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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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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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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3.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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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을 밖으로 4

DUMMY

창고에는 지난 번에 정리해둔 마석들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그레이스는 그것들을 집어 아공간에 쑤셔넣었다.


‘너무 티나면 안 되니 조금만.’


몇 개의 무더기에서 깔짝깔짝 긁어내니 큰 변화는 없어보였다.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이번 사냥에서 챙긴 마석들을 꺼내 마법진에 올려놓았다.

희미한 빛이 마석들을 감쌌다.

마법진과 연결된 것이다.

이제 저 마석들이 빛을 잃을 때까지 여관의 설비에 마력이 흘러들어간다.


그레이스는 조용히 창고의 문을 닫고 나왔다.

마침 카를과 일레인이 여관에 들어오고 있었다.

카를이 먼저 정겹게 인사를 건넸다.


“갔다 왔어?”

“네. 다녀왔어요.”

“마석 채워놨구나?”

“예. 이번에도 많이 챙겼어요.”

“그럼 한동안 나갈 필요 없겠네?”


그 말에 그레이스는 잠시 말을 멈췄다.

무엇을 뜻하는 건가 고민한 것이다.

분명히 숨겨둔 의도가 느껴졌다.


“그레이스.”


카를이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네?”


새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레이스는 급히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옆에서 듣고있던 일레인이 낄낄대며 웃었다.


“넌 안 올라가냐?”


무안해진 그레이스는 괜히 일레인에게 툴툴댔다.

그녀는 그레이스를 놀리듯 꺄악 소리를 내며 2층으로 올라갔다.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레이스는 다시 카를을 바라봤다.

카를은 딸의 저런 모습에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저씨.”

“응? 아, 그래. 안 나가도 되는 거지?”

“네. 한 2주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그럼 2주 동안 집중 훈련 좀 시켜다오.”

“아저씨를요?”

“둘 다. 자네가 가르치고 나서 저 녀석 엄청 늘었거든. 요즘 못 당하겠어. 여기 멍든 거 봐.”


그렇게 말하며 카를은 팔을 내밀었다.

멍으로 울긋불긋한 모습한 모습이었다.

그레이스의 입에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아이고···.”

“기술이 모자라니 어쩔 수 없더라. 어찌나 귀신같이 찔러 들어오는지 원···.”

“강화해서 받아내는 방법도 있었잖아요.”

“해서 막은 게 이 정도야.”

“어으···.”


그레이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방어력을 높이는 카를의 기술로도 저런 상처가 남으려면 얼마나 강하게 때린건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일레인의 실력은 어느새 카를을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이대로면 카를은 그녀에게 좋은 샌드백이 될 뿐이다.

그녀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나서야 했다.

마음을 정한 그레이스는 입을 열었다.


“할게요. 내일부터죠?”

“그래. 내일부터.”

“알았어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레이스는 몰래 여관에서 나왔다.

앞으로 2주 가까이 마을에 묶여있어야 하니 미리 마석을 뿌려두기 위해서였다.

거주지 근처에서 몬스터가 자라게 할 수도 없으니 한참 떨어진 곳까지 가야 했다.


‘돌아오면 아침이겠구나.’


그레이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남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지껏 북쪽에서 오크만 잡았으니 이번에는 남쪽에 있는 녀석들을 키워볼 생각이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강이 나왔다.

그레이스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저 멀리 로시크가 켜둔 불빛이 별처럼 보였다.


“아저씨, 또 밤새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강은 넓고 깊었다.

헤엄쳐 건너가려 한다면 돌아가는 시간에 맞추지 못할 듯 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옆을 살폈다.

별하늘이 비친 강이 길게 뻗어 있었다.


그레이스는 손을 저어 아공간을 열었다.

마석을 꺼내 적당한 곳에 던지고는 강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상류라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몰랐다.


중간중간 마석을 툭툭 던지며 그레이스는 한참을 걸었다.

하지만 얕은 곳은 나오지 않았다.

강은 그의 생각 이상으로 컸다.


고개를 돌려 마을 쪽을 바라봤다.

이미 언덕 위에서 빛나던 불빛마저 꺼진 후였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쯧.”


