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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6분

마왕 후보 때려칠 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12시6분
작품등록일 :
2021.03.08 15:07
최근연재일 :
2021.03.26 18: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235
추천수 :
5
글자수 :
101,332

작성
21.03.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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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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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부하? 갑자기? 2

DUMMY

“여우.”

“네.”

“네!”


두 여우가 함께 답했다.

그레이스는 미호를 바라보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너 말고. 어머니.”

“힝···.”


그는 큰 여우에게 물었다.


“경계에 대해 아는대로 털어놔봐. 몸 상태 보아하니 경계 때문에 문제 생긴 거 같은데.”


그레이스는 여우의 상태를 제대로 짚어냈다.


“네, 말씀드릴게요. 10년 전의 일이었답니다. 경계가 막 생겼을 때였죠.”


여우의 목소리에 씁쓸한 기색이 어렸다.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저와 이 아이는 원래 다른 곳에 살고 있었어요. 그저 날씨가 좋아 강을 따라 산책을 나왔던 것 뿐이었는데 경계가 생기면서 여기에 갇히게 됐죠.”


그레이스는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여우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가둬놓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어쩐지 공감이 갔다.

그레이스가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 저런 심정이었으니.


“듣고 계신가요?”


그레이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우가 물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인 것이다.

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듣고 있어. 마저 얘기해.”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아이가 무서워하는 게 보였어요.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겠다는 결심을 했죠.”

“호···. 그래서? 뭘 했어?”

“들이 받았어요.”

“경계를?”

“네. 제 모든 힘을 다해서 경계를 파괴하려고 했죠. 하지만 이런 꼴이 되어버렸어요. 경계를 가르던 도중에 육체가 붕괴되기 시작하더군요.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마력과 영체만 남아 하루하루 연명하게 됐답니다.”

“그럼···.”

“네, 전 10년 전에 이미 죽었답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만나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얼결에 유언을 들어버린 거 같아 기분이 착잡해졌다.

그레이스가 할 수 있는 말은 한 마디 밖에 없었다.


“잘 돌볼게.”

“네, 잘 부탁드려요.”


잠시 숙연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그레이스였다.


“계속 여기 묶여있어야 하는 거야?”

“이 경계를 깨뜨려줄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그래야 겠죠.”

“깰 방법은 있는 거야?”

“있어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지요.”

“어떻게 하면 돼?”

“절 베시면 돼요.”

“너를?”

“여기는 경계의 내부니까요.”

“여기가?”


그레이스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가 지금 서 있는 이 공간은 거대한 여우의 꼬리에 감싸여 있었다.

그녀의 힘으로 경계 내부에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죽어버렸는데도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의 힘을 평가해봤다.

아직 모자랐다.

여우를 베어 마력을 터뜨리기에는 그가 너무 약했다.

강력한 마법 내지는 오러가 필요했다.


“당장은 힘들겠어.”


그레이스는 솔직하게 말했다.

여우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그가 가진 힘은 미미한 수준이니 어쩔 수 없었다.


“돌아가서 마력 쌓은 다음에 다시 올게.”

“네, 마왕님.”


그레이스는 여우에게 인사를 하고 미호를 안아들었다.

그녀는 순순히 그레이스의 품에 안겼다.

그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겠어?”

“네. 엄마도 저렇게 붙들려 있는 거 때문에 많이 괴로워 하셨어요. 빨리 끝내주세요.”

“알았어.”


그레이스는 다시 감각의 안개를 헤치며 밖으로 나왔다.

한 번 지났다고 익숙해졌는지 이전보다는 덜 힘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 것도 없는 초원과 푸른 하늘이 보였다.

공간조차 왜곡되어 그 안을 꿰뚫어 볼 수 없게 되었다.


경계란 그런 것이다.

안과 밖은 단절시켜 버리는 벽.

외부에서 깨려는 이들도 내부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내부에서도 바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밖에서는 내부에 있는 카를에게 지원을 하며 보고서로 상황을 살피는 것이다.

함부로 경계에 손대려 했다간 다른 사람들처럼 사라져 버릴테니.


*

*

*


“다녀왔어요.”


그레이스가 마을의 문을 두드렸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었다.

일레인이 문을 열고 그를 맞았다.

그녀의 시선이 품에 안긴 미호에게 멈췄다.

귀여운 것을 탐내는 듯한 시선이었다.


“왔어요? 걔는 뭐예요?”

“뭐라니? 미호야!”


일레인의 말에 미호가 쏘아붙였다.


“말했어?”


일레인은 깜짝 놀라 한 발 물러섰다.

말하는 여우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응. 미호 말할 수 있어.”

“그렇구나. 미호라고 하는구나. 미호 언니한테 올래? 아저씨 힘들겠다.”


그렇게 말하며 일레인은 두 팔을 벌렸다.

미호는 고개를 들어 그레이스를 쳐다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호는 폴짝 뛰어 일레인의 품에 안겼다.

일레인은 손을 들어 미호의 털을 쓰다듬었다.

보드라운 감촉에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따뜻하다···.”

“그치?”

“네. 어디서 만났어요?”

“남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 강가에서 만났어.”


두 사람은 조잘거리며 여관으로 향했다.

카를과 로시크가 식사를 준비하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왔어요.”

“그래. 새끼 구미호는 어쩌다 주워온 거야?”


로시크가 퉁명스레 물었다.

그레이스가 문을 통과할 때 정령이 그에게 미호의 존재를 전한 모양이었다.

그레이스는 적당히 이야기를 꾸며냈다.


“강가로 갔더니 있었어요. 부하 시켜달라고 하더라고요.”

“아···. 하긴. 어린 녀석이니 혼자 살아가긴 힘들겠지.”


