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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222
추천수 :
5
글자수 :
101,332

작성
21.03.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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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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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사냥의 시간 2

DUMMY

그레이스는 마을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쓸만한 장소를 찾으려면 어쩔 수 없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


주섬주섬 물건들을 아공간에 던져넣고 있으려니 일레인이 들어왔다.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응? 아···. 사냥 할 만한 곳들 찾아놓으려고. 며칠 정도 계속 돌아다닐 생각이야.

“흥···.”


그녀는 뭔가를 탐색하는 듯 그레이스를 살폈다.

날카로운 눈초리에 그는 움츠러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


그레이스는 영문을 알 수 없어 미호에게 물었다.


“야, 넌 뭐 좀 아냐? 쟤 왜 저래?”

“기다려 봐요.”


미호는 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지 미리 알게 되면 재미 없다는 소리인 듯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 뭉치를 손에 든 일레인이 돌아왔다.

그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것을 그레이스에게 건넸다.


“풀어봐요.”


그레이스가 곱게 갠 천 뭉치를 펼치자 그것은 망토가 되었다.


“오···.”

“선물이에요.”

“고마워.”


감사인사를 건넨 그레이스는 새카만 망토를 목에 둘렀다.

검은 머리칼에 검은 망토는 썩 잘 어울렸다.

일레인은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괜찮네요.”

“그치?”

“네.”


실없는 소리를 주고 받고 있으려니 미호가 다리에 매달렸다.


“넌 또 왜?”

“올려줘.”

“에휴, 부하가 아니라 상전이야, 아주.”


그레이스는 볼멘소리를 하고는 미호를 들어 어깨에 얹었다.

어깨에 올라간 미호는 몸을 비비적대더니 망토에 달린 후드에 들어갔다.


“응, 여기 좋네.”

“하···.”


그레이스의 한숨소리가 깊어졌다.

일레인은 그의 모습이 아이를 업은 아버지 같아 웃음을 터뜨렸다.


*

*

*


목덜미가 묵직하다.

뒤로 당겨지는 듯한 느낌에 그레이스는 어깨를 추켜올렸다.

그러자 불만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잉···.”

“으휴···.”


그레이스는 고개를 슬쩍 돌려 뒤를 확인했다.

미호는 후드 안에 몸을 웅크린 채 잠에 빠져 있었다.

자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였나 보다.

마을을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켄타우로스들의 흔적을 뒤쫓았다.

그들이 다니는 길을 파악하고 그 근처에서 함정을 파놓을 생각이었다.


평온한 여행이었다.

그들이 갈아버리고 지나간 자리에 몬스터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으니.

말발굽의 흔적들로 만들어진 길은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핏자국과 뼛조각이 널린 장소가 있었다.

주변에 난잡하게 찍힌 발자국을 보니 사냥을 하고 나눠 먹었던 모양이다.


그레이스는 바닥에 남은 흔적들을 살피며 그들의 움직임을 읽었다.

그들은 멀리서 몬스터를 발견하자마자 속도를 높여 달려든 듯 했다.


선두에 있던 것은 대장으로 보였다.

말발굽의 크기가 다른 녀석들의 두 배는 될 정도로 컸다.

녀석이 몬스터들에게 최초의 일격을 가하고 나머지를 뒤따르던 녀석들이 처리한 듯 했다.


역시 정면에서는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는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경사가 심한 언덕이 나왔다.

길은 언덕 위로 이어져 있었다.

옆으로 돌지도 않고 아주 똑바르게 나아간 모양이었다.


슬금슬금 언덕을 오르던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연기였다.

언덕 너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그는 주변을 살폈다.

언덕 위에 보초를 세워 뒀을지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언덕 꼭대기에서 하품을 하는 켄타우로스가 보였다.

아직 그레이스를 발견하지는 못한 듯 했다.


그때 미호가 속삭였다.


“주인님.”

“아, 깜짝이야. 왜?”

“마력 좀 줘봐요.”


갑자기 왜 그럴까 궁금했지만 그레이스는 아무 말 않고 마력을 흘려보냈다.

대화를 길게 하여 켄타우로스의 주의를 끄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력을 보내자마자 그레이스의 등 뒤에서 뭔가가 펼쳐졌다.

그레이스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미호가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소리는 못 숨겨도 보이지는 않게 해줄 거예요.”

“고마워.”


그레이스는 바로 칼을 뽑고 움직였다.

미끄러지는 듯 지면을 움직이자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보초는 그가 지척에 다다를 때까지 눈치조차 채지 못 했다.

푹!