그는 짧게 혀를 차고는 남아있는 마석들을 전부 꺼냈다.

더 뿌릴 곳을 찾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여기다 전부 던져놓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던 그레이스의 손에 커다란 것이 잡혔다.


“아, 이거.”


트윈헤드 오크를 잡고 얻은 큰 마석이었다.

그레이스는 그것을 쥐고 잠시 고민했다.


“이걸 여기다 놓고 가야 되나···.”


이 마석은 조금 더 먼 곳, 경계 근처에 두고 싶었다.

강력한 몬스터가 생겨도 마을과는 최대한 먼 곳에서 생겨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마석을 한 손에 들고 힘껏 던졌다.

전력으로 던진 마석이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에 와보는 것은 2주 뒤가 될 것이다.


*

*

*


“아니, 카를 아저씨···.”


2주가 지난 지금 그레이스는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일레인이야 하던대로 하면 되니 문제될 게 없었다.

문제는 카를이었다.


“이게 아닌가?”

“마력을 모으는 게 아니라요···. 계속 돌리는 거예요. 아저씨가 가르쳐준 게 마력이 전신을 계속 돌면서 전체적인 방어력을 올리는 기술이잖아요. 그걸 자꾸 한 곳에서만 돌리면 어떡해요.”

“음···.”


훈련을 시작하기 전 그레이스는 카를로부터 비전을 전수 받았다.

비전은 전신에 마력을 순환시켜 방어력을 높이는 기술이었다.

그걸 배우자마자 그레이스는 카를의 문제점을 깨달았다.

방어력을 더욱 높이겠다고 한 부분에만 마력을 끌어모으는 습관이 문제였다.

마력의 조절도 정교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런 일을 하니 다른 용도로 써야할 마력까지 몰려버리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그에게 마력을 흘려넣었다.

마력이 전신을 순환하는 감각을 확실하게 새겨넣기 위해서였다.

이게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마력을 모으는 카를이기에 몸에 익히게 하려 했건만.

조금 후회되기 시작했다.


“감 잡았죠?”

“그래.”


그레이스는 손을 떼고 목검을 들었다.

감은 잡은 것은 맞는지 카를의 전신에 마력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전에서도 지금과 같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했다.


“하아아앗!”


일레인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따악!

그레이스는 그녀의 검을 가볍게 쳐냈다.


훈련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카를은 몇 번이나 그레이스에게 얻어맞고 땅을 굴렀고 일레인은 발에 차여 허공을 날았다.

두 사람을 상대하며 그레이스도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다치지 않게 하려면 마력을 더욱 정교하게 다뤄야 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힘만을 사용하여 소모를 줄이니 싸울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대련은 해가 떨어지고서야 끝이 났다.

어둠이 마을을 덮자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잡아낼 수가 없었다.


세 사람은 여관으로 돌아왔다.

식사를 적당히 때우고 나자 몸에 쌓인 먼지와 땀을 씻어낼 시간이었다.


그레이스는 물을 받아 몸을 담갔다.

따뜻한 물에 피로가 녹아 사라지는 듯 했다.

내일은 다시 나가봐야 하는 날이다.

2주 전에 뿌려둔 마석들의 성과를 확인하기로 정해뒀으니.


*

*

*


그레이스는 마을에서 나와 남쪽을 향했다.

2주 전 마석을 뿌려뒀던 경로를 따라가는 중이었다.


“바로 나오진 않네.”


강력해진 몬스터가 바로 달려들기를 기대했던 그는 살짝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무작정 평원을 돌아다니기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다.


그는 챙겨온 육포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냥 나가려는데 일레인이 어떻게든 손에 들려 보낸 물건이었다.


“맛있네.”


저 멀리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레이스는 감각을 날카롭게 했다.

트윈헤드 오크의 마석을 던져둔 곳과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최대한 조심해 둬야 했다.

그 마석을 먹은 몬스터가 얼마나 강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캬오오···.”


강에 가까워지자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대머리에 뻐드렁니, 돼지코를 갖지 않은 몬스터를 만난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개의 모습을 하고 입에선 피처럼 보이는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블러디 독.”