카를은 구미호에 대해 잘 모르는지 로시크에게 슬쩍 물었다.


“키워도 괜찮은 녀석인가요?”

“뭐···. 괜찮아. 구미호면 사람이랑도 잘 지낼 수 있는 녀석들이니. 그래서 몬스터로 분류하지도 않잖아. 쟤넨 요괴라고 부르지. 몬스터랑은 다른 거야. 잘 돌봐라.”

“네.”

“저도 도울 거예요.”


그레이스와 일레인의 대답에 로시크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는 잘 안 내지만 이런 때는 그의 나이가 느껴졌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로시크가 말했다.


“강가라고 했으니까 남쪽으로 간 거지?”

“네. 블러디 독 나왔어요. 그쪽 갈 때 핏자국 있으면 조심해야 겠어요.”

“흠···. 그거 귀찮은 녀석인데.”


카를이 로시크의 말을 받았다.


“팔 하나 물게 두고 머리 노리면 편하게 잡을 수 있어.”


무식한 방법이지만 방어력을 높일 수 있는 카를이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일레인은 그의 말에 궁금한 게 생겼는지 질문을 던졌다.


“여러 마리가 한 번에 달려들면 어떡해요?”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레이스였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검을 더 빠르게 휘두르면 돼. 움직임이 빠른 녀석들은 아니라 사냥감을 유인하는 거거든. 달려드는 걸 잘 보고 벤다. 간단한 방법이지.”

“그게 돼요?”

“신체 강화만 해도 가능해. 시력도 강화해야 하긴 하지만.”

“쉽네요.”

“네 실력이면 쉬운 상대지.”

“다음에 같이 가요.”

“그래. 이제 실전도 겪어봐야지.”


카를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소중한 딸이 손에 피를 묻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심정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가 언제까지 일레인 곁에 붙어있을 수는 없다.

그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게 해줘야 했다.


로시크는 카를의 표정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한동안 술 상대라도 해줘야 할 모양이었다.

그레이스가 깨어나 일레인과 친해지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는데 언제가 돼야 자식을 놔줄지 걱정이었다.


*

*

*


식사가 끝나고 그레이스는 방으로 올라왔다.

미호는 일레인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늦은 밤이라도 마을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그녀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마지못해 따라가는 척했지만 꼬리는 신이 나서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쯤 한참 구경하는 중이겠지.


그레이스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축적법을 바꿀 생각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마력을 모아야 했다.


그가 고른 것은 무신이라 칭해졌던 마왕에게 빼앗은 축적법이었다.

암천공.

어둠를 지배하는 마공이었다.

무신은 끝없는 어둠을 흡수해 자신의 마력으로 바꾸는 마왕이었다.

그런 패배자의 것을 사용하는 건 조금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무한한 마력보다는 많이 떨어지지만 그레이스는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다.


방 이곳저곳에서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것들은 꿈틀거리며 그레이스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한참동안 그의 주변을 감싸고 돌던 그림자는 천천히 그의 피부를 덮기 시작했다.

이내 그레이스의 전신으로 어둠이 흘러들었다.


어둠은 그의 체내에서 날뛰었다.

제멋대로 날뛰는 마력에 그레이스의 전신은 갈리고 찢겨 피를 흘렸다.


통증에 잠시 집중이 흔들렸다.

얼굴에서 끈적한 감각이 느껴졌다.

눈, 코, 입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찌직. 찌지직.

피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날뛰는 마력이 피부를 찢고 밖으로 튀어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흔들리는 정신을 다시 붙들었다.

그때, 각인이 움직였다.


각인은 강제로 마력을 끌어모아 그의 몸 중심에 쌓았다.

지금 새로 받아들인 어둠뿐만 아니라 덩어리가 되어 있던 마력까지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쌓이고 뒤섞여 뭉친다.

배꼽 조금 아래.

무인들이 단전이라 부르는 그곳에서 뭔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여들어 뭉친 마력들이 결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력을 담을 그릇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허억! 허억! 헉! 헉! 헉!”


그레이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는 했지만 납득하고 싶지 않았다.


“마석이···, 마석이 생겼어?”


그의 몸 안에 마석이 자리 잡았다.

길고 긴 마족의 역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레이스는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건···.”


마력의 흐름이 안정되었다.

마력량도 크게 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장애물 하나 없이 전신을 내달리는 마력을 빠르고 강력했다.


그레이스는 이런 힘을 가진 물건을 하나 알고 있었다.


“드래곤 하트.”


드래곤의 방대한 마력을 담아두는 또 하나의 심장.

드래곤 하트.

지금 그레이스의 몸에 생긴 마석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일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그레이스는 마력을 끌어모았다.

드래곤 하트는 그 자체로 쉴 새 없이 마력을 끌어모아 드래곤에게 무한한 마력을 제공하는 물건이었다.

그의 마석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림자가 다시 모여들었다.

어둠은 고요하게 그의 안으로 흘러들어 마석에 쌓였다.


“드래곤 하트처럼 무한하게 끌어들이지는 못 하는군.”


아직 실험할 것은 하나 더 남아있었다.

그는 아공간을 열고 블러디 독의 마석을 하나 꺼냈다.


몬스터는 마석을 삼키는 것으로 힘을 키운다.

그렇다면 자신의 마석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진 것이다.


그레이스의 마력이 마석으로 흘러들어갔다.

평소하던 방식대로 마력을 끌어내는 것부터 해볼 생각이었다.


“크크크크크···.”


되돌아오는 마력을 느끼던 그레이스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손에 든 마석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의 안으로 흡수되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강해질 방법이 또 하나 생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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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도를 향해 3 21.03.24 4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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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부하? 갑자기? 1 21.03.16 5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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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람들 틈에서 4 21.03.12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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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후보라고? +2 21.03.08 2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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