장엄한 분위기에 짓눌려 버릴 듯한 기분이 들었다.


“크윽.”


그레이스는 질 수 없다는 듯 어둠을 끌어냈다.

파스스스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어둠이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어둠을 다루는 그의 기술은 이 나무 앞에서는 쓸 수 없는 모양이었다.

털썩.

힘이 빠진 그레이스가 그대로 주저 앉았다.

로시크가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괜찮냐?”

“네, 잠깐 힘이 빠진 거뿐이에요.”


미약한 신성을 가지고 있는 나무였다.

마을 사람들의 신앙을 받아먹고 신성을 얻게 된 모양이었다.


마왕인 그레이스의 힘으로 이걸 단번에 파괴하려면 비슷한 양의 마력이 있어야 했다.

지금 가진 마력으로는 이 나무를 파괴할 수 없었다.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깎아내는 방법 뿐이었다.

어차피 시간이 걸린다면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해야 했다.


그 사이 필립이 검을 뽑아 나무를 베려 들었다.

캉!

쇳소리와 함께 그의 칼이 튕겨 나왔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검을 휘둘렀지만 나무는 상처 하나 없었다.


“으아아아아!”


퍽.

그는 분하다는 듯 검을 내팽개 쳤다.

주인에게 버려진 검은 둔한 소리를 내며 땅에 꽂혔다.


필립은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듯한 모습이었다.

그레이스는 몸을 일으켜 그가 버린 검을 뽑아 필립에게 건넸다.

필립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포기하면 끝나는 거야.”

“······.”


필립은 눈으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알기에 그런 말을 하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레이스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내민 채 가만히 기다렸다.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


먼저 움직인 것은 필립이었다.

그는 공손히 검을 받아 칼집에 넣었다.

아직도 표정은 딱딱하게 굳은 채였다.

맘에 쌓인 것은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거 나중에 좀 봐줘야겠구만.’


그레이스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전도유망한 기사를 좌절하게 만들어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미호가 그의 발치에 다가와 몸을 부볐다.


“그래, 왜?”

“나도 해봐도 돼?”

“해봐.”


그레이스는 흔쾌히 허락했다.


마력이 소모되지 않는 이곳은 수련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자신이 본래 가진 마력량 이상은 쓸 수 없겠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훈련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대량의 마력을 얻은 미호에게 이보다 잘 맞는 수련장은 없을 것이다.


작은 여우가 네 개의 꼬리를 살랑이며 앞으로 나섰다.

화르륵.

마력이 움직이자 꼬리들 앞에 화염구가 생겼다.

어린아이 주먹만한 작고 귀여운 불덩이였다.


“하앗!”


퍼퍼퍼펑.

짧은 기합성과 함께 화염구에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나무에 격돌한 화염구가 폭발했지만 나무는 여전히 건재했다.

미호는 실망한 듯 축 처진 채로 그레이스를 바라봤다.


“안 되네···.”

“계속해. 이곳이면 이런저런 걱정 없이 연습할 수 있어. 생각나는 거 전부 연습해 봐.”

“응.”


그렇게 말하고 그레이스는 로시크에게 다가갔다.


“아저씨도 연습하실래요?”

“난 됐다. 정령도 장비 만지는 정도만 쓸 수 있으면 충분해. 싸우는 건 별로 좋아하지를 않아서 말이다.”

“알았어요.”

“그보다 저 녀석이나 좀 봐줘라. 속에 뭐가 많이 쌓여 있었던 모양인데 네가 하는 걸 보고 그게 터져 나온 거 같아.”

“평범한 반응이긴 한데···. 그래도 성격 보면 포기하진 않을 거 같죠?”

“그래. 아까도 성이 나서 그렇지 포기한 눈은 아니었다. 한 번 굴려봐. 평민 출신 기사라 그런가 근성은 괜찮은 거 같다. 키워 봐라. 그렇게 네 인맥으로 만들어 두면 쓸 일이 생길 게다. 기사면 제국 내에서도 꽤 높은 지위니.”

“네.”


필립은 가만히 서서 나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레이스가 그의 옆에 올 때까지도 그는 그레이스를 눈치채지 못 했다.


“필립.”

“아, 네, 네!”


슬쩍 부르자 필립이 깜짝 놀라 대답했다.


“검 뽑아봐요.”

“네?”

“저거 깰 때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겠고 하니 그동안 수련이나 하자구요. 뽑아요.”

“네, 알겠습니다.”


스릉.

맑은 소리를 내며 필립의 검이 뽑혔다.

그레이스도 자신의 검은 칼을 뽑아 들었다.

오러가 두 자루 칼날을 감쌌다.


“이렇게 오러를 사용하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출력을 조절하는 연습을 할 거예요.”

“출력 조절이요?”

“네.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게 가장 좋은 단련법이에요. 마력을 제어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죠. 마력의 제어에 능숙해지면···?”

“더 오랜 시간 싸울 수 있고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양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정답. 그리고 오러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오러의 다음 단계요?”


아직 제국에서는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레이스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필립의 눈이 열의로 불타올랐다.


“다른 곳의 이야기를 조금 해드릴 게요. 그곳은 마법보다는 몸으로 싸우는 법이 발달해 있어요. 그들은 저희가 쓰는 오러를 검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정의했어요. 그걸 검강이라 부르죠.”

“검강이요?”

“오러는 검날을 통해 계속해서 마력이 뿜어지게 되지만 검강은 그걸 날 주위로 고정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칼날 주위에 압축된 마력은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하게 되죠.”


그렇게 말한 그레이스는 오러를 압축시켜 칼날의 형태를 만들었다.

검은 빛이 새카만 칼날을 감싸 안은 모습에 필립은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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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수도를 향해 4 21.03.25 40 0 11쪽
» 수도를 향해 3 21.03.24 42 0 11쪽
17 수도를 향해 2 21.03.23 45 0 11쪽
16 수도를 향해 1 21.03.22 44 0 12쪽
15 밖으로 2 21.03.21 45 0 11쪽
14 밖으로 1 21.03.20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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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람들 틈에서 4 21.03.12 53 0 11쪽
4 사람들 틈에서 3 21.03.11 68 0 12쪽
3 사람들 틈에서 2 21.03.10 69 0 11쪽
2 사람들 틈에서 1 21.03.09 8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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