붉은 칼날이 켄타우로스의 목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그레이스는 쓰러지는 보초의 몸을 조용히 바닥에 뉘였다.

다음 보초가 올 때까지는 괜찮을 듯 했다.


그는 마석을 뽑아내면서 마을을 살폈다.

마을은 그의 생각보다 큰 규모였다.

백 여 마리에 달하는 켄타우로스들이 모여살고 있었다.

이전에 봤던 무리는 마을의 전사들이었던 모양이다.


켄타우로스들이 불을 피워놓고 주변에 둘러 앉아 있었다.

회의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닌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레이스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구경했다.


그들 사이에서 패가 갈렸다.

붉은 켄타우로스를 중심으로 한 패거리와 늙은 켄타우로스를 중심으로 한 패거리였다.

붉은 켄타우로스가 늙은 켄타우로스를 향해 뒤틀린 칼날의 할버드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게 잔인한 동족상잔의 시작이었다.


붉은 켄타우로스 패거리가 다른 켄타우로스들을 향해 무기를 내리쳤다.

다른 무리는 수는 많았지만 전사는 적고 대부분이 암컷과 어린 녀석들이었다.

그들은 제대로 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도륙을 당하고 있었다.


“미호. 이거 얼마나 유지할 수 있어?”

“앞으로 한 시간은 더 유지할 수 있어요.”

“그럼 가자. 저 정도 난전이면 돌진도 못 하니까 한 방 먹일 수 있어.”

“네!”


그레이스는 곧바로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마력이 그의 의지에 반응해 속도를 높였다.

새카만 짐승이 대지를 달리고 있었다.


켄타우로스들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가장 먼저 그의 모습을 본 것은 어미의 품에 안겨 떨고 있던 어린 켄타우로스였다.

그들에게 도끼를 내리치려는 켄타우로스 뒤에서 붉은 송곳니를 가진 검은 짐승이 솟구쳐 올랐다.

써억!

붉은 칼날이 켄타우로스의 상체를 반으로 쪼갰다.

뿜어져 나온 켄타우로스의 피가 어미와 새끼를 뒤덮었다.


새끼는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었다.

그의 앞에 있는 짐승은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괴물의 손에 들린 칼날이 어미의 목을 베었다.


새끼는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어미를 벤 칼날이 새끼의 몸에 꽂혔다.


마을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온 사방에 핏자국이 가득했다.

한 가운데 피워뒀던 불이 주변의 천막들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켄타우로스들은 아랑곳 않고 싸워댔다.

암컷들도 떨어져 있던 무기를 들어 대항하기 시작했다.

난전이 길어질 모양이었다.


그레이스는 바라던 바였다.

상대하기 어려운 것은 무리를 이뤄 달리는 켄타우로스였지 이렇게 얽혀 움직이기 힘들어 하는 켄타우로스가 아니었다.


그는 모습을 숨기고 한참 싸우고 있는 켄타우로스들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배나 다리를 살짝 베어놓고 나면 마무리는 싸우고 있던 켄타우로스가 해주었다.

그렇게 균형을 조절하고 적절하게 도발하여 싸움이 소강상태로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장들은 아직도 팽팽하게 싸우고 있었다.

마력과 힘이라면 붉은 켄타우로스가 앞설 텐데도 늙은 켄타우로스를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늙은만큼 기량에서 앞서고 있는 것이다.

격렬한 싸움의 와중에도 그들은 서로에게 생채기만 낼 뿐이었다.


‘저쪽은 내버려 두자.’


그레이스가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

서로 힘을 소진해 주겠다는데 고마운 일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다른 켄타우로스들을 노렸다.

노리는 것은 힘이 없는 어린 녀석들이었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어린 것들은 도륙하고 피를 뿌리는 것이다.

어린 켄타우로스의 혈향으로 암컷들은 새끼들의 위기를 알았다.

그리고 분노했다.


분노한 암컷들이 날뛰자 전세가 조금씩 뒤바뀌기 시작했다.

수가 적은 붉은 켄타우로스의 패거리들이 조금씩 밀리는 것이다.


여기서 그레이스가 또 개입했다.

그는 분노에 주의가 흐려진 암컷들의 뒤를 노렸다.

말들의 다리 사이사이를 누비며 상처를 입히자 암컷들이 하나 둘 주저 앉았다.

서있지 못하게 된 켄타우로스들은 그대로 동족들의 칼날에 찢겨 죽었다.


그레이스는 잠시 몸을 빼 상황을 살폈다.


이제 남은 켄타우로스들은 얼마 없었다.

