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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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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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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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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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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3쪽

윤승아 - 한국 (3)

DUMMY

이정민은 해설자들의 말대로 중재자로 얼리고 정면 돌파할 생각이 잠시 있기는 했지만, 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 이정민이 정말 거지같다고 느낄 정도로 후원도 적은 아이템카이팀에서 어떻게든 전체 게이머들 중 상위권 유저로서의 위치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 이것은 이정민이 상황 판단이 되지 않거나 실력이 없는 게이머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정민은 신중하게 생각하며 게임을 운영했다. 신인이라고 해서 상대인 조영호를 너무 얕보거나 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 자신이 업그레이드 우위에 있는데도 러쉬를 가지 못하는 것은 현재 자신의 조합에도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초반에 자트를 막아내는 등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세부 컨트롤이 확실히 영호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멀티 태스킹도 그럴까?


그런데 그랬다. 그런 마음에서 이리저리 찔러보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이런 저런 공격들을 다 신경쓰고 막아내면서 라인을 긋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정민은 점점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뭔가 해야 하는데..”


멀티 태스킹도 좋은 조영호. 확실히 XK 마르스에서 기존의 선수들 중 몇을 제치고 선발로 내보낼 만한 신인 게이머였다. 나이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정민은 절실히 느꼈다. 조영호가 자신보다 공방업이 늦은 것을 이정민은 분명히 보고 있었지만 조영호가 맵 아래쪽부터 서서히 위로 라인을 긋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영호의 방어가 괜찮았다.


어느정도였냐 하면 섣불리 아크와 기계전사 등 지금 있는 병력으로 들어가다가는 전멸해서 대세가 영호 쪽으로 기울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지금 정면으로 들어가게 되면 아무리 좀전에 나온 중재자의 블리자드로 병력을 얼린다고 해도 중재자의 수가 소수인 이상 한번에 얼릴 수 있는 영호의 유닛의 수가 적다. 투명하게 보여준다고 해도 위성을 가지고 있는 영호. 그렇게 되면 중재자의 이점은 사라지니 다른 마법 유닛인 폭풍사제의 폭풍으로 아무리 공격에 가세한다고 해도 저 2차 대전의 유명한 프랑스의 단단한 방어선인 마지노선과도 같은 튼튼한 탱크 라인은 뚫기 힘들어 보였다.


확실히 탱크와 오토바이, 지뢰, 맥, 방공포대 등으로 지키는 영호를 당장 어떻게 하기는 무리였다. 맵 위쪽이 아직 라인이 확실히 그어지지 않아서 들어갈만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쪽으로 들어가기에는 지뢰가 너무 많이 깔려있어서 들어가는데 시간을 잡아먹게 되어 결국 아래의 라인이 위로 다시 바뀌는 결과만을 낳게 된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곧 영호도 자신처럼 공/방 3업이 될 것이고, 그러면 문제가 생긴다. 자신이 처음부터 공중 업그레이드에 충실해서 기계모함을 갔었다면 모를까, 지금와서 기계모함을 가자니 지상군부터 업그레이드를 했기에 공중병력의 업그레이드는 밀려서 결국 싸움이 힘들어진다. 최근 경기중에서도 기계모함을 잘쓰는 김칠구가 기계모함을 만드는 틈을 타서 김은호가 이긴 적이 있지 않았던가. 기계모함을 쓰는 것을 생각해보았지만 공중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안된 지금은 무리였다.


그렇다고 위로가는 척하고 아래를 들어가는 것도 피해가 생각보다 클 것 같았다. 같은 자원을 먹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공격을 들어가는 쪽이 수비하는 쪽보다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그 수비하는 쪽이 인간 종족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 그렇다면 방법은.. 역시 그것뿐인가.


정민은 폭풍사제와 중재자의 주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들을 조합한 전술을 준비했다. 지금 상황에서 중재자를 뽑은 것은 바로 그때문이었다.


정민이 준비한 것은 ‘환상소환’ 전략.

