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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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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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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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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윤승아 - 한국 (2)

DUMMY

“헤에.. 영호가 여기서 운영 승부를?”


조영호가 처음 팀에 왔을 때가 승아는 생각났다.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볼성부른 떡잎이었는지 자신과 원재의 빌드를 포함해 팀원들의 빌드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영호를 보고 ‘역시 조영호’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기복이 좀 있지만, 확실히 회귀전의 조영호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는 하는 경기가 가끔은 나올 정도로 그 자질은 어디가지 않았었다.


그런 영호가 지금 이정민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걸고 있었다.


승아는 화면에 집중하다가 목이 마른 것을 느꼈다. 쇼파와 한몸이 되어 TV 리모컨을 잡고 뒹굴거리던 승아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큰 결단을 내렸다.


“읏챠!”


냉장고까지 가서 문을 열고 평소 즐겨먹던 고려콜라가 아닌 보리차를 유리컵에 따랐다. 미국에서 하도 콜라에 햄버거 종류만 먹어서 그런지 당분간은 그 좋아하던 고려콜라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한국의 보리차가 최고일 거라 생각한 승아였다.


다시 거실로 가서 화면을 보니 그 잠깐의 사이 특별한 교전은 없었는지 영호와 이정민은 서로 조금더 큰 발전을 하고 병력을 모으고 있었다. 승아가 보지 못한 사이 교전이 있기는 했지만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교전이었는지 큰 상황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보자.. 영호가 11시도 먹었네? 정민오빠는 5시도 먹었고.. 비슷한가?”


승아는 화면을 보고서 한 20초 정도가 지나자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구도가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승아와 같은 수준의 경험이 있고 실력이 있는 게이머라면 현재의 상황을 보고도 흘러온 것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이정민이 자트 테크를 타는 것 까지 보았었기에 공격력이 센 자트와 벌레와 같은 자트의 느린 속도를 보완할 수송선이 충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자트로 견제를 갔다가 폭사해서 실패했거나, 아니면 성공했더라도 자트가 한번 소멸되었음을 뜻했다. 그리고 미니맵에 꽤 많은 부분이 오토바이의 투척지뢰로 밝혀져 있었지만 그래도 맵의 우측 반절 가량에 투척지뢰가 거의 없는 것은 이정민이 그래도 꼼꼼하게 투명안과 아크를 이용해서 지뢰들을 제거해 주고 있었음을 뜻했다.


영호는 오토바이와 투척지뢰로 시간을 끌고 멀티를 뜨면서 탱크와 방공포대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약간 아래쪽부터 서서히 방공포대를 전진해서 건설해 나가면서 탱크를 같이 전진시켰다. 튼튼한 방어선이 앞에 전진하게 되면 방벽이자 공격하는 성이 되어 나가게 되는 원리였다. 같은 팀의 이종원이 장기전을 종종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라인을 긋는 것은 잘 하지 않았다. 라인을 긋고 전부 방공포대와 탱크, 맥 등으로 방어한다는 것은 이론은 좋지만 실제로 하게 되면 자원의 부족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라인을 각 종족들이 뚫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유닛을 희생양으로 던져주거나 특수 기술들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뚫을 수 있기 때문에 자원이나 병력이 조금 더 우위가 있지 않고서는 자주 쓰지 않는 방법이었다.


같은 팀의 이종원도 장기전을 선호하는 것이 세부 컨트롤이 승아나 원재처럼 좋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메카닉 병력을 이용한 장기전을 하고자 천천히 벽을 쌓는 방식을 선호한 것이지, 이게 항상 좋다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종원의 경우에도 자원이나 병력의 우위가 6:4 정도로 있을 때에 갑자기 상대의 한 수에 허무하게 지지 않기 위해 천천히 우세를 굳히거나, 아니면 상대가 소수 컨트롤을 너무 잘해서 잘못 교전하면 질 것 같을 때 선 긋기를 시전하는 것이지 지금의 조영호처럼 5:5 상황일 때 선긋기를 시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점을 알고 있는 승아는 영호의 선 긋기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영호가 선을 긋는다고 해도 자원이나 실력이 될까? 영호는 아직..”


승아가 걱정하는 부분은 영호가 아직 어려서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실전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지만, 고수들과의 오프라인 대전 경험은 영호로서는 많지 않았다. 아직 어리고 혈기가 넘쳐서인지 유닛들의 공격적 성향이 강했다. 겉으로는 예의바른 영호였지만 항상 승부욕이 넘쳤고, 승아나 원재의 3막사 초반 러쉬를 즐겨 썼었다. 가끔 장기전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 장기전도 종원의 그것과는 달랐다. 어쩔 수 없이 장기전을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가는 것 정도? 의도한적도 몇번 있었지만 완성되지 않았다. 당연했다. 아무리 조영호라지만 어렸고 지금의 조영호는 아직 회귀전 탑 플레이어였던 조영호가 아니니 말이다.


승아가 걱정하는 부분을 이정민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인간 종족이 반땅 싸움, 즉 맵의 반 정도를 먹고 선을 그으면 유리해지는 것은 맞았다. 물론 그것을 뚫지 못할 때 말이다. 하지만 경기가 후반에 이르러 질 때, 정민은 얼마든지 영호가 전진하는 방공포대 + 탱크 라인을 뚫을 방법이 여러가지 있었다.