늙은 켄타우로스의 패거리는 전멸했고 붉은 켄타우로스의 패거리는 아직 두 마리가 남아있었다.


늙은 켄타우로스가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움직임이 엉키기 시작했다.

붉은 켄타우로스는 신이 나서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벌써 죽으면 되겠냐. 미호, 풀어.”

“네.”


미호가 마력을 거두자 그레이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붉은 켄타우로스의 패거리에게 달려 들었다.

늙은 켄타우로스를 압박하려던 켄타우로스 두 마리는 난데없이 나타난 인간의 칼날에 목숨을 잃었다.


그걸 본 늙은 켄타우로스가 황급히 무기를 거둬 들이려 했다.

자기들끼리 싸울 상황이 아니란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붉은 켄타우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할버드를 휘둘렀다.

늙은 켄타우로스의 몸에 뒤틀린 칼날을 가진 할버드가 틀어박혔다.

그 틈을 타 그레이스는 붉은 켄타우로스의 허벅다리에 칼을 찔러 넣었다.


“크으어어어어어어!”


붉은 켄타우로스는 분노에 차 울부짖었다.


놈은 그대로 할버드를 돌려 그레이스를 향해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미호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화르르르륵.

후드 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그녀가 불을 뿜어냈다.

불길이 붉은 켄타우로스의 얼굴을 태웠다.


“끄어어어어어어어!”


놈은 무기조차 놓친 채 고통에 날뛰었다.

서걱.

그레이스의 칼날이 붉은 켄타우로스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


철컥.

검에서 피를 대충 털어낸 그레이스는 검을 집어넣었다.

미호 덕분에 이뤄낸 대승리였다.


“미호야아아아!”


그레이스는 미호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말이 많지 않은 그도 어려운 싸움을 쉽게 이긴 기쁨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뭐 해줄까? 우리 미호 뭐 해줬으면 하는 거 있어?”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그레이스는 말을 꺼냈다.

그녀는 잠시 눈동자를 굴리더니 늙은 켄타우로스의 시신을 가리켰다.


“저기서 나온 마석 주세요.”

“저거? 그래.”


그레이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붉은 켄타우로스의 마석이지 수명이 거의 다해 죽어가는 몬스터의 마석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마석을 뽑아 미호에게 건넸다.

미호는 건네받은 마석을 몇 번 핥더니 꿀꺽 삼켰다.


당장은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몬스터가 마석을 소화시키는데는 시간이 한참 필요했다.


“돌아가면 흡수하는 거 도와줄게. 빨리 마석 챙겨서 집에 가자.”

“네.”


둘은 바쁘게 돌아다니며 마석을 꺼냈다.

수가 많으니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핏물을 닦을 새도 없이 아공간에 시체와 장비, 마석을 정리하고 나니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몸을 일으켰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런데 주인님.”

“왜?”

“며칠 걸린다 그러지 않았어요? 우리 너무 빨리 돌아가는 거 아닌가?”

“빨리 돌아가면 좋지. 일 쉽게 끝났다는 거잖아. 그리고 한참 나가 있으면 또 그만큼 걱정할 텐데 걱정할 시간도 줄여드니까 좋은 거지.”

“그런가?”

“그렇지.”


둘을 그렇게 시시덕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밖으로 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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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년만에 (완) 21.03.26 55 2 8쪽
19 수도를 향해 4 21.03.25 40 0 11쪽
18 수도를 향해 3 21.03.24 41 0 11쪽
17 수도를 향해 2 21.03.23 45 0 11쪽
16 수도를 향해 1 21.03.22 44 0 12쪽
15 밖으로 2 21.03.21 44 0 11쪽
14 밖으로 1 21.03.20 45 0 11쪽
» 사냥의 시간 2 21.03.19 50 0 11쪽
12 사냥의 시간 1 21.03.18 48 0 11쪽
11 부하? 갑자기? 2 21.03.17 50 0 11쪽
10 부하? 갑자기? 1 21.03.16 52 0 12쪽
9 마을 밖으로 4 21.03.15 44 0 11쪽
8 마을 밖으로 3 21.03.15 78 0 12쪽
7 마을 밖으로 2 21.03.14 55 0 11쪽
6 마을 밖으로 1 21.03.13 53 0 11쪽
5 사람들 틈에서 4 21.03.12 53 0 11쪽
4 사람들 틈에서 3 21.03.11 68 0 12쪽
3 사람들 틈에서 2 21.03.10 69 0 11쪽
2 사람들 틈에서 1 21.03.09 88 0 11쪽
1 내가 후보라고? +2 21.03.08 20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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