폭풍사제의 다른 능력인 ‘환상’과 중재자의 블리자드가 아닌 ‘소환’을 동시에 써서 공략하는 방법이었다. 그 마지노선의 프랑스를 상대해서 독일은 정면 승부가 아닌 다른 길로 병력을 들여보내는 길을 택해서 그 단단한 방어라인을 무력화 하는 것을 택했다. 지금 정민이 생각한 환상소환도 그러한 전략이었다. 적의 본진에 소환을 하기 위해 환상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중재자는 주변의 유닛을 투명하게 만들고 적을 얼리는 공격을 할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테크가 너무 늦어서 게임 후반에나 나오는데다가 얼리는 공격의 범위도 적고,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각 종족의 스킬이나 유닛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자주 쓰이지 않았다. 그 쓰이지 않는 중재자를 가끔 쓰는 선수들마저도 소환 스킬은 잘 쓰지 않았다.


적의 본진에 들어가서 일정 범위의 아군 병력을 소환해서 바로 적 본진에 워프포탈을 열듯이 순간이동을 해서 적의 심장부를 날카롭게 찌를 수 있다는 점은 얼핏 들으면 꽤 매력적인 전략일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거의 쓰이지 않는 이유는 중재자가 날아다니면 당연히 그 소환을 예측하고 바로 잡아내기에 정작 공격력이 약하고 이동력도 느리며 방어력도 고만고만한 중재자가 맞아서 터져버리니 소환을 제대로 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수송선이야 속도 업그레이드라도 가능하지, 중재자는 그렇지도 않지 않은가!


하지만 정민은 이 중재자의 소환을 제대로 쓰기 위해 폭풍사제의 능력 중 쓸모없는 능력이라고 생각되던 ‘환상’ 능력에 주목했다. 환상은 자신의 유닛중 하나에 걸게 되면 원본과 똑같은 분신을 만드는 분신술과 같은 개념인데, 환상이 너무 좋지 않아 쓰이지 않았다. 이 환상을 받은 분신 유닛은 원본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피해도 2배로 받는데다가 실제 공격력은 0이라는 점과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라져서 쓰임새가 없었다. 그저 상대에게 병력이 많이 보이는 효과를 줄 뿐 공격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방어시에 상대의 공격을 분산시키는 용도 정도랄까.


덕분에 주로 쓰이는 것은 기계모함 등으로 상대를 완전히 압도해서 상대의 멘탈을 하와이 관광이라도 보내주고 있을 그 시점에 기계모함에 더 걸어주어서 1부대의 기계모함을 2부대처럼 보이게 해서 상대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용도일 뿐이었다. ‘나가! 계속 있다가는 네 멘탈도 하와이가 아니라 우주까지 날려버릴테니 지금 당장 GG를 치고 게임을 나가!’ 라고.


정민은 이 쓸모없다고 알려져 왔던 환상 능력을 쓸모있게 중재자에 걸고, 영호의 자원이 모이는 11시 멀티를 향해 갈 생각이었다. 두 능력이 전부 테크나 자원의 압박으로 후반에 개발된다지만 지금은 이미 경기 후반. 쓸모가 있었다. 정민은 영호가 공방업을 3/3으로 끝까지 완료하기 전에 승부를 걸었다.


“이정민, 중재자가 병력과 따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소환을 쓸 생각인가 본데요?”

“네. 병력은 아직 맵 아래쪽의 조영호의 병력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데, 중재자는 맵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어? 저기 폭풍사제들도 따라가는데요?”

“왜죠? 이러면 아래쪽에 병력은 아크와 기계전사 뿐! 폭풍사제는 아크와 같이 이동하는게 좋을텐데요. 저렇게 분산시키면...”

“아? 설마!!”


이호준 해설은 외마디 비명을 냈다. 정민의 의도를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저건 소환만 쓰려는게 아니라 폭풍사제의 환상과 중재자의 소환을 같이 이용하려는 겁니다!”

“환상과 소환을요?”

“네! 소환하러 중재자가 혼자 들어가기엔 지금 무리니까 중재자에 환상을 걸어주어서 위쪽 벽 라인을 타고 들어가려는 거죠! 저러면 방공포대에 피해를 최소화해서 중재자 본체가 살아남아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오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이정민 선수! 참신한 전략입니다! 이대로면 주력이 아래에 있는 조영호의 병력이 알아차리고 올라오기 전까지 제대로 들어가서 충분히 피해를 줄 수 있어요!!”


해설진의 말대로 이정민은 폭풍사제와 중재자가 맵 중간에 가까이 갔을 때, 폭풍사제들로 중재자에 환상을 여러번 걸었다. 1대의 중재자가 7대의 중재자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 중재자들은 위성이나 레이더 스캔으로 구분하지 않는 한, 영호의 시야에는 전부 진짜처럼 보일터였다.


