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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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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
글자수 :
101,332

작성
21.03.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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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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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을 밖으로 1

DUMMY

로시크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카를은 부엌에 들어가 있었고 일레인은 아직 위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니 두 사람에게 꺼내긴 뭣한 이야기인 듯 했다.


“카를 아저씨 대신에 마석 모아오기로 했거든요.”

“그래? 그래라.”

“근데···.”

“그런데?”

“밤에도 나가 보려고 하거든요.”

“응? 밤에?”


밤이라는 말을 꺼낸 순간 로시크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난 몇 년동안 카를조차도 밤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는 이걸 허락해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레이스는 조금 더 이야기할 필요를 느꼈다.


“카를 아저씨는 일레인이 있었잖아요. 밤에는 애랑 같이 있어줘야 하니 못 나갔죠.”

“하긴···. 4일에 한 번은 애랑 놀아준다고 마을에서 쉬었으니···.”

“일레인이 그게 신경 쓰이는 모양이더라고요. 아저씨가 항상 나가있으니까 자기한테 관심이 없는 건가 하고.”

“그래서 네가 가겠다고 한 거냐?”

“네. 몸은 다 큰 거 같아도 아직 애니까요. 저야 걸릴 거 없으니 맘 놓고 일하긴 좋죠.”

“그래도 밤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지 않겠냐?”

“경계 보고 왔더니 어쩔 수 없겠더라고요. 지금 해오던 것만으로는 안 돼요. 더 몰아넣고, 더 단련해야 나갈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미친 새끼. 알았다. 다른 녀석들한테 걱정끼치기 싫어서 몰래 온 거지? 감춰주마. 혼자 수련하는 중이라고 속여주마.”


로시크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조건요?”

“자주 돌아와라. 너무 얼굴을 안 비치면 찾으러 나갈 거다.”

“어···. 그렇게까지 비우진 않을 거예요. 밖에 침대도 없고.”

“이런 썩을 놈.”


로시크는 그레이스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

*

*


“하···.”


그레이스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초원의 맑은 공기가 폐를 간질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였다.


주변에 항상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즐겁지만 불편한 일이었다.

정체가 들킬까 조마조마하며 행동을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가지고 놀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레이스는 걸음을 옮겼다.

아직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선혈의 달로 마력을 채워줄 먹이감이 빨리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한참을 돌아다녀서야 오크 한 마리가 보였다.

그레이스는 붉은 검을 뽑아들었다.


“쿠익.”


그를 발견한 오크가 바로 무기를 들었다.

짧고 넓적한 검이었다.


“그런 건 어디서 챙겼냐?”

“크르르르···.”


그레이스의 질문에 오크는 그저 으르렁댈 뿐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달려든 오크가 그레이스의 머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휙!

그레이스는 살짝 머리를 틀어 피해냈다.

서걱!

붉은 칼날이 허공에 선을 그었다.

오크의 상처는 얕았다.


“먹히는군.”


얕게 난 상처의 혈액에서 마력이 뽑혀나왔다.

그레이스의 마검으로는 죽은 상대에게선 마력을 뽑아낼 수 없었다.

그러니 살려둔 채로 최대한 피를 흘리게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그는 가볍게 검격을 날렸다.

스스슥!

오크는 검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칼날은 오크의 팔다리에 상처를 남겼다.


“크워어어어어!”


오크가 분노의 함성을 내뱉었다.

그레이스가 죽일 생각 없이 가지고 논다고 생각한 듯 했다.


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커졌다.

오크의 몸 곳곳에서 빈틈이 보였다.

가볍게 찔러넣기만 해도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빈틈.

하지만 그레이스의 검은 그곳들을 피해 생채기만 남길 뿐이었다.


이내 오크의 전신은 피로 물들었다.

그럼에도 목숨만은 거두지 않았다.


“크르으으으···.”


오크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비틀대기 시작했다.

툭.

힘이 빠진 손에서 칼이 떨어졌다.


“여기까지야?”


오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쌕쌕 숨을 몰아쉬었다.

써걱.

그레이스의 검이 오크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별 차이 안 나네.”


이 고생을 해가며 더 얻어낸 마력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죽이는 것보다 고작 5프로 정도 많은 수준에서 그친 것이다.

이럴 바에야 빠르게 죽이고 다음 사냥감을 찾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레이스는 쓰러진 오크의 몸에서 마석과 무기를 챙겨 아공간의 한켠에 보관했다.