재밌는 몬스터 중에 하나였다.

네 개의 눈을 가지고 사방을 영민하게 살피는 녀석은 피처럼 보이는 액체를 흘려 먹이감을 유인한다.

먹이감은 자신이 노려지는지도 모르고 순진하게 그 흔적을 따라오다 놈에게 목을 뜯기는 것이다.

이렇게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아니지···. 약한 상대는 그냥 잡아먹는 게 더 쉬우니까.”


그의 생각대로였다.

블러디 독은 무기조차 들지 않은 약한 인간을 사냥하러 나타난 것이다.


“크아아!”


몬스터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달려들었다.


그레이스는 기다렸다.

몬스터가 그에게 달려들기 직전의 한 순간을.

서걱.

아공간에서 뽑혀나온 붉은 칼날이 블러디 독의 머리를 베었다.

머리에서 피와 붉은 체액이 흩뿌려져 평원을 물들였다.


“크르르···.”

“으르릉···.”

“그르르르르···.”


마석을 뽑아낼 틈은 없었다.

어느새 나타난 블러디 독 세 마리가 그레이스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팟!

그레이스는 그대로 땅을 박차며 물러섰다.

그가 서있던 곳에 블러디 독들의 발톱이 박혔다.

놈들은 멈추지도 않고 기세 좋게 다시 달려들었다.


급히 몸을 낮추며 검을 위로 뻗었다.

손 끝에 묵직하게 무게가 걸렸다.

쓰아악!

사람 키만한 개가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그레이스는 검을 그 자세에서 내리쳤다.

스걱!

그의 앞에서 달려들던 블러디 독의 목이 크게 베였다.


빈틈을 노려 마지막 한 마리가 그의 목을 노렸다.

뻐억!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블러디 독의 머리를 후려치자 놈은 깨갱거리며 바닥을 굴렀다.

푸욱.

그레이스의 칼이 녀석의 심장에 박혔다.


이제 달려드는 몬스터는 없었다.

느긋하게 수확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레이스는 블러디 독들의 몸을 헤집어 마석을 꺼냈다.

평범한 마석이었다.

큰 마석을 삼킨 녀석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건 챙겨둬야 겠다.”


2주를 쉬는 동안 그가 챙겨둔 마석의 절반이 소모됐다.

온수와 난방이 끊기지 않게 하려면 여유분은 충분한 게 좋았다.


그는 다시 강변을 따라 걸었다.

큰 마석을 던져둔 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밤에는 보지 못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몬스터의 눈을 피한 동물들이 강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아.”


눈이 마주쳤다.

둥그런 뿔이 달린 사슴처럼 생긴 녀석은 그레이스를 빤히 바라보다 몸을 돌려 떠났다.


“나중에 한 번 잡아봐야 겠다.”


고기가 맛있으려나 궁금했다.

카를의 요리도 좋지만 슬슬 싱싱한 걸 먹어보고 싶었다.

그의 요리는 대부분 보존처리를 해둔 식량을 끓이거나 구운 요리라 맛이 좀 떨어졌다.


아무래도 이곳은 좀 심심했다.

유흥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고 맛있는 것도 부족하다.

그나마 몬스터와 싸우는 재미라도 있지 않았다면 정말 심심할 뻔 했다.


“지루하군.”


걷다보니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저 몬스터를 잡고 마력을 흡수하는 단순한 반복 작업.

단순한 일상.

여유로운 삶이라 느껴졌다.


어쩌면 이렇게 머물러버릴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뒷목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어느새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이 약해진 걸까.

아니다.

조금 감상적이 되었을 뿐이다.


그레이스는 스스로 되뇌었다.

그는 마왕이다.

누가 뭐라해도 마왕이다.

한 세계의 주인인 마왕이다.

후보 따위가 아니다.


그런 그레이스를 비웃듯 메세지가 도착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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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람들 틈에서 4 21.03.12 53 0 11쪽
4 사람들 틈에서 3 21.03.11 68 0 12쪽
3 사람들 틈에서 2 21.03.10 69 0 11쪽
2 사람들 틈에서 1 21.03.09 8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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