“이정민!! 중재자에 환상을 걸었습니다! 중재자가 7기가 됩니다!!”

“위쪽 벽을 타고 들어갑니다!! 들어갑니다!!!”

“소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조영호, 마침 레이더 스캔을 씁니다!”


그러나 영호가 레이더 스캔을 쓴 곳은 중재자가 있는 곳이 아닌 이정민의 아크와 기계전사 등 병력이 모인 곳이었다. 중재자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병력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에서 영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병력이 저렇게 뭉쳐서 모여있고, 고급 병력도 없어? 기계모함인가? 아니면 자트 드랍? 소환?”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 지금 병력이 있는 정면으로 바로 오지 않을 것임은 분명했다. 영호는 빠른 손놀림으로 아래쪽에도 지뢰를 깔고는 맥과 소수의 탱크를 맵 위쪽으로 올려보냈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였다. 정민의 의도를 알고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함을 느끼고 유추한 것은 확실히 괜찮은 판단력이었다. 정면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했다. 영호가 위쪽에 심어둔 투척지뢰로 정민의 중재자를 본 것은 그 즈음이었다.


“중재자!! 소환이구나!!”


그런데 중재자가 1기가 아니었다. 몇기인지 몰라도 꽤 많았다. 중재자가 오는 길에 방공포대가 있기는 했지만, 그 수가 적어서 저 중재자들을 다 격추시키기에는 힘들지 몰랐다. 영호는 얼른 맥을 포함한 병력들을 맵 위로 보내면서, 소환이 예측되는 11시 쪽으로도 병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승아는 그런 화면을 보면서 외쳤다.


“영호! 위성을 써!! 위성을 먼저 보내라고!”


위성은 환상으로 만든 가짜 분신들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뿐 아니라 위성의 전자충격파로 부근의 가짜 유닛들을 전부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폭풍사제가 만든 가짜 환상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구분이 가지 않지만, 각종 마법적인 공격을 받으면 한방에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특성은 예전 승아의 회귀전에도 게임을 자주 하는 프로게이머들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환상이 마법적인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게이머들은 환상을 더욱더 쓰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도 위성으로 전자 충격파를 중재자에 날릴 수도 있었다. 전자 충격파를 일단 맞으면 중재자가 소환할 마법력이 0이 되어 소환하지 못하니 이정민의 의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승아는 영호가 위성으로 얼른 중재자에 대처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지금 이정민이 쓰는 ‘환상소환’에 대한 대응이 영호가 느린 것은 아니었다. 감각적으로 이상함을 느끼고 위로 일부의 병력을 이동시킨 것이나, 보고난 뒤에도 재빨리 오는 길 뿐 아니라 최종 소환이 예상되는 지점을 향해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도 그랬다. 하지만 그 대응이 최선일지언정 최고는 아니라고 승아는 생각했다. 지금 상태에서 영호의 최고의 대응은 위성으로 전자 충격파를 날려서 소환을 미리 봉쇄하고, 저 라인을 위로 더 긋고 조금더 전진하는 것이었다.


영호는 지금 7기의 중재자가 전부 실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문제였다. 병력이 200으로 한정되어 있는 지금, 200을 넘는 병력이 나올 수는 없었다. 어느 종족이건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중재자가 7개나 나올만큼 이정민의 생산 건물들이 많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저건 분명히 가짜, 환상으로 만든 가짜가 있다는 것인데 거기까지 영호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했다.


그래도 다행히 영호의 올라가는 병력에 위성이 같이 있기는 했다. 위성은 이동속도가 탱크나 맥보다 빠른 만큼, 다른 병력들을 제치고 먼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영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위성은 이정민의 중재자들 무리에 영호의 다른 병력들보다 먼저 다가가서 가까워지고 있었다. 승아가 생각한대로 영호가 해 주기만 하면, 승리를 영호가 가져갈 수 있었다. 이제는 영호의 판단과 컨트롤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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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윤승아 - 한국 (1) +3 17.06.18 824 20 11쪽
323 서원재-미국, 윤승아-한국 +5 17.06.15 822 22 16쪽
322 서원재 - 미국 +5 17.06.13 930 2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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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2) +1 17.06.08 834 21 10쪽
318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1) +4 17.06.06 843 31 12쪽
317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0) +2 17.06.05 809 23 13쪽
316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9) +3 17.06.04 1,275 24 10쪽
315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8) +5 17.05.31 901 2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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