칼을 몇 번 휘두르자 시체에 걸쳐져 있던 더러운 천조각들이 잘려 나갔다.


“이건···, 이쪽에···.”


그레이스는 시체를 아공간 구석에 고이 모셔뒀다.

당장은 쓸 수 없지만 언젠가 쓸 일이 생길 것이다.


“그거 못 챙긴 게 아쉽네.”


일레인과 카를의 눈을 피하느라 버려놓고 온 시체들이 생각났다.

고블린 일곱 마리에 오크 네 마리.

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겠지만 이런 상황이니 자꾸 맘에 걸렸다.


‘힘을 잃었다고 맘도 약해졌나.’


그레이스는 생각을 떨치고 다음 사냥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하루 사이에 그레이스는 열 마리의 오크를 죽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오크는 집단의 힘을 아는 몬스터였다.

그런 녀석들이 전부 뿔뿔이 흩어져 혼자 다니고 있었다.


‘마을 정도는 있을 거 같은데? 무기 손질도 그럭저럭 돼있고.’


그레이스는 죽인 오크의 장비를 챙기며 생각했다.

오크들이 온 방향.

오늘 나와서 마주친 오크들은 전부 한 방향에서 왔다.

열 마리가 전부 한 쪽에서 온다면 그 방향에 뭔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쪽이었지.”


그쪽에 마을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레이스는 걸음을 옮겼다.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내 어둠이 들판을 덮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맨눈으로는 어둠을 꿰뚫어 볼 수 없지만 그가 퍼뜨린 마력은 주위에 있는 것들을 확실히 잡아내고 있었다.


수상한 기척이 그의 감각에 잡혔다.


‘오크?’


오크 같은 느낌이지만 뭔가 달랐다.

머리가 하나 더 달려있었다.


그레이스는 잠시 멈춰 머리 둘 달린 오크의 동태를 살폈다.

놈은 달빛조차 들지 않는 풀숲에 숨어있었다.

완벽한 은폐였다.

감각은 그것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식별조차 해낼 수 없었다.


스릉.

그는 칼을 뽑아들었다.

붉은 칼날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반응이 없었다.

놈은 신중했다.

칼날이 빛나는 걸 봤을텐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껏 만난 오크들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그레이스는 옆으로 천천히 걸었다.

놈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관찰하고 있나?’


머리 둘 달린 오크는 지금 사냥감을 재보는 중이었다.

잡을 수 있는 상대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는 것이다.


“흣흣흐.”


그레이스의 입에서 비틀린 웃음이 새어나왔다.

우스웠다.

그는 지금 마왕씩이나 되어서 오크 따위에게 평가를 당하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으흐흐흐흐흐.”


그레이스는 왼손으로 허리춤에 찬 도끼를 뽑아들었다.

조악한 모양새지만 던지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걸 본 순간 머리 둘 달린 오크의 태도가 바뀌었다.

놈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동족의 도끼를 알아보고 달아나려는 것이다.

마을에 알리게 둬서는 안 됐다.


그레이스는 힘껏 도끼를 던졌다.

휭휭휭휭.

도끼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퍽!

급하게 던진 도끼는 오크의 팔을 자르고 땅에 꽂혔다.

그럼에도 오크는 멈추지 않았다.

피를 뿜어내는 팔을 감싸쥐곤 더 멀리 도망가기 위해 힘껏 다리를 움직였다.


“뭐야, 빠르네.”


오크는 팔을 다쳐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데도 빨랐다.

그레이스는 다리에 힘을 넣었다.

팍!


“그훅, 그훅, 그후.”


추격적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오크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몸을 돌려 자세를 잡았다.

캉!

자세를 잡자마자 붉은 칼날이 오크의 도끼를 쳐냈다.

무기를 잡은 손이 크게 쳐올려져 몸통이 열렸다.

그레이스는 검을 내리치려 했다.

그 순간, 오크의 입 중 한쪽에 빛이 모였다.


“큭!”


그레이스는 급하게 몸을 틀었다.

콰아아아아.

오크의 입이 마나의 격류를 쏟아냈다.

그는 거리를 벌려 몸을 추슬렀다.

베겠다고 깊이 들어갔다면 머리가 날아갈 뻔했다.


“무슨 오크가 브레스를 쏴?”


상식을 깨는 상황에 그레이스가 불만을 늘어놓았다.