먼저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김칠구가 주로 쓰듯 기계종족의 최종테크인 기계모함을 가서 몰아붙이는 것이었다. 넓은 평지가 많은 지형이라고 해도 어딘가에는 반드시 벽이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지형이 있다. 이곳을 이용해서 넘나들며 계속해서 상대의 병력을 갉아먹다가 한번에 몰아치는 기계모함 부대들의 공격은 인간 종족을 상대로 강력했다. 물론 시간은 걸렸고, 그 사이 공백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테크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정민이 선택한 방법은 아크와 기계전사를 주력으로 해서 정면으로 뚫는 척 하면서 각종 마법 유닛들의 특수능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정민은 폭풍사제를 뽑기는 했다. 폭풍사제와 아크, 기계전사가 갖춰지자 자트 드랍을 막아낸 영호로서도 더이상 급히 나갈수는 없었다. 한번에 둘러싸여 당하게 되면 게임이 바로 끝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맵을 아래에서 위로 선을 긋듯이 천천히 위로 방공포대의 선을 그어나가면서 맵을 반분하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탱크를 전진시키고, 오토바이와 맥으로 방어하는 것이 영호의 우주방어였다. 예전에 보여준 수많은 방공포대들을 통한 방어를 공격 겸 방어로 쓰는 것이 영호의 방어. 하지만 한번에 전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이동하는 영호의 방어의 틈을 타서 위로 공격하려던 이정민.


하지만 위쪽에는 아직 탱크의 방어라인은 없을지언정 오토바이의 투척지뢰와 소수의 방공포대로 오는 진군을 늦출 정도는 영호가 방어해 두었고, 정민이 바로 정면에서 위쪽으로 영호의 11시 멀티를 칠 수는 없었다. 그 사이 자신의 본진과 자원줄인 5시 멀티가 밀리게 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영호는 이정민의 진출을 막아내고 탱크 등 병력 일부로 5시에 가려는 액션을 취함으로서 이정민이 주춤거리게 만드는 효과를 자아냈다. 이정민이 자트 드랍이 실패하고 진출하지 못하면서 영호의 대계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승아의 눈에 해설진들이 보여주는 이정민의 화면이 들어왔다.


“중재자?”


중재자는 기계모함과 같은 기계종족의 최종테크 유닛이었다. 공중에 날아다니고 이동속도도 느리며, 공격력은 최악이었다. 거의 초기의 소총병과 비슷한 정도? 그렇다고 공격 속도도 빠르지 않고 매우 느렸다. 하지만 이 유닛의 존재 의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중재자는 갖가지 마법을 쓰는 마법유닛이었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부근의 자기편 유닛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 능력은 영구적이어서 보려면 인간 종족의 레이더 스캔이나 위성, 괴물종족의 비올란테 등 디텍터가 있어야만 투명한 유닛들을 볼 수 있었다. 중재자가 죽기 전까지는 그 밑의 유닛들이 투명해져서 엄청 짱쎈 투명드래곤처럼 막 계속 공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또 중재자는 같은 편을 중재자가 있는 곳으로 소환할 수 있었다. 중재자가 적 본진에 깊숙히 들어간 다음에 자신의 기계전사들을 우르르 소환하면 적 본진이 쉽게 무너지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공식 대회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중재자의 다른 마법 능력인 블리자드를 통해 유닛들을 얼리기도 하고, 소환을 써서 같은편을 소환하기도 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빌드와 시간이 꽤 걸렸다. 중재자가 나오는 경기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중재자가 나왔다고 해도 그것을 뽑을 때 즈음이면 경기는 이미 거의 기울어 있어서 세레머니 형식으로 뽑는 경우가 많았다. 김칠구가 예전에 경기에서 몇번 썼다가 오히려 패배한 이후로 실제 경기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유닛이었다.


사실 이렇게 후반 유닛들이 잘 쓰이지 않게 된 데에는 승아와 원재의 영향이 컸다. 원래의 게임계 역사대로라면, 아무리 초창기 리그라지만 중재자나 각종 후반 마법 유닛들이 자주 쓰이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승아와 원재가 극초반에 승리를 거두는 경기들이 많이 나오면서부터 다들 초반과 초중반에 결판을 내는 방식에 관심이 많이 쏠렸다. 아무리 맵을 바꾸어도 계속해서 초반 러쉬를 뽑아내니 전체적인 우주전쟁 판의 대세도 거의 초중반에 승부를 보는 것에 방향이 쏠렸다. 정창환이나 지성철 등 상위권 유저들도 대부분 후반까지 가지 않는 것을 선호했었다. 히데요시와 같은 외국인 선수나 일부러 장기전을 유도해서 후반 유닛을 이용하지,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정민이 중재자를 뽑는 것은 해설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정민 선수, 중재자를 뽑는데요?”

“중재자라.. 지금 중재자를 뽑을 자원이면 기계모함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기에는 공중 유닛의 공방업이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어차피 200인구수가 다 차기도 했구요. 아마도 공격시 보조 마법 유닛의 용도로 쓰려는 것 같습니다. 지상 유닛을 보조하려는 거겠죠.”

“이정민 선수, 자트를 초반에 잃고서는 주로 기계전사와 아크, 폭풍사제로 주 유닛 구성을 했죠?”

“나쁜 구성은 아니고 기계종족의 전통적인 구성이지만, 탱크와 투척지뢰로 방어하고 있는 조영호 선수를 이기기에는 좋지 않죠.”

“이정민 선수가 공/방 3업으로 풀 업그레이드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러쉬를 가지 못하는 이유는 저렇게 조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조영호 선수는 탱크와 맥, 오토바이로 조합이 좋은데도 러쉬를 가지 못하는 것은 아직 업그레이드가 2/2에 그치고 있기 때문인 것이죠.”

“이정민 선수가 공중 업글은 0/0이거든요? 그런데 중재자를 뽑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블리자드를 통한 공격을 시도하려는 건가요?”

“네. 아마도 그렇게 보입니다. 지금 블리자드로 일부 얼리고 정면 돌파한다면 병력을 다 잡을 수도 있거든요.”


200으로 풀 병력을 다 채운 이정민은 중재자와 병력을 동원해서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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