“크후우우우···.”


전력을 다한 일격이었는지 오크도 숨을 골랐다.

그레이스는 슬쩍 땅에 남은 브레스 자국을 살폈다.

생각보다 강력한 기술이었다.

마력을 흡수해 내구도가 올라간 마왕의 육체라도 견디기 힘들어 보였다.

철걱.

그레이스는 하나 남은 도끼를 꺼내들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레이스는 달려들 수 없었다.

방금은 어떻게 피했지만 근거리에서 저 속도로 쏘아지는 공격을 피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는 천천히 거리를 줄였다.


오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다가오는 그레이스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놈도 어떻게 해야 그레이스를 죽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마땅한 수단이 나오지 않아 결정적인 빈틈을 기다리는 중인 것이다.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이제 한달음에 서로의 목을 노릴 수 있는 거리였다.

먼저 수를 쓴 것은 그레이스였다.

그는 자세를 낮춰 오크의 다리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오크는 피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크와아아아아!”


도끼가 다리에 닿기 직전 오크는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큰 소리를 지르며 던진 도끼가 그레이스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쾅!

그레이스가 들어올린 붉은 검이 오크의 도끼에 틀어박혔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 오크의 입에 다시 한 번 마력이 모였다.

놈의 눈이 이제 끝이라는 듯 번득였다.

서걱!

검은 칼날이 오크의 몸을 갈랐다.

그 순간까지도 오크의 눈은 승리의 기쁨을 띄고 있었다.

사선으로 잘린 오크의 몸이 스르르 미끄러졌다.

털썩.


“후우···.”


그레이스는 그제서야 숨을 골랐다.

강한 녀석이었다.

단순한 신체 능력으로는 그레이스에게도 떨어지지 않았다.

힘싸움으로 갔다면 브레스에 맞아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마력을 흡수하지 못 한 건 조금 짜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치지 않고 쓰러뜨렸으니 다행이었다.


그때였다.

오랜만에 듣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띠링~!


[미션: 첫 번째 후보 살해! 달성 보상으로 마왕의 각인를 드립니다.]


“아니. 쫌.”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앞에 각인이 떠올랐다.

그레이스는 일단 손을 뻗어 그것를 잡았다.


“큭.”


약간의 통증이 팔을 타고 흘렀다.


“각인이···.”


왼팔에 새겨진 각인이 엺게 빛났다 사라졌다.


“또 이상한 게 추가됐잖아.”


어떻게 해야 달성되는지도 모르는 미션은 그레이스에게 숙제를 남겼다.

새로 얻은 것의 능력을 알아내라는 숙제.

이전에 얻은 두 자루 마검의 능력도 완전하게 알지 못하는데 새로운 게 하나 더 생겨버렸다.

차라리 처음에 받은 마석처럼 알기 쉬운 걸 받는 게 더 편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쉬자.”


그레이스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옆에 둘러다니는 오크의 시체가 보였다.


“아···. 마석.”


쉬기 전에 끝내 둬야할 일이 있었다.

그는 오크의 몸을 헤집어 마석을 뽑아냈다.

다른 오크들의 것에 비해 큰 마석은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마석을 들고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이건 흡수해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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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도를 향해 3 21.03.24 42 0 11쪽
17 수도를 향해 2 21.03.23 45 0 11쪽
16 수도를 향해 1 21.03.22 44 0 12쪽
15 밖으로 2 21.03.21 45 0 11쪽
14 밖으로 1 21.03.20 45 0 11쪽
13 사냥의 시간 2 21.03.19 50 0 11쪽
12 사냥의 시간 1 21.03.18 48 0 11쪽
11 부하? 갑자기? 2 21.03.17 50 0 11쪽
10 부하? 갑자기? 1 21.03.16 53 0 12쪽
9 마을 밖으로 4 21.03.15 44 0 11쪽
8 마을 밖으로 3 21.03.15 78 0 12쪽
7 마을 밖으로 2 21.03.14 55 0 11쪽
» 마을 밖으로 1 21.03.13 54 0 11쪽
5 사람들 틈에서 4 21.03.12 53 0 11쪽
4 사람들 틈에서 3 21.03.11 68 0 12쪽
3 사람들 틈에서 2 21.03.10 69 0 11쪽
2 사람들 틈에서 1 21.03.09 88 0 11쪽
1 내가 후보라고? +2 21.03.08 2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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